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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칸여행기 9 - 파도와 바람이 만드는 바다 오르간 <쟈다르>
    여행 이야기(해외) 2015. 12. 5. 12:09

     


    아드리아 해변의 작은 마을

    <비오그라드 라모르>에 있던 아드리아 호텔에서

    아침에 맞은 일출이다.

    구름이 많아 쾌청하진 않지만, 그래도 비는 오지 않는 날씨~!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엊저녁 늦게까지 해변의 식당에서 누린

    아드리아해에서의 마지막 밤은 아득하고 감미로웠다.

     

    비가 잦았던 여행내내 숙면의 밤을 제공했던 핫백~!

    낯선 침대위에서도 등이 따뜻해지며 금방 잠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것은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 여행의 필수품이다.

    구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말짱하다~~ㅎㅎ



    비가 잦아 상큼하지 않은 날이 많았지만, 

    신발이나 양말을 밤새 잘 말릴 수 있는 이런 난방시설이

    거의 호텔의 욕실마다 있어서

    그것도 나름 여행을 뽀송하게 마감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크로아티아의 거의 모든 호텔에서 제공되던

    자연상태로 키운 과일들은 정말 맛이 없었지만,

    가끔씩 나오던 배 비슷한 이 과일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

    자동차로 50분쯤 달려간 뒤, 우리는 쟈다르에 도착했다.

    아드리아 해변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 쟈다르는

    3천 년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는 고대도시지만,

    지금은 다들 바다오르간을 보러 잠시 들리는 여행지에 불과하다.


    이 작고도 아름다운 도시는,

    아드리아 해변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

    12세기부터 줄곧 인근의 나라들로부터 침략을 받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 프랑스, 헝가리...

    최근에 새로 단장한 이 해변의 깔끔함의 안쪽에는

    폭격으로 파괴된 잔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태양의 인사(Greeting to the Sun)란 별칭을 가진 이 구조물은

    2005년 건축가 니콜라 바시치(Nikola Vasic)가 만든 설치 예술품이다.

    낮동안 받은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깜깜해지면

    태양에너지의 원동력으로 커다란 LED판에 색색의 화려한 불빛이 흐른다.

    그래서 밤이 되면, 이 한적하고 작은 해변마을은

    밤마다 불빛의 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이다.

    하룻밤 묵어가며, 일몰의 아름다움과

    화려한 불빛 축제를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런 여유로움이 포함된 여정이 아니었다.


    거대한 태양주변을 맴도는 소행성 같은 작은 설치물들이

    주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또 늘어서 있다.


    태양의 인사를 지나 해변 가까이로 가면, 바다 오르간이 있다~~ㅎ

    유난히 파도가 잔잔한 것이 바다 오르간의 소리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 아쉽긴 했지만...


    바다까지 닿도록 구멍을 내고, 길이가 다른 파이프를 묻었단다.

    그래서 파도가 치면서 공기를 밀어 올리면,

    그 울림으로 소리가 나오는 공간은 또 옆으로 따로 설치했다.


    이것 역시 니콜라 바시치의 설치미술이다.


     계단식으로 만든 해변의 끝자락에

    이렇게 세로의 피아노 건반 같은 구멍들이 연결되었고

    소리는 여기에서 정말 느리고 굵은 바리톤의 피아노 소리가 난다.


    바다 오르단이 연주되는 계단에 앉아 있노라면,

    파도가 칠 때마다, 저 시멘트 건반 사이로 피아노 소리가 난다.

    부~~웅, 뿌~~우, 붕붕~~, 부우우~~뿡,

    덩~~덩, 텅~더~덩, 띠~이~이~~용~~

    파도가 밀어올리는 공기가 파이프의 관을 타고

    소리를 흘려 보내는 것이, 아득한 뱃고동 같기도 하고,

    잔잔한 실로폰 같기도 하다.

    파도가 높이 치는 날에는 기막힌 연주회가 열리지 싶다.

    참 놀라운 발상, 아름다운 자연 악기 미술품이다.


    우리는 추운 줄도 모르고, 한참을 앉아서

    파도와 바람이 연주해주는 자연의 오르간 소리를 들었다.

    참 신선하고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인간의 창의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아침보다는 해저물녘, 노을이 내려앉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의 숨결이 들려주는 연주회를 감상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태양의 인사가 보여주는 화려한 빛의 군무를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과 문명이 어우러지는 축제였을지...ㅎㅎ



    해변을 따라 형성된 마을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작은 가방을 앞으로 메고 걸어오던, 한국 청년을 만났다.

    홀로 여행와서 이 마을에 나흘째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숙박비가 싸고, 무엇보다도 한적한 아드리아해변을 맘껏 즐기고 싶어서란다.

    아~! 젊은 날, 홀로 떠날 수 있는

    저 자유로운 영혼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마을이 작을수록, 숙박비도 싸고, 기념품값도 싸다.

    그리고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도 번잡하지 않고 여유로워 좋다.



    아드리아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정이었다.

    바다는 코발트블루로 밝게 빛났고,

    여객선 한 척이 뱃고동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바다 물빛은 또 얼마나 맑고도 투명하게 춤추며 노래를 들려 주던지...


    가로수 아래엔 허브식물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눈에 익은 제라늄도 고운 색의 꽃을 피우며 인사를 건넸다.


    방파제 끝에서 두 남자가 낚시를 하는 모습이 보여

    뭘 좀 잡았는지 다가가 보았는데, 통 안엔 바닷물만 가득~~ㅎㅎㅎ


    모든 것이 여유롭고 평온한 오전 한 나절을

    쟈다르의 마을을 걸어 다니면서 보냈다.


    도나타 성당 앞으로는

    고대 로마시절부터 존재했다는 포룸(Forum) 광장이 있다.


    광장 한 쪽에는 폭격으로 다 부숴진 건물의 잔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습과,

    반듯하고 견고하게 뒤쪽에 버티고 있는 건물들이 대비를 이룬다.


    성당의 한쪽에 <수치심 기둥>이란 이름을 가진 이색적인 기둥이 있다.

    죄수들을 이 기둥에 묶어놓고 사람들에게 조롱 받는 형벌을 주었단다.

    '조롱'이 형벌이 되었던 그 시절에는 아마도

    사람들의 자존감이 대단하지 않았을까 싶다.


    9세기 경에 지어졌다는 <성 도나타 성당>은 특별하게

    투박하고 무뚝뚝한 인상을 준다.

    돌로 촘촘히 메워진 거대한 원통형의 몸체는

    창을 다 막아버려 갑갑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마지막 위를 덮고 있는 붉은 색의 돔지붕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다.


    광장의 우측으로는 쉬베닉에서 보았던

    성 야고보 성당의 옆모습을 그대로 닮은 성당이 또 하나 있다.


    부숴진 기둥들과 건물의 잔해가 도열된 광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이동을 해서 로마의 광장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언제 지어져, 얼마나 오래 위용을 뽐내다가

    이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나름 이 건축물을 지을 때는 최고의 조각가들을 동원했을 법한

    잔해들이 더러 눈에 띄였다.


    신인지, 인간인지 모를 이 조각상은 엄청 위엄이 있어 보인다.


    글자가 새겨진 조각들도 보이고~~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잔해도 보이고~~


    포룸광장을 한 바퀴 걸어다니며,

    곁에 있던 노천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신 다음,

    3천 년 전의 고대도시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는 않았다.

    점심식사를 하거나, 숙소를 찾아가는 길이라면 그랬겠지만,

    오늘의 여정은 이제 크로아티아의 수도 쟈그레브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야 하는 길이라, 이쯤에서 쟈댜르와 헤어지기로 한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던 작은 해안도시를 뒤로 하고 돌아나오는 길,


    여름 휴가철이면 아이들이 놀기 좋은 작은 놀이터도 보이고,


    쟈다르를 기념하는 포토존도 만들어 두었다.


    태양의 인사가 있는 바닷가로 다시 나와 보니,


    수면 가까이로 물고기들이 바글거린다.

    과자 부스러기를 던져 주었더니, 순식간에 더 많이 몰려든다~~ㅎㅎㅎ

    사람의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수한 물고기들과도 작별을 하며

    이제 우리는 아드리아해를 떠난다.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는 마음만 남겨두고

    파도와 바람이 들려주던 자연의 연주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안~~녕~! 쟈댜르의 바다 오르간, 그리고 태양의 인사~!


    쟈그레브를 향해 달려가다, 두 시간 뒤 잠시 멈추어 쉬는 시간

    그림 같은 작은 마을 앞에서 늦가을의 풍경을 만났다.

    이제 곧 파스텔톤의 저 나무들 위로 눈이 내리겠지.

    그리고 길고도 추운 겨울이 시작되리라~!


    마을에서 직접 만든 수제 치즈랑, 벌꿀을

    조그만 자동차에 싣고 팔러온 아가씨들이 있었다.

    물건도 좋고 값도 싸게 느껴져, 벌꿀 한 병을 샀더니

    일행들도 다들 내려서 이런저런 흥정을 하며 구입했다.

     

    연말이 다가오니 정리하고 또 해결할 일들이 많아

    여행기를 한동안 손 놓고 살았네요~~ㅎㅎ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는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부산에서는 마지막 송별모임이 될 것 같아서

    이래저래 빠지지 않고 가능하면 많은 모임을 다녔습니다.

    영천을 오르내리며 업자들을 만나고,

    그들이 지었다는 집들도 견학하고,

    토목공사의 난항에 대해 의논도 하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이제 서류를 넣을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평생을 살았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일이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묘한 느낌입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뭔가를 다시 시작하고 시도한다는 것이...


    저는 오늘 팥죽 끓여주러,

    친구 스님이 계시는 절로 갑니다.

    친정 엄마 모시고 모처럼 불 때는 방에서 하룻밤 묵어 오려구요~~ㅎㅎ

    아쉬움의 한 주일 신나게 열어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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