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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칸 여행기 3 - 크로아티아, 요정의 마을 <라스토께>
    여행 이야기(해외) 2015. 10. 29. 19:00


    슬로베니아의 포스토이나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을 달린 끝에

    마침내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과했다~~


    요즘 시리아 난민들이 발칸 쪽으로 엄청 넘어오기에

    시기상 아주 민감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지만,

    한국인들이라고 하니, 그래도 여권에 도장만 찍고 통과시킨다.


    드디어 크로아티아로 들어 왔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이며,

    살아서 가 본다는 천국 - 크로아티아로 진입했다.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쯤 되는 'ㅅ'자 형의 국토를 가졌다.

    왼쪽으로 아드리아해를 끼고 긴 해안선이 펼쳐진 천혜의 휴양지를 가졌고,

    오른쪽으로는 디나르 산맥을 따라 산악지대로 들어가며

    훼손되지 않은 자연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은 나라다.


    인구는 약 400만 명이 살고 있고,

    그 중 100만 명 정도가 수도인 쟈그레브에 밀집해 있다.

    산악지역을 이 곳 사람들은 일리리안 지역이라고 하며,

    해안지역은  달마시안 지역이라고 구분한다.


    인구 밀도는 주로 해안지대를 따라 밀집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일리리안 지역은 우리나라 강원도 첩첩산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 유명한 101마리의 개, 달마시안의 나라이기도 하다. 


    차창 밖으로 계속 비가 내리는 가운데 다시 2시간을 더 달려

    마침내 플리트비체와 가까운 라스토께에 도착했다.


    라스토께는 <꽃보다 누나>에서 알려진 마을로

    인구 100명 정도가 사는 정말 작은 마을이다.


    '라스토께'란 물레방아란 뜻이다.

    그래서 물의 요정이 산다는 마을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물줄기가 마을 앞으로 흘러간다.


    마을 안내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30가구 될까말까한 작은 마을이 온통 물로 둘러싸여 있다.

    날이 맑으면 옥빛 시냇물과 정갈한 정원들과

     청명한 하늘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으련만,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크로아티아의 우기는 12월부터하고 하는데

    이상스레 우리 여행기간엔 줄곧 비와 함께 하는 우기였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많은 비가 내린 듯

    마을이 거의 물줄기에 휩쓸릴 듯이

    물이 집앞까지 차올라서 거칠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을에 있는 시설들을 소개하는 표지판을 지나서~~


    관광안내소에서 입장권을 샀다.


    각국의 환영 멘트 중에 한국어도 있는 걸 보니,

    역시 여기도 꽃누나 이후로 한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증거~! ㅎㅎ

    이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앞으로

    관광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레스토랑겸 카페를 하는 곳으로 오니, 비 때문인지 사람 하나 없다.


    이 작은 마을은 아마도

    마을에 비해 엄청난 수량을 이용해

    전기도 만들고, 물레방아를 돌려 곡식도 빻고,

    기타 자원으로 쓰는 것 같았다.


    내 눈엔 집들이 물에 떠내려 갈 듯 위태로워 보이는데도

    우기때면 당연한 일인지 그냥 평화로움만 가득이다.


    맑은 날이면 앉아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 좋은 야외 탁자들이

    비를 맞으며 방치된 느낌이다.


    여기가 밀을 빻는 방앗간이다~~

    여기서 빻은 밀로 빵을 만들어

    맑은 날에는 관광객들에게 팔기도 한다.


    예쁘게 집앞을 화분들로 꾸며놓은 방앗간~!


    마을의 무슨 기념비 같은 것이

    거대한 연필처럼 우뚝 서 있다.


    한 켠으로 물은 마을을 삼킬 듯이 쏟아져 내리지만,

    그것도 내 눈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이다.


    비를 맞으며 계절에 맞지 않는 물봉선이 피어 있는데,

    색상은 우리나라랑 조금 다르다~~ㅎ


    집과 집을 건너다닐 수 있게 작은 나무다리를 걸쳐 두었고,

    별다른 울타리나 담장 같은 것들은 없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을

    작은 나무 기차 위에 태워 두었다.

    가만 보면, 오밀조밀한 장식들로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작은 동화나라 같았다.


    집집마다 잔디밭도 널찍하게 만들어 잘 가꾸어 두었다.


    경사가 진 곳마다 물줄기는 무서운 기세로 흘러가건만~~


    비를 맞으면서도 오리들은 여유롭게 놀고 있었고~~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받은)'사랑의 느낌을 간직하라'는 

    덕담을 덤으로 주는, 작은 정원으로 들어가면


    잘 가꾸어진 넓은 초지가 나오고~~


    한쪽으로는 작은 전시관 같은 것이 있고,


    비 맞으며 저 홀로 흔들리는 그네도 하나 쓸쓸하게 보였고,


    모처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도 하나 있었다.


    전시관을 잠시 보려고 다가갔다.


    사냥에 쓰는 것인지,

    나무로 만든 거위 조형물 같은 것이 걸려 있었고,


    이전에 쓰던 생활용품이랑 물레방아, 농기구 같은 것들을 모아 두었다.


    반대편에도 역시 평범한 생활도구들을 전시해 두었다.

    옷장, 재봉틀, 접시, 물항아리, 옷과 침대, 기타 생활용품들...


    거짓말 해서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를 연상시키는 나무 조각품도 있고,


    문어처럼 생긴 녀석도 있다.

    나란히 있는 걸 보면, 부부를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고~~ㅎㅎ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마을을 다 돌아보는 동안,

    사람 하나 만날 수 없었다.


    물레방앗간 집 추녀로 떨어지는 빗줄기 보이시는가? ㅎㅎ

    제법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동화 속 마을을 그렇게 걸어다녔다.


    물의 요정이 산다는 물의 마을 <라스토케>

    쏟아지는 물줄기와 자욱한 물안개는

    나름 환몽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멋있었지만,

     계속 비가 내리면 내일의 플리트비체를 갈 수 있을 것이지

    내심 걱정이 물안개처럼 어리는 저녁 나절이었다.


    마을의 귀퉁이에서 물줄기와 물줄기가 만나

    천둥소리를 내며 흘러가기도 했지만,

    급류로 인한 흐린 물빛깔이

    내 마음까지 흐려놓기에 충분했다.


    마을 안에서는 나름 물줄기는 제어하는 장치들이 있었다.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서

    물을 가두기도 하고, 빠르게 흘러 보내는

    그런 장치들이 있었기에

    오랜 세월, 나무로 만든 다리와 집들이 안전할 수 있었으리라.


    이 자리는 날씨만 맑았다면, 참 명당자리다.

    누구라도 앉아서 물길따라 마음을 풀어놓으며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그런 자리다.


    비에 젖은 의자 주위를 맴돌다, 마음을 접고 돌아선다.

    다시 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들~!

    물의 요정들이. 내게 베풀었던 풍요로운 물의 기억을 간직하며~~


    빗속에 앉은 집들은 주위 풍광과 함께 모두 한 폭의 그림이다.


    우산을 집어 던지고, 옆지기랑 닭살 포즈로 한 컷~!


    이번 여행에서 우리 부부가 유난히 닭살 포즈를 자주 잡았던 것은

    친구 부부에게 보여주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친구 남편 태도 좀 고쳐주려고~~


    친구 남편은 지나친 가부장적 사고와 행동이 몸에 배였다.

    젊은 날에 ROTC 장교 출신에, 삼성에 입사하면서

    회사에 몸을 바쳐, 이사까지 올랐다.


    그래선지 매사 아내에게 말투가 명령조다.

    이거 먹지 마,

    그렇게 하지 마,

    저거 가져 와,


    하다 못해 사진 찍을 때도,

    이리 와~!


    자꾸만 거슬려 듣다 못해 내가 한 마디했다.

    그런 말은 차돌이(그 집 강쥐 이름)에게 쓰라고~~


    내심 놀라는 표정이었고,

    합심으로 울 옆지기, 아주 마당쇠처럼 내게

    예~~ 마님~! 을 외치며,

    아주 공손하게 여행내내 나를 받들었다~~ㅋㅋㅋ


    너무 착한 우리 친구, 편 좀 들어 주려고~~

    호텔에 도착하니, 아주 비가 퍼붓는다.

    남자들끼리 비를 맞으며 가방을 다 내려, 방까지 룸서비스 시켜두고

    저녁 식사는 역시 빵이랑, 스프, 그리고

    우리 일행이 시킨 포도주 두 병,


    닭고기에 마카로니가 너무도 짜서~~

    대충 먹고, 사이드 메뉴로 송어구이를 주문했다.


    세로로 칼집을 넣어 그릴에 구운 것 같은 송어구이는

    그렇게 짜지 않았고, 기름도 빠져 맛이 좋았다.

    3마리 1Kg에 16유로~!

    가격도 적당해서 잘 먹었다.


    방으로 올라오니, 세상에~~

    이렇게 작은 호텔방은 처음 본다.

    싱글 침대 두 개로 꽉 찬 방은

    가방을 열 공간도 없을 정도로 작았다.

    난장이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잘 쉬었다.


    이날은 밤새도록 폭우가 내렸습니다.

    빗소리에 잠을 몇 번 깰 정도로

    거센 비가 계속 쏟아졌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예정된

    플리트비체를 보지 못할까 봐,

    걱정을 하면서도 그래도 잠을 푹 잤습니다.


    크로아티아에서도 이상 기후가 이어졌다는 그때,

    하필 우리가 여행을 간 것이지 뭡니까?

    에~~이~~ 모든 일진은 하늘에 맡겨두고

    이날 밤은 다락방 같은 작은 방에서

    도란도란 옆지기랑 이야길 나누다

    나도 모르게 골아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플리트비체는 입장 자체가 불가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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