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로 만든 밥상 33 - 폭염을 견딘 농작물로 만든 <삼색전>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폭염 19일째

길바닥엔 지렁이들이 떼죽음을 하고

잡초들이 다 말라죽는 가뭄과 폭염입니다~~ㅠ

30년 전, 삼복더위에 큰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때는 교사가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일도 눈치보던 시절이라

큰아들은 여름방학,

작은아들은 겨울방학에 낳았습니다~~ㅎㅎ

아들 생일 겸, 산골 작은 절집의 백중천도재 겸

색색이 고운 삼색전을 만들었습니다.

여름꽃들이 화사하게 피던 절마당에도

가뭄과 폭염으로 꽃들이 다 말라죽고

참나리만 무성하게 피어 있습니다~~

작년에 이리도 무성하고 화사하게 피었던

상사화 군락이었는데~~

올해는 딱 세 포기 시들하니 피었습니다~~ㅠ

보현골 작은 절집에도

장 보러 나가려면, 차 타고 40분 나가야기에

백중천도재 7번을 치르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돌아가며 한번씩 당번을 하기로 해서

이번에 겸사겸사 제가 손을 들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나물 4가지 볶았어요~~

맨 위에 가지나물(들깨 갈아넣고 들기름에)

고사리, 호박나물, 콩나물

(도라지는 키우는 이웃 언니가 만들어온다기에 맡겼어요)

영천시장에서 파는 손두부로

치자물 곱게 우려 구웠습니다.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소금 솔솔 뿌려 두었다가

물기 깨끗하게 닦아

밀가루 묻힌 다음

치자물 우려, 우리밀가루 풀고

죽염수로 간을 했습니다.

밭에서 키운 감자 큰 넘들로 골라 강판에 갈아

당근을 아주 잘게 채썰어 넣고

죽염수로 간을 했습니다.

밭에서 딴 애호박 채 썰고

벌레 안 먹은 깻잎만 골라, 깨끗이 씻어

총총 다져 섞어 초록색으로 통일했어요.

계란 2개 풀고

우리 밀가루 섞고

죽염수로 간을 했습니다.

깻잎 덕분에 향기도 좋은 전이 되었어요~~ㅎㅎ

색이 곱게 잘 나왔네요~~ㅎㅎ

10인분 기준으로 만들었는데

오늘 스님까지 딱 10분 참석했었답니다~^^

마침, 큰아들 생일이라고

우리 식구들 먹을 것 조금 덜었어요~~

나물이랑 전이랑 한 끼 먹을 정도로 덜어두고~~

나머지 절에 가져가서

백중천도재 중, 3재 잘 치르고

10분 함께 잘 나눠 먹었습니다.

아들들은 뭐니뭐니해도 고기를 좋아해서

어제 LA 갈비 4kg 재어 두었습니다.

울진 죽변항에 주문해

문어숙회도 2kg 받아 두었구요~~

단호박 식혜도 큰 냄비로 끓여

패트병에 나누어 얼려 두었어요~~

날이 더워도 오늘 저녁엔

숯불 피워 고기 굽고

모처럼 만난 네 식구, 생일상 거하게 차리려고 합니다~~ㅎㅎㅎ

한 달 전에 담궈둔

황매실 식초를 일차 알콜발효 끝나서 걸러주고

종초 섞어 지하 발효실에 넣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앵두식초도 걸렀는데

색상이 넘 고운 것 있지요~~ㅎㅎㅎ

가뭄과 폭염 속에도

꽃밭에 백합이 피네요~~

기특해서, 저녁마다 물을 줍니다.

달맞이꽃이 피는 시기인데

너무도 가물어 잡초들까지 말라 죽고

달맞이꽃도 영 시들하니 시원찮게 핍니다.

올해는 달맞이꽃차도 많이 만들지는 못하겠어요~~ㅠ

가뭄 속에서도 깨꽃이 소담스레 피는 모습이

아침에 밭에 내려가보는 제게 감동을 줍니다.

봉숭아들도 색색이 고운 빛깔로 피네요~~

내일은 봉숭아꽃들 따다가

손톱에 꽃물을 들이려고 합니다.

곱게 나오면 또 소식을 전할게요~~ㅎㅎ

더워도 세 끼 식사 잘들 챙겨 드시고

건강한 여름나기들 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