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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기 10 - 키르기스스탄 <촐폰아타의 암각화>여행 이야기(해외) 2024. 7. 7. 17:02
이식쿨 호수의 새벽 일출도 보고
주변 산책을 하고 싶어
일찌감치 객실을 나왔다.
호수로 나가는 길로 연결되는 정원은
왕궁만큼이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화단에는 온갖 장미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을 잘 다듬어, 벽처럼 만든 곳을 지나노라니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이 문득 생각났다.
요녀석이 계속 따라온다
먹을 것을 암것도 가져가지 않아 주지도 못하는데도
해변으로 나갈 때까지 따라오다 돌아간다
근데 나를 어떻게 기억했는지, 나중에
조식을 먹으려고 야외 식탁에 앉았더니
살그머니 내 옆에 와서 쳐다보는 걸보고는 깜짝 놀랐다
얼른 가져온 계란이랑 감자 튀김을 주었더니 잘 먹고는 돌아갔다~~ㅎㅎ
호수로 나가는 문에 키를 대야 한다
방키를 두 개 넣어주는데
하나는 방키고, 또 하나는 여기를 나가는 키였다.
숙박객들만 드나들 수 있는 호수로 나가면
아직은 개장하지 않은 방갈로와 야외 수영장도 있다.
호수로 뻗은 나무 방죽을 따라 나가다,
뒤를 돌아보면 멀리 눈덮힌 산이 보인다.
방죽 끝에는 작은 간이무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엊저녁 어느 크리에이트가 노래를 부르며 촬영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간쯤의 위치에 서서
바다 같은 호수도 둘러보고,
사방을 살펴보며, 고요하고 싸늘한 새벽 시간을 누렸다.
엊저녁 노을이 지던 반대방향을 쳐다보며
고요한 호수 위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
호수 위가 아닌 산 위로 떠오른 깔끔한 일출~!
오늘 하루도 상큼한 마음으로 즐겨야겠다.
호수에서 다시 돌아오는 길,
이렇게 양쪽으로 단독 주택처럼 지어진 것들이 모두 리조트란다
개인이 분양받아 사용하는 곳도 있고,
더러는 숙박객에게 빌려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고광나무 꽃이 활짝 피어
향기가 얼마나 그윽하던지~~ㅎ
화단에는 색색의 금어초들과 장미가 피어
보는 눈을 행복하게 만들었고,
화단 바닥을 뒤덮으며 핀 비올라꽃들이
화사한 웃음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침 먹고 출발한 첫번째 여정
촐폰아타의 암각화 공원이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서 살펴보니
엄청나게 방대하다
동서의 길이가 4km
남북의 폭이 600m~2km에 달한다니 놀랍다.
전체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등재되었다는데
관리가 부실해 많이 훼손되고 도난당했단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지만,
우리 가이드의 설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역사학자들과 고분, 암각화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시작점에 있는 이 암각화에
가장 많은 상징적인 의미가 들어있는데
그림도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아침 10시경
암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해가 막 떠오를 무렵이나
저녁 석양이 질 무렵에 가야 한단다.
해저물녘에 찍은 어느 전문가의 사진을 빌려왔다
그림이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앞에 커다란 5마리의 산양이 있고
위로 눈표범 3마리가 보이고
왼쪽 윗쪽으로 화살을 겨눈 사냥꾼 두 사람이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엔 눈표범에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이고
눈표범도 산양을 사냥했고, 사람들도 그랬다는 그림인데
여기서 산양의 뿔을 유난히 크고 둥굴게 휘어 그린 이유는
'태양'을 상징하기도 하고,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며 다산의 의미다.
즉 여기가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장소였다는 뜻이다
이 그림은 뿔을 보면 사슴이다
사슴의 뿔을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표현한 것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는 뜻이다
이 그림은 사람을 크게 표현하고
앞에 달아나는 짐승들을 아주 작게 그렸다
여기 두 개의 그림에는
선명한 산양의 앞에, 희미하게 남은
창을 들고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개괄적인 설명을 하면 이렇다
빙하기가 지나면서 빙하의 길을 따라
돌들이 부숴져 따라 내려왔고,
평평한 이 곳에 무더기를 이루며 남았다.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초원지대에서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바위에다
자신들의 소망과 신앙적인 신성한 것들을 새기기 시작했다
따라서 제작연대는 BC2,000년~AD800년 사이라고 추정하며
스키타이 시대부터 시작되어
천산 주변의 사카문명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동안, 이곳은
특별한 의식을 행하는 신성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천산을 뒷배경으로 하고
이식쿨 호수를 앞배경으로 삼은 이 평평한 지역은
신과 하늘과 땅과 호수와 인간(제사장)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신령스런 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커다란 돌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거나
사각형을 이루며 네 각마다 큰 돌을 배치한 곳은
적석총(돌무덤)이라고 해석하는데
족장이나 제사장들의 무덤이라고 한다
원형의 바깥으로 돌무더기를 쌓고
가운데를 평평하게 비워둔 이런 곳은
신성한 의식을 행했던 '원형의 제단'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자주 보았던 석장승들이 여기에도 있다
'발발'이라고 부르는 무덤을 지키는 장승들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여태까지의 의문이 해소되었다.
이식박물관 마당에 있었던 돌장승들
비슈케크 역사박물관에서 보았던 돌장승
그리고 작은 마트 옆이나, 박물관 옆이면
어김없이 자리하던 모든 돌장승들이 무덤의 수호자였다는 것~!
너무도 넓어서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전체로 1,500기가 넘는 암각화가 있다고 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삶과 신앙과 죽음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저릿한 감동이 밀려왔다.
흐릿하긴 하지만, 이 그림은
낙타를 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가끔은 낙타를 타고 실크로드를 지나갔던 대상들이
호수를 끼고 지나기도 했던 모양이다.
이 사슴의 뿔은 더욱 불꽃처럼 보인다.
오랜 세월동안, 땡볕과 비바람을 견디지 못해
중간중간 떨어져나간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토록 많은 암각화가 돌고분군과 공존하는 공간은
나는 여기에서 처음 보았다.
마음이 숙연해지고 정화되는 느낌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곳~!
해저물녘에 왔음 정말 가슴 절절하게 신성함을 느꼈을 것 같다.
태양의 기운을 받아 여사제가 되고 싶은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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