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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성지순례기 6 -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기르'
    여행 이야기(해외) 2025. 2. 8. 21:26

    1월 16일~!

     

    오늘은 '라즈기르'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4시 30분 출발,

    버스 안에서 새벽 예불을 올리며 시작했다.

     

    라즈기르는 고대 인도의 강대국 마가다국의 수도였고

    인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이다.

     

    버스로 1시간 30분을 달려간 다음,

    내려서 '제띠안 스투파'에 참배하기 위해 걷는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에, 천 명이 넘는 제자들을 거느리게 되었고

    그들을 이끌고 마가다국의 왕사성으로 교화를 하기 위해 오게 되었다.

    당시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은 부처님 일행이 오신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왕사성 서쪽문으로 나와, 12km 정도 떨어진 제띠안까지 마중을 나왔다.

    후에 이 곳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탑을 세웠는데

    저기 언덕 위에 세워진 것이 바로 '제띠안 스투파'이다.

     

    차츰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제띠안'까지 마중을 나온 빔비사라왕은

    부처님 일행을 왕사성 안으로 맞이하고 싶었지만

    부처님은 성안은 수행처로 적당하지 않다고 거절을 하셨다.

     

    생각 끝에 빔비사라왕은 왕사성 바깥의 대나무가 우거진 숲을 내어주게 되는데

    그 대나무숲이 최초의 불교 수행지 '죽림정사'가 되었다는 설명을

    스님을 통해 자세하게 전해들었다.

     

    오른쪽에 앉아 계시는 비구니스님은

    이번 성지순례에 동참한 스님 중의 한 분이다

    비구스님 한 분과 비구니스님 한 분이 오셨는데

    스님이라고 특별대우는 해주지 않는다.

     

    비구스님은 남자 순례자들과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함께 밥을 지어 먹었으며, 비구니스님도 마찬가지,

    미리 그걸 안내받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신 분들이다.

    단지 순례에서의 서는 자리는 스님 다음으로 정해주셨다.

     

    빔비사랑왕은 부처님을 만나자 이런 고백을 했다

     

    '제가 왕자 시절, 다섯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왕이 되는 것이었고

    둘째는 내 나라에 부처님이 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는 제가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이고

    넷째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것이고

    다섯째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이 모든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니 부디 왕궁에 드셔서 제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은 그 청을 조용히 거절하셨고

    왕은 북문 밖의 조용한 대나무 숲을 내어주었던 것이다.

     

    선 채로 경전독송하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나왔다.

     

    일행들이 서 있었던 왼쪽으로 야트막한 언덕이 있었는데

    저 곳에 부처님이 머무르셨던 것을 기념해

    후대 아쇼카왕이 세운 탑터였다고 한다.

     

    지금은 야생 결명자가 씨앗을 맺어

    무성하게 매달려 있을 뿐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죽은 소를 뜯어먹는 들개를 만났다.

    '하나가 살기 위해서, 왜 하나는 죽어야 합니까?'

    부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삶이 이어지는 본능적 속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착찹했다.

     

    걸어서 버스가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왕사성 부근의 대나무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나무와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보았다.

    잎이 아주 작고 가늘고 부드럽게 매달려 있고

    나무는 위로 곧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잎을 사방으로 무성하게 매달고 있어

    대나무가 아닌 관엽식물 같았다.

     

    저 대나무 잎사귀들을 모아서 깔고 앉으면

    방석처럼 푹신한 느낌이 들 것 같았고

    앉아서 수행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가 될 것처럼 보였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45년 동안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가장 많은 19안거를 보내셨고

    그 다음으로 긴 시간을 수행했던 공간이 바로 여기 왕사성 죽림정사이다.

     

    버스 타고 30분 이동해, 영축산 입구에서 내렸다.

     

    영축산 꼭대기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가기로 한다.

     

    우리가 올라가는 이 시간에

    부탄에서 온 듯한 많은 순례객들이

    함께 산길을 걸어올라갔다.

     

    부탄 사람들에게는 인도 성지순례가 꿈 같은 일이라서

    평생에 한번 오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라고 한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길 양쪽에는

    물건을 판매하는 장사꾼들과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정글같은 숲이 펼쳐지고,

     

    걸어가는 돌길 아랫쪽으로

    무너진 축대 돌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몸이 비대했던 빔비사라왕은 

    영축산 꼭대기 부처님의 수행처까지 올라가는 일이 힘들어

    가마를 타고 올랐다는데

    네 명의 가마꾼들이 가마를 메고 올랐던 돌길은 무너지고, 

    축대의 흔적만이 흩어진 돌들과 함께 남았다.

     

    길가에 일찍부터 나와 앉아있는 구걸하는 여인들을 보며,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숨을 헐떡이며 오르다보니

     

    멀리 부처님의 수행처가 올려다보인다.

    영축산 꼭대기 부처님이 앉아서 수행했던 자리를

    지금은 저렇게 축대를 쌓아 반듯한 모양으로 만들어 두었다.

     

    여기도 원숭이들과 소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었고

    원숭이들이 가끔 가방을 낚아채기도 한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부처님을 25년간 시봉했던

    아난다가 수행했던 굴이라고 한다.

     

    작은 돌탑들이 수도 없이 쌓아진 곳을 지나면,

     

    마침내 영축산 독수리봉을 마주한다.

     

    독수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스님 뒤를 바싹 붙어 일찍 올라온 우리들은

    영축산 꼭대기에 마련된 참배 장소에서 참배를 하고 돌아내려왔다.

     

    우리랑 같이 올라오고 있었던 부탄의 불자들은

    이미 참배자리에 모두 차지하고 앉아서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길만 남겨 두었다.

     

    스님은 수신기로 참배를 했거나 못했거나

    아랫쪽 계단을 중심으로, 가운데 길을 비워두고

    모두 자리를 펴고 앉으라고 하셨다.

     

    이렇게 앉아서 우리는 약 1시간 동안

    예불을 올리고, 명상을 하고, 설법을 듣고

    그리고 스님의 설명도 충분히 들었다.

     

    앉아서 명상하는 동안, 나는

    아주 좋은 기운이 느껴져 환희심이 일었다.

     

    부처님께서 반야심경을 설했던 장소이기도 하지만,

    아침마다 예불을 올릴 때,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하는 그 영산이 바로 여기 영축산이다.

    마하가섭과 부처님이 주고받은 영산회상의 설법 역시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경전을 독송하는 동안, 정상 참배를 하지 못한 순례자들은

    묵언으로 걸어 올라가 참배를 하고 왔다.

     

    걸어서 내려오다가,

     

    영축산 꼭대기가 보이는 자리에서

    10호차 단체사진을 찍는데

    소 한 마리가 한사코 엉덩이를 자꾸 들이미는 바람에~~ㅎㅎ

     

    죽림정사로 이동하는 길에 만난 꽃마차인데

    라즈기르에만 이런 꽃마차가 다닌다고 했다.

     

    죽림정사 입구를 통과해 들어가면,

     

    아주 넓고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진다

    독수리상도 앉아 있고,

    조용하고 깨끗한 공원 안에 들어온 느낌인데

    깨끗한 화장실까지 있어 얼른 다녀왔다.

     

    그리고, 늦은 아침 도시락을 챙겨먹고,

     

    중심에 있는 커다란 카란다 연못이랑

    주변 풍경 구경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연못 주변에는 온갖 이쁜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박태기 꽃 같기도 하고, 범의꼬리 같은 꽃들도

    줄줄이 피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시 정해진 시간에 모여,

    모두 가사를 수하고 예불 올리고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혼자 생각에 빠졌다.

     

    부처님 일행은 모처럼,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서

    평평한 평지에 포근한 댓잎을 깔고 앉아

    빔비사라왕이 올린 공양을 드시며

    조금 편안한 시기를 보내시지 않았을까...

     

    죽림정사에서 부처님의 상수 제자인

    사리불 존자와 목건련 존자가 부처님께 귀의했고,

    또한 부처님과 마음으로 교감했던

    마하가섭 존자도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쉬라바스티 사위성에 기원정사를 지은 수닷타 장자도

    이곳에 와서 부처님을 친견하고 법문을 듣고 난 후

    부처님을 사위성으로 초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부처님은 이곳을 방문해 빔비사라왕을 교화하고

    그에게 죽림정사를  기증받아, 이곳에서 3년 가까이 머물면서

    활발하게 전법활동을 한 결과, 무명의 부처님이

    유명한 부처님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된 곳이 바로 여기 죽림정사이다.

     

    10호차 일행들,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

     

    오늘도 일정이 아주 빡세다

    다시 걸어서 칠엽굴을 향해 간다.

     

    길거리 꽃마차도 또 한 대 만나고

    사탕수수로 즙을 짜서 파는 행상도 보면서 지나간다.

     

    원숭이들이 사납다고 절대 가방을 열지 말라고 했지만

    아기 원숭이는 너무 귀여워, 자꾸 눈길이 간다.

     

    칠엽굴 올라가는 입구에는 '온천정사'라는 목욕하는 곳이 있다.

    온천정사의 맨 윗쪽은 높은 카스트가 목욕을 하고,

    맨 아랫쪽은 낮은 카스트가 목욕을 한다는데

    주변엔 많은 분들이 옷을 입은 채 목욕을 하고 있었다.

     

    온천정사 입구의 보리수나무가 어찌나 거대하고 잘 생겼는지~~ㅎㅎ

     

    마지막 힘을 내어 돌계단을 오른다.

    숨이 턱에 차고, 땀을 흘리며 30여 분 올랐을까?

     

    마침내 칠엽굴 앞에 다다랐다.

    굴 모양이 나뭇잎 일곱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양이라고

    칠엽굴이라고 부르는데,

    부처님의 말씀을 정리해 경전으로 만들기 위해 모인 1차 결집의 장소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 부처님 말씀을 모두 모아 정리해

    경전을 만들기 위해, 부처님의 제자들 중

    아라한과를 증득한 500명이 모여 3개월에 걸친 작업이 이어졌는데

    이것을 1차 결집이다.

     

    굴 주변에 우리 순례자 일행들 400여 명이 앉아도

    남는 공간이 있는 것을 보면,

    500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의 법문은 25년간 시봉한 아난다가 맡았고

    계율은 우빠리가 초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금강경을 보면 이렇게 시작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즉 제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서

    아난다가 초안을 내면, 거기에 대해 '뭐가 빠졌다'

    '아니다 그것은 거기서 한 얘기가 아니고 다른 데서 한 얘기다'...

    이렇게 토론이 진행되고, 최종 의견이 모아지면 편집을 하고는 했다

     

    부처님 열반 후,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까지

    우리가 경전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칠엽굴에서의 1차 결집이 있었던 덕분이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출판사였던 셈이다.

     

    이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

    부처님이 가장 사랑했던 땅, 바이샬리에서

    2차 결집이 진행되었다.

     

    올라올 때는 땀도 나고 너무 더웠는데

    가만히 앉아 1시간 이상을 있자니 추워지기 시작했다.

    해도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스님 말씀 마치고, 굴 안으로 들어가봐도 좋다고 했지만

    깊숙히 들어가려면 낮은 포복으로 옷을 다 버린다고 해서

    중간에서 돌아나왔다.

     

    입구에서 조원들이랑 사진 한 장~!

     

    내려다보면 라즈기르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곳이라

    시원스런 풍광에 하루의 피곤함을 씻었다.

     

    오늘의 숙소는 라즈기르 순례자 숙소

    유난히 작은 방에 침대가 세 개 나란히 있어

    캐리어 펼치기도 어려웠지만, 여장을 풀고

     

    서둘러 저녁밥을 지어 다들 맘껏 먹었다.

    밥다운 밥을 오늘은 처음 먹는 것이라서...

     

    배불리 밥 먹고, 다시 밥솥 씻어 밥을 안쳐

    내일 아침 먹을 도시락을 싸놓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은 부처님이 가장 사랑했던 땅 - 바이샬리로

    다시 먼 길을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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