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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기 7 - 키르기스스탄 <바르스콘 협곡>여행 이야기(해외) 2024. 7. 4. 09:10
새벽에 일어나 천막 바깥으로 나와보니
먼 산 꼭대기부터 햇살 비추는 모습에 신성한 기운이 느껴졌다.
제법 해발이 높은 산악지대라(약 2,700m)
코끝이 시렸지만, 공기는 정말 청정하고 맑았다.
부지런한 말은 새벽부터 나와 풀을 뜯고 있었고
초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도 신선하고 맑은 기운을 몰아왔다.
깍아 세운 듯한 양쪽의 가파른 바위 산들 사이에
그림 같은 초지와 만년설 녹은 개울이 흘러가는 바르스콘 협곡~!
아침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감이 솜털처럼 부풀어오른 탓일까?
어젯밤의 속상하고 불쾌했던 모든 것을 용서했다
멀리 설산에서 녹아 흐르는 물은
차가운 기운을 품어내며 힘차게 흘러갔고,
숙소 인근의 길가에
소련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복 입은 얼굴 모형이 있었다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기도 했지만
우주 비행을 위한 고도훈련을 3년 이상 한 곳이라
그를 기념하는 동상을 여기에 만들었다고 한다.
문득 아침 식사 전에
숙소에서 가까운 마나스 폭포를 가보고 싶었다.
전날 미리 다녀왔다는 일행을 앞세워
함께 가고 싶은 몇 사람이 동참했다.
숙소 울타리를 뒷쪽으로 넘어
산으로 올라가니
여기서도 말라보이는 말 한 마리
우리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풀뜯기에 여념이 없다.
살짝 경사진 산길을 기분좋은 발길로 올랐다.
색상도 선명한 둥근이질풀이며
주목이 봄이라고 연둣빛 새순을 맘껏 피워내고 있었다.
새소리에 귀를 열어놓고
꽃들과 인사하며 오르다보니,
우렁찬 소리와 함께 눈앞에 폭포가 쏟아진다.
가까이 올라서서 보니 이름 그대로 '찻잔폭포' 모양이다
중간 옴폭한 부분이 찻잔처럼 둥글게 패였다.
전설에 의하면,
마나스(고선지) 장군이 목마른 아이들을 위해
산등성이를 칼로 내리쳤더니 폭포가 생겼다고 해서
'마나스 찻잔 폭포'라고들 부른다.
시원하고도 기운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한참이나 감상하다 손도 씻어보고
바르스콘 폭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변에 습도가 적절해서 그런지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바람꽃 같이 보이는 꽃도 보이고
초롱꽃 같은 꽃들도 피어 있었다.
요건 특이하게도 진한 푸른빛을 띤 각시붓꽃인데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폭포 소리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갔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멀리 폭포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저기 멀리 바리스콘 폭포 윗부분이 보였는데
거기까지 갔다오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길로 방향을 바꾸었다
멀리 우리들의 숙소가 보이고,
아침이 열리는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런데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바르스쿤 협곡 안쪽으로
세계 최대의 금광이 있단다
한 해 70톤의 금이 채굴되고 있으며
채굴권은 캐나다의 어느 업체에게 있고,
채굴한 금의 25%를 키르기스에 주고 있으며
이 깊은 협곡의 안쪽까지 도로가 있는 것도
바로 그 금광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가끔 길에 물을 뿌리며 물차가 지나가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하루에 몇 번씩 금광측에서 하는 일이란다
참 세상엔 놀라운 일이 많다~~ㅎㅎㅎ
저기 개울 가운데 우측을 보고 있는
유리 가가린의 조각 하나도 보인다.
아침 식사는 다시 멀리 떨어진 커다란 유르트로 가서 먹었다
우유 타락죽에 감자고로케 같은 것이 함께 나왔는데
이게 정말 맛있었다.
나는 여기서 햇반을 하나 데워 달라고해서
가져간 밑반찬과 함께 아침을 거하게 먹고 출발했는데
좁은 천막 안에서 3개나 되는 캐리어를 정리한다고, 그만
냉장고에 넣어둔 진공포장한 아끼던 밑반찬 4봉을 두고 나왔다~~ㅠㅠ
이 이후로는 한국에서 가져간 반찬이 없이 살았으니
고기도 못 먹고, 까탈스런 입맛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바리스콘 협곡은 정말 아름답고 조용하고 성스러웠다.
송쿨 호수와 연결되는 일정만 아니었다면
풍경에 매료되고, 밤하늘 쏟아지는 별빛에 매료되고
세상과 단절된 듯 조용한 힐링 분위기에 빠졌을텐데...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이 문제였지만
바르스콘 협곡은 분명,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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