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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1 - 비자림과 빛의 벙커여행 이야기(국내) 2022. 5. 29. 17:18
지난 13일부터 3박 4일
6년만에 제주도 가족여행 다녀왔답니다.
6년 전에는 우리 부부 계획으로 아들들과 다녀왔는데
이번엔 아들들 주도로 우리가 딸려 갔다 왔답니다
6년 사이에 세대교체가 일어났고
이제는 아들들이 세상에서 주체가 되는 나이가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첫날 제주 공항 도착하니
귀한 비가 요란하게 환영식을 합니다~~ㅋㅋ
아들들은 다음날 합류하기로 해서
렌트카 찾아서 몰고 사려니 숲길로 달려가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 앞이 안 보일 정도라 중간에 포기했어요
에~~ 휴~~
이런 비가 육지에 와야는데 말이지요~~ㅠㅠ
숙소로 정해둔 성산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세화 앞바다입니다
여기가 고향인 지인 선생님께서
보름 정도 머물려고 와 계신다고 만나고 싶다네요
옆지기랑 오랜 시간 함께 근무한 분이기도 하고
그 집 아들 둘과 울집 아들 둘이 나이가 모두 같아요
애들 어릴 적에는 두 집이 만나면
서로 남의 형제간이랑 짝이 되어 잘 놀고는 했었답니다
그 선생님은 세화 바다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계십니다
보름날이 되면 물이 가장 많이 빠져서
썰물에 바닷가로 나가면
문어랑 성게랑 군수랑 보말을 엄청 주워 온다네요~~ㅎㅎㅎ
비 오는 길을 살살 걸어서
태양국이라 불리는 가자니아가 무더기로 핀 길 곁의 횟집으로 갔어요.
올봄엔 한번밖에 먹지 못한 도다리회에
이야기 풀어내면서 밤이 되도록 있었답니다
성산 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숙소에서 이틀을 묵었답니다.
다음날은 새벽 비행기 타고 들어오는 큰아들 공항에서 픽업
월정리 해변에서 아침을 먹고,
해변으로 전면 유리창을 낸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잠시 여유로움을 즐겼습니다
카페에서 설치해둔 의자에 앉아
큰아들 시키는대로 이런 사진도 찍었어요~~ㅋㅋ
날씨는 화창하게 개이고
월정리 바다의 빛깔은 참 신비로웠답니다
소화도 시킬 겸 잠시 걷기로 합니다.
비자림으로 가서 숲길 걸었어요
'송화'란 화산석이 깔린 길을 따라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오래 묵은 비자나무들을 만났답니다.
5월의 숲은 생명력이 대단했고
피톤치드 듬뿍 마시며 걷는 길은 싱그러웠습니다.
비자나무는 잎 모양이 빗살처럼 생겼어요
그래서 바람이 지나가면 잎사귀에서
비 오는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해남의 윤선도 선생 생가인 '녹우당' 뒷산도
비자나무 군락이 있어, 바람이 지나가면 빗소리가 난다고
당호를 '녹우당'이라 지었답니다.
천년 묵은 비자나무도 만나고,
서로 끌어안고 있는 애틋한 연리목도 만났답니다.
송당리 본향당을 잠시 둘러봅니다.
산에는 산신당
바다에는 용왕당이 있듯
제주 마을에는 마을 사람들을 수호해주는 '본향당'이 있답니다.
제주의 수많은 마을에 있는 각 본향당의 원조격인 본향당이랍니다.
금백조 여신이 남편 소로소천국과의 사이에서
아들 18명과 딸 28명을 낳았는데
그 아들과 딸이 모두 제주 각 마을의 당신(堂神)으로 좌정했답니다.
금백조 여신이 낳은 아들과 딸을 상징하는 석상들입니다
제주에 여행을 오면 항상
산천단에 가거나, 본향당에 와서 먼저 인사를 하고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습관에 따라
이번에 송당리 본향당에서 인사를 올렸답니다.
본향당에는 항상 신목이 한 그루 있고,
그 곁에 작은 제실이 있는데
신목 아래 막걸리를 얼마나 부었는지
술냄새가 진동을 합니다~~ㅠㅠ
무속행위 하지 말라고, 플랭카드 붙였는데도
영적인 기운이 가득한 곳이라고
무당들이 늘 왔다가고는 한답니다.
와흘리 본향당에는 정말 오래 묵은 두 그루의 향나무가
서로 가지를 뻗어 아주 귀기스럽게 얽혀 있는데
무당들이 무속행위를 하다 이 나무를 태워서
절반이 타버린 모습으로 더 귀기스럽게 보인답니다.
점심은 고등어 구이랑 묵은지찜으로 쌈밥 먹었습니다.
토욜 오후엔 공항으로 가는 길이 너무 막혀
작은아들은 공항버스 타고 월정리로 오라고 해서
점심 시간에 같이 합류했지요.
따로 사는 가족이 모두 다른 공항을 통해
제주공항으로 들어왔답니다~~ㅋㅋ
점심 먹고는 문화체험합니다.
음악으로 그림을 표현했다는
일종의 비디오아트 관람입니다.
'빛의 벙커'라는 이 곳은
원래 KT에서 육지와 제주의 해저광케이블을 관리하던 곳인데
900평에 이르는 엄청난 지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어요
총 관람시간이 1시간 정도인데
들어서니 우선 공간이 압도를 합니다.
수많은 설명보다 동영상 하나 올릴게요
비디오아트 예술이 발전한 단계인데
주로 모네, 르노아르, 샤갈, 등의 색체파 화가들의 작품에
음악을 가미해 역동적으로 거대한 벽과 바닥과 천정을 흘러갑니다
첨단시설을 이용해 이토록 화려한 빛과 소리의 세계를 연출하는데
1시간내내 황홀했답니다.
제주 가시면 여기 꼭 한번 들리세요~^^
벽에 붙어 사진 한 장 찍었더니
제가 그림 속에 들어간 느낌입니다~~ㅎㅎㅎ
해저물녘 일몰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고,
저녁 식사는 해산물 골고루 잘 먹었답니다
'잘 먹고, 편하게 다니자'
이번 여행의 주제였답니다.
다음 이야기는 2부로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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