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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여행기 5 - 베니스의 축소판, 트로기르여행 이야기(해외) 2015. 11. 3. 16:48
플리트비체에서 출발하여 3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아드리아해의 작은 섬 '트로기르(Trogir)'로 들어왔다.
산악지대(일리리안)를 떠나 해안지역(달마시안)으로 온 것이다.
8세기~10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중세도시로
섬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름다운 곳이다.
아주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날이 개였고
더불어 눅눅했던 마음까지 상쾌해졌다.
길가에는 올리브나무들이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고,
아직 수확하지 않은 올리브들이 엄청 달려 있었다.
선착장에는 작은 요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들이 자동차 하나씩 소유하듯이
이 곳 사람들은 요트 하나씩은 다들 가지고 있단다.
크로아티아 본토와 연결되는 이 다리를 건너면
작고도 아름다운 섬, 뜨로기르로 들어간다.
뜨로기르를 안내해 줄 현지 가이드를 기다리느라
근처를 잠시 서성거리며 구경했다.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뜨로기르는
작은 섬 안에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물 같은 곳이다.
헬레니즘 시대로부터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양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섬 안에 공존하는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베니스의 축소판 도시다.
도시 형성 과정에서 그리스인들이 정착했고,
15~18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지닌 섬은
이 곳만의 특별한 개성과 품위를 간직한 고풍스런 곳이다.
타원형으로 생긴 섬은 대체로
북문으로 들어가 남문까지 걸어가며 건축물들을 감상하고
남문 밖으로 나가, 아드리아 해안을 따라 연결된 도로를 따라
카메르렌고 요새까지 보고 되돌아오는 행로를 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노련한 우리의 현지 가이드는 우리를 역방향으로 이끌었다.
북문을 우회하여 중요 도심의 가장자리를 끼고 해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ㅎ
골목의 작은 상점에서는
해안 지방에 어울리는 화려한 옷과 가방, 장신구들을 팔고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질 좋은 석재가 유명한 나라라서
좋은 돌들을 많이 수출하기도 한단다.
미국의 백악관과 팬타곤을 만든 돌들이
모두 크로아티아에서 공수된 것들이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빈틈없이 올라간 돌담과 건물들,
짜임새 있는 퍼즐처럼 이어진 골목길들이 모두 돌로 되었다.
골목 끝자락에 드디어 바다가 보이고, 야자나무가 무성하다.
성 니콜라스 성당의 고풍스런 모습이 흐린 하늘과 어우러져
나는 중세의 어느 도시로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었다.
항구에는 멋진 범선이 정박 있었고, 야자수들 끝으로
멀리 카메르렌고 요새의 모습이 보인다.
요새의 겉모습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지금은 이벤트용 야외 극장으로 이용되고 있단다.
모처럼 개인 날,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낀 풍경들을 만나니 저절로 즐거워졌다.
건너편으로 아주 가까이 치오보 섬이 보인다.
그리고 해안에 정박된 제법 값비싸 보이는 요트들~!
그러니까 위치적으로 뜨로기르 섬은
크로아티아 본토와 치오보 섬 사이에 낀, 아주 작은 타원형의 섬이다.
그런데 그 섬 안에 걸작의 건축물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지고,
외부로부터 어떤 피해도 없이 그대로 간직되고 있는 중요한 곳이라
세계문화유산에 섬 전체가 등재되었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이제 우리는 성벽의 남문을 향해 걸었다.
아드리아해를 건너면 맞은 편에 이탈리아가 있다.
한적하고도 아름다운 중세풍의 도시 뜨로기르는
이태리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로 아주 인기가 있는 섬이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친구랑 둘이 나이도 잊고, 신나는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루치 궁전도 해안의 풍경과 어우러져 고풍스러웠다.
남문으로 들어서서 이제 세계문화유산의 진면목들을 만나러 간다.
그러니까 이전에는 섬 바깥쪽이 모두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다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넓은 광장이 하나 나온다.
바르바라 성당 앞에 세워진 커다란 중세풍의 시계탑이 있고,
시계탑 앞으로, 이바나파블라 광장이 펼쳐진다.
광장의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시청사 건물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헌법재판소다.
시계탑 맞은 편에는, 정교하고 아름답게 생긴 종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성 로렌스 성당~!
크로아티아의 최고 건축물 중의 하나로
로마네스크 기법에 다른 양식이 덧붙여졌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세련되고 절도있는 모습이다.
성당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정교한 조각들은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일 듯이 선명하다.
왼쪽 입구에 서 있는 사자상 위의 이브 조각과
오른쪽 입구에 보이는 사자상 위의 아담~!
그리고 아치형의 문 위에 보이는 조각은
예수의 탄생과정을 자세하게 새겨놓은 작품들이다.
사자는 베니스를 상징하는 문양이다
지금도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을 고수하듯이
로렌스 성당이 베니치아 공화국 지배 시절에 만들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런 것 보면서 시간 다 보내느라고
성당의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 트르기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중요한 풍경을 놓치고 말았다~~ㅠㅠ
일행들과는 시계탑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각자 헤어졌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작은 섬을 골고루 돌아보려면, 나름 바삐 움직여야 했다.
시계탑 오른쪽에 있는 헌법재판소 건물은
장중한 코린트식 기둥이 건물을 떠 받치고 있어,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전면에 보이는 부조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조각가 이반 메스트로비츠 가 조각한
주교 페트루 베리스라비츠 상이라고 한다.
광장의 한쪽에서 손수 만든 것이라며
식탁보를 팔고 있던 짚시 아주머니에게서
나는 또 식탁보를 하나 사고 말았다.
50유로 받아야는데, 35유로에 해 주겠단다.
그런데 결국 10유로에 살 수 있었다~~ㅎㅎ
가로, 세로 1M쯤 되는 린넨에 수도 듬성듬성 놓은 것이라
그 정도 가격이면 크게 싸지도 않은 것이었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들도 아름다웠지만,
사이사이 펼쳐진 노천카페의 모습도 한가롭고 평온했다.
아드리아해에서는 예로부터 산호가 많이 생산되었단다.
화려하게 보이는 붉은 산호를 많이 소유하는 것이
지금의 금을 보유하는 것만큼 가치있는 재산으로 여겼다고 한다.
기념으로 작은 산호 귀걸이도 하나 사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이것저것 믹서한 아이스크림도 맛 보고~~
미장원도 기웃거려 보면서~~
그렇게 골목골목을 걸어 다녔다.
이 골목의 바닥은 모자이크처럼 정교하다.
골목 안에는 온갖 종류의 가게들이 모두 있었다.
내 치수에 딱 맞아 보이는 집시풍의 여름 반바지가 걸려 있어
사이즈를 물었더니, 허리가 고무로 되어 프리사이즈란다.
가이드의 말로는 일단 반으로 값을 깎은 다음,
조금씩 올려주면서 주인이 화를 내면서
가라고 할 때까지 흥정을 하란다.
근데 200쿠나 붙여 놓은 바지를 100쿠나에 샀다~~ㅎㅎㅎ
건물 사이사이에 걸쳐진 빨랫줄 보이시는가?
보통은 여기에 빨래들이 색색이 널려 흔들리는 광경을 보았는데
우리가 왔을 때는 날이 흐려 그런지
빨래는 하나도 널려 있지 않았다.
어느 카페의 안마당에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정원 전체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미로 같은 골목 구경이 끝날 즈음에~~
북문이 보였다.
이제 섬을 한 바퀴 완전히 돌아본 셈이다.
북문 위에는 마을의 수호신
성 이반 오로시니(St Ivon Orsini) 성인의 조각상이 서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굽어보며 축복을 내리는 것 같았다.
성문을 나와, 작은 다리를 건너면
아주 작은 재래시장이 저녁 장을 열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재배한 것 같은, 별로 이쁘지 않은 당근과 과일과 푸성귀들~!
그리고 직접 짜 왔다는 익스트림 올리브 오일들
빨간 뚜껑이 달린 병 하나에 약 만 원 정도를 달란다.
작은 재래시장의 규모에 비해서 아주 비싼 값이다~~ㅎㅎ
사실 과일도 시고, 텁텁하니 맛이 없었다.
말린 살구 봉지 하나만 사서 돌아나왔다.
버스터미널로 연결되는 해안을 따라 걸으며~~
내일도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마음으로 기도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어둠살이 내린다.
방에 올라와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고~~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서 또 하룻밤을 보냈다.
밝은 햇살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모처럼, 비가 오지 않는 하루를 고풍스런 건축물이 가득한 섬에서
증세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이 보냈습니다.
내일은 두브로브니크로 떠납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두 곳,
플리트비체와 두브로브니크~!
플리트비체는 비로 인해 제대로 만나지 못했지만,
발칸의 F4의 마지막 여정
두브로브니크는 빛나는 태양과 함께 그렇게 만나고 싶네요~~ㅎㅎ
늦가을의 주말, 모두들 의미있게 보내세요~~
따뜻한 차 한 잔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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