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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트레킹 2 - 창평 슬로시티의 과거와 현재여행 이야기(국내) 2013. 11. 9. 17:48
11월 1일의 아침입니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다섯 여인들끼리
뜨거운 방바닥에 찜질을 하며 아주 뜨겁게 보냈습니다.
하룻밤을 묵었던 순천 송광사에서 가까운 한옥팬션 <한국풍경>입니다.
새벽에 일어나니, 주암호의 새벽안개 탓인지
자욱한 안개가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제법 넓은 펜션의 정원을 이리저리 거닐어봅니다.
어제는 밤이 늦어 도착한 탓에
바깥 경치를 살필 수가 없었지요.
조롱박 하려고 말리는 중인 박이 한 아름 보이네요~~
원두막과 연결되는 찻집의 본채가 왼쪽으로 보이고~~
<한국풍경>이란 이름을 새긴 돌병풍 곁에는 조류들 사육장도 있고,
정원은 아기자기, 오목조목,
정갈하고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큰 돌확에 물이 연결되어 작은 분수대까지 있고
아래쪽에는 수련도 심어 두었더군요.
돌로 만든 솟대 겸 장승 겸
이 팬션의 지킴이처럼 정겹게 서 있었답니다.
혹시 순천쪽으로 여행가서 하룻밤 팬션 사용하시려는 분들은
여기 홈페이지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식구들이 많이 오는 집을 위해
이렇게 독채도 따로 준비되어 있어요.ㅎㅎ
하룻밤 묵었던 우리들 방입니다.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소리>가 잔뜩 꽂혀있는 서재까지
장식품으로 따라왔습니다.ㅎㅎ
방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 다른 데,
우리들은 4인 정원인 방에 1인 추가하여
평일 가격으로 9만 원 지불했습니다.
(4명 정원은 8만 원입니다)
방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부엌이 좀 좁습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으려고 떡국을 끓였는데
전기렌지다 보니, 시간이 엄청 걸립니다.
두 사람 쓰고 가기에 딱 알맞아 보였어요.
그냥 잠만 자고 가는 분들도 좋겠지요.ㅎㅎ
떡국으로 아침 먹고, 과일 후식하고
짐 꾸려서 오늘은 창평으로 떠납니다.
오전에는 창평을, 오후에는 담양을 다닐 예정입니다.
주암호의 새벽안개가 이제 막 걷히려고
자욱하게 산의 능선을 향해 날아오릅니다.
차를 세우고 한참이나 호수의 안개들이 흘러가는 길목을 지켜 보았습니다.
<무진기행>이랑 김승옥의 소설이 생각 났어요.
여귀의 입김처럼 새벽이면 소리없이 올라와
온 마을을 점령하는 안개의 시간~~
몽환적이고도 아련한 순간을 두고 우리는 또 떠납니다.
창평의 슬로시티 안내를 받으려면
이 달팽이가게에 문의를 하면 됩니다.
우리 일행은 미리 해설사랑 시간을 예약해 두었답니다.
아침 10시부터 미팅을 시작하기로~~
달팽이 가게 맞은 편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창평교회>가 있어요.
일단 교회 옆 마당에 차를 주차해도 좋다고 해서
거기에 차를 세워두고 해설사랑 인사를 나누었지요.
오전 1시간 정도 우리를 안내하고 해설해주신
백은정 해설사이십니다.
똑같은 개량한복이 해설사분들 유니폼 같았어요.
교회 앞의 묵은 고목나무 앞에서
우리의 마을순례는 시작되었습니다.
여기 안내판에 창평 슬로시티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창평 슬로시티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2007년 12월에 세계 슬로시티의 본부인 이탈리아에서
슬로시티로 재정하고,
2013년에 재신청이 수락되었답니다.
슬로시티로 재정되는 핵심은
전통가옥, 생태, 전통 먹거리, 주민공동체...등등
기준이 있고, 또한 각 나라마다의 특성이 가미되어
이탈리아 본부에서 허가가 나온다고 합니다.
창평 면사무소가 전통을 살려 재건축되고 있었습니다.
새로 짓고 있는 면사무소 곁으로 여정이 시작됩니다.
먼저 일제시대 지어져 지금까지 남아있는 적산가옥입니다.
일본식 기와와 한식 기와집의 차이는
일본식 기와는 암,수 기와가 없이 그냥 납작한
너와집 형태의 기와가 얹혀 있다는 것입니다.
한눈에도 다른 점이 보이시지요?
가운데로 흘러가는 이 조그만 시냇물이 '삼지천'입니다.
세 갈래로 흘러오던 시냇물이 마을 한가운데서 만나
이렇게 하나가 되어 마을을 휘돌아 나간답니다.
이 시냇물에서 <삼지내 마을>이름이 유래되었답니다.
개울을 따라 마을의 고샅길을 걸어갑니다~~
온통 담쟁이로 덮여 고색창연해 보이는 이 돌담들이
창평을 슬로시티로 만든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낮고 조그만 대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오랜 시간, 야생화로 효소 담그는 일을 하시는
임은실 선생님댁입니다.
마당에는 자그만 항아리들이 정갈하게 앉아 있고
제각각 비밀을 하나씩 품고 익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화단 한 켠에는 용담이 싱싱하게 꽃을 피워 올리고~
돼지감자도 늦은 꽃을 노랗게 피워 올립니다.
요즘 돼지감자(뚱딴지)가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선생님네 보물창고입니다.
온갖 야생화들이 좋은 약으로 변해
저장고에서 날마다 익어가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시다가
급하게 나오셔서, 우리 일행들에게
야생화 발효액으로 즉석 쥬스를 만들어 주십니다.
물과 발효액을 5 :1의 비율로
그냥 찬물에 타서 마시라네요~~
폐와 기관지염에 효과가 좋다는
진달해 발효액을 한 잔씩 주시고,
또 알레르기성 비염에 좋다는
목련꽃 발효액도 한 잔씩 나눠 주십니다.
딱 한 병 밖에 없다는 용담 발효액을
제가 얼른 샀습니다.
간기능 회복에 탁월하다네요~~
술꾼 아내의 비애라 할 지, 습관이라 할 지...
작은 꿀병 하나에 3만 원씩에 팔았는데,
그 정성과 노력을 생각하면
너무 헐하다는 생각에 죄송했답니다.
야생화 효소는 반드시 상온에 마셔라는 주의 사항을 들으며
야생화 효소 잘 담그는 방법과 보관 등의 팁을
귀하게 귀동냥 자료로 듣고 나왔습니다.
삼지내 마을에는 100년 이상 묵은 고가가 13채가 있답니다.
그 중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대표적인 고가(古家)가
바로 이 가옥입니다.
큰 대문 통과해서 중문을 들어서니,
바로 곳간채입니다.
이 곳간에 쌀이 다 찼다고 생각하면
아마 천 석지기쯤은 되는 부자였지 싶습니다.
(쌀 한 석이 두 가마니, 한 해 이천 가마니의 쌀을 생산하는
땅을 소유했다는 뜻입니다)
왼쪽으로 문이 열린 곳간에는 쌀과 잡곡을 보관하던 곳이고
오른쪽 문이 닫히고, 아래 위쪽으로 공기가 통하는 공간을 둔 곳은
말린 나물이나, 약재, 기타 통풍이 필요한 것들의 저장고입니다.
앉아서 설명 듣는 곳이 사랑채랍니다.
이 집 터를 정할 때, 풍수지리하는 분에게 부탁했더니
첫번째 자리는 큰 부자가 되는 자리가 있고
두번째는 큰 인물이 나고, 작은 부자가 되고,
장애인이 나오는 자리가 있는데, 선택을 하라고 해서
두번째 자리를 선택한 곳이 바로 여기라네요~~
여기서 나온 큰 인물이 바로
보사부 장관을 지낸 고재필선생이랍니다.
또한 장애인은 농아가 한 사람 있었답니다.
인생만사 세옹지마지요?ㅎㅎ
사랑채의 굴뚝이 낮은 이유는
흉년이 들어 이웃의 사람들이 삼시 세 끼니를 못해 먹을 때,
늘 밥을 하며 피우는 연기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과
여름에는 연기가 마당에 깔려 벌레를 쫓아내는 역할 등등...
사랑채에 문짝이 다 달려 있어도
가운데 그러니까 사진의 오른쪽은 아궁이가 없고 (안이 비었음)
왼쪽은 아궁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왼쪽에는 불을 때는 방이고
오른쪽은 불을 안 때는 대청마루랍니다.
사랑채를 돌아 안채로 들어가는 입구에 다시 문이 열려 있습니다.
안채의 굴뚝도 낮고,
건물은 단정하고 소박합니다.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행랑채인데요~~
여기는 집안의 중요한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랍니다.
'나무관'이 보이지요?
갑자기 상이 났을 때를 대비해
항상 관과 상여를 준비해서 보관하던 곳이랍니다.
안채를 돌아 나오니, 또 다른 바깥으로 연결이 됩니다.
이 집은 오래 전에 지어져 허물어진 것을
1915년 경에 후손들이 다시 지었다는데
지금은 다들 외지에 나가 살고 있어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 되다보니, 버려진 집처럼 방치된 모습이네요.
그래도 슬로시티로 지정이 되다 보니,
개축이나 증축은 불가능하고
문화재청이나, 주인이 와야
한지라도 새로 바르고 문짝이라도 고칠 수 있다고 하니
방치된 듯한 모습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답니다.
주인이 살지는 않더라도
문짝의 한지라도 새로 바르고
대청마루도 들기름으로 반질반질 닦아놓고
여름이나 봄,가을에 휴가철 별장처럼 와도 되겠건만
그냥 방치된 모습이 좀 아쉬웠어요.
한옥을 조금 개조해서 팬션으로 운영하는 집도 있었고요~~
쌀엿과 한과 만드는 명인의 집도 있었답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총 44분의 전통 먹거리 장인 중에서
3분이 창평에 사신답니다.
쌀엿장인, 한과장인, 진간장장인.
마을 한 바퀴 순회를 끝내고 나니,
12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가야겠다 생각하는 순간,
눈에 들어온 조그만 간판~!
36가지 약초를 넣어 비빈
약초밥상을 먹으러 갑니다.
쌀엿 만드는 장인의 집앞을 지나갑니다.
대문 위의 마스코트들 이쁘지요?ㅎㅎ
늦게 달린 수세미도 아직 자라는 중이고~~
두레박 약초밥상을 차리는 최선생님댁은
일년내내 이렇게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습니다.
큰아드님은 출가해서 스님이 되셨고
작은 아들은 도시를 떠돌다가 뒤늦게 돌아와
도자기를 만들어 이렇게 판매도 하고
약초밥상에 필요한 많은 그릇들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릇만 보면, 사고싶은 마음에 불을 질러
맨 왼쪽의 그릇 한 세트 샀습니다.ㅎㅎ
(다섯 개 한 세트 70,000원)
마당의 평생에는 약초밥상을 위한 재료들이
손질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채요리이자, 후식으로도 좋다는
말린 팽이버섯을 먼저 내놓으시네요~~
그리고 밥솥채로, 약초들을 넣어
비빔밥을 만들고 계시는 최금옥 선생님.
찌거나 말려서 차의 재료로 만들어놓은 꽃차들~!
주방에 있는 갖가지 모양의 그릇들~!
36가지 약초 반찬, 장아찌들입니다.
하도 질문들을 해서, 아래쪽에 이름과 효능을
자세하게 안내해 두었답니다.
선생님이 비벼주신 약초비빔밥입니다.
밥을 먹고난 다음에, 한 시간 가량이나
약초로 만든 반찬이나 장에 대해,
그리고 건강밥상에 대해 강의를 듣고 질문하면서
아주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일어났습니다.
차를 세워둔 달팽이 가게로 돌아와~~
가게 안에 전시된 것들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뭔 기념될 것을 살 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11월 1일 이었으니, 곧 뒤에 다가올 수능일에 대비해
수능생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것으로
한과랑 쌀엿을 샀답니다.
쌀로만 만들어 가운데 구멍이 숭숭난 엿은
여기에서만 생산이 된다고 하고,
장인이 만든 솜씨도 맛 보고 싶어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쌀엿을 우리가 모두 샀답니다.
한 봉지 3,000원이니 가격이 부담없기도 하고,
그렇게 달지도 않고, 입안에 달라붙지도 않아 좋았답니다.
판매중인 효소들이고~~
특이하게 압착해서 만든 톱밥으로 불을 때는 화로가 있어서~~ㅋㅋㅋ
천천히 걷고, 천천히 내력을 듣고
천천히 점심을 먹고, 유익한 강의까지 공짜로 듣고
몸에 좋은 한과와 쌀엿까지 산 다음에
우리는 이제 담양으로 넘어갑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 3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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