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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기 3 - 사파, 라오까이 트레킹~^^여행 이야기(해외) 2024. 4. 2. 18:58
여행 셋째날~!
오늘은 사파에서 제대로 트레킹을 즐기는 날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우리를 안내할 현지 가이드를 만나 라오까이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라오까이 마을에 사는 자오족 여인 둘, '메이'와 '라이'
둘은 자매간이고, 왼쪽의 언니 '메이'는
올해 39세라는데, 벌써 손주가 있는 할머니란다.
베트남 소수부족들의 조혼관습 때문이다.
15분쯤 걸어가다보면, 깟깟 사파 호텔이 나오고,
조금 더 걷다가, 사잇길로 빠져 좁은 산길로 들어서면
바로 눈앞에 엄청난 다락논이 펼쳐진다.
오늘 우리가 저 사이를 걸어야하는 길이고, 풍경이다.
사파의 산골마을 중에서도
중국 접경의 오지마을에 속하는 라오까이는
엄청난 경사지의 척박한 땅을 몇 백 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다락논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 거대한 다락논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저 엄청난 다락논을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일구었다 생각하니
힘들었을 오랜 세월 노동의 시간들이
켜켜이 세월의 나이테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출발에 앞서 단체사진 한 장~!
옆지기가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 여인들 14명과 가이드 2명, 모두 16명의 여인들, 출발~~
날씨도 참 좋았고,
산골쪽이라 공기도 맑았고,
새소리도 청아하고, 가끔 불어주는 바람도 시원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엄청나게 경사진 길을 타고 내려간다.
다들 긴장해서 조심스레 내려가는데
우리 일행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원주민 여인들이
바구니를 하나씩 메고 우리를 계속 따라온다.
논두렁 가까이로 내려가는 길은
제대로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아주 힘들었다.
길이 험난해지면
바로 나타나 손을 잡아주기도 하고,
경치 좋은 곳이 나타나면, 사진도 찍어주겠다고 하고,
풀잎 줄기로 새를 만들어 선물이라고 건넨다
거의 1:1로 달라붙어 집중적으로 한 사람을 담당하는데
나중에 그 사람에게 팁을 달라고 조른다.
경치 감상하면서 혼자 즐기고 싶은데
많이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져 나는 참 싫었다.
이건 국가적인 차원에서 뭔가 정리가 필요하다
정당한 무엇인가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댓가를 받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은 공생관계가 될텐데 말이다
엄청난 크기의 대나무들이 많아서
울타리랑 바구니랑 그릇들을
모두 대나무로 만들어 사용한다.
가이드의 얘기론, 예전 더 많이 어렵던 시절엔
겨울이면 식량이 부족해
대나무를 잘라 속살을 파먹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도 해발이 높은 산골마을 사파는
한 해 일모작밖에 못하는 지역이라
산골 오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느껴졌다.
꼬불꼬불, 어렵고 힘든 길을 따라 중간쯤 내려왔을 때,
첫번째 휴게소가 나왔다.
잠시 땀도 닦고, 물도 마시고
간식 하나씩 나눠 먹으며 쉬려니
아이들은 사탕을 달라고 몰려온다
이런 상황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막대사탕이랑 뭔가를 준비해왔을텐데 말이지~~ㅠ
편히 쉬지도 못하고, 다시 걷는다.
오늘 걸어야하는 거리는 총 12km
5~6시간쯤 걸린다고 한다.
걷다가 돌아보니, 멀리 파오스 호텔이 보인다
내일 저 호텔로 우리 일행은 숙소를 옮기게 예약되었다.
사파 중심지에서 조금 외곽으로 벗어났지만
풍경은 정말 좋은 뷰호텔이 되지 싶다.
멀리 윗쪽으로 다른 외국인들이 가이드와 걷는 모습이 보이고,
우리는 오리들도 만나고, 물소도 만나면서
이번엔 오르막길로 땀을 흘리며 걸었다.
잠시 논두렁에 걸터앉아 쉬는 시간,
이때는 귀찮게 하는 사람들이 없어 좋았다.
강풍이 가끔 불기는 했지만,
햇살이 어찌나 좋던지 햇살테라피하는 기분~!
가던 길을 멈춰서서, 한참씩 내려다보면
필리핀의 바나우에 라이스테라스를 생각나게 한다.
필리핀의 다락논은 2,000년 전부터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라오까이의 다락논도 이에 못지 않은
경사와 면적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가이드가 없이는 도저히 다닐 수도 없는
좁고도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지던 산길,
한눈에 다 넣을 수도 없는
저 엄청난 다락논의 논둑을 연결하면
지구의 한 바퀴가 되지는 않을까~~
덥고, 힘들어서 지칠 즈음엔,
마지막 휴게소에서 쉰다.
여기서 원주민들은 모두 돌아간다고
각자 따라붙은 사람들에게 팁을 달란다.
그것도 당당하게 2불씩~~ㅎㅎㅎ
이렇게 무작정 따라다니면서 돈을 달라할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를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 같다.
만들어서 판매하는 물건들도
자기네들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서 판매를 해야한다는
뭔가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한 것 같은 사람들이다.
시원한 코코넛 둘이 하나씩 마시고,
절벽 위, 포토존에서 사진들도 찍으며
땀이 식도록 쉬었다.
귀찮게도 따라오던 사람들이 없어지니
이제부터 진짜 자유로운 풍경을 즐긴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다락논들은 보다보니
슬픈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한참을 그냥 눈길을 던져놓았다.
사람만큼 악착스런 생존력을 가진 동물이 있을까?
극지방에서도 살아 남고,
적도에서도 살아 남고,
이토록 척박한 땅도 옥토로 일구어 살아가는 사람들~!
잠시 숙연한 마음이 일었다.
무리지어 핀 풀꽃같은 아케라텀은 향기가 정말 좋고
강렬한 색감의 아마릴리스도 눈길을 끌었다.
오후로 넘어가니 다들 지친 발걸음~!
마을을 휘돌아 감는 개울을 보니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듯한 느낌이다.
일행들 모두 만나 함께 가려고
먼저 내려온 사람들은 개울을 내려다보며 쉬었다.
개울에서 멱감는 꼬마들을 보니
까마득한 어릴 적 기억이 불현듯~~ㅎㅎ
라오까이 공동체 관광, 호앙리엔 공동체 노동
이렇게 쓴 일주문을 지나 내려가면,
오늘 점심 먹을 식당이 나온다.
오후 2시가 넘은 늦은 점심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손도 씻고,
감자고기볶음
스프링롤
채소샐러드
햄채소볶음
그리고 밥
간단한 한 끼지만, 배고프고 지쳐 맛나게 먹었다.
점심까지 포함된 원주민 투어라 지정된 식당에서만 먹는데,
술이나 음료는 하나씩 함께 나온다.
점심 후에는 마을 투어에 들어간다.
물로 방아가 찧어지는 일종의 디딜방아 같은 것과
곡식을 빻는 맷돌 돌리기도 해보았는데
이게 쉽게 돌려지지가 않았다~~ㅋㅋ
일모작만 할 수 있는 라오까이 마을은
이제 논에 물대기를 시작하고
4~5월에 모내기를 하면 9월에 추수를 한단다.
논두렁에 앉아 자고 있는 오리들과
순해터진 물소들도 만나면서,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어주는 길을 따라
햇살 받으며 계속 걸었다.
개울가엔 자오족 여인들이
염색한 옷감을 빨고 있었다.
거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 살아가는
소수부족 여인들의 삶은 여전히 척박해보인다.
마을에선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었다
다들 일하러 나간 모양이다.
파파야 열매가 달린 나무도 보고,
마을길 따라 거의 2시간을 걸은 뒤에야
마지막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동안
음료수 한 잔의 여유
이번에도 망고 스무디로~~
일행들을 태워갈 버스가 왔다.
뻐근해진 다리를 달래며 버스에 올라
30분간 달려 호텔 도착
저녁은 다시 자유식이라
옆지기랑 둘이 맛집으로 검색해둔'Yummy'에서
코코넛 커리랑 스프링롤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부드러운 맛의 코코넛 커리는 양도 많아
하나로 둘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호텔로 돌아와, 내일 또 이어지는 트레킹을 위해
발맛사지로 다리를 풀어주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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