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성지순례기 12 - 금강경의 배경이 된 '기원정사'여행 이야기(해외) 2025. 3. 4. 14:49
1월 22일~!
모처럼 6시간 잠을 자고,
새벽 5시 일어나, 각자의 방에서 새벽 예불 올리고
천축선원으로 아침 공양하러 나선 길,
어둠 속을 걷는다.
엊저녁이랑 오늘은 밥 해먹지 않아 편하고 좋았다.
태국 절도 지나고,
(이 곳에서 숙박을 한 일행들도 있었다)
안개 자욱한 천축선원 도착~!
저기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분들이 모두
아침 공양 받으려고 기다리는 분들이다.
우린 좀 천천히 먹기로 하고
밝은 날에 천축선원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제법 넓은 공간이 있는 천축선원은
용성조사의 뜻을 받들어
기원정사 가까이에 지었다.
여기도 학교를 운영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연못도 둘러보고, 보드가야의 보리수 잎을
상징물로 세워둔 것도 보았다.
깨달음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라는 뜻이다.
안개비를 맞으며 화사하게 핀 히비스커스
꽃 빛깔이 매혹적이었다.
안개비가 너무 눅눅하고 추워서
사람 사는 일에는 불편했지만,
북인도의 농작물들이 이 안개비로 인해 자란다고 하니
순례자의 불편함은 접어두기로 했다.
엊저녁이랑 똑같은 국에 말은 아침공양을 마치고
바루는 씻어 바랑에 넣어 출발했다.
첫번째 코스는 수닷타 장자 스투파~!
수닷타 장자의 초대로
왕사성 죽림정사에서 수행하던 부처님 일행은
걸어서 멀고먼 쉬라바스티 사위성까지 오게 되었다.
부처님 성도 후, 45년간의 교화 여정 가운데
25안거를 사위성에서 보냈는데
그 중 19안거를 기원정사에서 보냈다.
그러니까 부처님이 가장 오랜 기간 수행한 곳이고
가장 많은 경전이 나온 곳이고
가장 많은 1250명의 제자들과 수행을 했던 곳이라
용성 조사께서는 5대 성지에 기원정사를 넣었다.
그 기원정사를 조성한 분이 바로 수닷타 장자라
그 공을 기려 후대에 탑을 세운 것이다.
우리는 출발할 때부터 가사를 수하고 걸었다.
수닷타 장자 스투파 앞에 앉아
예불 올리고, 법문 듣고, 설명도 듣고
명상하고, 경전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건너편에 있는 앙굴리말라 스투파로 걸어갔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앙굴리말라 스투파는
아랫쪽에 동굴 같은 것이 있어 구분이 되었다.
앙굴리말라는 '손가락 염주'라는 뜻이다
사람 100명을 죽여 1,000개의 손가락으로
염주를 만들어 걸면 깨달음을 얻는다는 잘못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앙굴리말라가 99명을 죽이고
나머지 1명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달려가다 부처님을 만났다.
부처님을 쫒아가며, 거기 서라고 고함을 질렀지만
부처님은 유유히 걸어가셨다.
마침내 부처님을 막아서며
왜 서라는데 자꾸 가느냐고 소리치자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오래 전에 멈추었다."
"계속 걸어가고는 뭘 멈추었다는 것이냐?"
"앙굴리말라여, 나는 오래 전에 살생하는 일을 멈추었다네."
이 말에 깨달음을 얻은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으나
결국엔 오랜 과보로, 탁발을 나갔다가
사람들이 던진 돌맹이에 맞아 죽었다.
앙굴리말라 스투파 쪽에는
땅이 너무 습하게 젖어 있어
앉아서 예불을 올릴 수가 없어
수닷타 장자 스투파에서 한번에 모두 하고 왔기에
탑돌이만 하고 그대로 지나갔다.
묵언행선으로 걸어서 기원정사로 간다.
금강경의 배경이 된 '기원정사'
금강경의 시작은 이렇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천이백오십 인의 비구들과 함께 계시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들고 사위대성으로 들어가셨다
차례로 걸식을 마치고, 본처로 돌아와 공양을 드신 뒤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고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기원정사'를 팔리어로 해석하면 이렇다
'제따와나 아나타삔디까 위하라'
(제따태자의 동산에 급고독 장자가 지은 절)
원래 기원정사가 있는 그 일대는
당시 사위국의 태자 제따의 소유였는데
수닷타 장자가 수많은 수레에 금화를 싣고와
자신에게 양보하라고 해서 양도된 곳이었다.
'급고독'이란 뜻은 외롭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바로 '수닷타 장자'를 표현한 말이며
'기수급고독원'이 '기원정사'이다.
부처님 시절에도 사위성 부근은 이렇게 숲이 우거져 아름다웠을까?
스님을 따라서 두 줄로
자욱한 아침 안개 속으로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도 부처님처럼
바루를 들고, 걸식해보는 체험을 했다.
천축선원 대인 스님께서 미리 준비한 음식을
차례로 바루에 받아 들고,
기원정사 문을 통과해 들어갔다.
내부는 엄청나게 넓고, 숲이 우거지고
조용한 곳이라, 1,250인의 비구들이
함께 수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탑터를 돌아
부처님이 앉아 수행하셨다는
여래향실을 바라보며 자리에 앉았다.
소심경을 읽고, 탁발해 온 공양물을 먹었다.
인도식 튀김 만두 사모사
감자, 바나나, 오렌지 1개씩을 받아왔는데
나는 인도식 만두 사모사가 짭짤하긴 했지만
참 맛이 좋아서, 델리에서 따로 사먹기도 했다.
점심 공양을 아주 맛있게 두번째로 먹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점심을 먹은 후로 두번째인 셈이다.
공양 후, 자리 정돈을 다시 하고 앉아
스님의 설명과 법문을 들었다.
명상도 하고, 경전도 읽으면서
2시간을 앉아 있다가,
30분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부처님 당시부터 사용했다는 우물인데
들여다보니, 물이 고여 있었고
펌푸질을 하면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신기해
우리는 손도 씻고, 바루도 씻었다.
태국에서 스님들이 단체로 와서 자리를 잡아둔 곳인데
카페트에 방석에 개인 침낭과 바랑들까지
짐이 엄청 많아 보였고,
오래도록 여래향실을 차지하고 내려오질 않아
우리는 계속 쳐다만 보면서 주변을 맴돌았다.
아난다가 보드가야에서 가져다 심었다는 보리수 나무이다.
실제로 2,600년을 묵었는지는 모르지만
부처님이 이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안거를 하실 때
부처님을 대신하는 상징물로 심었다고 한다.
나무는 거대한 고목이 되어
신령스런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이 곳은 쿠샨시대의 사리탑이었다고 안내문에 씌어있다
8세기에서 10세기 사이의 비문이 윗부분에 적혀있다고 한다.
나는 사실 여기로 걸어올 때부터
발가락 물집이 터져 많이 아팠고,
지난 여름, 유리 파편이 박혀 신경까지 다쳐
꿰매고 기부스를 하고 2개월 동안 치료했던
오른쪽 발등 부분이 아파와서 걷기가 힘이 들었다.
이토록 넓고도 평화롭게 보이는 기원정사를
전부 걸어서 돌아보고 싶었지만, 마음 뿐이고
발이 아파 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마침내 여래향실이 잠시 비워져
우리 일행들도 얼른 올라와 잠시 앉아보기도 하고
잠깐 명상하는 시간을 누리기도 했다.
부처님께서 안거를 하셨다는 장소 '간다꾸띠'
'간다'는 '향기'를 뜻하고, '꾸띠'는 작은 집을 말한다.
그래서 번역하면 '여래향실'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뒤에는
7층까지 증축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기단만 남아있다.
잠시의 자유 시간을 끝내고
다시 제자리에 앉아 '금강경'을 독송하고
명상을 하며 2시간을 보냈다.
다시 여래향실에는 흰옷 입은 수행자들이 가득 올라가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사진도 찍고, 설명을 듣는 듯했다.
잠시 안내방송이 나왔다.
65세 이상, 다시 인도에 오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만 모아
법륜스님과 개인 사진 찍을 기회를 주셨다.
새해에 꼭 65세가 되는 나는 얼른 일어서서 줄을 섰다.
일행들 중 아마도 10% 정도 되어 보였다.
매사 빈틈없이 성지순례를 인도하시던 스님은
이제 순례의 막바지에서 이런 감동의 선물까지 주셨다.
이 많은 대중들을 이끌고 안내하고
또 시간이 되면 한국의 정토행자들과 수행법회를 이어가고
금요 즉문즉설을 하시고, 토요특별법문을 계속 하신다고
스님도 입술이 터지고, 목소리가 잠기셨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사진 속에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주셔서 참 감사했다.
다시 한 시간 정도 즉문즉설이 이어졌다
엊저녁 천축선원에서 안개비 맞으며 밤늦게까지
즉문즉설 했던 시간이 너무 추웠던 탓에
오늘은 아예 여기서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에 돌아가서는 쉬는 것으로 정했다.
꼬박 6시간을 기원정사에서 보내고
우리는 다시 걸어서 천축선원에서 저녁 공양을 먹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의 대장님은 그 새 어디서 구했는지
맥주 몇 캔을 저녁 숙소에서 펼쳐놓았고
다들 피로회복제라며 나눠 마셨다.
내일은 다시 상카시아로 먼 거리를 달려가야 해서
새벽 2시 기상이다~^&^~
'여행 이야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성지순례기 13 - 석가족이 사는 '상카시아'에서의 회향식 (1) 2025.03.09 인도 성지순례기 11 - 다시 국경을 넘어 '쉬라바스티'로 (0) 2025.03.01 인도 성지순례기 10 - 안나푸르나의 일출과 카필라성터 (0) 2025.02.23 인도 성지순례기 9 - 부처님의 탄생지 '룸비니' (0) 2025.02.20 인도 성지순례기 8 -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곳 '쿠시나가라' (0)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