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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요리 - 가을날의 보양식 <추어탕>약선요리방 2024. 9. 28. 22:02
보현골의 보현댁입니다~!
한동안 요리방에 못 들어왔네요
연이은 일들이 많아 이제 겨우 틈을 내었답니다
가을 보양식으로 추어탕을 끓여
친정 엄마 기일에 다녀왔어요~^^
자연산 미꾸라지 1kg
냄비에 넣고 소금 한 주먹 뿌려 1시간쯤 두었습니다
다 죽었지 싶은 뒤에, 억센 호박잎으로 문질러 씻고
소쿠리에 담아 여러 번 헹궈 진액을 제거했어요.
한번에 대량살상을 해야하는 음식이라
자주 해먹을 수가 없지만
친정 엄마가 좋아하셨던 음식이라
제가 만들어 가기로 했답니다.
냄비에 넣고 1시간 푹 삶은 다음,
밤이 너무 늦어 그대로 식혀두고 잠자리 들었어요.
담날, 식은 미꾸라지와 삶은 물을 적당하게 나눠
4번에 걸쳐, 믹서기에 갈았어요.
양푼에 부어두고, 믹서기 바닥에 갈앉은
미꾸라지 뼈는 버리고,
양푼에 모아둔 미꾸라지 갈아둔 것도
한참을 두었다가, 가마솥에 부어주면
바닥에 갈앉은 뼈들을 2차로 버렸답니다.
그렇게 4번 갈아 모은 미꾸라지 진액과
미리 만들어둔 맛국물을 더해서
가마솥에 넉넉한 밑국물을 만들어 부었습니다.
(맛국물은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새우, 무, 대파, 양파, 사과를 푹 삶은 국물)
지난 봄에 말려둔 고사리 한 봉,
전날 밤에 미리 삶아둔 것을
몇 번 헹궈 건져, 먹기 좋은 길이로 잘랐어요.
말려둔 토란줄기도 같은 방법으로 준비하고,
아직 심은 배추는 너무 어려서
장에서 단배추 두 단 사다 삶아
먹기 좋은 길이로 잘랐습니다.
숙주나물 1kg, 삶아 건진 다음
비슷한 길이로 잘라 주고요
냉동실 얼려둔 죽순도 한 봉 녹여
비슷한 길이로 잘라 주었어요
표고버섯 15개 길이 비슷하게 썰어서,
모두 함께 밑국물에 넣고
된장 두 주걱 풀어주고,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2시간을 푹 끓여 주었습니다.
2시간 뒤에, 청량고추 20개
대파 6대를 준비해,
청량고추는 총총 썰어주고
대파도 잘게 썰어서,
푹 어우러져 끓고 있는 솥에 함께 넣고,
약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다진 마늘도 한 국자 풀었습니다.
다시 20분 정도 더 끓였습니다
간도 알맞고,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져
아주 깊은 맛을 내는 추어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어느 식당에서도 사 먹을 수 없는 맛이예요
추어탕 아주 잘한다는 전문점에 가도
거의 배추 시래기만 잔뜩 넣고 끓여
많은 재료들이 어우러져 내는 깊은 맛을 만날 수 없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가고,
대량 살상을 해야하는 힘든 일이지만
한 해, 한 두 번은 직접 끓여 먹습니다.
친정 엄마 기일이면, 제가 항상 국을 담당합니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찜국이나 추어탕을 끓여 가는데
올해는 추어탕으로 했습니다.
일본에 사는 막내동생이 모처럼 온다기에
온가족이 즐겨 먹었던 추어탕을 나누고 싶어
마음 먹고 한번 끓였답니다.
조금 식은 후에 뚝배기에 담고
대파, 청량고추, 다진 마늘, 재피가루 얹어
진한 국물과 함께 한 그릇 맛보았습니다
오래 전, 외할머니께서 끓여 주셨던 맛
그리고 친정 엄마가 끓여 주신 맛에는 못 미치지만
비슷한 맛을 내기는 했습니다~^^
추석 끄트머리, 마음 먹고 시간을 내어
명상수련 일주일간 다녀왔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를 내어놓는 일이 쉽지가 않아
심신이 너무 힘들었던 시간이었답니다.
친정 엄마 가신지 벌써 5주기였습니다
일본 동생네도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온다고
아들 둘이도 연차를 내어 참석했답니다
제가 바쁜 젊은 시절에, 엄마가 아이들을 키워 주셨거던요
친정 오빠가 다들 멀리서 와주어 고맙다고
부산에 오면, 회 한 접시는 먹어야한다고
고소한 전어회와 함께, 모처럼 맛있는 부산회랑
수제비 듬뿍 넣은 부산 매운탕을 사주셔,
잘 먹고 내년을 기약하며 각자 헤어졌습니다.
화단에 꽃무릇이 절정을 이루며 피었습니다
저토록 화사하면서도, 제 속을 다 드러내는 꽃은
아마 꽃무릇밖에 없지 싶습니다
눈이 부시네요~~ㅎㅎ
구절초도 제 계절이 되었다고 피기 시작하고
늦게 심은 과꽃도 한창 꽃들이 어우러집니다.
추석 끝에 연일 강행군으로
심신이 많이 지쳤습니다
며칠 푹 쉬어야겠다 생각하면서
요리방에 안부를 올립니다
남은 9월 잘 마무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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