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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20 - (아르메니아) 즈바르노츠 유적지여행 이야기(해외) 2019. 8. 7. 18:35
아름다운 기둥만 남아 하늘을 받치고 있는 즈바르노츠 유적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즈바르노츠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한 화가가 운영하는 <장애인 예술 학교>내의 레스토랑인데
일종의 기부차원에서
즈바르노츠에 오는 관광객들은
거의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항아리들이 마치 거인의 나라에 있는 표주박처럼
벽에 붙어 있는 작품과 벽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이
조화를 이루어 전체적인 하나의 작품같다.
나무로 만든 거대한 전화기 시계하며~~ㅎㅎ
정말 거인의 나라에 들어온 난장이처럼
신기한 세계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화장실 앞에 붙여 놓은 앙증스런 인형을 보니,
라바쉬 체험을 했던 그 레스토랑이 떠올랐고~~
원두막 같은 야외 쉼터도 군데군데 만들어 두었고,
걸어둔 작품들은 모두 전시겸 판매도 한다는데...
우리 팀의 예약 테이블은 지하에 있어 시원했다.
깔끔하게 차려진 식탁에
정성스레 만들어둔 수저집이 어찌나 이쁘던지...ㅎㅎ
기본 빵(푸리)과 샐러드, 치즈, 채소볶음, 포도주...
그리고 오늘 점심의 메인 요리는 '아나핫따바로'
라바쉬에 고기를 말아서 만든 일종의 고기말이 빵이다.
고기 만두 비슷한 맛이었는데
짜지 않고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1인당 2개씩 먹으라는데
이것 두 개 먹고나니 배가 부른 느낌~!ㅋㅋㅋ
한쪽에는 판매용 소품들도 있었는데
다들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정원도 아름다웠지만, 교실이 있는 곳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두었고,
화분 배치나 꽃들도 전체적으로 잘 꾸며둔 화원이었다.
단체로 관람하러온 어린이들도 보였고,
들어오는 곳과 반대편인 나오는 곳까지도
동화의 나라처럼 구석구석 빈틈없이 예쁘게 만들어
식사도 좋았지만, 구경하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은 곳이다.
점심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즈바르노츠> 유적지로 왔다.
흐린 하늘이 배경이라
다 무너지고 기둥만 남은 건물들의 잔해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로마 건축물의 일부를 보는 것 같은 웅장함도 있었다.
아르메니아의 총대주교 네르세스 3세가
초대 주교였던 그레고리를 기념하여 7세기 중반에 세운
수도원과 왕궁이 연결된 형태의 건축물이었는데
930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흙더미에 매몰되었던 것을
1901~7년 사이 발굴하여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코카사스에 오기 전에 공부를 하기 위해 샀던 책의 표지에 있던 풍경~!
그런데 이 책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ㅎㅎ
혹시라도 이 책은 사지 마시길~!!!
'즈바르노츠'란 '천사의 목소리'란 뜻이다.
색이 다른 돌들이 마치 모자이크화처럼
품위있게 아름다웠고,
흔히 양머리 모양이라는 이오니아식 기둥이
부드럽게 흘러오는 아치형 돌들을
원형으로 이어가며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단단해보이는 기단석들과
남은 일부의 기둥들까지
현재 남은 형태는 원형의 30% 정도란다.
즈바르노츠 수도원은 건축 당시에는 최고의 건물로
그리스 양식, 비잔틴 양식, 그리고 아르메니아 양식까지 어우러진
조화롭고 격조있는 것이었다고 하지만,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는 한갖 모래성에 불과했다~~ㅠㅠ
여행 중에 가끔씩 만나는 풍경들~!
폐허가 된 엄청나게 아름다웠던 건물들의 잔해나
폐사지에서 만난 기와의 문양이나 주춧돌에 새긴 문양들을 보면서
그것의 상징성이나 원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묘한 즐거움과 함께 형태가 있는 것들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부러져 흩어져 있던 것을 붙여 세워둔 비석인데
쐐기문자(설형문자)로 쓰여졌단다
학자들에 의하면 쐐기문자는
BC 2,000년경에 아라랏어의 표기에도 사용되었다고 하며
서력기원 전후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그 용법도 잊혀졌다고 한다.
따라서 즈바르노츠 유적지가 있는 이곳에
적어도 4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의 삶을 문자로 남긴 발전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상상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 비석이라 하겠다.
아쉽게도 내용은 모르지만 말이다~~ㅎㅎㅎ
박물관 안에 모형으로 만든 즈바리노츠 유적의 원형이다.
모두 32각 원통형의 3층으로된 수도원이었단다.
열심히 설명하시는 데박님~!
예레반의 유명한 성가대원이라는데
아이까지 셋이서 세 곡의 성가를 들려주었다.
역시 CD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CD-Player가 없어서 패쓰~!
조그만 국토에서 일어난 셀 수도 없는 자연재해와
전쟁과 대학살로 끊임없는 고난의 역사를 살아왔던
아르메니아인들의 삶에 대해
잠시 격려와 위로의 기도를 올렸다.
종교는 달라도, 가는 성당마다 빠짐없이 초를 밝히며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으니
여행객의 기도가 조금의 위안이 되길...
이 아름다운 기둥들이
건축물 안에서 건물을 떠받치고 있을 때는
기둥 자체의 아름다움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겠지만,
폐허에 기둥만 남아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성스럽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이와 같으리니...
어우러져 있을 때의 가치와
홀로 떨어져 있을 때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
왕궁와 수도원을 연결하는 통로였을까?
아니면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통로였을까?
왕이나 대주교의 상징으로 부조한 독수리의 눈빛이 여전히 매섭다.
한국과 비슷한 점이 너무도 많았던
아르메니아여, 웅비하라~!!!
이틀을 묵었던 예레반의 Opera Suite Hotel을 떠나
긴 여행을 마무리하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밥이 없는 나라를 여행할 때는 언제나 챙겨가는
누룽지를 탈탈 털어 마지막으로 끓이고
채소와 버섯과 계란으로 먹었던 아침 식사.
아침마다 누룽지 한 그릇을 끓여
따뜻하게 먹고나면 또 하루를 잘 견디고는 했던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친 것에 스스로 대견해하며~~
예레반의 즈바르노츠 국제공항으로 간다.
어제 만났던 즈바르노츠 유적지 가까운 곳에 국제공항이 있다.
공항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아르메니아의 대표 와인 KARAS
아주 작고 한산한 검색대를 지나고~~
작은 마트 같은 공항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여기서도 카라스를 만났다~~ㅎㅎ
공항 활주로도 몇 개 없다.
다시 모스코바를 경유해 돌아가는
까마득한 시간을 견뎌야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하겠지.
신기루처럼 허공에 떠 있던 아라랏의 애잔함을
마음에 새기고 아르메니아를 떠났다.
돌아오고나서 한참이 지난 뒤에
데박님이 보내주신 아라랏의 깔끔한 사진이다.
멀리 즈바리노츠를 배경으로~!!!
이상으로 길었던 코카사스 여행기를 마칩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네요~~ㅎㅎㅎ
세상은 넓고 가야할 나라는 많아
아마도 다시 가긴 어렵지 싶습니다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가고 싶은 코카사스였습니다.
지난 6월에 음악평론가 현경채님이 펴 낸 책인데
코카사스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이 책 한 권이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좀 일찍 출판했으면 제 여행에도 도움이 되었을텐데...ㅎㅎ
그리고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엔
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으로 직항이 생긴답니다.
경유하지 않고 가면 훨씬 편하겠지요~!
아직은 원시적 자연환경이 작은 알프스라 할 만하고
물가도 싸고, 순수한 사람들은 친절하며
청정대자연에서 나는 싱싱한 식재료로
천상의 요리를 해 먹는 코카사스로 여행을 추천합니다.
특히 카톨릭 신자들은 꼭 한번은 가셔야 할 나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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