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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19 - (아르메니아) 코르비랍과 에치미아진여행 이야기(해외) 2019. 8. 6. 13:33
성산 아라랏을 배경으로
나즈막한 언덕 위에 경건하게 자리한 코르비랍 수도원~!
아르메니아는 국토가 작다보니
수도 예레반에서 거의 모든 도시가 반나절이면 연결된다.
따라서 아르메니아를 여행하려면
예레반에 숙소를 잡아두고
미니버스를 이용해 어디든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느지막한 아침을 먹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출발해 1시간쯤을 달려갔다.
멀리 드넓은 초지에 수많은 소떼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며...
코르비랍을 저만큼 두고
포도밭 앞에 버스를 세우게한 데박님은,
우리를 모두 내려 아라랏을 바라보라고 하셨다.
오늘(5월 23일)도 역시 아라랏은 구름과 안개에 쌓여
꼭대기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르메니아의 영토였으나
지금은 터키에게 빼앗겨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아르메니아인들의 정신적 지주(支柱)인 성산(聖山)이다.
터키쪽에서 보면 저렇게 우뚝한 산봉우리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길게 이어진 산맥으로 보일 뿐이며,
IS들의 활동지역이라 사실상 터키인들도 출입이 불가능하다.
아라랏의 우측이나 좌측 능선에
노아의 방주가 걸렸다고 하나,
아직 정확한 물증을 찾지는 못했다.
코르비랍을 향해 걸어올라가는 길가에는
역시 기념품을 팔거나,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게중에 눈에 띄인 것인 바로 이 비둘기들~!
방생용 비둘기를 가둬두고 팔고 있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비둘기를 날려 보내면
그들의 죄도 함께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나는 여기서 뜬금없이 이청준의 소설 <잔인한 도시>가 생각났다.
공원에서 돈을 받고 새를 날려보내는 남자가
새의 속깃털을 잘라,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가
밤이 되면 다시 새들을 잡아다가 새장 속에 넣던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아마도 노아의 방주 속에 함께 있었던 비둘기가
방주를 열고 맨처음 세상으로 날려보내자
새로 돋은 올리브잎을 물고 돌아왔고
노아는 가족과 동물들이 이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
그래서 비둘기가 희망과 평화의 상징으로 남게된
그런 의미로 비둘기를 방생하라고 권하는 듯했다.
기원 전에는 아라랏을 중심으로 '우라랏트'제국이 있었다고 한다.
노아의 후손이자 아르메니아의 역사적 인물인 하이크(Hayk)가
바빌로니아의 침략을 물리치고
아라랏 지역에 아르메니아 국가를 건설한 시초의 이야기며
아라랏의 고원지대를 중세에는 하야스탄(Hayastan)이라 불렀다.
'하이크족이 살았던 땅'이란 뜻이다.
버스가 여러 대 세워져 있던 주차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작은 수도원으로 들어와 아주 복잡했다.
우리는 일단 수도원 뒷편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위에서 수도원 전체를 내려다 본 다음,
천천히 코르비랍을 둘러보기 위해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단단한 나무 십자가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내가 십자가를 올려다보자
어떤 현지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아르메니아 말로
십자가를 가르키며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십자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십자가가 바로 노아의 방주에서 떼 온 나무로 만든 것이라는 설명~!
그들은 그렇게 확신하고 믿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그들의 믿음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사실임을 나는 안다.
노아의 방주가 만들어진 것이 기원 전 24~21세기라는데
무려 4천 년 이상을 썩지 않고 있는 나무가 있겠는가?ㅎㅎㅎ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코르비랍은
포도밭 옆에서 올려다본 모습과는 또 달랐다.
코르비랍(Khor Virab)이란 '깊은 웅덩이'란 뜻이다.
델타 3세 왕이 신뢰하고 가까이 했던 '그레고리'수도사가
알고보니 종교적인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란 것을 알고
그레고리를 깊이 7m 정도의 지하 감옥에 13년을 가둬둔다.
빛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지하 감옥에서도
그레고리는 13년간이나 죽지 않고 살아 남았다.
(몰래 음식과 물을 던져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주변 정세의 복잡한 얽힘으로
델타 3세는 정신병에 걸리게 되고
지하 감옥에서 살아나온 그레고리가 왕을 치유해준다.
병이 나은 왕은 그에게 감동받아
마침내 기독교로 개종하고,
아르메니아를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선포(301년)하게 된다.
후에 그레고리가 갇혀 있었던 지하 감옥 위에 교회를 세우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코르비랍이다.
언덕 위의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자신이 키우는 시베리안 허스키 몇 마리를 데리고 있던
어떤 청년이 자리를 차지하고는
자신의 개들과 사진을 찍고 돈을 기부하란다~~ㅎㅎㅎ
잘 생긴 허스키들 사료 사주는 셈 치고
돈을 상자에 넣고 사진을 찍었다.
이 녀석들 첨 보는 사람들 뺨에 뽀뽀를 해주고 애교 만점이다~ㅋㅋ
종탑과 돔지붕, 그리고 입구의 아치가 아름다웠던 성모교회~!
내부는 소박하고 간결해서 더 경건하게 느껴졌고,
그레고리가 13년 동안 갇혀 있었던 지하감옥~!
한 사람이 겨우 내려갈 수 있는 철제계단이 있었고,
교행이 되지 않아, 올라오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렸다가 그 사람이 나오고나면 다시 한 사람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걸렸던 관계로
기독교인이 아닌 우리 부부는
양보차원에서 내려가지는 않았다.
이쁜 아르메니아 꼬마랑 사진도 찍고
사진 찍어준 값으로 캔디 한 주먹을 건넸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죽어서라도 아라랏에 더 가까이 가길 원한다.
코르비랍의 맞은편 평지는 온통 공동묘지로 조성되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도 계속될 만큼
끝없는 묘지들이 이어져 있는 모습에 잠시 가슴이 아릿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쯤 갔을까?
우리는 제 2의 예루살렘이라 부르는 '에치미아진'으로 왔다.
'에치미아진'의 뜻은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온 곳'이라고 한다.
에치미아진 마더 성당은, 아르메니아의 바티칸이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총대주교관구가 있으며
예루살렘에 버금가는 보물관이 있고,
세계에서 최초로 만든 교회가 있는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 위쪽에 높다랗게 부조가 눈에 뜨인다.
바로 아르메니아에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최초의 기독교 국가가 된
결정적 계기였던 두 사람을 상징적으로 새겼다
델타 3세와 그레고리 주교~!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아주 거대한 장미의 화원이 있고
주변엔 잔디를 조성해두었다.
4세기경에 세워졌다는 세계 최초의 교회는 아쉽게도 재건축 중이었다.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다행스럽게
보물관을 다른 곳으로 옮겨두었고
그곳에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보물관 주변은 사진촬영이 금지였고
보물관 안에서는 오히려 촬영이 허락되어~~ㅎㅎㅎ
데박님의 말씀으로는
마더 성당 안에 있었던 보물관은 너무도 좁아서
전시품들이 제 격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곳으로 이사하고는 오히려 넓은 곳에서
훨씬 품위있게 전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다 찍을 수는 없고, 중요한 것들만 올려요
엄지와 약지를 링으로 만든 이 손은
'축복의 손'
주교님들이 신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때...
마더 성당의 보물관이 예루살렘에 버금간다는 이유는
세 가지의 중요한 보물 때문인데
첫번째 중요한 보물인
노아의 방주 조각으로 만든 십자가~!
두번째 보물
십자가의 한가운데 둥근 유리 안에 들어있는 아주 작은 나무조각이
예수님이 못 박혀 죽임을 당한 십자가의 조각이란다.
이 십자가의 조각은 세 나라에 조금씩 보관중인데
로마와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이다.
세번째 보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빨리 죽이려고
로마 병사 룽기누스가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른 창~!
전 세계에 룽기누스의 창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3개 있으나
탄소 연대 측정법에 의해 이 창이 진본으로 인정되었단다.
고로 BC1세기에 만든 창이라는 얘기다.
위의 세 가지의 유물만으로도
이 보물관이 세계 최고의 기독교 유물관으로의 가치가 충분함~!!!
대주교들의 지팡이들
대주교들이 입었던 화려한 옷과 망또, 그리고 모자
대주교들의 망또~!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대주교의 모자~!
고로 이렇게 화려한 옷과 망또와 모자를 쓰고
지팡이까지 짚고 나오면
대주교의 위엄이 완성된다고 믿었던 것 같다.
특이한 성화 한 점~!
마리아와 아기 예수인데
마리아의 얼굴이 너무도 앳된 소녀의 모습이다.
화페와 봉인용 동전들
필사본 성경책~!
양가죽으로 표지를 만들고
새 깃털에 천연염료를 찍어 만든 것인데
너무도 공을 들인 느낌이 난다.
아마도 한 권의 성경책을 만드는 일이
한 사람의 평생 작업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숙연함과 경건함이 저절로 일어났다.
두루말이로 만든 성경 필사본
역시 두루말이로 만든 성경 필사본과 그림~!
모자이크처럼 만든 성화
마더 성당 안에 들어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주변을 돌며 달래다가~
입구의 천정과 벽면을 장식한
화려한 페르시안 문양들을 보았다.
페르시아 세력이 침략을 해도
교회를 부수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해서
문득 세반호수 언덕 위에 있던 세반 반크 교회 안의
변발의 예수님이 떠올랐다.
계속해서 관리하고 보수를 했겠지만
4세기 초에 만들어진 교회는
상태가 정말 아름답고 완벽했다.
성 바르텐 세례당과 순교자들을 위한 하치가르(돌십자가)들
5월 23일 그날은 마더 성당 화원의 장미들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한창 피어나던 고운 모습의 색색의 장미들~!
희생된 모든 아르메니아인들의 영혼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선물 같았다.
보물관 말고는 입장료도 없었던 성당에서
온갖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고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서
기념품점에서 차받침을 한 세트 사서 나왔다.
카톨릭 신자들은 꼭 한번은
아르메니아 에치미아진의 마더 성당을
다녀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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