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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기 5 - 키르시스스탄의 최오지 <송쿨 호수로>여행 이야기(해외) 2024. 6. 30. 18:39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가장 핵심지가 되는
키르기스스탄의 최오지 송쿨호수로 가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일출을 보고 싶었지만
방향이 맞지 않아 이렇게만 만났다.
송쿨호수로 들어가는 길은
한여름에 속하는 6~8월까지 3개월만 열리는
해발 3,200m 설산 고개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서둘러 짐을 챙겨 버스에 싣고 출발했다.
오전 9시에 출발
꼬박 7시간을 달려가야 하는 여정이다.
종일을 송쿨호수를 향해 달려가서
해저무는 송쿨호수 풍경과
한밤중에 무더기로 쏟아지는 별들과
그리고 경이로운 일출을 만나러 가는 고된 여정의 시작
1시간쯤 달려가다, 길가의 과일 노점상 앞에 잠시 내렸다
송쿨에는 과일이나 채소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먹을 것들을 사가야 한단다
이것저것 맛을 보다가, 가이드의 추천으로
잘 익은 체리 1박스, 살구 1박스
그리고 오이, 구워 먹을 감자, 상추를 조금 구입했다.
다시 한참을 달려 가다가
점심 먹기 전에, 꼭 맛봐야 한다는 음식이 있어
다시 잠시 내렸다
'카다마'를 파는 가게
여기서 처음 본 전통차 끓이는 통~!
윗쪽 가운데 튀어나온 원통 속으로
오른쪽에 있는 땔감을 잘라 넣으면(깻묵 같았음)
아랫쪽으로 내려가 불이 붙으면서
열기가 원통을 통해 전체적으로 전달되어
물을 끓이는 구조란다.
끓는 물로 홍차에 우유를 넣은
'짜이'같은 차를 끓여 한 잔씩 나눠준다.
'카타마'는 겉바속촉으로 구운 일종의 밀가루 전이다.
밀가루를 조금 무르게 반죽해
오래도록 치대면서 발효과정을 거쳐
노릇하게 구워나오는 일종의 팬케잌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슬림 요리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유명한 음식이 되었고
이 동네를 지나게 되면 꼭 먹어야하는 음식이 되었단다
카다마를 옆에 있는 소스 '이스타마'에 찍어 먹는다
특별한 맛은 아닌데, 자꾸 손이 가는 바싹고소함이 있어
두 사람당 한 장씩 맛만 보고 나왔다.
떠나기 전에 화장실에 들른다
키르기스스탄은 모든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10솜 : 150원)
이 화장실은 그나마 좀 깨끗한 편인데
푸세식 화장실도 같은 돈을 받으니
식당에서 나올 때는 반드시 화장실을 들러 나오는 것이 좋다.
오늘 점심이 준비되어 있는 '코츠코르'까지
꼬박 3시간을 달려가는 동안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이채로웠다.
차른계곡에서 만난 황토색의 바위층들이 이어진 곳도 지나가고,
황토층 위에 미색의 점토질 같은 것이 덮힌
계곡도 지나가면서, 송쿨호수로 가는 길은
여러 개의 산을 넘어야하는 것을 실감했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도 가로지르고
노란색에서 초록색에 이르기까지
온갖 색감이 어우러진 들판의 풍경은
눈을 뗄래야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 우루무치까지 연결된다는 도로를 따라
한없이 달려가다 보면,
마침내 코츠코르에 도착하게 된다.
오후 1시경에 도착~!
미리 예약해둔 식당에서
볶음짬뽕과 같은 국수와 빵
당근볶음, 샐러드로 배불리 점심을 먹고
화장실 들렀다가 다시 출발했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는 여기에 남겨두고
이틀동안 지낼 간단한 생활용품만 챙겨 배낭에 메고,
우리 일행은 두 대의 작은 밴에 나눠 탔다.
좁은 비포장의 산길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런 차량이 아니고는 어렵기 때문이다.
일행이 총 18명
가이드랑 현지가이드 포함
총 20명이 2대의 차량에 나눠 탑승 완료~!
송쿨호수를 향해 가는 본격적인 여정에선
가끔 이동중인 양떼들을 만나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자동차 앞유리가 깨어져 있었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바꾸지 못하고 다닌다고 한다~~ㅎㅎ
비포장도로로 들어서면서는 속도를 많이 내지 못한다.
고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차량도 힘이 들고
심하게 흔들리는 도로 사정으로
몸이 고달파 자주 쉬기로 한다.
그런데 날씨가 자꾸 흐려지고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아~~ 걱정이네~~ㅠ
우린 오늘 밤, 쏟아지는 별들을 만나야는데 말이다~~ㅠㅠ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맑은 개울가에서
차를 세우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거짓말처럼 또 날이 개였다
변화무쌍한 고산의 날씨~!
물가로 달려간 여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똑같은 포즈로 팔, 다리를 흔들며 몸을 풀어 주었는데
그 모습도 풍경과 어우러져 그림 같았는지 누군가가 찍었다.
척박해보이는 땅에 노란 꽃이 피었는데
자세히 보니 골담초 같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날씨는 또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된 들판에는
염소, 양, 야크와 소, 말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해발 3,000m를 넘어서면서,
고산증을 걱정해서 더 자주 쉬었고,
화장실도 각자 알아서 초원의 야외 화장실이다.
초록의 융단 같은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면,
마침내 해발 3,200m 최고 높은 고개를 넘어간다.
오른쪽에 빙벽이 5월 말이 되어야 녹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 고개로 차량들이 넘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도저히 지나치기 어려운 풍경 앞에서는
또 다시 차를 세울 수밖에~~ㅎㅎ
설산에 눈앞에 펼쳐지는 곳에 내리니 춥다
추워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풍경~!
저기 아랫쪽의 좁을 길을 우리가 여태 올라온 것이다.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키다가,
오다가 사 온 살구박스를 꺼내 하나씩 먹었다.
이 추운 고개 위에서 살구 먹어본 사람 있는가?ㅋㅋ
빙벽을 지나면서부터 조금씩 아래로 내려간다.
툰드라 지대 같은 이끼와 풀로 뒤덮힌 평지로 내려왔다.
길도 없어 보이는 길을
앞차가 낸 바퀴자욱을 따라 달려간다.
우~~와~~ 드디어 호수가 보인다
자동차가 달려온 시간만 꼬박 7시간 만에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마침내,
호수 옆에 자리한 유르트 6채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배정을 하는데, 유르트 하나에 3명씩이 자야하니
우린 친구 부부랑 넷이 함께 자기로 했고
젤 큰 유르트에 짐을 풀었다.
날씨는 흐리고, 바람도 세차게 불었고
구름이 가득했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폭신폭신한 융단같은 초지 너머로
거대한 호수가 누워 있었고
한여름에도 눈을 볼 수 있는 설산들이 이어진
몰도산맥이 아름다운 배경이 되고 있었다.
일종의 세면기 같은 왼쪽의 장치는
위쪽 좁은 통에 물을 넣고
중간에 꼭지를 누르면 물이 쫄쫄거리며 나오는데
이걸로 세수는 도저히 안 되겠고 양치만 하기로 한다.
오른쪽엔 멀리 만들어둔 화장실 두 칸
밤중에 화장실 가는 길이 까마득했다
세수는 포기했어도 상추는 씻어야지
작은 보올을 하나 얻어다
물을 절반만 받아, 흙이 묻은 상추를
딱 두 번만 씻어 들고왔다
손이 얼어 빠지는 것처럼 시렸다~~ㅎㅎ
저녁상을 차려둔 식탁이 있던 곳~!
최오지 송쿨호수에서 먹는 식탁치고는 호사스러웠는데,
빵과 과일 조금, 잼, 사탕... 등이 세팅되어 있었다.
오는 길에 장 봐 온 것으로
가이드는 얼른 참치 통조림을 넣고
김치찌개를 한 냄비 끓여 조금씩 나눠 주었다.
모처럼 갓 지은 따스한 밥에
김치찌개에, 한국에서 진공포장해 가져온
밑반찬이랑 상추, 쌈장을 꺼내놓고
저녁을 아주 맛있게 포식을 했다.
저녁식사 시간의 행복한 표정들~!
화기애애 맛있는 저녁들을 먹고,
바깥에 나오니, 7시가 넘었는데도 환하다
말타기 체험할 사람 나오라고 하니,
옆지기 젤 먼저 올라타고 손을 흔들며 즐긴다.
나는 살살 걸어서 호수 가까이로 다가갔다
호수 가까이 갈수록 온갖 야생화들이 바닥에 붙어 피었고
오래 전, 설악산에서 만났던 에델바이스가
제법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키르기스스탄은 만년설이 녹아내려 만들어진 산정호수가
2,000여 개에 달하는 물의 나라이기도 하다
그 수많은 호수 중에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 바로 송쿨호수다
송쿨호수는 이식쿨 호수에 이어 키르기스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이다
키르기스의 나른주 북부에 있고, 해발 3.016m
길이 약 29km, 폭은 약 18km에 이른다
백두산보다 높은 곳에 하얀 만년설을 배경으로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
해발 3,000m가 넘으니 고산증도 염려해야되고
한여름의 날씨임에도 밤에는 한겨울처럼 추워지고
전기도 없고, 세수 물조차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곳이다
나는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폰을 충전하고
그 다음부터는 비행기모드로 바꾸어 두었다.
내일 돌아가는 시간까지 사진은 찍어야하니 말이다.
초지와 호수와 설산과 하늘과 먹구름
호수와 하늘의 경계를 설산이 만들고
하늘엔 점점 먹구름이 짙어진다
뒤돌아보니, 멀리 우리의 유르트가 보이는데
갑자기 우박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맞으면 아플 만큼의 제법 커다란 우박이 한참 쏟아지다가
또 금방 뚝 그친다
참~~ 현실인데도 믿지 못할 날씨의 변화무쌍함~!
저녁 8시 무렵이 되니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유르트 안의 난로에 불을 피워준다
저 불이 꺼진 새벽에는 제법 추웠다
유르트 한쪽에는 전통 의상을 걸어두었는데
아이들 옷 같아서 입어보진 않았다.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어디서 귀한 장작을 가져다가
가이드가 캠프파이어를 열어주었다.
밤이 되니 추워서 다들 두터운 옷을 꺼내입고
삼삼오오 불곁으로 모여, 노래부르고 춤도 추며 놀다가
잦아지는 불빛에 불멍도 했다.
이웃 유르트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도 왔다.
밤이 깊어지자 놀랍게도 하늘에 별이 보였다
와~~ 우~~ 감사해라
나는 송쿨 하늘의 쏟아지는 별들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준비하고,
폰으로 별 찍는 방법을 미리 익혀갔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주먹만한 별들을
나는 여기에서 처음 만났다
사진 찍는 기술이 나보다 나은 옆지기가 솜씨 발휘,
삼각대를 세우고 별을 찍기 시작했다
북두칠성이 또렷이 나타나고
가끔 유성도 떨어져내렸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별들과 놀다가
나는 제풀에 지쳐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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