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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트레킹 3 - 임실 물안개길여행 이야기(국내) 2012. 11. 19. 14:05
11월 12일 아침 옥정호반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플로라 팬션에서 또 하루 걸을 준비를 부산하게 합니다.
어제 밤에 도착해서 숯불 피워 고기 대충 구워 저녁을 챙겨먹고
종일 걸었던 몸을 풀기 위해 요가선생님 따라서
모두 요가를 하고, 사우나 하고 잤던 덕분인지
아침에는 몸이 가뿐해져 있었습니다.
밑반찬과 된장찌개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남은 밥은 김치와 고기 넣은 볶음밥을 만들고
과일과 오이 모두 깎아 각자 담고, 물 챙겨서 출발합니다.
국사봉 전망대 좀 못 가서, 이런 간판이 보입니다.
이 집 마당에 차를 주차하면, 붕어섬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붕어섬의 어여쁜 모습을 보노라니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옴~마~나~~ 이쁘다~~
지난 여름 장마통에 본 붕어섬은 저런 역동적인 꼬리가 거의 없었답니다.ㅎㅎ
올록볼록하니 눈이 있는 곳이 튀어나온 모습까지
정말 영락없는 금붕어 모습입니다.
붕어섬 몸통 부분에 있는 밭이 잘 정돈되어 있고
밭의 끝 부분에 작은 집이 한 채 보이지요?
저 집에 '호롱불 부부'란 노부부가 삽니다.
달랑 집 한 채가 저 섬의 주민인데, 섬진강댐의 수위를 높이면
이 섬이 곧 수몰될 지도 모른답니다.
올 가을의 저 모습이 마지막이 아닐 지 생각하며
바람 속에 한참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전기선도 연결되지 않았으니, 밤이면 호롱불을 켜고 삽니다만,
최근에는 자가발전기를 구입해서, 잠시 TV보는 즐거움도 누린다네요.
<설리> 찻집에서 잠시 바람도 피하고
차 한 잔 마시고 출발하려고 들어갔습니다.
차를 시켜 놓고, 사장님하고 의논을 했더니
우리 차는 국사봉전망대 주차장에 세워두고
걷기 시작점까지 갈 수있게 동네 차를 한 대 불러 주셨습니다.
차를 기다리면서 차를 마셨습니다~~ㅎㅎㅎ
붕어섬 주변으로 아침 물안개가 오르는 모습을 보려했건만
<설리>의 벽에 걸린 다른 사진 작가의 사진으로 대리 만족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숙소로 정했던 곳은
정읍 쪽의 옥정호반이었고, 여기 붕어섬이 있는 곳은
임실의 옥정호입니다.
옥정호수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지요.
새벽에 일어나서, 국사봉전망대로 와서 물안개를 보고
돌아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려니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시간이 많이 허비된다는 생각에
아침 먹고, 치우고 정리해서 여기로 오니,
이미 물안개 일어나는 시간은 지나 있었답니다.
사실은 새벽 해가 뜨기 직전 즈음에, 물안개가 가장 자욱하다네요.
뭐든 미리 알지 못하면 이런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겁니다.
차를 다 마시자, 마침 우리를 데리러 차가 왔습니다.
택시 잡기는 힘든 곳이라
마을에서 자가용으로 태워주는 분이 계시는데
장애인이었습니다.
근데 어찌나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 주시는지...
나중에 또 만나는 사연은 나중에 이야기할게요~~
우리 차는 국사봉 전망대 주차장에 두고
가까운 거리라 다섯 명이 억지로 끼여서 승용차에 타고 갔습니다.
원래 출발점은 1번 지점인데, 우리는 포장도로 끝나는 곳에
내려달라는 부탁을 해서, 아마도 용운리 마을 끝부분에 내린 것 같습니다.
1965년, 섬진강댐이 생기면서 주변 28개 마을이 수몰되고
임실과 정읍을 연결하는 거대한 옥정호수가 생겨 났습니다.
그때부터 이 아름다운 호수의 물안개는 일어났겠지만,
물안개길이 형성되고 옥정호반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아마 아직도 옥정호가 어디에 있는 지,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모르는 분이 많지 싶습니다.
자~~이제 저희를 따라 오세요~~ㅎㅎㅎ
용운리 마을 끝자락, 호숫가에서 우리의 걷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시간은 거의 11시경입니다.
호수의 물은 참으로 맑고, 평일의 호수 주변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중간중간 이런 안내푯말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도로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까닭에 방향 표시를 잘 보지 않으면
자꾸 되돌아오는 일이 생깁니다.
우리 일행 또한 이 첫번째 푯말의 표시를 평행선으로 보고
직진을 했건만, 한참 가다보니, 길은 강쪽으로 끊어져 있어
되돌아와서 산쪽으로 길을 잡았답니다.ㅎㅎ
가다보니 호수쪽으로 정자도 만들어져 있고
더러 잘 닦여진 길도 걸었습니다.
우리를 용운리까지 태워주신 기사분 말씀이
물안개길이 생기고 나서 좋은 점도 있지만,
더러 마을 분들이 애써 가꾼 농작물을 훔쳐가는 분들이 있어
인심이 예전같지 않아졌다는 씁쓸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선지, 밭이 있는 주변에는 꼭
농작물에 손 대지 말라는 표지판을 세워 두었더군요~~
고즈넉한 숲길로 들어서서
낙엽이 썪고 또 그 위에 쌓여 푹신푹신한 길을 걷다보면,
곧 바로 길 끝에 호수가 나타나고는 했습니다.
늦가을의 묵은 낙엽을 하염없이 밟고 걷는 즐거움은
걸어본 사람만이 알지 싶습니다.
우리는 용운리에서 출발해
마암리 쪽을 향해 끝없이 걸어갔습니다.
아직 물안개길은 도로 정비가 정확하게 되지 않아서
거리가 얼마나 되는 지는 표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조금씩 나아지지 싶습니다.
지금은 일단 표지석이라도 있어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표지석의 번호(10번)을 잘 보고 걸으셔야 합니다.
만약 도중에 사고가 생겨 119에 지점을 알리려면
지나온 표지석의 번호를 말씀하시면
대충 어느 지점인지 알아 듣습니다.
야트막한 야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니~
마을이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사람은 하나도 모습이 보이지 않고
개들만이 열심히 짖어댑니다.ㅎㅎ
큰길과 만나는 곳에서 우리는 <용동>쪽으로 좌회전해서 또 걷습니다.
가을걷이를 끝낸 논과 밭들이 펼쳐지고
그 끝으로 어김없이 호수가 들어와 인사를 합니다.
온 길을 한번 뒤돌아 보았습니다.
저기 원통 모양으로 쌓아놓은 비닐들이 무엇일까요?
우리도 궁금해하며 왔는데, 볏짚을 포장해 둔 것들이었습니다.
아마도 비 맞기 전에 마른 볏짚을 저렇게 해서
가축들의 먹이로 판매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꼬불고불 멋스러운 소나무 하나를 만나고 지나갑니다.
모양을 잡으려는지 줄이 많이 매여져 있네요~~
13번 표지판 앞에서 우리는 다시 좁은 산길로 들어섭니다.
여전히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는 길이었습니다.
날씨는 좀 차가운 듯 했고, 오전 무렵의 하늘은
조금 흐린 듯 하다가, 또 좀 맑아졌다가 했지만
쾌청한 날씨는 아니라서, 걷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코끝이 싸아할 정도의 차가움이 오히려 청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태풍에 넘어진 나무를 윗둥치를 잘라낸 듯 합니다.
다시 호수를 끼고 한적한 숲길이 펼져집니다.
살다보니, 이제 뒤돌아 볼 인생길도 제법 연륜이 되었습니다.
굽이굽이 인생길 힘 들고, 생채기가 생길 때마다
훌쩍 자연의 품으로 떠나와서 안기면
자연이 주는 치유력은 언제나 가장 좋은 치료제였습니다.
계절마다 또 다른 멋과 맛이 있고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묘한 아쉬움과 설렘이 함께 하는
자연은 항상 가장 편한 쉼터였습니다.
마음 편한 친구와 함께여도 좋고
더러는 혼자서 며칠씩 떠돌다 보면, 문득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던 도시가 그리워져서
어쩔 수 없는 귀소본능으로 보금자리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했던 젊은 날들~!
지금은 그런 혈기조차도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한때 이 산소는 아주 높은 산자락에 자리하고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마도 그 마을은 수몰되어 버렸고
산소는 아름다운 호수를 내려다보며 앉았습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단어가 생각납니다.ㅎㅎ
내 눈에는 달맞이꽃으로 보이는 꽃이
날씨가 흐린 탓인지 몰라도
대낮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호수를 내려다보며, 좁은 능선길을 따라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 갔습니다.
20번 표지판 아래쪽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합니다.
(12시 10분경입니다)
산소 뒷자락으로 앉으니 바람도 막아주고
따뜻하니 좋은 자리에서 도시락을 펼칩니다.
아침에 먹고 남은 밥과 고기, 김치, 채소 등을 다 다져넣고
만든 볶음밥과 엊저녁 숯불에 구워 남은 고기, 그리고
고기 싸 먹을 곰취장아찌와 깻잎을 펼칩니다.
다섯 명의 양으로는 부족하지만,
사이좋게 조금씩 나눠 먹고 과일도 후식으로 먹고
보온병에 끓여온 물로 뜨거운 커피 한 잔씩 나누니
딱 알맞게 배가 부릅니다~~
자리 정리해서 베낭 메고 다시 걷기를 시작하는 데~~
빗방울이 하나씩 날립니다.
왼쪽으로는 인삼밭으로 보이는 밭이 보이네요~~
다시 마을 하나를 가로질러 지나가는 데~~
비가 제법 옵니다.
(오후 1시경입니다)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일단 들어가서 비를 피했습니다.
콩을 거두어서 타작하려고 넣어둔 곳에서
후두둑 듣는 빗소리 들으며 잠시 앉아 있는 시간에
잠시 의견이 나누어집니다.
'그만 걷자'는 의견과
그래도 '끝까지 걷자'는 의견이 설왕설래 하다가
이 길을 일부러 걸으러 다시 올 일은 거의 없지 싶어서
저는 끝까지 걷자를 택했습니다.
30분 정도 주인도 모르는 비닐하우스에서 잘 쉬다가
택시 불러서 주차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행 2명을 남겨두고
나머지 3명이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오후 1시 30분경입니다)
우리 일행을 태워준 기사분 전화번호를 받아 놓았기에
(혹시 길 잃어버리면 전화하라고 친절하게도)
그 전화로 아침의 차를 불러놓고 우리는 출발했어요.
우리는 여전히 마암리를 향해서 계속 걸어갑니다.
조금 가니 비는 그치고 날씨는 오히려 맑아집니다.
그런데 정말 좋은 비경이 이때부터 펼쳐지는 게 아닙니까~~
끝까지 걷기로 한 결정이 정말 탁월했습니다.
점점 더 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들꽃들까지 펼쳐집니다.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바람 탓으로 키는 땅에 붙어서 그래도 서리 맞으며 피어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잘 가꾸어놓은 집안묘지도 지나가고~~
다시 호젓한 숲길로 들어설 때는
햇살이 반짝 숲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어제 걸었던 <장성, 편백나무 숲길>만이 치유의 숲이 아니라
숲길을 한참 걷노라면, 모든 근심이 저절로 사라지고
머리는 맑아지고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 나옵니다.
마음 속에 행복감이 가득 차오릅니다~~
첩첩의 산골짜기를 따라 호수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계속 이어져 흘러가고 있을 겁니다.
호수를 등지고 좁은 고샅길로 내려섭니다.
여기서도 길을 찾아 조금 헤매고는 했습니다.
장대처럼 키를 키운 나무들이
아마도 태풍 볼라벤 때문에 저렇게 넘어졌지 싶습니다.
뚝뚝 허리가 부러져 넘어진 모습이 많이 아파 보입니다.
지나가다 보니, 한 개인 소유의 원두막 같은 데
제주도 형식으로 막대기를 걸쳐
들어가지 말라는 표식을 해 두었네요~~
낙엽이 가득한 숲길을 조금 걷다보면,
또 다시 홀연히 드넓은 호수가 나타나고는 합니다.
멀리서 보면, 아주 그림같은 풍경이고~~
가까이 다가가면, 사실감있는 늦가을의 모습으로
정겹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연의 모습이
숨겨놓은 고운 자태를 살짝 보여줍니다.
물가를 바로 끼고 걷는 길을 조금 가다보니~~
아직 공사가 덜 끝난 팬션 하나가
그림 속의 한 풍경처럼 나타납니다.
간판이 없어 전화번호도 모르고 지나갔지만,
다음에는 저 팬션에서 하룻밤 자고
남은 길을 걸어가노라면, 물안개길의 진면목만 보고
돌아갈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았을 것같은 오솔길을
사그락사그락 낙엽을 밟으며 갑니다.
원시의 숲을 걸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길 끝에는 다시 호수가 나타나고~~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로 맑고 바닥이 훤히 보였습니다.
'임실'이란 조그만 도시는 '치즈'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여기 이렇게 아름다운 <물안개길>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지방의 재정도도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되어
이렇게 조그만 도시는 자금이 없어서 아마도
널리 홍보를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아름다운 길의 속살을 밟고
누구라도 삶이 힘들고 마음이 고달픈 이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은 걸으러 오십시오.
반나절이나 혹은 시간이 되면 한나절을 걷다 보면,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의 근심은 사라져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한 행복감이
마음 속에 가득차게 되지 싶습니다.
가다 보니, 필대로 핀 억새군락도 나타나고
단풍이 지천으로 든 잡목들의 사이를 지나기도 했습니다.
어느 계절의 나무가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 있겠습니까만,
늦가을의 나무는 쳐다보는 이들을 참 경건하게 만들어줍니다.
봄날 새 잎사귀들이 연둣빛으로 돋아나는 이 길을 상상해봅니다.
풋풋한 생명력으로 가득찬 길이지 싶습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고~~
걷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며 갑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한나절쯤 이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호수와 숲이 던져주는 시(詩)들을 받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저 나무다리가 없다면, 아마도 이 길은 훨씬 더 멀리
둘러서 걸어가는 길이 되었겠지요.
다리 위에 서서 물길의 끝까지 시선을 흘려 보냅니다.
가끔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행복할 때가 있고
귀로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정말 행복할 때가 있고
코로 숲의 향기, 나무의 향기, 안개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슴 찌르르하도록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소한 행복은, 완전히 자연의 품속에 들어있을 때만이 느낍니다.
도심의 빠르고 정신없는 시간 속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호수를 끼고 돌아나오는 길섶에서
이제 곧 행복한 걷기가 끝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 지나고, 내년 봄이 되면
또 다시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보석같이 숨은 길을 찾아 갈 생각을 해 봅니다.
살아가는 많은 시간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지극히도 짧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행복에 목말라합니다.
매순간 욕심을 버리면, 바로 그 순간이 행복인데
욕심을 놓을 수 없으니,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타고
하염없이 질주하며 힘들어하는 것이지 싶습니다.
오후 3시경, 우리는 41변 표지판 앞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돌아간 일행들 생각에, 오늘 걷기는 여기에서 그만 끝내기로 했습니다.
마암리로 계속 가는 길을 버리고, 우리는
국사봉쪽을 향해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시멘트 포장이 된 이런 길을 약 10분 정도 올라가니
차 다니는 도로가 나왔습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한번 더 오게 되면
이 표지석 앞에 차를 세워두고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여기서 차를 세워 둔 국사봉전망대까지는
걷기에는 제법 먼 길이었습니다.
포장도로는 별로 오래 걷고 싶지가 않아서
우리는 먼저 간 일행들에게 위치를 얘기하고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며 앉아 있다가, <물안개길>걷기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사진을 새삼스레 보니, 다시 반 나절 더 걸어도 될 만큼
생기가 넘치네요.ㅎㅎㅎ
자연이 준 에너지지 싶습니다.
해가 저물어오는 시간에
우리는 점저로 남원의 한정식을 먹고
부산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미리 예약한 <학향>이란 한정식집입니다.
광한루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4인상 기준으로 12만 원부터 있는 데
우리는 16만 원짜리로 5인분 주문해두었습니다.
먼저 김치부터 가져다 주고~~
전부터 시작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초밥도 괜찮았고~~
회도 괜찮았어요~~
종류가 정말 많아서 다 올리지는 못하겠고
대충 몇 가지만 올립니다.
채소죽도 나왔고~~
구절판도 나왔고~~
갈비찜도 부드럽고 괜찮았어요~~
홍어삼합인데요~~
저는 냄새 싫어서 안 먹었지만,
일행들 말로는 아주 맛이 좋았답니다.
올갱이 수제비가 따뜻하니 맛있었구요~~
금방 튀겨 나온 튀김도 좋았고~~
낙지호롱, 이건 호남쪽에 와야 맛보는 음식이지요.
새우치즈구이, 그 외에
족발무침, 육회, 오징어와 석이 버섯 볶음, 홍어무침
홍어찜, 브로컬리 튀김, 훈제오리...등등이 더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밑반찬이 나오고~~
밥과 국이 나왔는데,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호남쪽의 한정식집에는 갖가지의 젓갈 종류가 많이 나오는데
이 집은 곰삭은 젓갈이 하나도 안 나와서 좀 아쉬웠어요.
음식 맛도 별로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저 먹을 만한 그런 맛이었답니다.
지난 봄에 <곰배령 트레킹>을 다녀온 뒤로
늦가을 트레킹을 끝내면서, 이제 내년 봄을 생각합니다.
걸어봐야 할 길은 한없이 많은 데
죽기 전에 다 걸을 수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꾸준하게 건강을 챙겨야 적어도 70세까지는 걸을 수 있겠지요.
함께 행복한 걷기의 추억연금을 부은 선생님들 감사하고
또 그런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도 감사하고
엄마 떠나보내고, 빈 자리 잘 챙기며 살았던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오감으로 행복감을 충족하고 왔던
내 자신에게 감사하며 늦가을 트레킹 보고를 마칩니다.
한동안 자연에서 받아왔던 충전에너지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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