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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디 붉은 충혼 - 병산서원 배롱나무
    여행 이야기(국내) 2020. 8. 28. 13:23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병산서원의 배롱나무 이야기를 올립니다.

     

    한여름에 피어나는 꽃의 황제는 배롱나무랍니다.

    목백일홍은 부처꽃과의 낙엽교목으로

    남도의 사찰이나 누정 등에는 오래된 배롱나무가 많아

    한여름이면 불타는 듯한 배롱꽃이 

    주변 경관들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지요.

     

    하지만 경상도쪽의 서원이나 양반가에도

    묵은 배롱나무들이 제법 있어

    여름엔 열정적인 꽃잔치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상주에서 국도를 타고,

    문경을 지나, 예천의 용궁쪽을 지나다가

    산택 연꽃공원이 보여 잠시 차를 세웠습니다.

     

     

     

    한낮이면 연꽃들이 다투어 피는 시간이라

    연꽃 구경이나 할까 했었는데

    이미 연꽃들이 모두 져버린 모양입니다~~ㅎㅎ

     

     

     

    이런 시비도 하나 서 있고,

     

     

     

    연분홍빛 배롱나무도 몇 그루 만났답니다.

     

     

     

    상주 솔숲에서 병산서원까지 약 80km

    오다가 연꽃 구경도 하고

    간고등어 점심도 먹고 오느라고  2시간 넘게 걸렸네요~~ㅎ

     

     

     

    한옥의 건축에 있어

    격식에 매이면, 아름다운 건축물이 될 수 없지만,

    격식을 지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담아낸

    서원 건축의 백미가 바로 병산서원이랍니다.

     

    병산서원은 입구에서부터 양쪽으로

    배롱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있지만,

    이건 비교적 최근에 심은 새내기 나무들이고

    진짜 묵은 배롱나무들은 안에 있습니다~~ㅎㅎ

     

    병산서원을 품고 있는 뒷산이 바로 병산이고,

     

     

     

    앞으로는 낙동강을 이루는 물줄기가 펼쳐져 있는

    그야말로 배산임수의 명당입니다.

     

     

     

    배롱나무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특별히 좋아했던 나무이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지녔고

    속을 숨기지 않는 강직한 선비정신과 청렴을 상징하기에

    병산서원에 심기엔 안성맞춤의 나무라 하겠습니다.

     

    임진왜란을 미리 예측하고

    불멸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천거해

    조선의 바다를 지키게 했던 류성룡 선생과

    그의 셋째 아들 류진의 위패를 모신 곳이 병산서원입니다.

     

     

     

    서원의 두 가지 큰 역할은

    사당에 모신 스승의 제를 모시는 일과

    후학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병산서원의 빼어난 건축물 <만대루>

     

    만대루를 받치고 있는 기둥들의 자연스런 휘어짐도 아름답지만,

    만대(晩對)란 이름에 숨은

     '달은 기다리는 곳'이란 뜻이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입구인 복례문을 들어서면

    만대루 사이에 자리하는 연못 광영지(光影池)곁의

    오래 묵은 배롱나무 한 그루~!

    아직 영 덜 피었습니다~~ㅠ

     

    저 배롱나무가 만개했다 수많은 붉은 꽃송이를

    연못 위에 띄워놓은 모습이 장관인데

    너무 시기적으로 이른 것인지,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기후환경이 안 맞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넘 아쉽습니다~~ㅎ

     

     

     

    병산서원 강당에는 열 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모여

    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네요~~

     

     

     

    강당 건물을 지나 뒷쪽으로 올라가면

    가운데 사당이 있고

    사당 오른쪽 건물이 '장판각'인데 

    그 앞으로 몇 그루 묵은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보호수로 지정된 400년 이상으로 추정하는 나무를 비롯하여

    6그루의 오래 묵은 배롱나무가

    한여름 일제히 붉은 꽃을 피워내면

    그 모습이 가히 눈이 부시게 황홀한 풍경이 되는데

    이 나무들이 다들 영 덜 핀 모습들입니다.

     

     

     

    사당 왼쪽 건물 곁의 배롱나무 역시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돌아내려와 강당의 마루위에 잠시 앉아 땀을 식힙니다.

     

    묵은 배롱나무들이 일제히 꽃을 피워

    서원 전체가 불타는 듯한 열정적 아름다움에 싸인 모습을

    상상하며 갔던 마음엔 실망이 가득했지만,

    자연의 이치가 어디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요~~ㅎㅎㅎ

     

    제가 앉은 강당과 그 아래에 양쪽으로 마주보는 

    동재와 서재 건물이 후학을 양성하던 곳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석재 기둥 같은 것은

    밤에 불을 밝히는 횟대 같은 것이랍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맥문동은 시기가 넘 늦었고

    배롱꽃은 시기가 또 넘 일러

    두 가지 모두 절정기의 모습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복례문 양쪽 공간에 넣어둔 것이

    예전 벼슬아치들이 타고 다녔던 '평교자'인데요

    종1품 이상이 탔던 가마랍니다.

    이 외에도 '사인교'나 '남여'같은 것이 있었답니다.

     

     

     

    그래도 모처럼 꽃 만나러 나선 여행이라

    하루 이리저리 둘러오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곧 9월이 되면, 어디선가

    꽃무릇이 무더기로 피고

    구절초도 무리지어 피겠지요~~ㅎㅎ

     

    또 구름처럼 마음이 일어나면

    꽃을 찾아 나서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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