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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서안/구체구 여행기 3 - 물빛의 마술에 걸리다 <구체 풍경구 2>
    여행 이야기(해외) 2014. 8.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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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다녀온다고 일주일 정도 쉬었더니

    이야기 맥이 끊어진 것 같아 한참을 기억의 더듬이 촉수를 세웠다.

    앞의 이야기에 이어 측사와구의 오채지로 넘어간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맨 먼저 오른쪽 가지 쪽으로 가서 일측구쪽을 보았고

    그 다음으로 왼쪽 가지의 장해까지 보았으니,

     이제 걸어서 오채지로 내려간다.

    황룡 풍경구의 오채지랑은 이름만 같지 풍경은 많이 다르다.

     

     황룡의 오채지는 석회 연못이 다랭이논처럼 이어져

    연못마다 다른 물빛을 품고 흐르는 모습이 특이했다면

    구채구의 오채지는 그렇게 다양한 물빛이 보이지도 않았고

     연못의 물빛이 맑기는 해도, 물이 말라 별나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저 너무도 많이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고즈넉한 분위기라야 풍경도 깊이있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법~~  

      사람들 틈을 헤집고 살살 걸어나오니

    다른 각도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연못의 물이 가득차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무리 보아도 다섯 가지의 물빛은 헤아리기 어렵다.

     

    쪼그리고 앉아 얄팍한 돌로 물수제비 뜰 듯한 자세로 보니

    서너 가지 빛깔로 보이기는 하다.ㅎㅎ

    물빛도 농담(濃淡)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잠시 잊은 모양~~

     

    새벽 6시에 간단한 아침을 먹고 6시간을 걷고 보니

    지치기도 하고, 허기가 진다.

    그래도 이 날은 베낭에 먹을 것들을 챙겨가서

    어느 정도의 허기는 면할 수 있었다.

     

    락일랑 폭포에서 가까운 락일랑 레스토랑으로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더니, 마침

    장족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허기졌던 일행들에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족했던 점심식사~!

    골고루 많이 먹고 남자분들이 시원한 맥주를 주문했지만,

    냉장고 시설이 없어 그냥 미지근한 맥주가 나온다.

     

    구채구는 평균 해발 고도 2,500m~!

    황룡 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기온이 거의 추운 곳이라

    추위에 대한 대비만 잘 되어 있을 뿐,

    더위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다고 한다.

     

    기름진 식사를 하고 보니, 커피 한 잔이 간절해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 믹스 커피를 타 먹었다.

    구채구에서는 믹스 커피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한국에서 꼭 챙겨가야 할 종목임을 강조한다.

     

    커피 믹스의 봉지가 터질 듯이 빵빵해 있는 것이

    산소 부족한 곳임을 알게 해 주어 재미있기도 하다.

    점심 식사 마치고, 1시 무렵 낙일랑 폭포로 간다.

     

     높이는 그리 높지 않으나(약 25m 정도)

    폭이 320m에 달한다는 중국 최대 규모의 <낙일랑 폭포>

     

    '낙일랑'이란 말은 티베트어로 '웅장하다'란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건조한 시기라서 수량이나 폭이

    그렇게 웅장하지는 못한 모습이라는데~~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도 포토죤에 올라 앉아

    사진 한 장 얼른 찍고 내려왔다.

     

     가다가 돌아봐도, 또 앞을 향해 걸으며 봐도

    폭포는 정말 웅장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나면 얼마나 더 웅장할 것인가를 상상하니

    문득, '악마의 목구멍'이란 별명을 가진

    아르헨티나의 이과수 폭포가 떠오른다.

     

     일측구 쪽의 진주탄 폭포와는 또 다른 멋이다.

    포말에서 날아온 수증기 같은 물방울들이

    머리랑 옷을 축축하게 만들어주는 청량감을 즐기며 걸었다.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끝자락을 따라 한참을 걸어 내려왔다.

    물에서 품어져오는 냉기가 곁에 걷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한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말해주는 일화 하나,

    이전에 사진을 찍으려고 난간에 올라간 아이가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떨어졌는데,

    그 아이를 구하려고 물속으로 들어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였다고 한다.

     

    한참을 걸어내려와 다시 잔잔하게 고인 큰 호수를 만났다.

    노호해(老虎海)

    가을에 단풍이 들어 호수에 비치면

    그 모습이 늙은 호랑이의 호피 무늬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호수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비탈진 계곡을 따라서 천둥 소리로 흐른다.

     

     락일랑에 비하면, 아주 작고 소박한

    <수정 폭포>를 마지막으로

    이제 우레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은 만나지 못한다.

     

    한낮의 온도는  30도에 이르지만,

    숲속으로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지는 날씨,

    그리고 물을 따라 걸어가면, 물의 시원함이 전해져

    더운 줄도 모르고 물과 경치에 빠져 내려왔다.

     

    걷다가 쳐다보는 하늘은 호수 물빛이 거꾸로 비친 듯 투명하고

    둥실둥실 떠 다니는 구름조차 평화롭다.

    나무들은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듯 자유롭게 가지를 펼치며 흔들리고

    어디로든 둘러보는 시선은 맑고 아름다움이 가득한

    이 곳이 바로 살아서 간다는 지상의 천국, 샹그리라가 아닐까~!

     

    높은 고도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하다는 이 곳은

    2~3일 머무는 동안, 한번은 비를 만난다는 데

    감사하게도 우리에겐 늘 맑은 날씨만을 선물했다.

     

     두번째 장족 마을이라는 마을을 곁에 두며 걸어오는 길,

    저기서도 뭔가를 팔고 있을 법한데

    우리 가이드는 더 이상 쇼핑을 권하지는 않았다.

     

    이 마을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으면

    물건을 들고 나와, 끝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웬만해서는 관광객을 데려가지 않는단다.

     

    어찌 생각하면 그런 끈기가 있어야,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지 않았을까 싶다.

    풍경이야 참으로 아름답지만, 사람이 살아가기엔

    물질적으로 많이 척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대충 스치고 지나왔던 수정구의 호수들이 펼쳐진다.

    5Km에 걸쳐 19개의 다양한 호수들이 존재한다.

     

    공중에서 보면, 누운 용의 모습이라

    와룡해(臥龍海)라 불리는 호수다. 

     

     이 호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다.ㅎㅎㅎ

    뜰채로 뜨면 금방 한 바구니 잡을 것 같다고 하니

    우리 가이드 말이

    석회연못에 사는 물고기는 석회질을 품고 있어

    사람들이 먹지는 못한단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이 물을 마시고

    이 물고기들 잡아 먹고 살지 않을까?ㅎㅎ

     

    종일을 물과 함께 걸으며 보고 또 보아도

    물빛은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내세(來世)에 몇 번의 삶이 더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 중의 한번쯤은 구채구의 물이 되고 싶다.

     

    육신을 벗어난 영혼이 떠돌다가

    구채구의 눈이 되어 설산에 내린 다음에

    언젠가 물이 되어 720Km에 이르는

    크고 길고 깊은 계곡을 흘러내리고 싶다.

     

    그 물빛을 쳐다보는 모든 이들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더불어 함께 행복한 그런 매혹적인 물이 되고 싶다.

     

    화화해(火花海) - 불꽃바다 

    물에 비친 산의 잡목들이 모두 단풍이 들면

    지금은 푸른 산그림자가 불꽃놀이 하듯 아름답게 반짝인다니~~

    그런 장관을 보고 싶은 이들은

    가을에 구채구로 가 보시기 바란다.

     

    하지만, 10월 10일 이후로 가기를 권한다.

    중국의 국경절을 비롯해 거의 10일간 쉬는 이 기간에는

    하루에 10만 명 이상이 입장을 하기에

    사람에 밀려 마음대로 걷지도 못할 뿐더러

    사람 머리랑 엉덩이 구경만 하다가 돌아온다고 하니~~ㅎㅎ

     

     너무도 투명한 물 아래에는

    여전히 평화로운 물고기의 유영~!

     

    나는 이 물빛들을 정말 오래도록 기억하지 싶다.

    시간과 계절에 따라서, 

    혹은 물의 깊이와 농담(濃淡)에 따라서

    햇살의 방향과 기온에 따라 달라지는 물빛들~!

     

    장족들이 만들어 파는 수공예품을 하나 살까 하고...

    이리저리 둘러보는 중에

    가이드가 여긴 비싸다고 그냥 가잔다.ㅎㅎ

     

     이제 입구로 나온다~~

    아쉬워서 자꾸 뒤돌아보니~~

     

     아침에 그토록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

    지금은 너무도 여유롭고 한적하다.

     

     입구쪽의 그늘에는 이곳 사람들인 듯 싶은 중국인들이

    아주 자유롭게 여가를 보내고 있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여행온 듯 싶은 이들도

    나무 그늘에 더러 눕기도 하고, 편하게 쉬고 있다.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향하여

    다시 여행을 떠나겠지~~

    다시 보지 못할 이 곳이 아쉬워서, 자꾸자꾸 돌아본다.

     

    호텔로 돌아오는 중간에 위치하는 작은 시장에는

    온갖 것들을 진열해두고 판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한 곳이라,

    이곳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수시로 정전이 되고는 한다.

     

    아주 싱싱하고 맛나 보이는 복숭아 10개에 20위엔

    우리돈으로 약 3,500원 정도로 싸고 맛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잘 나눠 먹었다.

     

    어린 조카를 위해 산 앙증맞은 팬더곰 조끼

    아까 비싸다고 한 곳에서는 50위엔을 부르더니

    여기에선 30위엔에 샀다.

    우리 돈 5,500원 정도니 정말 싸고 이쁘다~!

     

     모처럼 햇살이 남은 시간에 호텔로 돌아와

    빨래도 해 널고 잠시 쉬었다.

     

     구채구의 호텔에는 냉장고가 없다.

    그리고 차도 잎차만 있지, 커피 같은 것은 없다.

    그러니 커피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한국에서 충분히 챙겨가길 바란다.

     

    가이드 말이, 구채구의 호텔을

    절대로 중국의 다른 곳과 비교하지 마란다.

    하기야 이렇게 깊고 깊은 계곡 속, 산자락에

    이런 호텔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이런 저녁을 먹고, 모처럼 호텔 부근을 산책했다.

    근처에 있는 조그만 탑에서 탑돌이도 하고,

    아주 작은 마니차도 돌리며

    잠시 구채구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차가 1시간 나서 그런지

    8시가 훨씬 지나서야 해가 진다.

     

    이제 내일 이른 새벽에 이곳을 떠날 것이다.

    여기서 만난 꿈같은 풍경들을

    아마도 가끔씩 그리워하지 싶다.

     

    구채구의 물빛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리워할 것이다.

    깊이와 햇살의 각도에 따라 농담(濃淡)을 달리하는 물빛~!

    물의 나이테가 만든 연못의 위치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물빛~!

     

    석회질에 감겨 물속에서 나무 미이라가 되어가던 죽은 나무들이

    지구의 깊은 지층 속에서 오랜 세월 열과 압력으로

    단단한 나무 화석이 되어 가는 듯한 모습으로 남아

    내 기억도 함께 화석을 만들어 줄 것만 같다.

     

    구채구 여행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서안의 역사기행은 옆지기 여행기로 대체합니다.

     

    중국은 워낙 광활한 땅을 소유하다 보니,

    역사적으로 수많은 왕조들이 명멸하였고

    지금은 그들의 유적만 팔아도 엄청난 국고를 보충할 수 있기에

    도덕이나 인륜, 기본적인 예의범절 같은 것을 제쳐두고

    그저 모든 것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기에 급급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느리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어 놀아났던 이야기가

    무슨 그리 큰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가무쇼를 만들어 입장료를 50,000원씩이나 받고

    한번에 수백 명씩을 입장시키며 대단한 흥행을 만들고 있는지...

     

    출생이 아주 의문스런 진시황이란 황제도

    13살에 왕위에 올라, 불로초를 구해서 오래 살려고 온갖 발버둥을 쳤건만

    나이 50에 자신이 이룬 대국의 거대함을 순시하러 나갔다가

    길에서 병을 얻어 겨우 50의 나이에 객사하고 맙니다. 

     

    재위 37년을 통털어 만들었다고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진시황릉과 병마용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혹사시키고 죽음으로 몰아 넣었을까요?

     

    저는 이렇게 부도덕하고 비인륜적인 유적들은

    아무리 거창하고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제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물의 여행기를 마칩니다.

    부디 내세에 한번은 구채구의 물이 되기를...

    짜시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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