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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성지순례기 11 - 다시 국경을 넘어 '쉬라바스티'로
    여행 이야기(해외) 2025. 3. 1. 16:24

    1월 21일~!

     

    오늘도 바쁜 하루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 출발, 국경으로 달려왔다.

    다시 인도로 넘어가기 위해서~~

     

    새벽 4시경 국경에 도착~!

     

    인도로 넘어가는 과정은

    네팔로 들어올 때와는 다르다

    버스를 세워두고 사람들은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

    거의 1km 거리를 춥고 캄캄한 새벽길을 걸어왔다.

     

    네팔 출입국 심사소에는 원래 새벽 4시엔

    직원이 1명 뿐이라, 새벽 6시가 되면 3명이 배정된다고

    새벽 6시부터 넘어가라고 했지만,

    스님이 우린 일정이 정해져 있어, 새벽 4시부터 대기하겠다고 답을 하셨단다

    그랬더니 오늘 새벽엔 4시부터 직원 3명이 나와 있었다~~ㅋㅋㅋ

     

    네팔쪽 출국하고,

     

    인도로 재입국하는 시간이 엄청 걸렸다.

    바깥에 줄을 서서 거의 2시간을 기다리는데

    올 때와는 다르게, 갈 때는 순서가 거의 끄트머리라,

     

    일단 휴게실로 들어왔다.

    안개 자욱한 새벽은 옷이 축축할 정도라 많이 추워서

    눈에 뜨이는 한국형 컵라면을 하나 집어 들었더니

    하나에 자그마치 250루피(약 4,000원 정도)

    인도식 향이 첨가되어 살짝 거슬리지만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하나 먹었다.

     

    젓가락이 없다고 주지를 않아

    배낭에 넣어다니던 내 젓가락을 꺼내 먹었다.

     

    휴게소에 앉아, 거의 1시간을 보내고

    우리 차례가 되어 수속을 하고 인도로 넘어왔다.

     

    국경 쪽에는 아직도 자전거 릭샤가 다닌다.

    인도에는 세상에서 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굴러다닌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실감하며 인도로 넘어오자마자 

    나는 다시 심한 먼지와 공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버스 타고 1시간을 달려와 7시 30분경 도착한

    오늘 첫번째 코스는 '삐쁘리하와'

    샤카족이 부처님의 사리를 가져와 이 곳에 탑을 세운 진신사리탑이다

     

    이 탑은 1800년대 후반,

    영국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굴되었고

    당시 사리용기가 발견되어, 부처님이 실존 인물이었음을 증명했다.

     

    삐쁘리하와는 룸비니에서 자동차로 곧바로 오면 15분 거리에 있지만,

    옛날 카필라성 지역이 네팔과 인도로 나뉘면서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는 네팔에, 삐쁘리하와는 인도에 위치하게 되었다.

     

     

    들어서면서 가사부터 수하고

    탑돌이한 다음에 자리에 앉았다.

     

    수신기로 스님의 설명과 법문을 듣고

    예불과 경전읽기, 명상까지 마치고,

     

    각자 자기 자리 앉은 채로 아침 도시락을 펼쳤다.

    원래 도시락 먹음 안 되는 곳인데

    마땅히 따로 도시락 먹을 곳이 없어

    앉은 자리에서 명상하듯이 밥을 먹고

    아무런 흔적없이 치우고 일어섰다.

     

    엊저녁에 쪄서 각자 나눠 가져온 

    양배추쌈이 늦은 아침식사를 꿀맛으로 만들었다.

     

    밥냄새가 나서였을까?

    어디선가 한 무리의 까마귀 떼들이

    무리를 지어 주위로 날아들었다.

     

    30분간의 여유시간을 가지게 되어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제법 큰 연못에, 수련이 무리지어 핀 모습을 만났다.

     

    아름다운 수련밭을 배경으로 조원들 사진 한 컷~!

    맨 오른쪽 특전사 출신의 우리 대장님

    입술 터진 것 보이나요? ㅎㅎ

    그러니 나이 훨씬 많은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스스로 위로한다.

    (가운데 빨간색 패팅 입은 여인)

     

    돌아나오는 길에, 작은 연못 하나가 더 보였는데

    여기서 올려다보는 풍경이 하나의 그림 같았다.

     

    다시 버스 타고 3시간을 달려 도착한

    두번째 코스 천불화현탑~!

     

    여기서부터는 예전의 쉬라바스티 즉 '사위성'에 해당하는 곳이다

    원래는 사위성의 '기원정사'부터 참배를 해야하지만

    시간 일정상 기원정사는 내일 가기로 했다.

     

    부처님이 라즈기르의 왕사성에 있었을 때

    수닷타 장자의 초대를 받아 이 곳 사위성으로 오게 되었다.

     

    당시 사위성은 신흥강국으로 문화적 수준은 다소 낮았고

    신통력을 과시하는 외도들이 성행했던 곳이었다.

    이런 환경 탓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은 쉽게 확산이 되지 않았기에

    '어느 날 사위성 동문 밖에 사람들을 모이게 하라'고 부처님이 날을 정했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부처님은 망고 씨앗을 하나 땅에 심었다.

    그러자 바로 눈앞에서 망고 씨앗이 싹을 틔우더니 큰 나무로 자랐고

    꽃이 피고, 황금빛 망고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러더니 망고가 모두 부처님 모습으로 변해 망고나무에 

    천 개의 부처님이 화현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부처님의 법이 사위성에도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제일 경계한 것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신통력을 행사하는 것이었지만, 여기에서는 당시 상황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고 하니, 하나의 설화로 받아들이고

    주변을 둘러보아도 망고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았다.

     

    부처님은 45안거 중 25안거를 쉬라바스티에서 보냈고

    경전의 1/3 이상이 이 곳에서 설해졌으며

    초기에는 전법이 어려웠지만, 이후에 불교의 중심지가 되었다.

     

    천불화현탑에서 스님의 설명과 설법을 들을 때는

    스님 바로 앞자리에 앉게 되어

    차마 카메라 들고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도반들과 스텝들이 찍은 사진을 빌려왔다.

     

    여기는 400명이 넘는 인원이 한번에 앉기엔 너무 좁아서

    선발팀, 후발팀, 두 팀으로 나눠 두 번에 걸쳐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후발팀이었던 우리가 올라왔을 때도

    층층이 앉고, 서고, 겨우 순서를 마치고

    탑돌이하면서 언덕 아래로 걸어서 내려왔다.

     

    기원정사 주변의 유적지는

    거의 모두 4km 이내에 위치하는 까닭에

    걸어서 이동하는 중인데

    오늘의 마지막 코스 '동원정사'로 간다.

     

    가는 길 주변에 있는 집들은

    한눈에 보아도 불가촉천민들의 거주지이다.

     

    북인도의 1월에는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유채밭이

    시선을 잠시 따스하게 만들어준다.

     

    30분쯤 걸어서 동원정사 도착~!

     

    동원정사는 인도말로 '뿌르바나'라고 부른다

    '뿌르'는 동쪽을 뜻하고, '바나'는 숲이다

    옛날엔 수행자들이 모두 숲속에 머물면서 수행을 했는데

    그 숲에 지금은 대부분 절을 지어놓고 '정사'라고 부른다.

     

    부처님 몸에 붙여놓은 금박종이는 대부분

    태국에서 온 불자들이나 스님들이 붙인 것이다

    태국 불자들은 귀한 것에 금박지를 붙이는 것으로

    존경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하지만, 보기엔 영 좋지가 않다.

     

    쉬라바스티에는 유명한 재가 수행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기원정사를 창건한 '수닷타 장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여성 수행자로 알려진 '베사카 부인'이다.

     

    부처님 당시 대부호의 딸이었던 베사카는

    역시 대부호인 미가라 장자의 아들과 결혼했다

    미가라 장자는 원래 자이나교의 나체수행자를 섬기고 있었지만,

    며느리 베사카로 인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

     

    환희심이 솟아오른 미가라 장자는

    "내 마음을 이렇게 기쁨으로 인도한 너를

    이제부터 나의 법의 어머니로 부르겠다."고 선언했고

    시아버지의 어머니가 된 그녀가 부처님과 스님들께 기증한 사원이

    '녹자모 강당'이라 부르는 동원정사이다.

    함께 경전독송하고, 명상하고,

     

    개인적으로 부처님께 참배하고

    보시금도 조금씩 내고,

    걸어서 저녁 공양을 준비했다는 천축선원으로 갔다.

     

    가다 만난 염소는

    별난 포즈로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어서 혼자 웃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시간

    저수지에 빠진 해가 아름다워 사진도 찍고,

     

    티베트 절로 보이는 곳도 지나쳐서,

     

    오늘 일부 일행들의 숙소인 

    한국사찰 '천축선원'으로 들어섰다.

    우리 팀은 태국 절의 순례자 숙소로 나중에 이동했다.

     

    천축선원에서는 모처럼 입맛에 맞는 따스한 국을 먹었다

    밥과 국과 김치를 모두 바루에 섞어 주었지만 맛있게 먹고,

     

    천축선원 커다란 마당에서 저녁 예불을 함께 올리고,

     

    천축선원 설립자이신 대인 스님의 인사 말씀을 들었다.

    천축선원 설립해서 20년째 운영해오고 있다는 말씀에

    그간 고생한 시간들이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왔다.

     

    뒤이어 약 1시간 동안 즉문즉설이 이어졌다.

    진지한 질문들과 스님의 지혜로운 답변이 이어지는 동안

    안개비는 더 자욱하게 내려왔고,

    축축하게 옷을 적셔 한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내일은 가장 기대했던 성지 '기원정사'를 방문한다.

    그리고 내일은 꼭두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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