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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칸 여행기 1 - 뮌헨에서 슬로베니아까지
    여행 이야기(해외) 2015. 10. 25. 18:52


    결혼 28주년 기념 여행을 올해는 특별히

    살아서 가 본다는 천국 <크로아티아>로 정했다.

    그것도 결혼하고 처음으로, 방학이 아닌 아름다운 계절에

    결혼기념일 맞추어 몇 달 전에 예약을 해 두었다.


    12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기내식 두 번에 간식까지 먹이면서 11시간을 비행한 끝에

    뮌헨공항에 우리 일행을 내려주었다.

    이번 여행의 일행은 다섯 명,

    친구 부부랑, 남편 친구 한 분이 함께 했다.


    직항 전세기를 타고 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경로는

    비행기 삯이 너무도 비싸

    갈 때는 뮌헨에서 내려 자동차로 오스트리아를 거쳐 슬로베니아로 들어갔고,

    돌아올 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택했다.


    독일의 뮌헨 공항에 내리니 비가 내렸고, 기온이 제법 싸늘했다.

    도착 시간은 우리 시간으로는 밤 11시 30분

    7시간의 시차가 생기니, 현지 시간으로는 오후 4시 30분이다.

    (10월 말까지 썸머타임 적용이 끝나면 8시간 시차)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는 길 양쪽으로

    단풍이 든 마로니에 나무들이 고운 자태로 도열해 있다.

    뮌헨의 마로니에를 사랑했던 전혜린이 잠시 떠올랐다

    .

    젊은 날, 내 영혼을 사로잡았던 여인~!

    열정과 광기로 불꽃처럼 살다 짧은 생을 마감한 전혜린이

    독일 유학 시절의 이야기를 수필로 출간한 책이

    그 유명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였다.


    후에 고국으로 돌아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남편 김철수 교수와 6살의 어린 딸을 남겨둔 채,

    설흔 둘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란 수필집이 발간되었고

    그 책의 한 귀퉁이에서 나는

    그녀가 또 다른 사랑에 빠져 삶을 마감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60년대 한국에서, 이 머나먼 나라까지 유학을 온 여학생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헤르만헤세와 편지를 주고 받기도 한 그녀는

    타고난 문학적 재능이 있었고,

    젊은 날의 내게는 그것이 추종하고 싶을 만큼 강렬한 끌림이었다.


    뮌헨에서  1시간쯤 달려내려오면' 아우구스부르그'가 있고

    그 곳을 지날 즈음엔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계속 눈을 뜨고 있으려니

    눈이 아리기 시작했다.

    노을 탓이었는지, 내 감성의 늪에 빠진 마음 탓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날씨는 비 오다, 흐리다, 또 개이기를 반복하는 변덕을 부렸고~~


    아우구스부르그를 지나 30분쯤 더 달렸을까?

    마침내 예약한 호텔이 있는' 쿤쯔부르그'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의 마로니에들은 훨씬 진한 단풍이 들어

    잎사귀들을 떨구기 시작했다.


    이 날은 예약한 <유로 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작은 마을에 어울리는 소박한 호텔이다.


    도착한 날 저녁 식사와,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해결한 다음,

    우리는 다시 오스트리아를 지나 슬로베니아까지 달려갈 예정이다.


    그 유명한 고속도로 - 독일의' 아우트반'이다.

    속력 무제한으로 질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속 100Km를 지키며 달려야 한다.


    평범하게 보이는 왕복 6차선의 이 고속도로는

    독일을 유럽의 블랙홀로 만드는 것에 일조했다.

    동서유럽을 관통하는 지리적 위치 덕분에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혹은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엄청난 물류들을 유통시키는 관문이 되었으며

    독일의 여총리 앙겔라 메르켈을 EU국가의 대통령이라 불리게 만들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들은 2시간마다 쉬어가게 법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어

    우리도 약 2시간을 달린 끝에 한 휴게소로 들어갔다.


    커피도 한 잔 마시고,

    70센트를 내고 화장실도 이용했다.

    (화장실 한번 사용하는 비용이 우리 돈으로 약 1,000원이니 비싼 값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화장실 이용료와 식당에서 물값을 따로 받는다.

    하지만 올 때마다 나는 이것이 부자연스럽다.


    오늘의 점심은 오스트리아로 넘어가서 짤쯔부르그 근교에서 먹기로 했다.

    독일 남동쪽 국경을 향해 한없이 달려간다.

    그림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는 사이로 간간이 빗방울이 듣는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그림 같은 호수 킴제호(Lake Chiemsee)를 왼편으로 보며 간다.


    드디어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간단한 수속으로 국경을 통과해 오스트리아로 넘어왔다.


    북쪽으로 갈 수 없으니, 섬나라에 해당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즐거운 일을 유럽에서는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간단한 통과절차만 거치면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바로 국경을 통과하는 EU의 나라들~!

    다시 신나게 달려갔다.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니 우뚝우뚝한 산들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알프스는 스위스에서 시작되어 독일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까지 연결되어 있다.

    해서, 이런 산들도 알프스의 한 자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수시로 바뀐다.

    빗방울이 듣던 날씨는 국경을 넘어서자 바로 청명한 하늘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짤쯔부르그 근교, 작은 마을의 식당이 보인다.

    식당 너머로 여전히 우뚝한 산자락들~!


    국화와 호박으로 장식되어 있는 소박한 식당 입구


    햄버그스테이크를 주문해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점심~!

    샐러드와 과일을 제외한 조리한 음식들은 너무 간이 짜다.

    감자도 스테이크도 많이 짠 탓에 채소랑 비벼 겨우 먹었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는

    자연상태로 키운 것이라 정말 맛이 없다.

    터벅거리며 시고, 껍질도 두껍다.


    그래도 점심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었다가

    오후에는 슬로베니아의 국경을 넘어야 한다.


    슬로베니아로 넘어왔다.

    여기서부터 이제 발칸반도의 시작이다.


    발칸의 9국은 이전의 유고연방을 말한다.

    유고연방이 해체되면서 90년대 들어서 작은 나라들이 각기 독립을 선언하게 되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등 발칸 9개국이 탄생한 것이다.


    발칸반도를 흔히 '유럽의 화약고'라고 부른다.

    특히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내전으로 인한 엄청난 상처와 코소보 사태~!

    그 내부에는 정치보다는 종교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지금은 휴화산이지만, 언제 터질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이라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도로도 건설되지 않은 나라들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주목적지는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다.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슬로베니아의 블레드(Bled) 호수~!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내려 만들어 낸 호수는

    맑은 날이면 매혹적인 옥빛으로 반짝이지만,

    이 날은 비가 내리고 있어 잿빛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성모마리아 성당(성모승천 교회)이 보인다.

    호수 가운데 자연적으로 형성된 섬 위에 성당을 지은 것이다.

    작은 목선을 타고 저 곳으로 들어가는 방법 하나 밖에 없는데

    폭우가 쏟아지거나, 바람이 거센 날은 배를 띄우지 않는다.

    다행스럽게 이 날은 배가 운행되고는 있었다.


    전통 목선의 이름은 <플레트나>

    130년의 전통을 가진 수제품으로 블레드의 남자들만이

    이 목선의 뱃사공 자격이 주어진다.


    배 양편으로 길게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고,

    단단한 등받이도 달려 있으며, 

    햇빛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컬러풀한 차양막까지 달려 있다.

    최소 10명이 되어야 배를 띄우기에

    사람들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거나, 단체로 가는 편이 유리하다. 


    우리 일행을 태운 목선의 뱃사공은 알렉스란 미남이었다.

    안녕하세요?

    일어나지 마세요~~

    등의 간단한 한국말을 하는 걸 보니,

    한국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온다는 걸 느꼈다.


    고색창연한 성모마리아 성당을 배경으로

    산에서부터 자욱한 운무가 내려오고 있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성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었다.


    입구에 도착하면 99개의 계단이 이어져 있고

    계단 끝에 달린 종을 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전해온다.


    성당으로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면

    수채화 같은 풍경이 하나씩 펼쳐져 있다.


    건너편의 풍경들도 구름이 묻혔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더러는 호수의 풍경을 반영시키고는 했다.


    계단의 중간쯤에도 성모상과 아기 천사들이 앉아 있었다.

     

    거의 다 올라서서 내려다 본 호수는, 깊고 고요하기는 했으나

    맑은 물빛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성당을 참배하려면, 얼마간의 헌금을 내야한단다.

    재정상의 어려움 때문인지는 몰라도 야박하게 느껴진다.

    참배를 하면서 헌금을 하거나 보시를 하면 자연스러울텐데...


    그냥 바깥에서 한 바퀴 돌아본다.


    성당 유리문 너머로 종을 치며 소원을 비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며 지나친다.


    소녀상은 비를 맞으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포도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긴 넝쿨을 만들어 건물을 뒤덮고 있다.

    포도 잎사귀가 무성할 때면, 건물을 잎으로 덮어 푸르른 장식을 하리라~~


    다시 목선을 타고 돌아 나온다.

    비 오는 날씨에도 사람들을 너무 가득 채워서

    가장자리 앉은 사람들은 우산을 펼쳐야 할 정도다.

    사람 수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일인당 10~15유로면 탈 수 있다.

    거리에 비하면 엄청 비싼 값이다.


    절벽 위의 블레드성이 보인다.

    성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로 연결된다.


    이전에 김일성 주석이 블레드를 방문했다가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그 아름다움에 빠져서

    2주를 더 머물렀다 갔다는 곳이다.

    누구라도 마음을 빼앗기는 그런 아름다운 곳~!


    블레드 성앞으로 올라오니, 다시 운무가 자욱하게 내려온다.

    어둑한 성곽 주변으로 등이 켜지고, 어딘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블레드(Bled)란 어휘 자체가 '피 흘리다'란 뜻의 bleed의 과거형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를 풍긴다~~ㅎㅎ

     

    성 안으로 들어오니 의외로 깔끔한 분위기다.


    안개 자욱한 호수를 배경으로 한 컷~!


    안개 자욱한 호수 멀리로 성모마리아 성당이 보인다.

    날이 맑으면 비취빛 호수를 배경으로, 또 다른 매혹적인 풍경을 보여주겠지만

    흐린 날은 흐린대로 수채화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성안의 한 쪽에는 활자 박물관이 있어

    주문하는 이들에게 이름을 즉석에서 활자로 찍어주기도 한다.


    다른 한 쪽에는 와인 저장고가 있고, 저장 중인 와인들을 판매한다.


    수도사 복장을 한 분이, 와인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와인들의 특징을 설명하며 판매한다.

    예전엔 수도사들이 와인을 만들어 팔아 수도원 운영자금을 마련했다고 한다. 


    절벽 위의 성안인데도 우물이 있다~~ㅎ


    비에 젖은 성을 뒤로 하고, 어둠이 내리는 길을 걸어 내려왔다.


    호텔 <Epicenter>에서의 저녁 식사

    돼지고기 스테이크인데, 너무도 짜서 밥이랑 고기 조금 먹다가 포크를 놓았다.

    샐러드랑 와인 조금 맛 보고는 객실로 올라와 컵라면을 하나 먹고는 잠들었다.

    유럽 쪽은 거의 다 호텔에 포트가 없으므로 한국에서 가져가야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포트랑 전기 매트를 꼭 챙겨 간다.

    이번에도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ㅎㅎ


    여행기 1부는 블레드에서 마칩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도 하지만,

    예기치 못한 복병들을 만나,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너무도 짠 음식들,

    맛 없는 과일들,

    도와주지 않는 날씨,

    흡연에 너무도 너그러운 분위기로 온통 담배 피는 남녀들,

    오랜 공산치하에 있었던 사람들의 무표정함...


    사진 정리되는 대로, 2부를 올리겠습니다.

    긴 여행에서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았고,

    시차도 적응하지 못해 늘 졸리네요~~ㅎㅎㅎ

    좋은 가을 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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