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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기 13 - 석가족이 사는 '상카시아'에서의 회향식여행 이야기(해외) 2025. 3. 9. 21:55
1월 23일~!
오늘은 상카시아까지 7시간 가량을 달려가야 하는 날이라
새벽 2시 30분 출발이다.
오늘 새벽은 우리 조가 캐리어 싣는 담당이라
새벽 2시부터 나와 대기하고 짐 싣는 중이다.
버스가 출발하자 모두 다시 단잠에 빠졌다가
새벽 5시에 일어나 예불 올리고,
새벽 7시경, 휴게소에 잠시 쉬어간다.
인도에서는 화장실도 잘 없지만
화장실이 있어도 화장지가 없기에
미리 제법 많이 준비해왔는데도
화장지가 바닥이 났다.
화장실 갔다가, 곁에 있는 마트로 들어가
화장지부터 구입하고 나오는 길,
자욱한 안개 속에서 아침 해가 달처럼 떠있다.
오늘 같은 날은 가시거리가 짧아서
운전기사들이 애를 먹는 날이다.
버스의 좌석도 짝도 매일 바뀐다
오늘 짝이 된 귀염뽀짝 젊은 도반이랑 사진 한 장~!
인도에 와서 폭싹 늙은 모습이 되었다~~ㅋㅋㅋ
8시가 넘어서니, 안개가 걷히고
사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열로 줄지어 달리고 있는 11대의 버스들~!
너무 먼 거리를 달려가니 지루할까봐
중간에 차량별로 소감 한 마디씩 발표하고
소감이 어려운 사람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10시 40분경, 상카시아 정토회 담마 센터에 도착
늦은 아침 도시락을 펼쳤다
밥 먹고, 이빨 닦고 자리 정돈하고,
상카시아 탑터로 가는 길~!
가사를 미리 수하고 묵언행선이다.
상카시아 탑은 부처님이 도리천에 계시는
어머니께 설법을 하러 올라가셨다가
3개월 후에 다시 내려온 곳을 기념하여 세운 탑이다.
내려올 때, 흰 색 코끼리를 타고 왔다고
코끼리 상을 세웠는데
코끼리 코를 잘라버리고
곁에 힌두 사원을 세워 지금은 힌두교도들이 관리한다.
많은 불교 성지를 힌두교에서 차지하고
기존의 불교 성지를 파괴하는 부분은 참 씁쓸하다
네팔이나 부탄 등의 불교에서는
부처님 탄생일 이상으로,
부처님이 세상으로 다시 내려오신 날을
중요한 축일로 삼아 행사를 펼친다.
아소카 왕 때, 이 곳에 많은 스투파와 대규모의 사원을 건립하였다고 하나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언덕 같은 탑터만 남아있다.
벽돌 조각들이 많이 나뒹굴고 있었다.
스님 설법과 설명을 듣고,
상카시아까지 성지 순례를 오는 불자들은
정토회가 유일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북인도의 외진 마을에 상카시아 탑터가 있고
이 부근에 약 2만 명의 석가(사끼야)족이 모여 산다고 한다.
예불을 올리며 앉아 있었던 약 1시간 동안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가사를 벗고 걸어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오후 1시경 정토 담마 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석가족 청년들이
꽃을 뿌리며 환영식을 해주었고,
학생들이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표정들이 어찌나 밝고 환한지~~ㅎㅎ
꽃목걸이를 두 개나 받았지만
여기서는 걸어놓을 곳이 없어
나중에 다시 모아서 반환하고 나왔다.
잠시 자리 정돈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손도 좀 씻고,
여기서는 정부 학교에 다니는 석가족 학생들이
환영식 공연을 했는데,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
너무 어설프고 연습 부족이지만
고마운 마음에 박수를 쳐주고,
연이어 멀리서 온 석가족들이
스님께 꽃공양을 올리려고 줄을 서서 들어오는데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한참을 줄지어 들어왔다.
상카시아 정토담마센터는
30년 전에 부지를 구입해두고
불탑과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짓지 못하고 부지만 유지하고 있다고 하신다.
여기에 와서 상주하며 담마센터를 관리할
자원봉사자들이 없기 때문이란다.
법륜스님은 이 곳에서
인도의 불교가 다시 부흥하기를 희망하신다.
석가족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인도 불교 부흥운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다들 생업에 매여, 불교 부흥에 헌신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여기에 탑과 건물이 들어서고
인도 불교 부흥의 발화점이 되기를 소망하셨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
법륜스님과 함께 한
제 34차 인도 성지순례 회향식이 시작되었다.
가사와 발우를 반납하고
길고도 힘들었던 순례여정이 무사히 끝났음에
나는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크게 아프지 않고 해냈구나......
430명 일행 중에, 딱 한 명이
중간에 발목을 다쳐 돌아가는 일이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무사히 회향식까지 함께 왔다.
순례를 기획하고,
모든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애썼던
스텝진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모든 버스의 기사와 조수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스님의 금일봉 보너스가 주어졌다.
축하공연으로 시원한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고,
스님은 멀리서 온 석가족들과 사진촬영으로 바쁘셨고,
우리는 석가족이 마련해준 저녁 만찬을 받았다.
밥과 뿌리와 달, 카레, 바나나
그리고 귀한 채소 몇 가지와 라임 한 조각씩~!
이른 저녁을 먹고,
남아있는 물품이나 라면, 밑반찬,
패딩이나 침낭, 그리고 옷들도 모두 기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조별로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공식일정이 마감되는 날이라
순례의 마지막 밤을 소감 나누기로
긴 시간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모든 인생이 각자 소설 몇 편씩이 된다는 말을 실감하며
각자 털어놓은 마음 속의 상처들과
그 상처극복의 귀한 시간이 되었다는 고백들을 들으며
나도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혹은 무엇을 버리기 위해
이토록 힘든 순례에 동참했던 것일까?
내일은 델리로 들어가
간디 화장터와 박물관 관람을 하고
저녁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혹시라도 내년 1월
법륜스님과 함께 떠나는
제 35차 인도 성지순례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정토 불교대학을 졸업해야 자격이 생기므로
10일 마감되는 정토 불교대학 입학을 신청하길 바란다.
https://band.us/page/73656818/post/3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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