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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성지순례기 10 - 안나푸르나의 일출과 카필라성터
    여행 이야기(해외) 2025. 2. 23. 17:32

    1월 20일~!

     

    오늘도 2시 30분 기상해서

    안나푸르나의 일출을 보려고 출발했다.

     

    네팔에 왔으니, 설산의 일출은 한번 봐야 한다는

    법륜 스님의 배려 덕분에,

    오늘은 덤 같은 즐거움을 누리는 날이다.

     

    버스 타고 3시간 이동을 하며, 다시 단잠에 빠졌다가,

    5시가 되면, 목탁소리와 함께 새벽 예불 올리면서 달려갔다.

     

    6시경, 탄센 입구에 있는 마을에 도착,

    버스는 마을 공터에 세워두고

    일출을 보기 위해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마을 여인들은 새벽부터 공동수돗가에 나와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물을 긷고 있었고,

     

    채소가게, 과일가게, 마트 등도 문을 열고 있어, 길은 훤하게 밝았다.

     

    올라가다 활짝 핀 복사꽃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탄센은 네팔 서부지역의 팔파지구에 있는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룸비니와 포카라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온화한 기후를 띄어, 연평균 기온이 18.4도를 유지하기에

    한겨울에 복사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탄센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위치한

    뉴아 마을은 여전히 중세 모습을 간직한

    격조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역사적,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탄센은

    고대 마카르 문화와 뉴아 민족의 건축양식에 영향을 받았고,

    중세에 지어진 중후한 형식의 건물들이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마지막 깔딱고개 6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땀이 팥죽같이 흘렀다.

     

    우~~ 와~~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정말 황홀하게 아름다운 일출을 만났다.

     

    법륜스님께서도 최근 20년만에 처음 보는

    구름 한 점 없는 선명한 일출이라고 극찬하셔서

    올라오는 과정의 고단함이 단숨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우린 복이 많은 모양이다~~ㅎㅎ

     

    해가 떠오르자 설산들이,

    햇살을 받아 꼭대기부터 반짝이기 시작했다.

     

    안나루프나의 봉우리들이 하나씩 햇살을 받아 살아나고

    간지로바,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만시리, 가네쉬...

    산군의 설봉들이 차례로 깨어나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오른쪽 1/3 정도 위치에 있는 산꼭대기를 보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봉우리가 바로 '마차푸차레'봉이다.

     

    네팔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겨,

    지금까지 미답봉으로 남아있는 산인데

    산꼭대기 모양이 물고기 꼬리모양으로 갈라져 있어

    '물고기 꼬리'라는 뜻의 '마차푸차레'라고 한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설산들을

    최대한 확대를 시켜보니

    신기루처럼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다.

    한참을 감탄하며 땀이 식도록 쳐다보며

    심호흡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인도에서 마신 먼지와 온갖 공해들이

    다 씻겨나가는 것 같아서 잠시 행복하기도 했다.

     

    아침 도시락을 먹기 위해 적당한 자리를 찾아 걷다가

    부처님을 모신 탑도 만나고,

    부도탑처럼 특이하게 생긴 탑도 구경하면서,

     

    평지를 찾아 앉아 도시락을 펼쳤다.

    새벽부터 등산을 했더니

    밥맛이 그야말로 꿀맛이었지만, 풍경 맛이 절반이었다.

     

    밥 먹고, 잠시 커다란 공터에 모여

    저번 왕궁터에서 미처 자신의 장기를 펼치지 못한 분들에게

    장기자랑할 기회를 주었더니,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나와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다.

     

    해발 2,200m 정도의 높은 산인데도

    꽃도 피고, 꽃 같은 구근도 보였다.

     

    어느 새 해가 중천으로 떠올랐고,

    우리는 줄지어 다시 내려왔다.

     

    고산중턱에 저리 반듯한 중세 건물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모습도 놀라웠고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부자들의 별장처럼 보이기도 했다.

     

    산초입까지 내려오면, 작은 묘목들을 보호하기 위해

    철망 씌워놓은 모습도 질서있게 보였다.

     

    마을까지 내려와서 과일을 좀 사려고

    과일 가격을 물어보니, 인도보다 가격도 싸고

    나중에 먹어보니, 맛도 더 좋았다.

    사과도 훨씬 아삭하고 당도도 높았고,

    감귤도 껍질이 얇고 달고 맛있었다.

     

    과일을 사서 봉지에 담는 과정중에

    빨리 버스로 돌아가라는 수신기 소리가 들렸다.

    버스를 그 자리에서 빼주어야 한다고

    모든 사는 행위를 중단하고 버스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얼른 계산을 마치고, 버스를 향해 뛰었다.

     

    버스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카필라성터 입구다

     

    틸라우라코트 - 카필라바스투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다.

     

    '틸라우라코트'는 룸비니에서 서쪽으로 29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싯타르타 왕자가

    29년을 살았던, 샤카 왕국의 고대 수도인 '카필라바스투'로 인정받았지만

    지금은 허물어진 벽돌만 남아있다.

     

    입구에 마을의 꼬마 하나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부처님 흉내를 내고 있었다.

     

    서문을 통해 들어가면,

     

    고목이 우거져있는 성터는, 꼭 

    경주 반월성을 떠올리게 한다.

     

    정글 속에 버려져 있던 이 터를 발굴해서

    이렇게 정비되어 유적지의 모습을 갖춘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한국의 순례객들은 대부분, 룸비니만 참배하고

    3시간 이상을 더 들어와야 하는, 여기까지는 오지 않고

    다들 그냥 다시 인도로 돌아간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넓고도 넓은 카필라 성터를 둘러보다보면,

     

    그야말로 벽돌로 된 터만 남아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이 분들도 모두 힌두교도들이다.

     

    우리는 동쪽을 바라보며 태자궁터에 앉았다

    우리가 바라보는 쪽이 싯타르타 태자가 출가했다는 동쪽문이다

     

    아버지 정반왕을 따라 농경제에 참가한 태자는

    행사장에서 나와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 골똘한 생각에 잠긴다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없을까?"

     

    아들을 찾아 다니다가,

    나무 밑에서 골똘한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너무도 거룩하게 보여 자신도 모르게 절을 하게 되는 정반왕은

    평생 부처님을 향해 세 번의 절을 했다고 한다.

     

    첫번째는 아시타 선인이 싯타르타의 관상을 보고

    궁에 있으면 전륜성왕이 되고, 출가하면 부처가 된다는 예언에

    감동을 받아 절을 하게 되고,

    두번째는 염부수 나무 아래서 생각에 잠긴 아들에게 절을 하고

    세번째는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어 돌아왔을 때이다.

     

    사문유관 이후로 번민하던 싯타르타는 

    아내가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를 듣자 

    바로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더 망설이다가는 출가를 못하겠다

    아들이 출가의 장애(라훌라)로구나'

    해서 아들 이름을 '라훌라'라 지었다고 하고,

    한편으로는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았으니

    출가를 해도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설명이 끝나고, 경전독송하고, 잠시 명상을 한 다음

    모두 함께 '부처님 출가의 노래'를 합창하고,

     

    우리도 모두 부처님이 출가했다는

    동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갔다.

     

    만발한 유채꽃을 배경으로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정반왕 스투파를 돌아서 나갈 때는

    염소들이 무심히 스투파 위로 뛰어올라와

    제 맘대로 걸어다니기도 했다.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마을 사람들의 텃밭 사이를 걸아갔는데

    토마토랑 가지가 주렁주렁 열렸고,

    한쪽에는 콩꽃이 곱게도 피어 있었다.

     

    유채밭을 지나, 밭 사잇길로 한참을 걸어가서야

    주차장에 있는 버스에 도착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

     

    오늘의 마지막 여정 - 쿠단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가면서, 미리 가사를 수하고,

    탑돌이부터 시작했다.

     

    '쿠단' 유적지는

    부처님이 출가 후 12년, 깨달음을 얻은 뒤 6년째 되는 해에

    아버지 정반왕의 초청을 받고, 카필라바스투를 방문하게 되는데

    그때 아들을 마중나왔던 곳이다.

     

    탑돌이부터 하고, 자리에 앉아

    스님의 설명을 듣고, 경전독송하고 예불을 올렸다.

     

    긴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밥을 지어 다들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마다 싸고 싱싱한 양배추를 쪄서

    쌈으로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내일은 다시 인도로 국경을 넘어야해서

    새벽 2시 기상해야하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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