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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트레킹 1 - 고창 문수사에서 선운사까지여행 이야기(국내) 2012. 11. 15. 13:59
11월 11일 비가 오는 일요일은 마침, 빼빼로데이였네요~!
아이들 수능장으로 보낸, 그 주말에
한 해동안 마음 쓴 이웃 학원 샘들이랑
가을 트레킹을 나섰습니다.
첫날의 여정은, 고창 문수사의 단풍나무숲을 보고
선운사를 들러 유명한 풍천장어를 먹고
장성의 편백나무숲 언저리, 한옥팬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정했습니다.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고, 간간이 빗방울이 듣다가
그치다가, 더러는 햇살이 나는
아주 변덕스런 날씨의 일요일이었기에
고속도로는 아주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아침 9시에 출발해서 중간중간 일행을 태우고
일정을 점검하고, 짐을 정리하면서
12시가 채 못 된 시간에, 생초 I.C를 빠져나와
점심을 먹으려고 정해둔, 생초의 <늘비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시골의 자그마한 식당이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벌써 방에는 손님들이 가득찼고,
우리는 바깥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했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에, 피리 튀김이 서비스~~
어탕 국수 2그릇, 어탕 칼국수 2그릇에
피리튀김 작은 것으로 하나 시켰습니다.
주문한 피리 튀김 작은 것인데
피라미의 크기가 다릅니다.ㅎㅎㅎ
어탕 칼국수에 들어가는 채소랑~
어탕 국수에 들어가는 채소가 좀 달랐고
국물 맛은 같았지만, 면은 칼국수가 훨씬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값이 좀 비싼 모양입니다.
고춧가루를 좀 넣고 들깨를 넣어 만든 국물은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었고 비린 맛은 전혀 안 났어요.
모두가 만족한 점심을 먹고 다시 떠납니다.
대통 고속도로에서 88로, 다시 담양 - 고창간 고속도로를 바꾸어서
고창의 동남쪽에 있는 문수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 40분경입니다.
입구에 있는 천연기념물 단풍나무입니다.
굽어진 모습으로 자라기는 해도
사방으로 하나 죽은 가지가 없이 화려한 모습을 빛냅니다.
문수사에 세 번째 오고서야
이렇게 완벽하게 물든 모습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눈이 부셔 한참을 돌아가며 감상을 했습니다.
들머리에서부터 단풍들의 모습이 현란합니다.
이날 비가 오고 있었고, 바람 또한 가끔씩 돌풍을 일으키며 불어
아주 춥고도 음산한 날씨였음에도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차량이 엉켜 서로 꼼짝을 못하는 틈새로
운 좋게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갔습니다.
문수사 주차장에서부터 약 400m 정도 걸어 들어가는 숲길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아름드리 묵은 단풍나무들이
수백 그루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이 전체 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현란한 단풍숲을 이루어주지만,
고창에서는 선운사의 유명세에 밀려
아는 사람만이 찾고, 또 사진 작가들만이 찾는
숨어있는 비경이 늦가을에 펼쳐지는 곳입니다.
이미 절정을 넘어선 시기인지라
땅바닥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더 많은 느낌입니다.
높은 담벼락 너머로 문수사 안마당이 있습니다.
이건 작년 사진 잠시 빌려왔습니다.
작년에는 시월 말에 왔더니, 영 단풍이 덜 들었습니다.
무르익은 절정의 시기를 맞추는 것은 항상 어렵습니다.
한 주일 먼저 가면, 덜 들었고
한 주일 늦게 가면, 다 떨어져 가고...ㅎㅎ
단풍나무가 붉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새삼 봅니다.
노란 단풍잎, 붉은 단풍잎, 서로 자기 색이 예쁘다고
세찬 바람에 흔들리며 뽐내는 모습입니다.
역시 카메라 렌즈에 담을 수 있는 모습은 한정적입니다.
또한 10년이 넘은 낡은 카메라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형형색색의 기기묘묘한 빛의 향연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네요.
많이 아쉽습니다~~
붉은 단풍, 노란 단풍, 초록 단풍, 연두 단풍, 겨자색 단풍들 속에
잘 익은 감나무도 열매를 흔들며 함께 끼여 듭니다.
문수사 높다란 담벼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비바람이 세찬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이
밀려 나가고, 밀려 들어오는 사이로
사람없이 풍경만 찍기는 참 어렵네요~~
여러 참배객들을 다 찍어준 후에야
우리 일행에게도 차례가 돌아와 한 장 찍었습니다.
키가 젤 작은 제가 젤 언니고
젤 막내가 마흔의 노처녀입니다.
친구들하고 다녀야할텐데... 뭐가 좋다고
영양가 없는 아줌마들 사이에 끼여
온갖 궂은 일 다 도맡아 합니다.ㅎㅎㅎ
나이도 과목도 다 다른, 이 묘한 일행들은
그래도 부산대 동문이라는 구심점이 있습니다.
대웅전 올라가는 오른편에 있는 돌수구에서
앙증맞은 쪽박으로 물을 한 잔 마시며
입을 헹구고 부처님 참배하러 갑니다.
오래되고 낡아 보여도, 묵은 건물이 주는 단아한 맛이 있는 대웅전~!
일단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뒷곁에 있는 문수전으로 갑니다.
문수전 뒤뜰 언덕배기에도 무르익은 가을이
힘겹게 잎사귀들을 들고 있습니다.
어우러진 원색의 색상들이 얼마나 황홀한 지...
한참을 올려다봅니다.
위의 사진 보다는 색감이 낫지요?
위의 것은 고물 카메라, 이것은 스마트폰 카메라~
두 개로 번갈아 찍는다고 많이 바빴습니다.ㅎㅎ
문수사는 아무래도 대웅전 보다는 문수전을 들러야
제대로 다 인사 올리는 느낌입니다.
문수보살이라기 보다는 문수동자로 보이는 이 석불이
문수사가 세워지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문수보살은 지혜를 관장하는 보살이니
문수전을 참배하면서 지혜 한 자락 얻어올 일입니다~~
그날 비는 오다말다 그치기도 했지만, 바람은 내내
아주 심하게 불어대는 날이었습니다.
한 생애를 마친 잎사귀들이 나무에 달린 것 보다도 많이
바닥에 떨어져 또 하나의 모자이크 그림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문수사를 지키는 개 두 마리도
바람이 많이 불어선지, 참배객들이 많아선지
얌전하게 집안으로 들어가 누워 있습니다.
돌아나오다 문득, 뒤돌아 보니
사람 얼굴을 한 소각장 굴뚝이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
혼자서 픽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줍니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청춘이라고 한다면
나무들의 청춘은 봄의 신록이 아니라
가을의 단풍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눈이 시립니다.
잎사귀 어디에 이런 물감들을 숨겨 놓았다가
가을이 되면 조금씩 뿜어내는 것일까요?
나무는 자신의 몸에서 만들어 낸 잎사귀들을
가장 아름답게 만든 다음에야
원래의 자리로 미련없이 돌려 보낼 줄 아는
욕심없는 마음과 겸손함을 지녔습니다.
항상 말없는 자연이 더 깊은 깨우침을 던져 준다는 것을
나이 먹어가면서 느낍니다.
낙엽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이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녀석들을
몇 장 주워서 종이 갈피에 끼워 내려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보다
카메라에 담기는 풍경이 참 한정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온통 단풍입니다~~
바람이 제법 매서웠지만,
나무 난간에 기대어서, 오감을 열고 단풍의 색과 향기를
눈 속에, 마음 속에, 깊고도 깊게 한참을 담아 넣었습니다.
사진 동호회에서 버스 한 대의 사람들이 온 것 같았습니다.
구석구석에 계곡 사이 마다, 카메라 렌즈를 맞추고
자신만의 장면을 포착하느라고 몰두해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사람들의 마음은
표현을 달리할 뿐, 느낌은 비슷하지 싶습니다.
이 춥고 음산한 늦가을 날에
따뜻한 집안에서 쉬지 않고, 이 먼곳으로 다들 달려오는 것은
잠시 잠깐이면 스쳐가는 이 절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다시 만난 입구의 굽어진 단풍나무와 작별을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문수사 단풍나무 군락의 모습을 보았으니
이제 다시 여기로 오지 않는다 해도 여한은 없습니다.
마을로 올라오는 입구에서부터
무질서하게 좁은 진입로 양쪽에 세워놓은 차들 때문에
빠져나오느라 무진 애도 먹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4시 40분경, 삼인리 선운사 입구에 왔습니다.
개울 건너편에 있는 것이 '송악'이라고 하는 나무인데
일종의 '아이비'같은 덩굴 식물이랍니다.
나무 아래쪽에 얼켜서 올라간 줄기 보이시지요?
덩굴 식물이 저렇게 자랄려면, 얼마나 나이를 먹었을까요?
나무 밑으로 가서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데
어느 나무인들 나무 아래 쉬노라면
정신이 맑아지지 않겠습니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다 정갈한 것들 종합세트 같습니다.
선운사쪽 산자락도 가을의 절정입니다.
그래도 여기는 문수사만큼 사람들이 복작거리지는 않았어요.
고목에 달려 있는 잎사귀보다
떨어져 누운 잎사귀가 훨씬 더 많은 모습~~
봄부터 가을까지 사진작가들의 시선을 불러 모으는
선운사 계곡입니다.
봄이면 저 나무들의 터널에서 연두빛의 새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물빛에 반사되면서 주는 황홀감이
그야말로 동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습니다.
여름이면 무성한 숲그늘을 이루어 출렁이는 모습도 장관이고
가을이면 그 잎들이 모두 옷을 갈아 입으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되어, 마침내
한살이를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며 행복을 나눠줍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나무들이 일제히 기울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한 나무들의 처절한 안간힘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 개울가의 나무들은 서로 안아주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맞은 편 나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온몸으로 애쓰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개울물과 나무들이 주는 평화스러운 리듬감으로
잠시 쭈그리고 앉아 이들의 세계에 동화되어 봅니다.
참~~평화스럽고 행복합니다.
한 해동안 함께 애쓴 아이들을
수능장으로 보내고 나면, 시원섭섭함이 몰려옵니다.
시험 잘 쳤다는 연락이 오면 그나마 위로가 되지만,
올해는 어째 모두들 침묵하는 분위기를 보니
그렇게 잘 친 것 같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만사 새옹지마
더 좋은 전환의 계기가 다가오고 있을 것입니다.
개울에서 뒤돌아 보면, 담장의 모습 또한 정겹습니다.
오래 묵어 죽은 나무의 모습이 마치 돌의 화석 같은 질감으로 누웠습니다.
고목이나 고목의 뿌리로 작품을 만드는 분들이 보면
아주 좋아할 소재로 보입니다.ㅎㅎ
언제 봐도 단아하고 품격이 있는 선운사 대웅전과 전각들입니다.
뒷산의 능선이 그야말로 불타고 있습니다.
어떤 물감을 풀어 저런 색을 만들 수 있을까요~~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대웅전 뒤쪽의 동백나무 군락입니다.
동백은 차나무과의 일종이라, 스님들은 간식으로
봄에 새로 돋는 잎사귀를 찹쌀가루 묻혀 튀겨 드신답니다.
잎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저도 내년 봄에는 동백잎 튀김을 한번 해 먹어봐야겠습니다.
동백은 피는 계절에 따라, 추백(秋栢) 동백(冬栢) 춘백(春栢)으로 나눈다는데
선운사 동백은 주로 봄에 피는 춘백이라고 하네요.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뒷산에서 피는 춘백꽃으로
대웅전 꽃공양을 날마다 올리는 셈이지요.
대웅전 부처님도 그 시절은 행복하지 싶습니다.
어둠이 깔리는 사찰 마당을 돌아 나옵니다.
인연이 되어 다시 올 때까지 작별을 고합니다.
개울이 나무의 모습을 비춰주는 모습이 은은하니 아름답습니다.
나무가 마지막 한 잎을 떨궈낼 때까지
개울은 친구가 되어주고 졸졸졸 음악을 들려줄테지요.
개울이 얼고, 눈이 내리고 나무와 개울이 다 눈에 덮혀도
또 그렇게 마주보며 위로하며 살아가지 싶습니다.
고창에 왔으니, 풍천장어를 먹어야겠지요.
요즘 가게에서 자연산 풍천장어를 파는 곳은 없을 겁니다.
해서 직접 양식해서 바로 구워파는 곳으로 왔습니다.
글자를 파자로 풀어 아주 잼나는 해석을 해 두었습니다.
하루에 네 번을 먹어도 또 먹고 싶어진다는 장어구이를
이제 먹어보려 합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이렇습니다.
선운사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이렇게 초벌구이 한 상태로 1kg에 3마리 정도로 나옵니다.
kg당 60,000원이네요.
다섯 명이라 2kg 시켰습니다.
전국으로 택배 가능하다고 하네요.
장어 맛이 정말 좋아서 저도 손님 오면 여기서 택배로 받아
한번 대접할려고 마음 먹고 왔답니다.
직접 담근 복분자주, 소주병으로 한 병은 서비스로 주십니다.
밑반찬과 생강채, 그리고 소스 2가지 나오네요.
서비스로 주신 복분자주 정말 진하고 맛나답니다.
저는 술맛을 별로 모르는 편이라 맛만 보았습니다.
원래 우리들이 알아서 구워 먹어야는데
부산에서 왔다니까, 아주 장인같은 솜씨로
이 집 아드님이 이렇게 순식간에 잘라서 작품처럼 만듭니다.ㅎㅎ
이 집은 또 다른 특징은 참숯으로 구워준다는 겁니다.
다른 식당에서 철판에 한 마리씩 구워 나오는 것하고는
정말 맛이 달랐습니다.
양파와 부추 겉절이가 나오고~~
양파 피클 같은 장아찌도 주시고~~
아삭하면서 시지도 않고 맛이 좋은 매실장아찌도 주십니다.
해서, 요렇게 싸서 먹으니 정말 비린 맛 하나도 없이
숯향기가 나는 게 도톰한 살점도 육즙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장어구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마도 혼자서 한 마리 너끈하게 먹었지 싶습니다.
일행들이 다들 놀랍니다. 워낙 제가 잘 먹어서~~
숯불에 구운 장어꼬리도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고
6마리 모두 꼬리 하나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습니다.
놀라운 여인들이지요?ㅎㅎㅎ
참 직접 담근 장아찌라면서 고추장아찌도 주시는데
매콤하면서 달콤해서 하나씩 얹어서 잘 먹었어요.
나중에 이것 한 봉지 얻어 온 아줌마들~~대단하지요?ㅋㅋ
'걷기'하면서 도시락 먹을 때 먹으려구요~~
마지막으로 바지락 삼색 수제비 2인분 시켜서 먹었어요.
복분자물로 반죽한 붉은 수제비도 예쁘지요?
좋은 풍광에 취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이제 푹 쉬고, 낼 하루종일 걸을 일정을 봐야겠네요.
장흥 편백나무 치유의 숲 근처의 대덕마을에 있는
한옥팬션 <소소원>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2편으로 사연을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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