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성지순례기 5 -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1주년여행 이야기(해외) 2025. 2. 7. 20:01
1월 15일~!
오늘은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1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이다
모처럼 새벽 이동을 하지 않은 관계로
새벽예불을 법당에서 제 시간에 시작했다
오늘은 우리 10호차가, 예불 안내를 맡아서
20분 일찍 들어와, 기준 자리 잡아놓고 안내하는 중이다.
새벽 예불 여법하게 잘 마치고
108배와 명상까지 한 다음,
공양 당번한다고, 10호차 순례자들만
이틀전에 전정각산에서 유영굴만 보고 미리 내려왔기에
그때 못 둘러본, 명상터와 샘터를 보러 올라간다.
둥게스와리, 불가촉천민들이 사는 16개 마을은
전정각산을 둘러싸고 모여 있다
부처님 시절, 이들은 사람이 죽으면 장례치를 비용이 없어
이 산에 시신을 그냥 갖다 버렸다.
시신을 버리는 불모의 산 주변에는
시신을 버리러 오는 사람들 외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곳이라
부처님은 이곳에서 수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올라가다보면, 야생 대추나무와 야생 야자나무들이
제법 자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처님의 주식이었던 것들,
가파른 돌산을 30분 이상 걸어올라가면,
가끔 평평한 부분에 돌무더기가 둘러져 있는 곳이
예전의 탑터라고 한다.
건기라 물이 거의 말랐지만,
여기가 부처님 시절 이용한 샘터라고 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윗쪽 돌틈에서
물이 졸졸 흘러내렸단다.
안개는 점점 더 자욱하게 내려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지가 되어
안개비로 옷이 축축하게 젖어오고 있었다.
안개비 덕분에, 척박한 이 돌산의 나무들과
풀들이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 남았던 것 같다.
다시 천천히 걸어 명상터로 올라갔다.
부처님은 여기서 6년간 고행을 하는 동안
구석구석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었으리라
축대 같기도 하고,
건물의 벽면 같기도 한, 돌담이
분지처럼 움푹 패인 곳에는 제법 있었다.
돌담 사이 움푹 패인 공간이
시신을 버리는 곳이었을까?
부처님의 명상터에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30분 정도의 명상 시간을 가졌다.
앉아 있을수록 안개비가 몸을 휘감아
가만히 있으려니 습기가 몸속까지 스며드는 듯 추웠다.
나는 처음으로 인도의 겨울은 부처님이 바깥에서 견디기에는
추웠겠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동굴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았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도 동굴이 필요했을 것이고
한겨울 밤과 새벽 시간의 추위를 피하는 공간으로도 말이다.
이번 순례의 목적은
인간 붓다가 태어나서 열반에 드실 때까지
평생 살아가신 길을 따라
실제의 과정을 답습해보고
나도 붓다처럼 삶의 모든 면에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돌들을 유심히 쳐다보다
거의 대부분이 대리석이라고 하는데,
자수정을 품고 있는 원석 같이도 보였다.
척박한 전정각산의 돌들이
만약에 원석들이 있었다면
주변의 불가촉천민들의 생활이 조금 나아졌을까?
안개 자욱한 저 봉우리 너머에는
앞에 다녀왔던 유영굴이 있다.
수자타 아카데미로 돌아오는 길,
마을은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교문을 통과해 들어와,
아침 공양을 하고,
바로 가사를 수하고
설성봉 거사님의 추도재에 참여했다.
2001년, 1월 9일, 오후 6시경
한창 교실 증축공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건축을 전공하신 거사님이
시간을 내어 장기봉사를 오셨다가
총은 든 무장괴한들의 총격으로 돌아가셨다.
함께 그 시절을 공유했던 분들의 추도사가 이어지자
다들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꼈다.
그 당시만 해도, 불가촉천민 마을은 무법천지였고
거의 매일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범죄의 소굴이었다고 한다.
그 사고 이후로 아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을까봐 전전긍긍했지만,
학교는 지금까지 발전을 거듭하며 이어져왔다.
이 사건 이후로, 스님은 정부에 학교의 보안을 요청했고
정부에서 경찰을 파견해서 근무하게 했다고 한다.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1주년 행사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3일간
수자타 아카데미는 축제기간이 되어,
온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매일 부르는
삼귀의, 오계와 교가를 합창하며 행사의 막을 열었다.
붓당 사라낭 가차미
담망 사라낭 가차미
상강 사라낭 가차미...
밴드부가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인도 수자타 아카데미의 이사장인
'쁘리야팔' 스님의 환영사가 있고,
유치부 아이들의 액션 댄스,
드루가푸르 마을 여성들의 합창이 있었는데
공연복으로 사리를 직접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초등 여학생들의 샤랄라 댄스
중등 남학생들의 '베쥬아 이스크' 댄스
노란 색 의상을 갖춰 입은
바가히 마을 아빠들의 흥겨운 공연
중등 여학생들의 '펀자비' 댄스
기합소리가 힘차게 들어가는 태권도 시범
우렁찬 한국어가 귀에 쏙 들어오고, 여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까나흘 마을 아빠들의 공연
중등 남학생들의 '돌베제' 댄스
중등 여학생들의 '핑가' 댄스인데
무대복을 학생들이 사리를 잘라 직접 만들어 입었단다
아라비안나이트 분위기 물씬~!
아이들을 이토록 생기발랄하게 잘 키워놓은
수자타 아카데미 봉사자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숙연한 마음이 일었다.
인도 정부가 운영하는 어느 학교의 학생들보다
예의 바르고, 봉사를 실천하며,
자신의 장기를 키우고, 공부에 충실한 아이들~!
나는 잠시의 순례기간에도 먼지와 공해와
새벽안개와 한낮의 더위에 힘들어했는데
여기서 5년, 10년씩 봉사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존경스러움을 넘어 너무 미안했다.
법륜스님 원래 계획은, 8대 성지마다
학교 하나씩을 만들어 순례자 숙소로 쓰고 싶었지만
봉사자들을 구해오기 어려워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수자타 아카데미에도 봉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둥게스와리가 속해있는 '비하르'주의 국회의원님 축사~!
평등한 교육을 실천하는 법륜스님과
JTS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축사를 하셨는데
이 분의 말씀은 수신기에 즉시 통역된 말이 전달된다.
이 분을 따라서 무장경찰이 10여 명 함께 왔었다
마지막으로 법륜스님 축사는
옆에 있는 지바카 병원의 원장님이
힌두어로 동시통역해서 전달한다.
공연장 바깥에까지 주변 마을사람들이 몰려와
함께 즐기는 분위기였고,
나중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점심공양을 나누었다.
한사코 내 옆자리를 파고 들어오던 아이와 사진 한 장~!
총출연진들의 인사를 마치고
모두 무대로 뛰어 올라가 댄스타임이 벌어지고,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점심을 먹는다.
학생들이 깔아놓은 자리 위에 앉으면
나뭇잎으로 만든 예쁜 접시에
튀긴 빵 '뿌리'
채소볶음 '사부지'
달달한 간식 '미타이'
그리고 오렌지 하나씩
뿌리를 사부지에 찍어 먹는 맛이 좋았다.
모자라면 더 달라고하면 얼마든지 더 준다.
나는 이것도 많아서 남겼다가
나중에 배고픈 강쥐에게 나눠 주었다.
식사 후에는 학생들이 마련한 체험의 시간,
이마에 점 찍어주는 체험도 있고,
축복과 신성함의 의미라는데 나는 이것은 패스하고,
손등에 헤나 꽃잎 하나 올리고,
사리 체험실에 들어가 사리 한 벌 입어 보았는데
잘 어울린다고 여기 남으란다~~ㅎㅎ
학교 밭에 흐드러진 유채꽃과 색감이 비슷해 고와 보인다.
마지막으로 싯타르타관에 있는
정토회 34년간의 발자취를 느끼고
한 해, 한 해 이어온 스님의 노력과 발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선물로 마련해둔
엽서 2장을 챙겨 돌아와
각 숙소를 대청소했다.
내일이면 숙소를 떠나기에...
그리고 남는 물건들은 모두 기부하고
현금 기부도 모두 형편대로 했다.
오늘 저녁은 밥통에 끓이는 라면이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한번에 밥통 5개씩만 꽂아 끓인다.
들어는 보았나?
밥통 라면?
까스렌지에 끓이는 것보다 화력이 부실해
끓어오르면서 벌써 퍼져버린 라면,
나는 원래 라면 안 먹는 사람인데
아주 맛있게 퍼진 라면을 잘 먹었다.
내일은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기르'로 떠난다~^&^~
'여행 이야기(해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성지순례기 7 - 부처님이 가장 사랑했던 땅 '바이샬리' (2) 2025.02.09 인도 성지순례기 6 -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기르' (0) 2025.02.08 인도 성지순례기 4 - 걸어서 '보드가야'까지 (0) 2025.02.06 인도 성지순례기 3 - '가야'를 거쳐 '전정각산'으로 (0) 2025.02.03 인도 성지순례기 2 -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0) 2025.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