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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매화 탐방 - 호남 5매여행 이야기(국내) 2023. 3. 20. 19:53
보현골의 보현댁입니다~!
제작년엔 호남 5매를 찾아 나선 여행에서
거의 져버린 끝물의 매화를 만나
아주 허탈하게 돌아왔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조금 일찌감치 나섰답니다
지난 3월 14일,
호남의 명품 매화 중의 제 1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옆의 흑매입니다.
딱 알맞게 도착해서 감탄을 연발하며 돌았답니다.
50~60% 개화된 모습이 얼마나 매혹적이던지요
화엄사는 88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가람이었답니다.
정유재란때 화엄사 스님들은
승군을 조직하여 석주관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답니다.
석주관 전투는 조선에서 벌어진 특이한 종교전쟁의 성격을 가졌답니다
일본의 소서행장 군대는 십자가를 앞세운 카톨릭 신자로 구성된 군대였고
조선은 의병들과 화엄사의 승군들이 나섰지요.
3만이 넘는 압도적인 병력과 조총부대를 앞세운 왜군들과
겨우 3,500명의 의병과 153명의 승병들이 맞서 싸웠으나
모두 전멸하고 말았습니다
하동에서 구례로 넘어오는 관문인 석주관은
호남을 왜군에게 넘기지 않으려고 버텼던
구례 의병과 승병들의 최후의 보루였답니다.
화엄석경이 새겨졌던 각황전과 모든 전각이 불타고
88개의 암자와 함께 화엄사도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전란이 끝나고 계파대사에 의해
현재의 화엄사가 복구되었답니다.
그리고 각황전 복원기념으로 옆자리에 홍매를 심었습니다
핏빛보다 짙은 붉은색 매화를 사람들은 흑매라고 부릅니다
새봄마다 피어나는 화엄사 흑매 붉은 꽃잎은
정유재란때 왜군에게 죽임을 당한 화엄사 승군들의
붉디 붉은 피처럼 느껴진답니다.
그들은 잊지 말라고, 그들이 흘린 피가
검붉은 매화꽃으로 봄마다 다시 피어난답니다
새봄이 되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화보살을 친견하러 구름처럼 보여듭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답니다.
이전에는 유적답사로 화엄사 각황전과
각황전 앞의 잘 생긴 석등을 만나러 왔었는데(둘 다 국보임)
이번엔 오로지 명품 매화를 보겠다는 일념으로~~ㅎㅎㅎ
사방팔방 한 군데도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는 매화를
보고 또 보고, 목이 아파 내려서는 시간,
찰나의 깨달음처럼 범종이 울려 퍼졌답니다
정오를 알리는~!!!
점심 먹고 명품 매화 2호를 만나러
승주 선암사로 올라갑니다.
선암사는 반드시 홍교(무지개다리) 사이로
강선루를 보며 올라가는 것이 선암사를 제대로 만나는 기본이랍니다.
세상에서 젤 아름다운 화장실
선암사 '뒤깐'에서 볼일도 보고요
선암사엔 아주 묵은 고목의 매화들이
여러 그루가 있답니다.
그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홍매를 먼저 만납니다.
양지바른 곳에 위치해 제법 활짝 피었습니다.
정확한 나이를 알 수는 없지만
선암사의 건립연대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수령 약 650년의 선암사 '백매'
60~70% 아주 알맞게 피어 저를 맞아주었답니다.
그윽한 향기를 품고, 사방팔방으로 가지에 꽃을 피워올린 모습이
고고하다 못해 숨이 막힐 지경으로 아름다웠답니다.
고찰의 기와와 담장을 배경으로
고운 가지 뻗어 팝콘처럼 터지는 매화송이~!
티없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눈이 날리는 듯, 목화송이 흩어지는 듯,
꽃잎 펼쳐내는 매화가 너무도 아름다워
잠시 숨을 멈추었답니다
바람이 실려오는 매화향기는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요
친구 부부랑 봄이 주는 선물을 만끽하며
행복한 여정을 누렸답니다.
담양으로 넘어가, 호남 제 3매 계당매를 찾았으나
세 그루 나무가 이미 죽어 만날 수가 없었답니다
소쇄원의 풍경과 소쇄매는 다음번 이야기에 올리도록 합니다.
15일 아침, 식전에 일찍
전남대학교의 대강당 민주마루 곁에 있는
호남의 명품 매화 제 4매 '대명매'를 만났습니다.
50% 정도 개화,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어요.
뒤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대강당인 민주마루 건물입니다.
담양의 고부천 선생이 1621년 명나라 특사로 갔을 때
희종황제에게 하사받은 매화 한 그루를 고향에 심어 '대명매'라 불렀습니다.
이후 선생의 11대 후손인 고재천 박사가
대명매에서 취목, 분주한 매화를 전남대에 기증하여
1972년 이 자리에 심은 것이 바로 이 홍매랍니다.
대명매는 특이하게도 겹겹이 말린 꽃잎을 펼쳐내어
미니 장미처럼 피어나는 모습이
자세히 눈맞추는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고혹적인 향기,
아리따운 색감,
겹겹이 비밀스레 펼치는 꽃잎들,
코끝이 싸~아~한 아침나절
매화의 자태와 향기에 취해
몇 바퀴를 돌고도는 사이,
학생들이 줄줄이 등교하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매화나무 아래 앉아
엽서라도 한 장 쓰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접고 돌아 내려왔답니다.
호남의 명품 매화 제 5매, 백양사의 고불매는
이제 겨우 꽃망울 맺었다고
다음 주에나 오라는 종무소 보살님 말씀에
이번 호남 5매는 정리가 되었답니다.
홍도랑 흑산도로 들어가려 했으나
강풍이 불어 포기하고, 여정은 해남과 진도로 이어졌답니다
차례로 이야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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