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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V트레인 - 승부에서 분천까지 트레킹여행 이야기(국내) 2022. 2. 20. 18:19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지난 2월 12일 토욜 다녀온 트레킹을
이제서야 정리해 올려봅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현골에서 출발한 일행과
영천 시내에서 출발한 일행이
동영천 IC 부근에서 합류해
2시간 30분 쉬지도 않고 달려간 끝에
10시 30분경 분천산타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른 새벽에 나선다고
아침밥을 챙겨 먹지 못해
급하게 주먹밥을 싸서 출발했지요
가다가 차 안에서 따스한 차 한 잔이랑 나눠 먹었습니다~^^
승부역행 기차가 10시 59분 출발이라
자동차는 분천역 주차장에 세워두고
산타 마을을 가로질러 기차역 승강장으로 올라 갔답니다
산타 마을엔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면
하루쯤 놀다오기에 좋은 많은 시설물들이 만들어져 있답니다.
알파카 우리엔 알파카 몇 마리 사이좋게 앉아 있었는데
매달아둔 쇠바가지에 먹이를 담아 줘도 좋다기에
쌀과자를 꺼내 부숴 주었더니
쪼~르~르~~ 달려와 아주 잘 먹네요~~ㅎㅎㅎ
승부역으로 가는 백두대간 V트레인 열차랍니다
영주에서 철암까지 운행하는데
일종의 관광열차라 운임이 좀 비쌉니다
분천에서 승부역까지 편도 6,600원(일반 기차의 3배)
차창으로 보이는 저 풍경따라
나중에 걸어내려올 길이라 기대가 되었어요
날씨도 따스하고 걷기에 딱 좋았던 날~!
기차는 중간에 양원역에서 8분간 정차합니다
세상에서 젤 작은 대합실 '양원역'은
영화 '기적'의 무대가 되었던 곳입니다.
기차역 허가만 내어주고, 대합실을 지어주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협동하여 지은 대합실이랍니다
할머니 한 분이 보름나물이랑 잡곡을 팔고 있었는데
하나 사 드리고 싶었지만
배낭에 구겨 넣으면 다 부숴져 못 쓸 것 같아서~~ㅠ
기차 내부는 이렇게 만들어져 있어요
한쪽은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게 자리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전면으로 배치를 했기에
창을 보게 된 좌석이 먼저 매진됩니다.
승부역 도착했어요~!
포토존에 백설공주와 난쟁이들이 조형물로 서 있네요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백두대간 첩첩산골 승부역은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해 분천역에서 오는 시간이 20분 남짓이지만
자동차로 오려면 산을 넘어야 해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길이랍니다
역사 아랫쪽으로는 어묵이랑 동동주랑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하는데
그곳을 지나 내려가면,
분천역으로 가는 트레킹 길이 연결됩니다.
잠시 계곡 길 따라 걷다가
점심부터 먹고 걷기로 합니다.
갈대가 흔들리던 길을 걷다 문득,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가
아내와 아들이 먼저 떠난 길을 떠올리며
비장하게 걸어가던 갈대숲이 떠오릅니다
구슬픈 두둑 연주가 어디선가 들려올 듯한 그런 길이었어요~~ㅎ
준비해온 김밥과, 삶은 계란과 컵라면과
한쪽에서 맛깔나게 끓고 있는 라면,
두루 배부르게 잘 나눠 먹고, 주변 정리는 깔끔하게
앉았다 가는 흔적도 없이 치우고~~
힘차게 출발합니다~!
소나무들이 쭉~ 쭉~ 곧게도 잘 자란 모습이 특이한데요
여기 나무들을 '춘양목'이라고 해서
옛날 궁궐 지을 때, 잘라다 쓴 소나무라고 합니다.
춘양목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한적하고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걷습니다.
포근포근 낙엽 부스러져 만들어진 숲길도 걷고
고운 모래가 깔린 길도 걷고,
울퉁불퉁 돌길도 걷고,
기찻길 곁에 달아낸 좁은 길도 따라 걷습니다.
군데군데 이런 잔도도 만들어 두었네요
얼음 위에 눈이 내려
채 녹지도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계곡엔
맑고도 깨끗한 물 흘러가는 소리만 졸~졸~~
적막하고도 아름다운 길을 걸었습니다.
제법 길다란 출렁다리 하나 나옵니다
옆지기 뒤돌아보라기에, 인증샷 한 장 찍고 갑니다
쌍봉낙타의 등처럼 생긴 이 봉우리는 '연인봉'이라 하네요
설홍선녀와 남달의 사랑이야기가 전설로 남은 곳입니다.
다시 가파른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쪽으로는 계곡이 따라 옵니다
응달에 남은 고드름도 만나도,
아까 기차 타고 오다, 잠시 내렸던 양원역
건너편 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인공폭포가 얼어붙어 장관입니다
힘차게 흘러가는 개울물에선
어디선가 봄이 오는 소리가 숨어 있어요
철교 아랫쪽 길도 걷고, 다리도 건너 갑니다
조금 가파른 경사길을 걸어올라가면
작은 쉼터 하나 있지만, 문이 잠겨있고 임시휴업입니다.
부근에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곳곳에 있고, 간이 화장실 있어요
보온병에 넣어온 차 한 잔씩 나눠 마시고
잠시 쉬어 가기로 합니다.
둘이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산길~!
체르마트 길이 나옵니다.
'체르마트'는 스위스 남부에 있는
'마테호른' 산기슭의 마을 이름인데
그 길을 닮았다고 붙인 듯 합니다만
제 생각은 차마고도 같았어요~~ㅎㅎ
한쪽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는 계곡 물이 흘러가는 길
험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 차마고도~!
언젠가 진짜 '체르마트'도 걸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체르마트 길이 끝나면
철길 옆에 붙은 까마득히 높은 난간길이 이어지는데
기차 오기 전에 얼른 지나와야 하는 길이랍니다
기차가 지나가면, 속도 때문에
꼭 기차에 말려들어갈 것만 같은 공포감이 느껴지거던요.
여기서부터 약 4km 남은 길이 이어지는데
계속 포장도로라 발바닥이 아프답니다
그래서 저는 '와유곡'이라 불리는 솔숲길로 돌아갔어요
해저물 무렵에 마침내 분천역 도착~!
식사 시간, 쉬는 시간 포함해 약 5시간 20분 걸었네요
거리는 13.3km
햇살이 좋았고, 바람도 없이 푸근했던 날씨 덕분에
봄볕 속을 걷는 것처럼 편했던 트레킹이었습니다.
아침에 바빠서 미처 살펴보지 못한
분천역 근처의 조형물들도 천천히 살펴보고,
산타소망터널 걸어 내려오면
분천 산타 마을 포토존이 있어요
뒷쪽으로 V트레인 기차도 보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닭불고기랑 백숙으로 저녁 함께 먹었어요
좋은 분들이랑 함께 걸었던
백두대간 숨은 비경과 아름다웠던 길에 대한 기억은
추억 통장에 또 하나 저축해 두었습니다.
봄날 꽃이 피는 길이나, 가을날 단풍 든 풍경은 또 어떨지
다시 이 길을 걷게 될 날이 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걸어보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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