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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가다 2 - 비자림여행 이야기(국내) 2021. 7. 5. 14:01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제주에서의 둘째날은 비자림 숲을 걸었답니다.
비자림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제주 말고도
해남의 윤선도 선생 생가 뒷산이 온통 비자나무 군락이고
비자나무 숲 사이로 바람이 불어가면
마치 비 오는 소리와 같다고 하여, 윤선도의 생가 당호가 녹우당(綠雨堂)이랍니다.
새벽에 일어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가다 소나기를 만났어요
비가 쏟아지니 길이 미끄러워, 절벽 아래로 내려가진 못하고
언덕 위에서 소나기 쏟아지는 새벽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 보았답니다.
돌아오는 길가에 어디선가 진한 꽃향기가 발목을 잡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꽃댕강나무가 빗속에 아주 싱그럽게 피어 있었답니다.
어느 집 담장을 뒤덮고 있던 꽃댕강의 향기는
멀리까지도 퍼져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네요~~ㅎㅎ
저도 이 댁 담장 아래서 한참을 서성거렸답니다.
멀리 야자나무 농장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말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어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랍니다~^^
무궁화랑, 노란 칸나랑 하귤이랑, 구기자 꽃까지...
남녘의 섬에는 여름꽃이 만발해
지나가는 길손의 마음까지 행복하게 만들었네요
아침은 성게 미역국으로 한 그릇 말아먹고,
숙소에서 한 시간을 달려, 비자림으로 왔습니다.
앗~! 일엽초다~~
들머리 거대한 고목의 둥치에
항암작용 뛰어나다는 일엽초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어요~~ㅎㅎ
이 비자나무 숲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 비자나무들이 여기에만 몰려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섭생이 이 곳의 환경과 맞았지 싶습니다.
오래 묵은 고목들이 서로 얼키며 자라는 모습은
살짝 괴기스럽기까지 합니다.
폭신폭신 걷기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으라고 깔아둔 황토 같은 이 흙은 송이(Scoria)라 부릅니다.
'송이'는 화산활동시 발생한 쇄설물로
알칼리성의 천연세라믹이며, 제주를 대표하는 천연지하자원입니다.
송이의 효능을 대충 소개하자면,
인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산화방지 기능이 있으며
곰팡이 증식을 막아주고,
새집증후군을 없애주며,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알맞게 조절하기에, 화분석으로도 좋아요.
촉촉한 숲의 습기와, 청량한 비자림의 공기가
호흡기관들을 기분좋게 만들었답니다.
묵은 나무들이 품어내는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며 걷는 숲길~!
'새 천 년 비자나무'란 명찰을 달고 있는 이 거대한 비자나무는
그야말로 족히 천 년을 살고도 남은 것 같은 포스였어요.
연리목 비자나무는 서로 꼭 끌어안고 있답니다~~ㅎㅎ
거대한 나무들을 키우는 흙은 모두
화산재이거나,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돌들인데,
돌틈에 뿌리를 내려, 이리 거대한 고목들로 자라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비자나무 잎을 자세히 보면 참빗처럼 생겼습니다.
잎 모양이 특이해서, 한눈에 구분할 수 있는 수종이지요.
땅바닥에 떨어진 비나나무 열매를 주워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말려서 까면 안에 씨앗이 들어 있어요
씨앗의 쓰임새나 효능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예전에 약이 흔하지 않던 시절
씨앗을 가루내어 환약을 만들어 먹이면
아이들 구충제로 요긴하게 사용했다고 하네요~~ㅎㅎ
나오는 입구에 아주 분위기 있는 국수집이 있어서
여기서 늦은 점심을 먹었답니다.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을 시켜 먹었는데
자가제면집이라 맛은 괜찮았답니다.
국수집 이름은 <비자림 국수집>
돌아오는 길은 한라산 1,100고지를 가로질러 오다가
중간에 차를 잠시 세우고
1,100고지 고산의 습지탐방을 했답니다.
데크를 따라 한 바퀴 걸으며 만난 고산의 생태는
한 마디로 시원하고 걷기 좋은 환경이었어요.
이제서야 산딸나무가 꽃을 피우고,
좀꽝꽝나무가 빼곡히 자라고,
쥐똥나무가 꽃을 피워 향기를 흘려주고
인동꽃이 막 피어나던 고산의 습지~!
선선한 공기와 청량한 기운이 좋아
한참 숲~~멍~~을 때리다가 돌아왔어요~~ㅎ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해저물녘엔 다시 바닷가로 산책을 나섭니다.
저물어오는 바다는 평화로운 침묵을 품고,
아름다운 돌담은 흐린 하늘을 만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올레길 8코스의 일부분인 이 길에는
딱지꽃도 피고, 하늘타리 레이스 같은 꽃도 피고,
순비기덩굴이 무더기로 바다를 향해 뻗어나가고
선인장 꽃들도 무리지어 피고 있었답니다.
제주는 사계절이 아름답고,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특이한 곳이지만,
너무 날씨가 변덕스럽고, 바람도 너무 강하게 불고,
물가도 너무 비싼 편이라
눌러 살고 싶은 곳은 아니랍니다.
그저 오고 싶을 때 와서,
마음이 흡족하도록 쉬다 가면 족한 곳이지요~^^
저녁은 또 두루 만찬을 나누었네요
성게알, 문어, 전복 삼합에
홍어 삼합, 대하구이에, 고등어조림과 해물탕까지...
이틀은 여유롭게 제주의 풍경을 만나고
나머지 이틀은 각자 볼일을 보고 공항에서 만나는 것으로 헤어졌지요
초여름의 제주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가능하면 여름 휴가철은 피하다보니
봄,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는 두루 왔었던 제주에서
초여름의 풍경은 또 다른 추억을 남겨 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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