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밑반찬 배달봉사 이야기 2019. 8. 27. 16:49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보현골로 이사온 지 꼭 3년이 지났네요~~ㅎ
지난 7월 7일이 3주년 기념일이었답니다.
올해로 들면서, 뭔가 우리 부부가
마을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아
함께 의논한 것이 있었습니다.
자식들이 다 있지만, 대처에 나가 살고
홀로 남아 사시는 할머니들 중에
거동이 불편하고, 너무 연로해
스스로 식사를 챙겨드시는 일이 힘겨운 분들을 골라
한 달에 한번이라도 밑반찬 배달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2월의 끝무렵에 면사무소랑 이장님들에게
추천받은 몇 분의 집을 가정방문해 실사를 했습니다.
그 중에 네 분을 선정해 3월부터 밑반찬 배달을 시작했답니다.
그동안 했던 일들은 생략하고
8월부터 기록을 남겨보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고기반찬 한 가지는 꼭 넣고
나머지 소화 잘 되고, 치아 부실한 분들 위한 찬을 네 가지 준비해
다섯 가지 반찬을 배달하기로 정했답니다.
임고에 있는 '떡마루' 떡공장을 운영하시는
최연희 언니가 매달 떡을 보내주셔서
반찬 바구니가 풍성해져 너무 고마웠지요~^^
8월은 너무 무더운 시기를 지나오느라고
한번에 반찬을 만들기가 어려워
미리 한 가지씩 만들어 냉동실에 얼렸습니다.
첫번째는 통영에서 생멸치를 택배로 받아
지난 가을에 말려둔 무청 시레기 남은 것 탈탈 털어
푹 삶아서 깔고 시레기 멸치찌개를 했습니다.
쌈 사 드시면 좋은 것 같아서...ㅎㅎ
큰 냄비 하나 걸쭉하게 끓여
봉지봉지 얼려 두었습니다.
두번째는 목포에서 먹갈치 한 두릅(10마리)를 택배로 받아
호박과 감자를 넣고 두 가지로 조렸습니다.
적당하게 조려진 것을 완전히 식혀,
봉지봉지 이름표 붙여 냉동실 넣었습니다.
세번째는 계란 장조림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봉지에 넣고,
네번째는 알감자 조림을 해서~~
당일날 도시락에 나눴습니다.
이번 달 고기는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아롱사태를 사다 약초 17가지 넣은 물에 푹 삶아
아롱사태 편육을 만들었습니다.
하룻밤 냉장고에서 식힌 뒤,
아주 얇게 썰었습니다.
한덩어리씩 도시락 포장해서~
찍어드실 소스 한 개씩 넣었어요.
이번 달에 떡마루에서는
아주 맛있는 녹두송편을 보내주셨습니다.
이웃 농장에서 얻은 흠복숭아로 복숭아통조림도 만들고,
복숭아 한 박스는 협찬을 받았습니다.
(복숭아 알러지 있는 분 하나는 빼고)
젓갈 들어간 음식 안 드시는 분이랑
생선 안 드시는 분은
약초 오리죽을 넉넉하게 넣어
각각 취향대로 박스를 꾸렸습니다.
첫번째 배달하는 할머니네는
구순의 시어머니와 정신지체인 며느리가 함께 사는 집입니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
박스는 늘 넉넉하게 꾸립니다.
구순의 할머니는 아직도 수줍움이 많아
늘 얼굴을 붉히며 손사레를 치고
미안하다고 가져오지 말라고 하십니다.
두번째 배달하는 할머니 집~!
경주 안강에서 사시다가
자식을 못 낳고, 늘그막에 이혼을 하여
홀로 옛 친정집에 와서 생활하십니다.
늘 몸이 아프고, 입맛이 없어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하십니다.
세번째 배달가는 할머니 집~!
이 할머니는 꽃을 좋아해
마당에 늘 꽃이 가득 피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늘 꽃 심은 화분을 준비했다가
고맙다고 꼭 보답을 하십니다.
할아버지와 큰아들을 잃고 속병이 생겼습니다.
이 날도 비가 오니 속병이 도져
홀로 앓아누워 계셨습니다.
네번째 배달가는 할머니 집~!
작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과 아들네서 한 해를 보내고
올해부터는 겨우 지팡이 짚고 걸을 만해서
홀로 편하게 지내겠다고 돌아와 계십니다.
이 할머니네서 삼색분꽃 씨앗을 얻어 심었는데
우리 꽃밭에서 아주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저녁 드시기 전에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산길에서 꼬리조팝꽃이 어찌나 이쁘게 피어 인사를 건네던지...
한참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다 돌아왔답니다.
한 달 숙제를 마치면
제대로 했는지, 다시 점검을 해 보고
마음 한편으로 아주 홀가분함을 느끼면서 행복합니다.
다음 달에는
또 어떤 계절 음식을 만들 것인지
늘 생각을 하며 기다린답니다~^^~
'봉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월, 보현골 독거 할머니네 반찬 배달했어요~^^ (0) 2020.02.18 경자년 새해, 첫 밑반찬 배달했답니다~^^ (0) 2020.01.18 12월 보현골 독거 할머니네 밑반찬 배달했어요~^^ (0) 2019.12.24 11월 독거 할머니네 밑반찬 배달 (0) 2019.11.14 10월 보현골 독거 할머니네 밑반찬 배달 (0)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