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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로 만든 밥상 26 - 울집 보현이 덕분에 맛 본 <약초 닭국>약선요리방 2018. 6. 2. 16:52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날씨가 여름으로 진입하는 시기라
이래저래 바쁜 일들로
몸이 몇 개라야 감당이 될 듯합니다~~ㅎㅎㅎ
울집 보현이 덕분에 맛 보게된 약초 닭국입니다.
담장따라 심은 장미가
올해는 송이를 엄청 많이 달아 탐스럽게도 피네요~~
한동안 눈이 행복하고
바람결에 실려오는 향기로 코도 행복합니다.
울집의 잘 생긴 진도견 보현이가
아침마다 산책을 다니는 행복을 누리는데
며칠을 넘 바빠서
몸에 진드기퇴치제만 뿌려
둘이 잠시 풀어주었더니~~
며칠 전에는 글쎄~~
닭을 한 마리 물고 의기양양하게 들어왔어요~~ㅠㅠ
작년에는 고라니 새끼를 두 번이나 물고 왔더만...
가까운 이웃에서 방사해 먹이는 닭이
어쩌다 혼자 집 아래쪽 멀리까지 내려온 모양입니다.
저한테 회초리 맞고는 시무룩해서 구석으로 반성 모드~!
옆지기가 처음이라며 물을 끓여 닭털을 뽑고
이렇게 대충 분리해서 부엌에 가져다 주네요~~ㅠㅠ
(윗쪽 냄비는 사람들 먹을 것, 아랫쪽 냄비는 강쥐들 몫)
칼로 껍질을 벗겨내고
씻고 정리하면서 보니,
계란 하나가 완전히 껍질도 생긴 채로 들어 있어요~~
아마도 오늘 낳을 차례였던 모양인데
그만 배를 가르고 꺼집어내고 말았으니... 흑...흑...
이웃 잘못 만난 죄를 용서하라며~~
저 계란은 제가 먹었어요~~ㅋ
냄비에 집에 있는 약초들을 넣고 3시간 푹 끓였습니다.
황기, 엄나무, 오가피, 생강나무,황칠나무, 벌나무
월계수잎은 다시백에 넣어 밑에 깔았어요~~
끓이고 보니~~ 헐~~
대추를 빠뜨렸네요~~ㅎㅎㅎ
요즘 제가 바빠서 정신이 좀 없네요~~ㅋㄷ
우쨌거나 푹 끓인 닭을
2인분으로 국을 끓이려고 덜어내었어요~~
무를 조금 썰어 넣고,
무가 익을 만큼, 5분 정도 끓인 후에~~
마늘을 1큰술 다져 넣었어요.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손질한다고 고생한 옆지기는 다리 하나 넣어주고
저는 날개 하나 먹었습니다~~ㅎㅎ
바쁜 와중에 우리 보현이 덕분에
둘이서 보양식 한 그릇씩 잘 먹었습니다.
방사해서 키우는 닭이라 구수하고 쫄깃하니 맛이 좋았네요~~
닭주인집에 찾아가서
닭값을 드리려고 하니 한사코 거절을 하기에
수박 한 덩이랑 족발 한 도시락 사다
참으로 드시라고 드렸습니다.
그냥 있기엔 마음이 무거워서~~ㅎ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문받은
쑥차랑 뽕잎차랑 몇 가지 봄꽃차들 모두 포장해서 보내고
몇 분들에겐 선물도 하느라 바빴습니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니
밭가장자리가 풀밭이 되어 있는 것을
옆지기가 예초기로 다 정리하고,
울타리따라 줄콩 모종을 내다 심고,
오이랑 가지, 토마토는 유인줄을 매었습니다.
올해는 고구마도 두 다발을 심었네요~~ㅎ
작년엔 암것도 몰라서
45도 각도로 고구마 심는 기구로 밀어넣어야 한다는 것도 몰라
호미로 땅을 파서 수직으로 심었어요.
그것도 간격을 넓게 잡아서...
그랬더니, 가을에 캐어보니 고구마가 무 크기로
엄청난 크기로 달려 있더라구요~~ㅋㅋㅋ
올해는 물어서 잘 심었습니다.
나중에 제자 가족들이 아이들 데리고 와서
고구마 캐기 체험도 하고,
자기 식구들이 캔 것들 집에 가져가는 즐거움도 누리지 싶습니다.
유월이 되니 열매들이 줄줄이 익어갑니다.
돌복숭, 오디, 보리수, 매실까지...
필요하고 따야 할 열매들이 한번에 다들 익어가니
욕심을 내려면, 몸이 상할 것 같아서
아침, 저녁 선선한 시간에
되는 대로 거두어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에는 산에 갔다가
호장근 군락지를 만났습니다.
보현산은 정말 약초와 나물의 보고(寶庫)랍니다~~ㅎ
인동꽃이 향기를 보내는 것을 보니
또 인동꽃 식혜 만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인동꽃차도 조금 만들어야 하네요~~ㅎ
이렇게 바쁜 유월이 열렸습니다.
어떤 지인이 만들어 올린 앵두 요리를 보다가
문득 제가 좋아하는 시(詩)가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수런댐으로 나는
이 셰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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