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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트레킹 2 -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길여행 이야기(국내) 2012. 11. 17. 14:02
11월 12일, 비가 갠 상큼한 월욜 아침을 맞았습니다.
전남, 장성의 대덕마을에 있는 <소소원>이란 한옥팬션은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어 검색하면 나오는 곳입니다.
넓은 위채는 단체 손님들이 오면 좋은 곳이고
우리는 아래채 작은 황토방에서 하루 묵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묵었던 아래채이고
아직 주변 조경을 완전히 정비하지 못한 상태라
비 온 뒷날 마당이 아주 질척거려 다니기 조심스러웠답니다.
바깥 주인장께서 직접 만드신 황토방이라
어딘지 좀 어설픈 모습입니다.ㅎㅎ
그래도 방으로 불길이 들어가게 만든 벽난로가 있어
밤에 장작을 때고 둘러앉아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하루의 여정을 풀어놓고, 다음날의 일정을 의논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습니다~~
벽난로 대각선 맞은 편으로 주방이 설치되어 있고
웬만한 취사도구들은 갖추어져 있습니다.
우리에게 배달된 아침 식사입니다.
이 집 주인장이 사시는 본가는 아랫마을에 있어서
바깥 주인이 점심 도시락과 함께 배달을 왔더군요.
여러 가지 나물과 장아찌, 김치, 조림, 그리고 시락국과 잡곡밥,
손수 만든 양갱과 깎은 과일을 포함한 후식까지
아주 푸짐하고 맛깔스런 아침이었습니다.
간도 딱 맞고 영양만점의 자연식인데요
한참 먹다가 사진을 찍어 반찬이 좀 엉성하게 남았지요?ㅎㅎㅎ
오늘 종일 숲길을 걸을 예정이라
주문한 도시락도 이렇게 함께 배달되었습니다.
보기에도 예쁘지만, 정성도 담뿍, 영양까지 골고루 챙긴
안주인의 마음과 사랑이 가득한 도시락에 감동 받았답니다.
점심밥은 이렇게 연잎밥으로 보내셨네요.
적당하게 간을 한 찰밥이 점심 먹을 때까지 제법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이 집 안주인 박여사는 올해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소원>의 본댁에는 아주 잘 꾸며진 정원과 넓은 식당이 있어
50~60명 정도까지 식사가 가능합니다.
숙박을 하지 않고도 식사만 가능하며, 미리 예약을 해야합니다.
식사만 주문시에는 1인분 10,000원씩이고
펜션을 이용할 경우 1인분 7,000원만 받습니다.
저희 도시락도 연밥에 후식까지 모두 7,000원짜리입니다.
안주인 박여사의 편지까지 곁들여 왔습니다.
자상하게 알려주는 정성과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옵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준비해 간 과일과 오이는 깎아서
각자 베낭에 나누어 넣고 출발합니다~!
소소원 명함 한 장 받아왔습니다~~
차를 대덕마을 공영주차장에 두고
거의 반대편인 금곡마을로 이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바깥 주인장께 택시를 좀 불러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우리 차로 일행을 금곡에 내려주고
차는 대덕마을 공영주차장에 가져다 주시겠답니다.
시간도 절약하고 택시비도 절약하고
맛난 도시락 메고 콧노래 부르며 이제 편백나무 숲으로 올라갑니다.
오전 10시경입니다.
금곡영화마을은 영화 <남부군>과 <내 마음의 풍금>등을
촬영했던 세트장인데, 지금은 많이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올라가다 만난 거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나갑니다.
한적한 월요일이라 숲길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밖에 없었습니다.
가다보니, 동동주랑 먹을 거리를 판다는 표시로
이렇게 매달아놓은 집이 있었는데
아마도 주말에만 하는 모양입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어 그냥 지나갑니다.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 숲길로 들어섭니다.
일찍이 잎을 떨구는 참나무들이 낙엽 길을 만들어 두었네요~~
표지판을 보면, 금곡에서 추암이나 대덕 쪽으로
임도를 따라 쭉 걸어가면 2시간 30분이면 숲을 벗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구석구석에 마련해 둔 다른 숲길들을
다 둘러보고 걸으려면 거의 하루가 걸리는 일인지라
오늘 우리 일행은 6시간 정도 걷는 일정을 짰습니다.
작년 여름까지도 이런 표지판이 없었는데
산림청에서 이 숲을 인수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차가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길의 끝이고
이제 우리는 차단기를 지나 걸어갑니다.
늦가을 풍경이 완연한 길이 펼쳐집니다.
이제 우리는 바쁠 일도 없고, 마음 급한 일도 없습니다.
일상의 모든 일들 놓아버리고, 숲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어저께 워낙 화려한 단풍 구경을 한 탓으로
웬만한 단풍들을 봐도 탄성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이 축령산 숲에도 절정의 늦가을이 내려앉았다는 것은
느낄 수가 있었지요.
비 온 다음날이라 조그만 계곡에서도
물 흐르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고
그 물 위로 떨어진 낙엽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채였지요~~
금곡에서 출발한 우리들은
일단 추암마을쪽을 향해서 계속 걸어갑니다.
드디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보입니다.
늘 볼 때마다 편백나무는 아이스바 같습니다.
한동안 도로가 또 포장되어 있어, 팍팍한 느낌으로 걸어갑니다.
이날 하늘빛은 참으로 변화무쌍했습니다.
아침 날씨도 썩 쾌청하지는 않았지만,
하루종일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고
가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반짝 인사를 하고는
곧장 사라지고 나면, 또 한차례 바람이 불어가고...
이제 우리는 안내소가 있는 이 삼거리 길에서
임도를 버리고 <하늘숲길>로 들어갑니다.
하늘숲길을 돌아나오는 데,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안내표지판 사이로 들어섭니다.
이때 시간은 11시경입니다.
하늘숲길은 편백나무는 없고 잡목이 어우러진
등산로 같은 길이 펼쳐집니다.
노란빛으로 물들어 비늘같은 잎을 떨구어내는
낙엽송들이 무리지어 서 있습니다.
이국적인 느낌도 납니다.
군데군데 이런 예쁜 쉼터도 마련해 두었네요.
앉아서 쉬기엔 날씨가 많이 추워서 계속 걸어갑니다.
'장성'이란 조그만 도시는 특별히 유명한 것이 없습니다.
백양사의 가을 단풍이나 장성댐을 만나러 오는 사람들 말고는
일부러 멀리서 장성에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장성의 축령산 편백나무숲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 엄청난 치유의 숲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면서, 혼자 걷노라면
마음의 티끌들이 저절로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또 하나 '걷기'를 즐겨해야 하는 이유는
행복호르몬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 분비 촉진의 간단한 3박자는
1. 많이 걷고
2. 복식호흡과 함께 명상하고
3. 음식물 오래 씹기입니다.
아주 쉬운데도 사람들이 실천은 잘 하지 않습니다.
휘트니스 클럽이나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면서도
습관적으로 엘리베이트나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가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돌계단 끝에 보이는 하늘이
순간적으로 하도 고와서 한 장 찍었는데
사진의 프레임은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욕심을 다 버린 듯한 나무들과
이따금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타박타박 발자욱 소리...
'하늘숲길'이라서 하늘을 자주 보며 걸었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먹구름이 꺼멓게 몰려오더니
순식간에 햇살을 집어 삼키고, 나무들이 아우성 치는 듯한
이런 묘한 장면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숲길을 걷는 일은 참으로 오묘한 맛의 종합선물세트네요.
평일이라 그런지 이 길에서
사람 하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진 찍으랴, 경치 감상하랴...
혼자 뚝 떨어져 늦게오는 나를 기다리느라
일행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기에
함께 과일 한 조각씩 먹으며
이 한적한 숲의 생명들에 대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습니다.
이번에는 나무계단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돌계단은 돌계단대로, 나무계단은 나무계단대로 멋이 있네요.
무슨 설치미술 같기도 합니다~~ㅎㅎㅎ
지난 여름 볼레벤이 축령산을 강타하고 지나간 흔적입니다.
입구쪽의 나무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많이 넘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한 개인의 소유물이었다가, 그 분이 돌아가시고
제법 긴 시간 방치되면서, 계획된 숲의 균형미가 깨어지고
마구 헝클어진 숲이 되어가다가, 마침내 산림청에서 인수하여
작년부터 대대적인 보수공사와 관리소를 설치하고
제대로 된 표지판도 설치하고, 깔끔한 화장실도 만들면서
점차 자리잡혀 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망하기 좋은 자리에 정자도 하나 만들어 두었네요~~
정자에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우리는 계속 걸어서 산을 하나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골짜기 너머너머로 끝없는 편백나무숲이 보입니다.
이 장대한 숲을 한 사람의 노력과 열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놀랍고도 존경스러웠습니다.
쭉 곧은 모양의 교목으로 시원스레 잘 자란 나무들을 보노라니
알프스 산자락 어디쯤에 와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수지가 하나 보입니다.
도시락에 들어있는 국물이 쏟아질까봐
헝겊으로 만든 장바구니에 넣어 한 사람씩 번갈아 들고 갔는데
오르막 내리막을 차례로 들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ㅎㅎㅎ
산에서도 잘 먹으려니 그에 응당한 수고가 따르네요.
늦가을의 스산한 분위기랑 참 잘 어우러지는
돌계단을 한참 내려오고 나니,
정말 '치유의 숲'이란 주제에 맞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숲을 향해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노라면
병이 저절로 치유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계곡을 건너 맞은 편에도 이렇게 긴 의자들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가운데 공간에 무슨 공연이라도 하면 아주 특별할 것 같습니다.
이 숲에도 낙엽송의 군락이 보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송의 비늘 같은 잎사귀들입니다.
사람들이 발자국 흔적이 거의 없어 푹신했습니다.
낙엽 쓸고 앉으라고, 빗자루도 하나씩 의자 옆에 달아 두었네요~~
무수히 많은 편백나무 사이로 길고 긴 의자의 행렬이 장관이지요?
오목한 느낌의 숲가운데로 오니, 바람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12시경, 따스한 느낌의 마지막 나무의자에 앉아
영양만점의 도시락을 펼쳤습니다.
제 몫으로 조금씩 덜어왔어요.
연잎에 싼 밥이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고
보온병에 끓여 넣어간 물과 함께 숲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만찬이었습니다.
언제 이 숲에서 이런 점심을 다시 먹을 수 있을까요?
편백잎에 싸서 구웠다는 유정란 한 알과
과일 몇 가지도 후식으로 먹고는 흐뭇하게 다시 걷습니다.
'도시락 주문'이란 선택이 정말 좋았다며
일행들 서로에게 찬사를 건넵니다.ㅎㅎ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을 간벌하는 작업으로
중간중간 길이 막혀 힘들게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전기톱 소리가 요란합니다
방금 전에 잘린 듯한 나무에서
편백나무의 그윽한 향기가 가득합니다.
한참을 향기에 취해 있다가 또 걷습니다.
마구 넘어져 있는 나무들이 아깝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면서
겨우 사이를 통과해서 지나갑니다.
이끼 가득한 조그만 계곡 하나를 지나자
이제 '하늘숲길'은 끝났습니다.
다시 임도와 만나는 길로 나옵니다.
울울창창 이 쪽 길은 삼나무가 줄지어 있습니다.
금곡에서 추암으로 바로 질러가는 임도를 한참 걸어가다가
우리는 두번째로 <산소숲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전쟁이 끝나 폐허가 된 이 나라에서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였던 상황에서
100년 뒤, 나라의 미래를 위해 '임종국'선생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답니다.
그것도 사재를 털어서, 주위 사람들의 미친 짓이란 비난을 받아가면서,
온 가족을 동원하고, 돈을 들여 인부를 사서까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25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답니다.
가뭄과 태풍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도 당하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이 숲을 조성해두고
임선생님은 1987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한 사람의 노력과 열정과 집념으로
이런 숲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입니다.
그 분이 떠나도 숲은 남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날마다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니
임선생님은 아마도 다음 세상에는 가장 귀한 복을 누리는 사람이 되지 싶습니다.
한동안 버려지고, 다른 사람들의 소유로 넘어가
숲이 거의 방치되고 황폐화되어 가던 것을
산림청에서 인수하여,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이 조림한 인공림으로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계획적인 조림으로 최고의 위치에 있지 싶습니다.
이 숲에서 가장 굵고 큰 편백나무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요~~
사실은 숲 속에서 이것 보다 훨씬 굵은 나무들을 만났답니다.
사람 가슴 높이의 지름이 50Cm 정도랍니다.
이제 우리는 <산소숲길>로 들어섭니다.
작년까지도 이런 안내표지가 없어 많이 불편하고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기에
마냥 헤매고 다닐 수가 없어 그냥 큰 길로 쭉 걸어갔습니다.
이제는 표지판만 보며,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통나무집>이라고 안내해 둔 곳은
암환우들이 숲은 산책하다 쉬어갈 수 있게
집을 마련해 둔 곳입니다.
제 생각에 아마도 이 축령산 자락의 편백나무숲에
우리나라의 많은 말기 암환자들이
자연치유를 위해 머물고 있지 싶습니다.
임종국 선생의 수목장 자리를 찾아가려고 표지판을 보고 갔지만,
간벌로 인해 완전히 길이 막혀,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무에 평생을 바친 분과 수목장은
참으로 어울리는 장례란 생각이 들면서도
87년도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정말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맑은 물이 가득 고인 우물이 하나 있었고
그 우물 주변에 걷던 사람들이 쉬어가기 좋은
쉼터가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쉼터 주변에는 잡목들이 단풍이 들어
화려하게 깊은 가을을 마음껏 펼쳐주고 있었습니다.
참 올해 저는 복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가는 곳마다 이렇게 절정의 가을 경치를 만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쉼터에서 빠져나가면 <산소숲길>도 끝이 납니다.
다시 임도로 합류가 되지요.
추암쪽으로 가는 임도를 한참 걸어가다가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숲길을 걷기로 합니다.
<숲내음숲길>로 들어섭니다.
2시 40분경입니다.
숲내음숲길은 습지가 있는 계곡 아래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걷지 않았는지
별로 흔적이 많이 없습니다.
다시 고즈넉하게 각자의 생각에 잠겨 타박타박 걷습니다.
젊은 날에는 살기에 바빠서,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지 때문인지
마음 속에 새파란 칼날을 갈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누고, 용서하며, 함께 가는 길 보다는
남 보다 한 발 앞서가려고 힘들게 발버둥치며 살았던 세월이
지금 생각하면 참 힘들었겠다...싶어서 웃음이 납니다.
습지원 쪽으로는 여름에 오면
아마도 많은 습지 생물들을 볼 수 있지 싶은데
지금은 그냥 물만 고여있을 뿐이네요.
늦가을의 풍광이 모든 것들에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저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내려놓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해가 지면 그 하루는 내게서 떠나갑니다.
가능하면 날마다 하루하루를 편하고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며 살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2박 3일의 이 시간들은
가볍고 행복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던
아주 멋지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덧, 해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숲에는
점점 깊은 정적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걷다가 목 마르면, 오이랑 과일 한 쪽 나누며
숲에서만 나눌 수 있는 욕심없는 청담을 즐깁니다.
여름날, 물이 가득했을 때는 아마도 습지 식물과
습지 생물들이 번성하던 곳이었지 싶지만,
지금은 침묵만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세상 모든 사물에는 때가 있는 법이란 생각을 하며 지나갑니다.
숲내음숲길에서는 심호흡을 하며
숲의 내음을 원도 없이 들이마시며 걸었습니다.
두고 온 집생각이며, 아이들과 옆지기 생각도 다 내려 놓습니다.
언젠가 제가 즐겨보는 <인간극장>이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말기 대장암의 아내를 데리고
이 숲으로 와서 아내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한 남편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이제 겨우 40대 중반의 남편은
자신이 엄마 없이 자랐기에, 꼭 아내를 지켜서
아이들에게 엄마와 함께 살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건만,
결국 그 아내는 <암병동>에서 남편의 손을 놓고 떠났습니다.
한 남자가 다시 이 숲으로 짐을 정리하러 와서
그렇게 슬피우는 모습은 처음이지 싶었습니다.
숲내음숲길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임도로 나왔습니다.
말기암병동에서 호스피스를 했던 한 친구의 이야기에 의하면
아내들이 암으로 오래 투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거의 남편에게 버림을 받게 되고
남편들은 아무리 오래 투병을 해도
아내들이 거의 임종을 지키더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모성본능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남편도 있고, 아내도 있겠지요.
저는 이 숲에 오는 모든 환자들이
다들 완쾌되어 가족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잠시 기도했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물대롱도 만들어 두었네요~~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가끔 단풍 든 나무를 만나면
눈길을 한번 더 주며 지나갑니다.
타박타박 임도를 조금 더 걸어가노라면~~
이 숲을 만들어주신 임종국 선생의
조림 기념비가 소박하게 서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을 다 모아서
잠시 고개 숙여 묵념을 올렸습니다.
기념비 옆으로는 편백숲 <안내사무소>가 새로 지어져 있었고
상근 직원들도 있었답니다.
사무실 한 쪽 옆으로는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참나무...
몇 나무들을 두드려 볼 수 있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편백나무를 두드려 본 느낌은 가볍고 목질이 단단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제 우리는 걷기의 일정을 마치고
대덕 공영 주차장 쪽을 향해서 걸어내려 갑니다.
안내소 맞은 편의 돌계단을 내려가면
편백나무를 잘게 잘라 깔아놓은 길을 잠시 걸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길인데, 편백 향기가 가득했어요~~
마지막 마무리도 좋았던 길~!
대덕마을로 내려가는 산길도 운치가 있었답니다.
안내표지판은 끝까지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네요.
포장된 도로와 만나기 전까지
이런 숲길을 30분 정도 걸어 갔습니다.
공영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4시 20분~!
거의 우리 예정과 맞아 떨어졌고
오늘의 저녁은 삼겹살 굽고, 된장찌개 해서
손수 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장성 읍내로 나가
마트에서 장도 좀 보고, 마침 거기에 있던 사우나로 들어가
하루의 먼지와 피로를 풀었습니다.
사진이 너무 많아 3편으로 이야기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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