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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성지순례기 4 - 걸어서 '보드가야'까지
    여행 이야기(해외) 2025. 2. 6. 19:02

    1월 14일~!

     

    오늘은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걸어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까지 가는 날이다.

    새벽 4시 30분, 마음 준비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헤드렌턴을 머리에 끼고

    캄캄한 새벽길을 묵언행군이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보드가야에서 사르나트까지

    250km를 맨발로 걸어가셨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해 같은 달이 아직 서쪽 하늘에 남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음력 섣달 보름날이라

    거의 보름달 비슷한 달이었다.

     

    1시간 30분이 지나자 날이 밝아온다.

    날이 밝아오면서, 동시에 자욱한 안개가 내린다.

     

    억새처럼 생긴 풀들이 많이 보이는데

    이것이 '길상초'이고 인도말로 '쿠사'라고 한다.

     

    부처님이 수자타에게 유미죽 공양을 받아

    어느 정도 기력이 회복되었을 때, 

    네이란자라 강을 건너가,

    지나가는 목동에게 풀을 한 무더기 얻어 깔고 앉으셨다

     

    그리고 49일동안 명상에 들어

    마침내 음력 12월 8일 새벽별을 보며 깨달음을 얻는데

    그때 깔고 앉았던 풀이 바로 길상초다.

     

    안개는 점점 자욱하게 내려 깔리는데,

     

    우리는 네이란자라 강에 이르렀다.

    건기라 강이 얕아서, 신발 벗고 걸어서 건너기로 한다.

     

    새벽 강물을 제법 차가웠지만,

    다들 아무런 말도 없이 강을 건넜다.

     

    네이란자라 강이 바로, 부처님이 6년의 고행을 끝내고

    시타림에서 내려와, 목욕을 한 뒤 쓰러진 곳이다.

     

    강을 건너와 수건에 발을 닦다가 문득,

    나는 내 얼굴을 한번 들여다보았다.

    며칠 새, 얼굴에 살이 쑥 빠지고, 눈이 움푹 패였다.

    앞으로 걸어야 하는 길이 엄청나게 남았는데

    나는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강을 건너자마자 놀랍게도

    엄청나게 비옥한 밭들이 펼쳐졌다.

    강 건너기 전, 둥게스와리는 아주 황폐한 불모의 땅이었는데

    강을 건너면 바로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감자싹이 얼마나 싱싱하게 자라고 있던지...

     

    뿌연 안개 속으로 해가 떠올랐다.

     

    3시간을 걸어서, 마침내 정토회 담마스쿨 부지에 도착했다.

    문앞에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구걸을 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주어서는 안 된다.

     

    명상센터 부지만 구입해두고

    뱀과 전갈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라

    건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님은 농담을 하셨지만,

    사실은 명상센터에 자원봉사올 사람이 없어서

    건물을 짓지 못하고 있다고 하신다.

     

    여기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꿀맛 같은 아침을 먹고,

     

    향기로운 숲속 화장실을 다녀와,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선다.

     

    그 새 아이들은 일열로 줄을 지어 앉아 있었고,

    스님은 사탕봉지를 꺼내 한 주먹씩 나눠 주셨다.

    질서를 지키고 앉아 있으면

    사탕을 받을 수 있다는 훈련이 이미 되어있는 아이들이다.

     

    20분 정도를 걸어왔을 때,

    수자타가 부처님께 유미죽 공양을 올렸다는 곳에 도착했다.

    스님의 설명을 한참 듣고,

     

    멀리 지어놓은 사원 이름이 '수자타 템플'인데

    사실은 힌두교 사원이란다.

    힌두 사원에는 사람들이 보시를 안 하지만,

    불교 사원은 순례자들이 보시를 하니

    이름만 빌려갔다고 하는 씁쓸한 설명이다.

     

    다시 걷다보니, 야생 토란잎 같은 것이 보인다.

    아니 커다란 우엉잎 같기도 하다.

     

    이 동네 사람들은 길상초를 엮어

    집과 담을 만들고 살고 있다.

     

    집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온통 아이들 천지다

    아침부터 아이들이 모두 바깥으로 몰려나와

    떼를 지어다니며 구걸을 했다.

     

    숲이 우거진 이국적인 풍경은

    강 건너의 풍경과는 너무도 달라서 경이롭기까지 했다.

     

    부처님이 사르나트에서 다섯 비구에게 첫 법문을 하고,

    다시 여기까지 걸어와, 당시 최고의 수행자였던

    우루벨라 가섭을 교화하기 위해 들렀던 우루벨라의 수행처이다.

     

    우루벨라에게 하룻밤 잠자리를 청했지만, 거절을 당하고

    어디라고 좋다고 말하자, 코브라를 키우고 있던

    이 곳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밤새 코브라와 함께 잘 자고

    별일없이 아침에 바깥으로 나오자, 

    우루벨라는 놀라기는 했지만

    젊은 그를 쉽게 스승으로 모실 수는 없었다.

     

    30여 차례의 어려운 시험과정을 거쳐, 마침내

    나이 80이 가까운 우루벨라 수행자는

    자신의 제자 500명을 데리고 함께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곳이다.

     

    다시 걷는다.

     

    해가 저만큼 떠오르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날씨는 더워지기 시작했다.

    새벽 기온은 6~8도 사이,

    한낮의 온도는 25~27도 정도가 되니

    기온에 적응하는 일도 힘이 들었다.

     

    여기도 온통 소똥 말리는 작업이다.

     

    비옥한 땅에는 브로컬리와 컬리플라워가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

    여기는 농약값이 비싸서 모두 유기농이다.

     

    둥글게 집처럼 만들어놓은 것이 볏단 말리는 것이고

    옆에는 소똥을 말리고 있다.

     

    수자타 스투파까지 왔다.

     

    젊은 수행자를 살리고자 했던 

    수자타의 순수한 마음이

    2,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맙게 느껴졌다.

     

    여기서도 모두 경전독송을 하고 탑돌이를 했다.

     

    모든 진행은 수신기로 전해듣기에

    종일 수신기 착용은 필수인데

    나중에는 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이것도 힘이 들었다.

    전체 수신 채널과, 버스별 수신 채널이 달라서

    자주 채널을 바꾸고, 집중해야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5시간을 걸어서야 드디어 멀리 보드가야 대탑이 보인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땅, 

    보드가야 주변은 그야말로 너무 복잡해서 정신이 없었다.

     

    온갖 종류의 가게들이 펼쳐져 있고,

    온갖 것을 파는 상인들이 사람들을 잡아 당겼다.

    부처님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성지의 본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보드가야 대탑이 보이는 곳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핸드폰이나 모든 전자제품, 배터리가 든 시계나 볼펜까지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도록, 두 번이나 검색대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인도에서 가장 크고 완벽하게 세워진 불탑이지만,

    안에 사원은 힌두사원이다.

     

    이 사진은 '스님의 하루'에서 빌려왔다.

    3시간 가량을 보드가야 대보리사 대탑 뒤에서

    예불 올리고, 경전독송하고, 스님 설법을 들었다.

     

    부처님이 앉아서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보리수,

    거대한 보리수 나무 한 그루가

    엄청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지만,

    한낮의 땡볕은 가만 앉아있기에 너무 더워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모른다.

     

    스님 뒤를 따라 탑돌이를 아주 경건하게 하고,

    30분 정도의 개인 관람 시간을 얻어

    전체 탑 주변을 둘러보고 나왔다.

     

    출구 쪽에는 더 극성스런 상인들이 많았다.

    보드가야의 보리수 나무만 나뭇잎 끝이 뽀족한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코팅해서 판매하는데 비싼 값을 부르고 있었고,

    염주나, 대탑의 사진을 들고

    가격이 10배를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는 1/10을 부르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보드가야 보리수 잎이다

    잎의 끝모양이 유난히 뽀족하게 빠진 것이 특징인데

    부산 태종대의 태종사에 가면,

    보드가야에서 가져와 키운 보리수나무 한 그루가 있다

    겨울을 나기가 어려워, 높은 비닐하우스 안에 키우는데

    잎모양이 이렇게 뽀족하게 특이해서 보드가야 출신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출구 앞에서 조별 사진 한 장씩 찍고,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가 기다리는 곳까지 다시 걸었는데,

    오늘은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허리까지 아팠다.

     

    수자타 아카데미로 돌아와 저녁 먹고,

    저녁 예불 올리고,

    인도 현지인 스텝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마치고,

    조별로 소감 나누기를 하고는 모두 골아 떨어졌다.

     

    한밤중의 학교 풍경이다.

    전교생이 이걸 만드느라고

    얼마나 오랫동안 손을 모았을까를 생각하며

    한참을 쳐다보다, 나도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은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31주년

    기념 행사가 있는 날이라, 모처럼 여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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