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칸 여행기 4 - 천국의 풍경,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여행 이야기(해외) 2015. 10. 31. 16:46
다락방 같은 작은 호텔방에서 내려다 본 아침 풍경이다.
밤새도록 폭우가 쏟아진 것 같기도 한데,
아침에 창을 열고 바깥을 내려다보니
아래쪽에 흘러가는 물소리가 엄청 우렁차게 들린다.
폭우였는지, 물소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행스럽게 비는 부슬비로 바뀌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입장 자체는 가능하단다~~ㅎㅎ
라오스에서 만난 석회질 호수 <블루라군>과
루앙프라방의 꽝시폭포를 보고는
중국 구채구의 물빛을 만나고 싶었다.
구채구의 물빛을 보고는 더 이상의 아름다운 물빛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구채구보다 더 거대한 호수와 폭포가 있는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알게 되었고,
영화 <아바타>의 풍경들을 만나고는
크로아티아를 꼭 가리라 작정을 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다시 느꼈다.
숙소였던 호텔에서 1시간 이상을 더 산악지대(일리리안 지역)로 달려와
마침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매표소 앞에 왔다.
전체적인 코스를 눈으로 확인하고,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걷는다는 국민코스 H코스,
6시간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계속된 폭우로 아래쪽의 길은 출입금지라고 한다.
그나마 모든 코스가 출입금지 아닌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난히 동양인들이 많은 입구에 줄을 섰다.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자연호수 16개와
90개가 넘는 폭포들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만나러 들어갔다.
하지만, 들어서서 첫번째 풍경,
아바타의 배경이 되었다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폭포는
물안개에 가려 형체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는 시간까지 기다리면
폭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련만,
하염없이 서서 기다릴 수는 없었다~~ㅠㅠ
숲속에도 자욱한 안개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습기가 많은 나무에는 버섯들이 아주 빼곡하니 붙어있었지만,
좋은 환경에서 마음놓고 자라는 모습으로 남겨 두었다.
숲길을 걸어가는 동안,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하더니~~
햐~~아~~ 드디어 저기 폭포가 조금 보인다.
많은 비가 내렸던 덕분에,
폭포들은 기세좋게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다~~
더 가까이에서 내려다 보기 위해, 숲길을 한참 걸었다.
이상스레 우리가 걷는 동안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그것 만으로도 감사하면서
태초의 청량함을 느끼게 하는, 정말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촉촉한 숲길을 걷는 일도 나름 행복했다.
나무들 사이로 다시 폭포가 보인다~~ㅎ
폭포 아래로 뻗어있는 저 나무다리 보이시는가?
원래는 저 나무다리를 걸으려고 했다.
그런데, 계속된 비가 우리들 발목을 묶어, 저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무다리가 물에 침수되어 걷기에는 위험하단다.
아쉬운 마음, 표현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렇게나마 볼 수 있는 것도 감사했다.
잠시 안개가 흩어진 시간, 청옥빛의 깨끗한 물빛과 조우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안개는 산에서부터 다시 내려오는 듯했고,
아랫길과 연결되는 길들도 모두 비에 젖어,
처연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연이어 나타나는 작은 폭포들~!
폭포들은 계단 모양으로 층을 이루며
아래로 아래로 쏟아져 내렸고,
안개 또한 걷혔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아련하고 몽환적인 천국을 보여 주었다.
꼭 맑은 날이 아니면 어떠랴~!
입장이 안 되는 정도의 비가 쏟아졌다면
이런 아련한 아름다움도 만나지 못했으리니~~
이렇게 층을 이루며 쏟아지는 폭포들은
맨 윗층과 맨 아래층의 높이가 100m 이상 차이가 생기는
그런 구조로 형성되었기에, 상층부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층부, 하층부까지 걷는 길은 꼬박 하루가 걸린다.
커다란 말굽버섯 달린 것을 보며
생태계가 살아있는 현장의 신선함이 참으로 상쾌했다.
공원 내부가 워낙 넓어,
여름철에는 걸어다니기엔 사람이 지친단다.
해서 셔틀버스 타는 곳을 이렇게 표시해두었다.
입장료는 1일권과 2일권으로 구분되고
비수기와 성수기의 요금이 다르다
또한 입장료에 셔틀버스랑 보트 타는 요금이 다 계산되었기 때문에
정해진 장소에서는 누구라도
셔틀버스랑 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성수기에는 사람으로 넘쳐날 공간이
비 오는 어느 가을날에는
비와 안개에 젖은 탁자와 의자들만 쓸쓸한 느낌이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코스는 10가지 코스로 다양하게 준비되었으며
최소 2시간부터 최대 2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국민코스는 H코스로
5~6시간을 걸으며 플리트비체의 핵심적인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는 코스다.
이 코스를 원했건만, 날씨 때문에 거부당했다~~ㅎㅎ
유럽에서는 아이슬란드를 빼고는 장대한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더구나 오염되지 않은 커다란 호수들과
호수 주변의 숲과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장관이 어우러져
크로아티아를 천국의 나라로 불리게 만든다.
가을날, 호젓한 숲길을 걷는 일도 나름 멋진 시간이었다.
눈에 익은 덩굴 식물들도 만나고~~
이제 우리는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보려고 아래로 내려 갔다.
이런 구조로 폭포와 호수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층층의 구조로~~
호수 가까이로 내려오니, 가을 단풍이 훨씬 진하게 보인다.
하지만, 유럽의 단풍은 모두 파스텔톤이다.
한국의 단풍처럼 화려하지가 않다.
단풍이 호수에 비쳐, '반영'을 찍으면 좋을 풍경도 만나고~~
가을에 둘러싸여 있는 고요한 호수도 만났다.
호수의 물빛은 게절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 날의 호수는 보는 위치와 높이에 따라 다른 색깔로 보였다.
짙은 잿빛이었다가, 청남빛이었다가, 청옥빛이었다가, 가끔씩
에머랄드빛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는 P3의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P1 선착장으로 갈 예정이다.
선착장 부근에 있는 유일한 레스토랑 하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안에는 보트 선착장 앞의 이 곳이
유일한 레스토랑이므로,
길게 코스를 잡는 사람은 반드시
먹을 것과 물을 준비해서 다녀야한다.
비가 오는 바깥의 기온은 제법 추웠다.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커피 한 잔 얼마예요?
하고 물었는데,
커피 한 잔 주세요~!
라고 들었는지, 바로 커피를 한 잔 뽑는다~~ㅎㅎ
계산은 컴 앞에 앉아 있는 이 분에게 하란다.
나도 그렇지만, 이 나라 사람들도 영어는 서툴다.
커피 한 잔에' 16쿠나'라고 한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연합(EU)에는 가입되었지만,
유럽경제공동체(EEC)엔 아직 가입이 되지 않아
유로화를 쓰지 않고, 자국의 화페인 '쿠나(KUNA)'를 쓰고 있다.
1쿠나는 약 180원 정도~!
커피 한 잔 값이 제법 비싸지만,
공원 안의 유일한 레스토랑이니 이해는 된다.
벽난로에 장작이 활활 타고 있어 실내는 제법 따뜻했다.
커피 마시다 가만히 보니,
빵이랑 치킨 한 조각, 그리고 커피랑 세트로 35쿠나를 받는다.
성질 급하게 말하지 말고,
메뉴판 대충 보고 눈치로 알아서 시킬 걸 그랬다~~ㅎㅎㅎ
20분 후에 보트가 온다는 말에
보트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나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우리 부부도 야단스런 인증 샷~!
(몸치인 울 옆지기 몇 번 가르쳐도 다리는 그냥 두고, 팔만 뻗었네요~~ㅎㅎ)
물에 반영된 파스텔톤 단풍이 참 차분하니 아름답다
우리를 태울 보트가 고요하게 물살을 가르며 다가온다.
이 호수의 이름은 코즈야크(Kozjak) 호수로
플리트비체에 있는 호수 중에서 가장 길이가 길다.
비가 많이 와, 딛고 다니는 나무 발판이 모두 물에 잠겼다.
그 아래로 송어들이 바글바글,
사람들이 웅성거려도 개의치 않고 가까이에서 헤엄친다.
문득, 청송 주산지의 물에 잠긴 왕버드나무들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타고 온 사람들이 내리고 난 다음,
기다리던 사람들도 차례로 보트에 올랐다.
날씨 탓인지, 타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레스토랑을 저만큼 두고 배가 출발하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ㅎㅎㅎ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그래도 날씨가, 멀리서 온 우리들을 배려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울 같은 호수 위를 얼마나 미끄러지듯 달렸을까
마침내 저 앞쪽으로 또 다른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폭포들의 모습은 꼭 둥근 바구니에 구멍을 뚫어놓은 것 같다.
사방으로 작은 물줄기들이 쏟아지는 모습은 정말 동화 속의 나라 같다.
호수의 물빛이 수시로 달리 보인다~~
금방 잿빛이었다가, 폭포 가까이 오니 다시 짙은 초록빛이다.
정철의 <관동별곡>에 나오는 불정대의 십이폭포에 보면
은하수 한 구비를 마디마디 베어내여
실 같이 풀어내어 베 같이 걸어 두니...란 표현이 나온다.
정말 그 표현대로 베틀에 나란히 걸려있는 날실 같기도 하고
방울방울 이어지는 진주구슬 같기도 하다.
그 폭포와 폭포 사이를 가로지르며 놓여 있는
저 나무다리를 걸었어야 하는데~~
무심히 걸려 있는 나무다리에 자꾸만 눈이 간다.
또한 조선후기의 잡가 <유산가>에 나오는 구절
이 골 물이 주루루룩, 저 골 물이 쏼쏼,
열에 열 골 물이 한데 합수(合水)하여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지고,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저 건너 병풍석(屛風石)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銀玉)같이 흩어지니~~이런 표현도 생각나게 하는 풍경이다.
짙은 초록의 물빛은 다시 청록을 띠다가
다시 갈맷빛이 되기도 한다.
왼쪽에 보이는 나무데크는 거의 수면과 닿아 있다.
여기도 원래 보트 타는 선착장(P2)인데
이 날은 폐쇄되었다.
P1 선착장 앞에 내리니
커다란 나무 위에 겨우살이들이
새둥우리처럼 빼곡하니 자리를 잡고 자란다~~ㅎㅎ
풀리트비체에서 걸을 수 있는 길만 따라 걸었던 시간과
보트를 타고 다닌 시간을 합쳐 3시간쯤을 소일했다.
풀리트비체의 진면목을 다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언젠가 다시 오리란 마음 한 쪽을 남겨두고 나오는 길~!
아름다웠던 가을날의 풍경이
마음 한 켠을 편안하고 따스하게 만들었다.
이 날 예약되었던 식당~!
곰이랑 사슴이랑 박제된 동물들이 경호병들 처럼 서 있었다.
빵과 스프가 나와서 먹는 우리 테이블 곁으로~~
전통적인 벽난로 같은 오븐에서 빵을 굽기 시작했다.
모양을 내어 숙성된 반죽을 차례로 삽으로 안쪽으로 밀어 넣더니~~
송어구이에 감자랑 시레기탕 같은 것과 함께 먹는 동안~~
(이건 그렇게 짜지 않아 잘 먹었다)
20분 뒤에 오더니 다 구워진 구수한 빵을 꺼내
올리브유를 발라 식히기 시작한다.
금방 구운 빵 한번 맛 보고 싶었는데~~ㅎㅎㅎ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안에만 곰들이 수십 마리가 살고 있다는데,
예전엔 더욱 많은 곰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잡아서 이렇게 박제를 해 두는 것이 불법은 아닌 듯 했지만,
느낌이 썩 좋지는 않았다.
멧돼지, 사슴, 오소리... 등등
많은 박제 작품들이 이 곳의 생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너무도 기대에 가득차서 갔던 플리트비체는
그렇게 안개와 비에 쌓여,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이었지요?
비가 잦아들어 입장이 허락되었고,
안개 속에서나마, 그렇게 풍경들을 만났던 것은요~~ㅎ
고요하게 비에 젖어 있던 플리트비체의 모습도
오랫동안 제 가슴 속에 남아있지 싶습니다.
자연은 인간의 발길이 닿기 시작하면
바로 상처를 입고,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사라져버린 많은 아름다운 것들,
아직 만나지 못한 풍경들을 애석해하며
다음 여행지를 향해 다시 떠납니다.
'여행 이야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칸 여행기 6 -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보로브니크 (0) 2015.11.07 발칸 여행기 5 - 베니스의 축소판, 트로기르 (0) 2015.11.03 발칸 여행기 3 - 크로아티아, 요정의 마을 <라스토께> (0) 2015.10.29 발칸 여행기 2 -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 (0) 2015.10.27 발칸 여행기 1 - 뮌헨에서 슬로베니아까지 (0) 201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