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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여행기 2 -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여행 이야기(해외) 2015. 10. 27. 18:56
발칸의 관문인 슬로베니아는
우리나라 전라도 크기의 국토에, 인구는 약 2백만 명 정도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슬라브 종족이 살고 있으며
국민소득이 2만 불에 이르는
유럽의 미니어쳐(miniature)라 할 수 있는 작고도 아름다운 나라다.
흔히 말하는 <발칸의 F4>
블레드 호수
포스토이나 동굴
플리트비체
두브로브니크
그 중에 속하는 환상적인(Fantastic) 동굴
포스토이나의 야마동굴을 만나러 왔다.
포스토이나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인적조차 드문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석회동굴
<야마 동굴>을 보려고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린다.
화단에 심어진 꽃들은 눈에 익은 것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원추리를 닮은 듯한 노란꽃~!
유럽쪽을 다니다보면, 항상 보기 좋았던 것이
집집마다 바깥을 향해 꽃바구니나 꽃이 핀 화분을 걸어두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예쁜 꽃들을 집안에만 두고 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저런 문화는 본받아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발칸의 작은 마을 포스토니아에서 기분 좋았던 또 하나는
한국을 알고 대접해준다는 느낌이었다.
티켓 부스에도 한국어로 '티켓'이라고 적혀 있었고
20여 개 흔들리는 국기 중에서 태극기가 당당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중간쯤에 태극기 보이지요?)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자리잡은 눈물나게 작은 나라가
그것도 분단되어 북쪽으로 가지도 못하는 섬이 되어버린 나라가
급격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이 먼 나라까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까닭에 받는 대접이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뭉클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포스토이나의 <야마 동굴> 표지석
'야마(JAMA)'란 뜻이 '동굴'이란다.
동굴 입구쪽에는 이른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는 아침~!
농부가 밭을 갈다가 발견했다는
동굴의 입구는 이렇게 소박하다.
하기야 거대한 진시황의 무덤도 밭 일구다가 발견되었고,
세계 최대의 석회동굴이란 장가계의 황룡동굴도 입구는 정말 겸손하다.
동굴탐사 가이드가 따로 있어
영어, 독일어, 슬로베니아어, 세 언어로만 안내를 한다고 하니
어설프긴 해도 '영어'쪽 가이드를 따라 줄을 섰다.
동굴이 너무도 넓고 길어
이렇게 생긴' 꼬마 기차'를 타고 15분간을 달려 들어가야
야마동굴의 핵심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동굴 속을 기차를 타고 달려가는 시간은
벽이랑 종유석에 머리가 닿을 듯하여 아슬아슬한 스릴도 있지만,
달리는 속도와 동굴 안의 습기로 인해 제법 추웠다.
꼬마기차에서 내려, 영어 인솔 가이드를 따라 들어가는 길~!
억겁 침묵의 시간 속으로 함께 스며 들어갔다.
동굴 내부는 가늠이 안 되게 넓고, 길이 복잡해서
가이드를 따라 한 방향으로만 움직어야 한다.
셀 수도 없는 긴 시간동안, 동굴이 만든 환상적인 예술작품을
만나러 들어가는 순간의 놀라움은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종유석은 위에서 시작되어 거꾸로 매달린 것들이고,
석순은 아래에서 자라 위로 올라가는 것들을 말한다.
따라서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면 석주가 된다.
그런데, 종유석이든 석순이든
1cm가 자라는데 100년씩의 시간이 걸린다.
햐~~아~~ 그렇다면 이 기둥들은
어둠 속에서 얼마나 셀 수도 없는 시간들을 살아내었단 말인가?
각기 다른 모습과 색을 지니며~~
고드름 같기도 하고,
가을날, 그늘에 말리는 씨래기 같기도 하다.
이 지구상에 72억이 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모든 종유석과 석순들은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었다.
더러는 거대한 성채 같기도 하고~~
더러는 추상화 같기도 했다.
어떤 신심 깊은 이가 쌓아놓은 돌탑 같기도 하고~~
한겨울 밤새 지붕을 타고 자란 고드름 같기도 했다.
더러는 사람의 형상 같기도 했고,
더러는 동물이나 괴물의 형상을 떠올리게 했다.
혹은 외계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모습도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는 곳도 있었고~~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통로도 있었다.
들어갈수록 기기묘묘했고~~
터키 카파토키아의 응회암들 사이를 걷는 느낌도 들었다.
버섯이 다닥다닥 붙은 것 같기도 하고,
걸쭉한 진흙물이 막 흘려내리는 것만 같아서
손을 뻗다가도 다시 거둬 들인다.
"절대로 손은 대지 마세요"
가이드의 날카로운 당부가 생각나서~~
사람의 손이 닿으면
더 이상 돌들이 자라지 않는단다.
생명이 없을 거라 생각한 돌들의 예민함에
거듭거듭 놀라며 걷는 길,
나는 자꾸만 마법의 나라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된 것들이 모여 있는 모습도 경이롭다.
어디선가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마법의 신전 앞에 선 느낌~!
수많은 촛대들이 금방 불을 켜 신전을 밝힐 것만 같다.
잠시 밝음과 어둠에 대해 생각을 했다.
인간의 눈이 밝음에 따라 진화한 것이라면
박쥐나 이 동굴에서 미세한 속도로 자라나는 생명들은
어둠에 따라 진화한 것들이 아닐까?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원칙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란 것이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의 아주 일부분일 것이라는...
거대한 브로콜리 같은 석순도 만나고~~
위에서 자라는 것인지, 아래서 자라는 것이지
분별이 되지 않는 경계에까지 왔다.
이 엄청난 작품들을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만들 수 있겠는가~!
한없이 쳐다보느라고, 목이 아픈 지경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들어갈수록 동굴 속 세상은
또 다른 작품들을 끝없이 펼쳐주었다~~
동굴 속 세상의 하루는
우리의 일평생과 같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다.
나는 점점 접신이 되는 무당처럼~~
어떤 환희와 열광의 도가니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레 날카로운 수십 개의 창날이 나를 향해 내려 꽂히는 느낌이 섬뜩했다.
아주 오랜 옛날, 구석기나 신석기의 어느 시절에
날카롭게 돌을 갈아 벼려둔 칼날이
천정에 박혀, 내 영혼을 내려치는 전율이 일었다.
아득한 수직 아래로 공간이 열리고~~
그 공간이 다시 빈틈없이 채우는 역동적인 힘줄들~!
필리핀 팔라완섬에 있는 천연 수중동굴과는 또 다른 화려함이다.
어둠 속에서도 아주 조금씩 쉬지 않고 자라는 생명들이 있다는 것은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놀라움이 있었다.
거대한 곤충의 화석 같은 것도 보이다가, 마침내~!
동굴 안에서 가장 넓은 공간, 일명 <콘서트 홀>이라 부르는 곳에 도착했다.
만 명 정도가 수용된다는 넓고 탁 트인 방으로 실제 이 곳에서 공연이 열렸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가
직접 여기서 지휘를 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동굴 안을 가득 메웠을 오케스트라와 관객들은 상상하면 참으로 환상적이다.
악기의 합주 소리와 관객들의 환호는 동굴의 울림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갔을 것이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동굴의 균열을 염려해 앞으로 당분간은 공연 계획은 없다는 가이드의 말씀~!
<콘서트 홀>에서 연결되는 천정 쪽으로는
수많은 국수 가락 같은 종유석들이 샹들리에처럼 반짝인다.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이것을 '스파게티'라고 표현하지만,
내 눈에는 은실들이 드리워진 것 같기도 하고,
빗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신부의 드레스에 붙어 찰랑이는 은구슬 장식인양,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면, 파도를 이루며 일렁일 듯하다.
너무도 황홀한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목이 아픈 것도 잊고, 한참을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다.
유럽의 웅장한 성당을 장식하는 기둥들 같은 석주들을 만나고,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기묘하게 만난 석주의 이름은
<로미와 쥴리엣>
머리가 끄덕여진다~~ㅎㅎ
아득한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 끝날 무렵엔,
무너진 고대 도시들의 화려했던 기둥들을 떠올리는 석순들도 보이고
뒤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전설이 생각나는 석순을 마지막으로,
잠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정신을 수습했다.
슬로베니아 야마동굴의 물속에서만 서식한다는 특이한 생명체,
올름(Olm)을 넣어둔 커다란 수족관을 보았다.
자세히 보면, 팔과 다리처럼 위와 아래에 가지 같은 것이 뻗어나와
손가락 발가락처럼 갈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서 일명 휴먼 피쉬라고도 하는데
수명이 약 80~100년이나 되는 일종의 도룡룡이란다.
관람용으로 잡아서 수족관에 넣어두는데,
어둠 속에서만 살던 생명체라 사람들이 빛을 밝히며 들여다보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빨리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3개월 정도마다 다른 녀석들로 교체해서 넣어놓는다는 설명에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바깥에 있는 기념품점에서 완구처럼 만들어 파는 '올름' 모형들~!
야마 동굴을 관람한 뒤,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마침내 최종 목적지 크로아티아로 갔습니다.
아주 작고도 아름다운 나라 슬로베니아는
그렇게 정해진 두 곳만 보고 작별을 했네요~~
다음 편부터는 살아서 가 보는 천국
크로아티아의 핵심적인 명소들을
하나씩 차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준비하는 과정들의 설렘과
돌아와서 되새김질하며 다시 느끼는 여운이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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