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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 비밀의 숲 - #자작나무숲여행 이야기(국내) 2021. 5. 29. 12:17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자작나무 숲을 만나려면
강원도 인제 원대리까지 가야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도 멀고 먼 그 곳까지 그래도 두 번을 다녀왔네요~~ㅎㅎ
그런데 같은 경북에 엄청난 규모의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93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산림청과 영양군이 조성했다는
9만 평 규모의 숲에, 자작나무 15만 그루가 자란답니다~^^
보현골에서 출발, 2시간 만에
죽파리 마을회관 맞은편에 있는
이 안내판을 만나면, 바로 찾아온 것이랍니다.
여기의 주소는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417 - 6번지
안내표지판을 끼고, 우측으로 장파교를 건너면
여기서부터 안내문이 나타납니다.
사방으로 살피지 않으면 자칫 지나쳐 산쪽으로 무작정 올라가기 십상입니다.
산길을 조금 달리다보면, 저렇게 차단기가 나오는 곳이 있고
더 이상 자동차로 올라갈 수 없으니, 그 앞에 차는 주차해야 합니다.
이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산길을 걸어 3.2Km~!
여기의 주소는 :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산 39-1
산길은 우측으로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아주 평탄한 길이라 걷기에 정말 좋았어요
층층나무들이 꽃을 무더기로 피워 올리고,
기온이 낮아선지, 이제서야 산목련이 꽃몽오리 올립니다.
삼백초 잎도 가끔 보이고,
살랑살랑 걷다보니, 어느 새 1.2Km 걸어왔네요~~ㅎㅎ
늙어가는 수리취 잎도 제법 많이 만나고,
향기가 아주 좋은 고광나무꽃도 보면서,
힐링의 숲을 향해 걸어갑니다.
커다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제법 크게 자란 나무가
벼락을 맞아 부러진 모습도 보면서,
45분만에 자작숲에 도착했답니다~!
우~~ 와~~
그냥 원시림처럼 자라고 있는 자작나무 숲입니다
지난 19년부터 관광자원으로 개발을 시작했으나
워낙 깊은 오지에 자리하는 까닭에
아직 제대로 관광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랍니다.
아직은 산책로도 형성되지 않았고,
벤치나 나무쉼터 같은 것도 전혀 마련되지 않은
그냥 원시적인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자작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가지를 스스로 잘라버리면서 위로 열심히 자라납니다.
잘린 가지의 자리마다 눈(目)모양의 흉터가 생겨나고
이것은 마치 사방을 감시하며 침입자들을 경계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ㅎㅎ
자작나무의 수피는 얇은 종잇장처럼 쉽게 벗겨지는 특성이 있어요
종이가 귀한 시절엔 자작나무 껍질에 글을 써서 보관하기도 하고,
수피에 다량의 기름성분이 함유되어
돌돌 말아 불쏘시개로도 유용하지요
잘 썪지 않는 까닭에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자작나무로 제작되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백화피(白樺皮)라 부르며
황달, 설사, 신장염, 폐결핵, 위염 및
갖가지 옹종의 치료에 사용합니다.
그저 아는 이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정보로
소수의 사람들이 찾아와 즐기는
죽파리 오지 마을, 산속에 숨은 비밀의 숲~!!!
지난 수욜(26일)이라 날씨는 흐리고 구름이 많아
화창한 푸른 하늘을 보여주진 않았네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달리면
설원의 가장자리에 하얗게 서서 빛나는 나무들이
모두 자작나무들이랍니다
시베리아의 백여우들이 죽으면
그 영혼이 자작나무가 된다는 전설이 있어요~~ㅎㅎ
자작숲에 가끔씩 홀로 피어있는 민백미꽃~^^
이렇게 굽은 나무들은
곧 벌목의 대상이 되지 싶습니다.
자작나무 수액 또한 효능이 좋아
고로쇠, 다래수액과 더불어
건강음료로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앞으로 모든 인프라를 갖추고,
관광목적으로 개방이 되면,
경북 이남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찾아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무의 귀족이라는 자작나무,
밤이면 하얗게 빛을 발할 것 같은 자작나무 숲을
혼자서 실컷 만나고 내려오는 길~!
360도 동영상도 하나 올립니다~!
다시 계곡을 끼고 내려오는 길은
거의 모든 길이 나무 그늘이고, 평탄했으며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물소리까지 정겨워서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숲길이었답니다
쪽동백이 막 피어나던 시기라
꽃향기까지 덤으로 날려 주었답니다.
경북에 사시는 분들은
꼭 한번 다녀오시라고 추천합니다~^^~
자작나무 봉인
- 박후기
자작나무 가지 떼어진 자리
흉터가 눈(眼) 모양으로 남겨졌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눈이 생긴 것이다
가난의 비탈에 올곧게 서서
근친과 무리 지어 살던
청맹과니 아버지의 식립(植立)
저녁 숲으로 돌아온 새들이
날마다 자작나무의
눈알을 파먹었다
자작나무 잎사귀는
바람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서글픈 귀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귀, 잎사귀들
화농(化膿)의 잎이 진다
귀를 버린 자작나무는
혜안(慧眼)을 갖기 위해
스스로 가지를 잘랐다
상처가 아물자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우리 몸의 흉터가 감긴
눈처럼 생긴 이유는
그 눈 속에 당신이 지은 죄와
내가 숨긴 죄, 그리고
당신과 나를 울린
그 모든 슬픔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흉터는
봉인(封印)된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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