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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골 정월 약초장 담갔습니다~^^약선요리방 2018. 3. 3. 19:26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오늘 정월 열엿새, 말날(甲午)이라
울집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장담그기했답니다~~ㅎㅎ
준비는 일주일 전부터 조금씩 했지만,
본격적인 작업은 어제부터였네요~~
그동안 하나씩 준비해 둔 약초 14가지를 꺼내어
씻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류했습니다.
구증구포해 둔 측백나무 열매랑 몇 가지 버섯들,
말려 덖어둔 겨우살이는 씻지 않고 그냥 넣었어요~~
작년에는 준비가 부족해
약초 8가지를 끓여 장을 담구었지만
올해는 14가지로 늘었습니다.
가마솥에 장작불 피워 약초물 끓이는 동안~~
2차 발효를 마친 메주를 부엌으로 데려와
두 달동안 매달려 달라붙은 먼지를 씻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메주향이 어찌나 좋은지
계속 혼자 감탄을 하면서 씻고 건지고...
아마 장맛도 특별히 좋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면서
마음이 엄청 설레고 즐거웠네요~~ㅋㅋ
약초물이 끓어오르면 불조절을 시작해
은근한 불로 6시간을 달였습니다.
온도 조금 식힌 후에, 토판염을 풀어 밤새 녹였답니다.
작년보다 훨씬 진한 약초물이네요~~
어젯밤의 정월 대보름달이 어찌나 크고 환하고 아름답던지요~~
작은 소반에 조기 한 마리 구워 올리고
나물 몇 가지, 오곡밥 한 그릇, 과일 몇 개, 찹쌀 이양주까지 차려
한 해 가족들 건강과 소망을 빌었답니다.
물론 울집 장도 아주 맛나고 향기로운 장으로 장 익게 해달라고도...ㅋㅋ
오늘 아침에는 작두로 통황태 3마리를 잘라
면보주머니에 넣어 준비해두고~~
깨끗이 씻어 햇빛 소독해 둔
장항아리에 마지막으로 짚불소독을 했습니다.
볏짚을 돌돌 말아 횃불처럼 만들어
끝자락에 불을 붙였어요~~
그리고 항아리 안으로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돌려주는 시간이 20초나 걸렸을까요?
볏짚은 들어내어 버리고
항아리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참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항아리 안에 남은 볏짚향과 연기가
항아리 내부를 서서히 돌며 빠져나오는 시간이
거의 10분 이상이 걸리면서
햐~~~ 아~~~ 그 특이하던 볏짚향기~!!!
이래서 우리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항아리 바닥에 떨어진 볏짚 태운 재를 다시 닦아내고,
면보에 넣어둔 황태를 맨 밑바닥에 넣고~~
그 위로 차곡차곡 메주들을 올렸습니다.
열 말들이 항아리에 절반쯤 메주가 쌓였습니다.
약초찌꺼기까지 모두 걸러 소금물을 만들었지만,
장항아리 넣으면서
삼베보자기에 2차로 걸러가며 소금물을 부었습니다.
메주 다섯 말에
소금물 여섯 말 반을 넣었어요.
간장맛이 진하게 우러나라고, 소금물을 조금 적게 부었답니다.
소금물 붓는 내내 메주 향기가 저를 즐겁게 만들었지요~~ㅎㅎ
소금물 붓기가 끝나고
불에 달군 참숯도 몇 개 띄우고~~
농사지어 갈무리해 둔 대추랑 말린 고추도 띄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깨끗이 닦은 다시마를
소금물에 씻어 이불로 덮었습니다.
소금물 위로 메주덩이가 떠오르는 것도 막아주고
다른 이물질로부터 장항아리 속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장맛을 깊게도 만들지요~~ㅎㅎ
장가르기하고 난 뒤에는 버리지 말고, 된장을 덮어주면 됩니다.
면보자기 덮어 주고,
2년 만에 어렵게 구한 뚜껑을 덮었습니다.
100년도 더 된, 유서깊은 울집 열 말들이 장항아리~!
마침내 장을 품고 햇빛 가장 잘 드는 양지에 앉았습니다.
이제 아침, 저녁 지나다니며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쓰다듬고
맛나고 향기로운 장으로 익어가라고
자주자주 추임새 넣어주면 됩니다~^^
오늘 저녁에는 상큼하게 입맛 살려주는
멍게 한 접시 상에 올리려고 합니다.
한 해의 제일 큰 행사 잘 치루었으니
열심히 일한 저자신에게도 칭찬과 상을 주려고요~~ㅎㅎㅎ
친구가 베트남 다녀오면서 선물로 보낸
유명한 베트남 다람쥐똥 커피도 한 잔 내려마시고,
오늘 저녁은 푹 쉬려고 합니다~^*^~
갑자기 오른 기온으로
오늘 낮에는 땀이 등이 배이는 걸 보니,
울집 꽃밭 귀퉁이에 동강할미꽃이 곧 피어나지 싶습니다.
할미꽃 피면 사진 올릴게요~~
평온하고 행복한 저녁 맞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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