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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기 2 -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여행 이야기(해외) 2025. 2. 1. 20:44
1월 12일 새벽~!
하루 일찍 도착한 일행들은
미리 갠지즈를 다녀왔지만,
늦게 도착한 일행들만 모아서
갠지즈의 일출을 보러 나선다.
새벽 3시 30분 출발이다.
사르나트 일대의 길거리는
거의 부처님의 길처럼 만들어둔 것이
예전에 비해 달라진 점이다.
숙소에서 큰 길로 나서면,
네 군데 숙소에서 모인 일행들을 모두 두 대의 버스에 태우고
약 10분쯤 가서 내려주었다.
갠지즈 강으로 가는 길도
예전에 비해서는 엄청 깨끗하게 정비가 되었다.
새벽이지만, 짜이 가게도 문을 열고
꽃등을 파는 할머니들도 일찌기 나와 앉아 있다.
삶의 현장은 언제나 새벽부터 힘차게 열린다.
예전에는 길거리 가장자리에 가득
온갖 장애인과 구걸하는 사람들로 벅적였는데
이것도 조금 정비된 느낌이다.
10분쯤 걸어갔을까?
드디어 강이 보인다.
내 눈에는 예전보다 더 탁해진 강물이지만
멀리서온 힌두교도들은, 이 성스러운 강물에
새벽부터 목욕을 하고 있다.
목욕을 하고, 머리꼭지까지 세 번을 담그고
물통에 물을 담아간다.
한 배에 15~20명씩 타고 강 가운데로 나간다.
꽃등 '다이'를 파는 여인이
재빠르게 배 위에 올라와 꽃등을 사라고 한다.
17년 전에도 하나에 1달러, 지금도 하나에 1달러
꽃등을 띄워보내는 일은
그냥 강물을 오염시키는 일이라
나는 무심히 꽃등을 외면했다.
배는 천천히 강 가운데로 나아가
강의 아랫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강의 상류쪽으로 이동을 한다.
멀리 달 같은 해가 둥실 떠올랐다.
바다도 아닌데, 갈매기들이 엄청나게 날아다닌다.
상류쪽으로 오면 화장장을 지나간다.
화장장에서 쓰는 장작을 가득 실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고,
새벽부터 화장장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생전에도 갠지즈 강에 와서
3번 목욕을 하면, 영혼이 정화되어 천국에 간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강에 목욕을 해서 천국에 간다면
갠지즈 강의 물고기들이 가장 먼저 천국으로 갈 것이다
인도에선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천으로 덮어서
갠지즈 강으로 데리고 온다.
화장장이들이 시신을 들고, 물에 세 번 담궜다가 건져서
장작더미 위에 올리고, 다시 시신 위에 장작을 올리고 불을 붙인다.
여자들은 화장장에 따라오지 않고, 남자들만 함께 온다
맏아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시신의 입에 쌀을 물리면
화장의식이 시작된다.
부자들은 장작을 충분히 사서,
시체를 완전히 태워 재를 가지고 가지만,
가난한 이들은 장작이 모자라
덜 탄 시신을 강물에 밀어넣는 곳,
삶과 죽음이 하나인 곳 - 갠지즈~!
우리는 화장장 앞에서 잠시 배를 멈추고
'아미타불' 정건을 한참 해주었다.
강물 윗쪽 가트는 한가하고, 조금 고급스럽다
배 타고 30분쯤 지났을 때,
우리는 배에서 내렸다.
나오는 순서대로, 4명씩 짝을 지어 릭샤를 타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릭샤 운전수는 우리 숙소를 잘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전속력으로 달리는지
흔들려 떨어질까봐, 쇠봉을 꼭 붙잡고
20분 이상을 질주하는 동안, 찬바람을 견디며 겨우 버텼다.
버스로 10분 간 거리를, 릭샤로 20분 왔다
릭샤 삯은 250루피(4,200원 정도)
숙소를 잘 모르는 운전수
우리 일행을 사르나트 박물관 앞에 내려주고 돌아갔다.
시간이 벌써 8시가 넘었다.
길거리 먹음직스런 과일을 사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달리기 시작했다.
숙소에 남아 있었던 일행들은
벌써 짐을 챙겨, 사르나트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급하게 숙소로 돌아와,
일행들이 남겨두고간 밥을,
각자 반찬을 꺼내어 선채로 얼른 먹었다.
그리고 서둘러 들어선 사르나트 - 초전법륜지
앞에 둥글게 보이는 곳은 '다르마라지크 스투파'의 기반이다
부처님께서 이 곳 나무 아래에서
다섯 비구에게 첫 설법을 한 것을 기념하여
200년 후, 아쇼카왕이 세웠는데
지금 탑은 허물어지고, 기단만 남아있는 상태다
'다르마라지크'는 '법륜'이란 뜻이다.
그리고 그 윗쪽에 우뚝 솟아 있는 '다메크 스투파'
부처님께서 두번째 설법을 하신 장소에 세워진 탑으로
다섯 아라한이 탄생한 곳이다.
탑의 아랫부분은 큰 돌로 이루어져 있고
탑의 윗부분은 벽돌로 쌓아 올렸다.
탑 둘레는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이고
8개의 돌출된 감실들이 있다.
원래 감실 안에는 작은 부처님들이 모셔져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상태로 남았다.
다메크 스투파 앞으로 전체 대중이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제 자리 찾아 바랑을 내려놓고,
조별 사진 한 장 찍었다.
10시에 수계식 시작하기 전까지
각자 먼저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17년 전에 여길 왔을 때는
벽돌은 다 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개똥, 소똥이 군데군데 말라붙었고,
버려진 개들과 소들이 한가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금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비가 잘 되어있고
관리도 아주 잘하고 있었다.
불교 성지순례객들이 전세계에서 방문하는 곳이니
인도에서도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소카왕의 석주가 부러져
유리관 안에 넣고 보관하고 있다.
건축물의 난간으로 보이는 조각물이
벽돌 바깥으로 덧대어진 형식으로 붙어있기도 하고,
벽돌 아랫쪽에 기단을 삼아 넣기도 한 모양은
뭔가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이다.
물빠짐을 위한 것인지,
반대편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인지
가운데 구멍도 하나씩 뚫어 놓았다.
기둥이나 탑의 난간 문양을 모아놓은 곳도 있고,
탑의 모양을 모아놓은 곳도 있는데
아직도 보수하고, 조각들을 정리하는 중인 모양이다.
다메크 스투파와 신물간다꾸띠가 나란히 보인다.
뽀족한 탑을 가진 신물간다꾸띠는
스리랑카의 고승 '다르마팔라'가 1923년에 시작해
1931년에 완성한 인도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이다.
탑처럼 뽀족하게 공중에 솟아있는 부분은
보드가야의 대보리사 대탑을 모방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법당 안에는 초전법륜상이 모셔져 있다.
동남아에서 성지순례 온 스님들이
녹야원 잔디밭에 앉아
열심히 경전을 읽고 있었다.
10시가 되어 우리는 수계식을 시작했다.
스님의 설명을 먼저 듣고,
우리는 여기서 계를 받고, 수행자가 되어
앞으로 15일간의 성지순례를
수행자의 자세로 다니기로 마음을 모았다.
수행자의 자세란
먹는 것은 걸식해서 먹은 부처님처럼 먹기로해서
먹는 것에 불평하지 않기로 한다.
입는 것은 시체를 싸서 버린 분소의를 주워 입은 부처님처럼
옷모양이나 깔끔하지 못한 것을 탓하지 않기로 한다.
잠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잤던 부처님처럼
숙소에 불편한 점이 많아도 불평하지 않기도 한다.
호궤합장을 하고, 연비를 받고,
가사와 발우를 전해받고
모두 가사를 수하고, 예불을 올렸다
경전 독송을 하고, 스님의 법문을 들은 다음,
발우를 들고, 일열로 줄지어 탑돌이를 시작했다.
'석가모니불'을 끝없이 외우면서...
그 모습이 너무도 경건하고 장중해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촬영을 하고는 했다.
10호차 단체촬영
430명 단체촬영~!
부처님께서는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 풀잎을 깔고 앉아
49일만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함께 공부했던 다섯 비구들에게 전법을 하기 위해
250km를 걸어 사르나트로 오셨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부처가 아니었고,
깨달음을 얻은 뒤에도 그가 부처인 줄을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사르나트에 와서, 다섯 비구를 깨닫게 만들고서야
그는 비로소 부처가 되었다.
그래서 성지순례의 시작은
부처님이 부처로서의 첫 전법을 행한 이 곳 사르나트를
출발지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는 스님의 설명이었다.
몇 시간에 걸친 수계식과 탑돌이로
목도 마르고 피곤해진 우리는
걸어서 숙소로 가는 길에,
잠시 영불탑도 보았다.
사르나트에서 걸어나와 약 5분 거리에 위치한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뒤에
가야에서 함께 수행했던 다섯 비구를 찾아왔을 때
그들이 부처님을 맞이했던 곳이다.
부처님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은
시타르타가 유미죽도 얻어 먹고,
여인의 도움을 받는 곳을 보고 더 이상 수행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처님이 가까이 왔을 때,
부처님의 위의에 눌리어, 반사적으로
한 사람은 발 씻을 물을 떠 오고,
다른 사람들은 앉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부처님을 환영했던 자리라고 해서
후대 아소카왕때 영불탑을 세웠다.
다시 조금 걸어나오니, 태국절이 보인다.
태국절에 세워진 거대한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가까이 있던 현지 여인들과 어울려 사진도 찍었다.
목이 너무 말라 모두 코코넛 하나씩,
(하나에 70루피 : 1,200원 정도)
코코넛 건배를 하고 쭈~~ 욱~~
시원하고 맛있었다.
근처 노점에서 사과랑 귤도 사고,
복잡한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밥을 지어 조별로 먹는다.
그리고 내일 아침밥을 지어
모두 도시락에 나눠 담고
솥 씻어 정리해두고 잠자리에 든다.
한국에서 각자 찹쌀 1kg씩을 가지고 갔다
인도 현지 쌀을 구입해서 나눠주면
절반씩 섞어서 밥을 지어 먹었다.
그런대로 촉촉한 밥이 되었고
나중에는 노점에서 감자와 완두콩도 구입해서
함께 섞어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반찬은 각자 23끼에 해당하는 것을 챙겨 갔다
내 캐리어의 절반이 먹는 것으로 채워진 까닭이다
식사는 아침과 저녁만 먹고,
점심은 건너뛰면서 다녀야하는 일정이라
허기질 때 먹을 간식도 본인이 챙겨가야 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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