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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칸여행기 8 - 크로아티아 왕조의 출발지 <쉬베닉>
    여행 이야기(해외) 2015. 11. 23. 12:13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달마시안의 중부 지역에 위치하는 쉬베닉(Sibenik)

    모처럼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아드리아해와 만났다.


    쉬베닉은 크로아티아인에 의해 세워진 최초의 왕조가 시작된 도시로

    지금은 인구 6만이 채 안 되는 작은 해안 도시다.

    가까이 위치한 스플릿이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다.


    이 곳 역시 돌로 지은 건물들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리하고


    해안선을 따라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쉬베닉의 가장 중심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성 야고보 성당이다.

    성당을 찾아 걸어가는 해안길에는 산책 나온 여유로운 사람들이 보였다.


    쌍둥이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온 젊은 부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아기가 3개월쯤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아기 엄마가 웃으며, 어찌 그리 잘 아느냐고 한다~~ㅎㅎㅎ

    아빠는 통 영어를 못 알아 듣는 듯 했고,

    엄마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얻어 한 장 얻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아기들은 다들 이쁘다.


    쉬베닉 박물관 정원을 지나면 바로 뒤쪽으로 성당이 나온다.


    정원 한 쪽에 있던 나무 아래서,


    딱 내 눈에 띄어버린 도마뱀 한 마리~!


    성 야고보 성당의 정문인 서문 앞으로 올라간다.

    15세기의 건축물이라 보기엔 너무도 놀라운 이 건물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부근의 브라츠와 코르출라 섬에서 가져온 돌로

    블록과 판석을 만들어 지었고,

    3차로 나누어 대표 건축가를 바꾸어가며

    거의 100년이 넘어서야 완성되었다고 한다.


    정문의 아치에는 예수를 중심으로 12제자들을 조각했다.

    내부는 촬영금지라 사진은 찍지 못했고~~


    성당 옆 광장의 한 곁에 서 있는 성당 건축 책임자

    유라이 달마티나츠(Juraj Dalmatinat)의 동상.


    100년이 넘게 걸린 공사기간 중에 세번의 건축 책임자가 바뀌었는데

    유라이는 그 중 두번째 책임자로

    서문, 북문의 섬세한 조각과 돔형의 천정을 설계한 분이다.

    가장 예술적이고 경이로운 건축기법을 도입한 선구적인 건축가에게 바치는 

    후대 사람들의 존경의 표시라고 여겨진다.


    광장을 돌아 북문으로 가면 아치형의 기둥 양 옆으로

    사자 위에 서 있는 아담과 이브상이 있다.

    트로기르의 성로렌스 성당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비슷한 모습인 것에서

    당시 이곳이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았던 곳임이 증명된다.

    단지, 좌우의 위치만 바뀌어 있다.

    로렌스 성당에서는 왼쪽에 이브상이 있었다.


    아치형의 기둥은 세 겹으로 섬세한 문양을 새긴 것이

    그대로 보존된 모습도 놀라웠지만,

    그 아름다움이 단연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올릴 만했다.


    우측에 서 있는 이브상도 중요하지만,

    이 성당의 가장 특이하고 아름다운 부분은

    성당 건물을 돌아가며 레이스처럼 만들어져 있는 두상(頭像)들이다.


    보라색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동물의 두상이다.

    사람만 새겨진 것이 아니라 동물들도 섞여 있는

    총 88개의 두상이 성당을 둘러가며 수호천사들처럼 자리하는 모습은

    보고 또 보아도 정말 놀랍고 특이한 발상이다.


    기둥을 장식하고 있는 문양들 또한 우아하고도 부드러워서

    돌로 만들었다고 보기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담상 위에도 어김없이 레이스처럼 드리워져 있는 두상(頭像)들~!

    그리고 아치형의 기둥에 새겨진 섬세하고도

    살아있는 듯한 문양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서문과 북문의 양식과 돔형식의 천정은 모두 르네상스 양식이고,

    나머지 벽면과 내부장식은 고딕양식이라고 한다.


    세르비아와의 전쟁 때 폭격을 받아 파손된 부분은

    아직도 보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둥근 지붕 왼쪽에 책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성 야고보'이며

    정면에 서 있는 날개 달린 상이 '미카엘 천사'상이다.


    이 성당은 1431년에 시작하여 1536년에 완성되었다.

    기중기가 없었던 15세기에 돔 형의 지붕을 아무런 접합제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던 것 자체가, 경이로움의 산물이다.

    하지만 지금 새로 만든 지붕은 모두 접합제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니

    현대의 건축술이 중세의 건축술을 못 따라가는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하기야 우리나라의 석굴암이 8세기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닐 지 모르겠다.

    (석굴암 천정의 돔 형식은 정말 놀라운 과학이다)


    북문 앞에는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노천카페랑 기념품 가게도 자리하고 있다.


    노천카페 안쪽 건물은 이전의 시청사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성당 뒤편으로 난 구시가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성 미카엘 요새가 나온다.

    요새로 올라가면 쉬베닉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는데,

    우리는 모두 배가 고파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올라가지 않았다.


    골목 안에 있던 어느 집의 대문 위에는

    왕족 가문의 문양이라는 공작새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혹은 독수리 문양이라고도 하는 데, 정확하게는 모른다)


    스플릿의 구시가지를 연상하게 하는 좁은 골목길

    역시 안쪽으로는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자리했다.


    시계탑과 종탑이 있는 또 다른 작은 성당이 보이고,

    이 작은 항구도시의 좁은 구시가지 안에도

    골목마다 성당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삶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의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동상 곁에서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다 내려간다.

    크로아티아가 축구에 강한 나라라 그런지,

    아이들이 모이면 공을 차고 놀고는 했다.


    베네치아가 지배한 도시의 구조는 어디라도 거의 비슷한 것이

    별 매력이 없는 없는 부분이긴 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이 다들 비숫한 것과 공통점이 아닐까 싶었다.


    아름다운 서문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겼다.

    해바라기 문양 같은 창문의 모자이크는

    내부에서 바깥을 향해 바라보면 훨씬 더 환상적이다.


    어디선가 백조 한 마리가 나를 향해 헤엄쳐 오고 있었다.


    아드리아해의 백조~! ㅎㅎㅎ

    짝은 어디 두고, 외롭게 혼자서 놀고 있을까?

    먹이가 있었으면 던져 주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서로 바라만 보았다.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닭고기 스테이크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신선한 샐러드와 부드러운 빵과 함께

    어김없이 한 잔씩 돌리는 화이트 와인,

    와인 매니아였던 일행 덕분에

    늘 식사때마다 그 곳의 와인들을 골고루 맛보았던 행운~!

    술을 별로 즐기지 않지만, 분위기로 함께 했다.


    여행 중, 처음으로 만난 햇살 반짝이는 아드리아해~!


    야고보는 원래 직업이 어부였다고 하니,

    이 해안의 마을과 딱 알맞은 느낌이 왔다.

    야고보의 아버지 제베데오도 예수님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어부였다.

    어부 출신의 성인에게 봉헌하는 성당을 지어

    뱃사람들의 평안과 무사함을 기원했으리라~~


    해안의 어느 곳에서도,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높은 돔양식의 야고보 성당의 지붕~!


    한때는 성벽이었던 곳을, 지금은 건물의 벽으로 재활용해서 사용한다.

    튼튼한 돌집들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돌집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단점이 있다.


    날렵하고 멋지게 생긴 범선 한 척이 항구에 정박해있다.

    배 한 척으로 아드리아해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닐 사람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참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문득~~ㅎㅎ


    자동차로 다시 30분 정도 이동해서

     <비오그라드 라모르>란 작은 마을에 도착해

    이른 호텔 체크 인을 마치고 난 뒤,

    오늘 저녁은 호텔식을 거부하고, 바깥의 마을 식당에서 사 먹기로 한다.


    호텔 내부에 있는 수영장에는 계절이 지나선지 설렁한 느낌이 가득했다.


    호텔 뒷쪽의 쪽문으로 빠져 나가면, 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작은 해안을 끼고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곳에,


    여름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북적였을 방갈로들이 즐비하고~~


    해안을 끼고 작고 예쁜 숙소들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다.


    서서히 일몰이 시작되던 바닷가에는~~


    한가로움과 적막이 가득했고,

    한 쌍의 연인이 배를 타는 간이 선착장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던 시간~!


    여행 중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름다운 일몰에

    나도 잠시 빠져 들었다.


    바다는 맑고, 잔잔하고, 고요했고

    능선 사이로 넘어가는 햇살은 솜사탕처럼 부드러웠다.


    오래 전, 그리스 에게해의 히오스 섬에서 맞이했던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던 강렬한 일출이 아직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듯이

    아드리아해의 고즈넉한 일몰 또한 기억에 남으리라.


    저녁 산책을 나온 듯한 노부부가

    어디서 왔느나고 묻더니, 한국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야생딸기를 먹어보라며 권했다.

    뱀딸기 비슷하게 생긴 딸기는 별 맛은 없었지만,

    인정의 따스함으로 몇 개 받아 먹었다.


    해는 넘어가버렸고, 잠시의 화려한 잔영이 남았다.

    여름이면 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행복한 물놀이를 즐겼을까?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찾아오기 전의 잠시 잔영이 남는 시간~!

    물빛은 너무도 맑고 잔잔해서 호수 같은 느낌이었다.


    한 장의 엽서 같은 그림을 남기고,

    어둠은 시시각각 내려앉고 있었다.


    낯익은 꽃들이 만발했고~~


    고호가 즐겨 그렸던 사이프러스 나무가 아름다웠다.


    어둠이 짙어지는 포구에는 작은 어선 한 척이

    사람을 태우고, 시동을 걸고는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노천카페 사이의 기념품 가게들을 지나~~


    마침내 괜찮아 보이는 한 식당에서 우리는 저녁을 주문했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모듬 해물 구이였는데,

    2인분이 이렇게나 많았다~~ㅎㅎㅎ

    여기 사람들은 모두 대식가들인 모양이다.

    생선구이, 오징어구이, 닭새우구이,

    그 위에 오징어 튀김까지 얹어온 아주 푸짐한 접시를 두고

    우리는 행복한 저녁식사를 나누었다.


     비오그라드 라모르 마을의 해변,

    아드리아해의 노천 레스토랑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 웃음과 따스했던 기억들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연말이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었던 그리운 사람들이

    아득했던 소식들을 전해 옵니다.


    시간은 언제나 똑 같이 흐르지만

    적당하게 끊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나름 경각심과 성찰의 기회를 만드는 쉼표가 되기도 하지요.


    돌아보면 여행이라는 것은

    제 삶의 쉼표요, 높은 소리가 나는 음표였다는 것을 느낍니다.

    개울물이 얼기 시작하는 초겨울,

    그 눈빛을 닮은 이들이 그립고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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