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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아시아 여행기 6 - 송쿨 호수에서 '바르스콘'으로
    여행 이야기(해외) 2024. 7. 2. 20:24

    송쿨 호수의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난 새벽~!

     

    난로에 불도 꺼진 새벽은 많이 추워 일찍 눈이 떠졌다

    바깥으로 나와보니 그토록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두터운 구름층이 가득 하늘을 덮고 있었다.

     

    아~~ 일출보기는 어렵겠구나~~

    그래도 지난 밤,

    마법처럼 하늘 가득 흐르던 은하수를 보았으니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르트 앞에 노새 한 마리가 풀을 뜯다가

    나를 쳐다보기에, 먹던 사과를 남겨 주었더니

    아삭아삭 잘도 받아 먹었다

     

    요녀석 참 영리하다

    주인이 멀리 가지 말라고

    앞다리 둘을 묶어 두었는데

    저만큼 가다가 내가 사과를 다시 들고 나가니

    또 냉큼 달라고 다가온다~~ㅎㅎ

     

    뚝 떨어진 화장실에 갔다가

    우리가 묵은 유르트를 보며 찍은 사진인데

    여기서는 어디를 향해 찍어도 사진이 모두 예술이다.

     

    발밑에 깔린 별과 같은 야생화들은

    밤이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다시 아침이면 초원으로 내려와 꽃으로 피는 것일까~!

     

    저 평화로운 풍경들은

    별들과 꽃들과 함께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피어 있을 것이다.

     

    어느 새 해는 구름 속에서 저만큼 떠올랐고

    아쉽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송쿨 호수의 아침 풍경 동영상 하나~!

     

    떠나기 전에 유르트 주인 아주머니와 기념 촬영~!

    가운데가 주인 아주머니, 맨 오른쪽이 현지 가이드 '아든아이'

     

    엊저녁 식사가 끝나고

    주인 아주머니가 내어놓은 수제 선물을 걸고

    여인들끼리의 가위, 바위, 보, 혈투가 벌어졌는데

    내가 2등을 해서 받은 선물이다.

     

    휴대폰 넣는 미니 가방과

    크리스마스 트리에 거는 소품들이다

    양털을 염색해서 손으로 만든 것이란다.

     

    고마운 마음에, 나도 아침에 가방을 뒤져

    매화 그림이 있는 접이식 비단 부채를 드렸다

    정성을 담은 식사 넘 맛있고 고마웠단 말과 함께...

     

    척박한 것 같으면서도

    한없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뒤로 하고 떠난다.

     

    다시 해발 3,200m 고개에 잠시 섰다

    어제 찬바람 속에서 살구를 먹었던 곳에서

    굽이굽이 돌아내려 가야할 길을 가늠하다,

     

    빙벽에 금방 없어질 글자도 새겨보았다.

     

    눈이 녹은 자리에 이리 고운 꽃이 피고 있었다.

    생김새는 첨 보는 꽃인데

    어딘지 얼음새꽃을 닮았다.

     

    어제 버스를 두고 온, 코츠코르를 향해 달려가는 시간

    출근하는 말들과 소, 양들에게 길도 양보하면서,

     

    점심은 민물 생선 튀김이랑

    샐러드, 빵으로 먹고,

    코츠코르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버스로 바꿔 타고

    이식쿨 호수 쪽으로 열심히 달려갔다.

     

    오늘 저녁 숙소가 있는 바르스콘으로 가는 길목,

    오후 4시 30분경 스카즈카 캐년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가 정차하는 큰길에서

    30분 정도를 걸어들어가야 하는 길을

    일정이 바쁜 우리는 다시 미니밴을 타고 들어갔다.

     

    코스가 3가지 정도 있었는데

    다 둘러보기엔 시간이 없어

    오르기 편한 2가지 코스만 둘러보기로 했다.

     

    황토 모래로 이루어진 길을 많이 미끄러워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을 조심스럽게 했다.

    미국의 브라이언 캐년을 닮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인데,

    붉은 황토질의 바위층들이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이어져 장관을 이루었다.

     

    급경사길을 올라가다 뒤돌아보면

    우리가 타고온 미니밴들이 보이고

    좁고 미끄러운 통로는 아주 조심조심 다녀야했다.

     

    이 곳의 형성과정도 역시

    카자흐스탄의 차른계곡처럼 

    바다가 융기해 만들어진 것이다.

    거대한 병풍을 포개어 둘러놓은 것 같은 형상은,

     

    모양들마다 하나씩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일명 '이야기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앞에 보이는 바위는 사자 같기도 하고

    코뿔소 같이도 보인다.

     

    여기는 또 무수한 탑들이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모습으로도 보였다.

     

    바위 주름 틈에서

    색색의 여인들 얼른 손 잡고 사진 한 장~!

     

    튀르키에 카파토키아의

    무수한 버섯집들을 모아놓은 것 같기도 하다.

     

    요건 '코끼리 똥바위'라는데 그럴 듯한 느낌~!ㅋㅋ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천산과

    그 앞에 펼쳐진 이식쿨 호수의 풍경을 품고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를 마지막으로 내려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동시간이 너무 길어서

    다들 지친 상태라, 여유롭게 감상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오늘 숙소가 있는 바리스콘으로 들어오니

    아주 깊은 산속으로 스며든 느낌이다.

     

    해가 저물어오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워,

    알프스의 어느 산자락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와서

    말타기 체험을 하라는데

    다들 지쳐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분명 오늘 숙소는 리조트라고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이건 글램핑장이다~~ㅠㅠ

     

    어제부터 다들 세수도 못하고

    편하고 따스하게 잠을 자지도 못했는데

    완전 오지 산자락의 글램핑장 천막 숙소라니...

     

    거기다 저 가파른 풀밭으로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라니, 불만들이 쏟아진다.

     

    천막 내부는 이렇게 되어있고

    따스한 물은 순간온수기로 해결한다.

     

    그런데 온수기 용량이 너무 작아

    한 사람이 샤워하면 다시 30분은 기다렸다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연이은 강행군에 짜증스러움이 폭발한다.

     

    저녁 식사는 멀리 떨어져 따로 마련된

    대형 유르트까지 걸어가야 한다.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저녁 식사가 마련된 대형 유르트 안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현지 여행사 사장이 운영하는 업체였다.

    이식쿨 호수에서도 1시간 30분을 산쪽으로 더 들어오는

    불편한 이동경로를 굳이 선택한 이유를 그때서야 알았다.

     

    밤이 깊어가니 별들이 쏟아진다

    다시 삼각대를 세우고,

     

    별사진을 찍으며

    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속상한 마음을 갈앉혔다.

     

    거대한 별무리들의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의 소소한 욕망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은

    조금씩 녹아내려 은하수에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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