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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봉정암 기도 여행여행 이야기(국내) 2019. 10. 30. 19:19
설악의 단풍~!
10월 12일 토요일 새벽 4시에
영천 보현골의 거동사에서 설악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6시경 망양휴게소에 도착
새벽 일출을 보면서 아침 식사를 했답니다.
태풍이 올라오는 길이라 파도가 높았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던 아침이었습니다.
10시경 설악의 입구에 도착
백담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섭니다.
이틀 전부터 이런저런 준비물을 열심히 챙겼건만,
가만 생각하니, 비옷과 스틱을 빠뜨리고 왔네요~~ㅎㅎ
젤 중요한 건 빼고,
덜 중요한 것만 잔뜩 채워 가방이 얼마나 무겁던지...
편의점에 가서 일단 비옷을 하나 샀습니다.
백담사 경내를 잠시 돌며 참배하고
매점에서 스틱을 사서 다행스런 출발입니다.
백담사 계곡에 빼곡하게 세워진 소망탑들을 보면서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아랫쪽에는 이제 단풍이 시작하는 중이네요~~
옥빛의 계곡 물빛이 넘 맑고 아름다워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올라 갑니다.
수렴동 대피소쯤에 오니
안개비 같기도 하고, 이슬비 같기도 한 비가
제법 차분차분 내립니다.
올라갈수록 단풍이 선연한 빛을 품었더군요.
설악의 준봉들이 위용을 드러내고,
물빛과 단풍의 절묘한 조화로움이
숨가쁘게 오르는 고단함을
순식간에 잊게 만들어 줍니다.
올라가다 12시쯤 되었을까요?
들고가던 주먹밥을 물가에 앉아 먹고는
다시 힘을 내어 오릅니다.
올가을엔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잦아
폭포의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네요~~
올라갈수록 단풍빛이 선연해집니다.
거의 3/2 정도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날은 날씨가 계속 흐렸고
안개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하여,
비옷을 걸쳤다가 벗었다를 반복하며 올라가는 길,
안개비 덕분에 그렇게 덥지는 않았답니다.
쌍룡폭포의 우렁찬 물소리를 옆으로 끼고 오릅니다.
설악의 우뚝한 준봉들이 점점 높이를 낮추어 내려오던 길,
단풍잎의 손짓과,
물소리의 청아함에 유혹되어
잠시 물가에 앉아 족욕을 하며 쉬어 갔답니다.
물이 너무 차서, 오래 담글 수가 없었어요~~ㅋ
바위에 붙어 이렇게 고목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을까요~~
함께 걸었던 숲해설사의 말씀,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는
태풍할아버지가 불어도 넘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환경이 척박할수록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다는 진리~!
늘 자연이 인간에게는 위대한 스승입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보느라고 고개가 아플 즈음,
드디어 봉정암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
깔딱고개로 올라섭니다.
바위들은 깍아 세운 듯 벼랑을 이루고,
그 틈새로 이어진 길들은
거의 기다시피 겸손한 자세로 올라야 합니다.
거대한 자작나무 한 그루가
우뚝하니 서서 교통정리를 하는 듯...
잠시 숨을 고르며 돌아보는 풍경은,
땀을 팥죽처럼 흘리며 오르던 고단함을
일시에 잊게 만들기 충분한 아름다움입니다.
그저 입을 벌리고 탄성을 흘릴 뿐~~ㅋㅋ
두번째 깔딱고개 마지막 관문이 남았습니다.
나무들은 쓰러져서도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거슬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봉정암 도착입니다.
느리게 쉬어가며 6시간 걸렸습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
가장 완만하고 편하게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이랍니다.
내일 새벽 시간 여유가 있으면 대청봉까지
새벽 산행을 해, 대청봉 일출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너무 빡빡해 소망을 이루지 못했답니다.
산꼭대기부터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오는 저물녘
4년 전에 왔을 때에 비해
엄청난 요사채들이 들어섰습니다.
하룻밤 천 명 이상이 묵어가는 깊은 설악산의 절집 봉정암은
사람의 힘으로 만들기에는 불가사의한 부분이 많습니다.
멀리 불뇌사리탑이 보이는 곳에
새로 지은 커다랗고 따스한 대웅보전에서 저녁 예불을 올리고,
밤 12시~13시의 한 시간을
불뇌사리탑 앞에서
우리 일행들만 기도를 올릴 수 있게 허락받았기에
안개비가 흘러다니는 춥고도 황홀했던 밤기도를 함께 올리고,
새벽 5시, 홀로 올라가 다시 새벽기도를 올리고,
새벽 6시에 미역국밥 한 그릇 맛나게 먹고는~~
6시 30분 모두 함께 하산을 시작합니다.
4년 전에는 없었던 윤장대로 하나 만들었네요
주변의 단풍들이 가장 화려하게
윤장대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청봉의 일출을 보지 못하고 내려가는 길이
아쉬움이 아주 많았지만,
또 다시 기회가 있겠지요~~ㅎㅎㅎ
야생 마가목 열매들이
아주 빨갛게 익어 있는 모습이
설악산 다웠답니다.
가을의 설악을 한번 만났다는 것 자체로
설악의 단풍과 물빛을 느꼈다는 것 자체로
아주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답니다.
수렴동 대피도 채 못 와서
저기 멀리 봉우리의 바위덩이가
뚝 떨어져 내릴 것 같은 모습에 빠져 쳐다보다가,
바로 코앞에서 사람이 추락해
발목골절을 입어 헬기로 수송하는 장면을 만났습니다.
헬기를 타고 구조요원이 내려와서
다친 사람을 안전하게 조치를 한 다음
줄에 매달아 헬기로 끌어올려 떠나기까지
약 20분의 시간동안, 헬기의 프로펠러가 돌면서 만드는
태풍 같은 강풍으로 숲속에 납작 엎드렸다가,
헬기 떠나고 겨우 다시 내려왔답니다~~ㅋㅋ
자꾸 나이 먹어가니, 설악산에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아쉽습니다.
영시암까지 내려와
따스한 물로 커피 한 잔 행복하게 마시고,
백담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영천까지 달려오니
거의 밤 10시가 다 되어 도착했답니다.
좋은 도반들과 고생하신 스님과
1박 2일 봉정암 기도여행을 함께 했던 기억은
또 오래도록 선연한 단풍빛처럼 남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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