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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트레킹 1 - 조계산 산행과 남도 한정식여행 이야기(국내) 2013. 11. 5. 17:45
지난 10월 31과 11월 1일에 걸쳐 떠났던
가을 트레킹을 이제사 올립니다.
다섯 여인들이 날을 잡다보니, 시월의 마지막날~!
식구들 버려두고 여인들끼리 떠났습니다.
출근 시간대에 걸리면, 정체가 심할 것 같아
이른 아침, 6시경에 부산을 출발해서
순천, 선암사 입구를 향해 갔습니다.
첫날의 여정은 조계산 산행입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산길을 걷다
중간 보리밥집에서 밥 한 끼 먹어보는 것이
20년 간 소원이었다는 한 일행의 소원을 풀기 위해서랍니다.ㅎㅎ
서둘러 나선 까닭에 고속도로도 별로 밀리지 않았답니다.
8시쯤 섬진강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주유소 옆으로 난 개구멍으로 나와서
조금 내려오니, 재첩국집이 즐비하게 있습니다.
아침 되는 집으로 들어갔어요.
예전에 아주 맛나게 잘 먹었던 <선방재첩국>찾았더니
공사로 인해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구요.
이른 아침인데도, 찬이 제법 여러가지로 나옵니다.
근데 핵심인 재첩국이 별로였어요.
진하지도 않고 주는 그릇도 프라스틱에~~ㅋㅋ
그래도 한 그릇 뚝딱 잘 먹고 나옵니다.
여행을 잘 하려면 일단, 잘 먹어둬야하거던요.
10시 채 못 되어서 승주, 선암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평일이라 역시 한가하니 좋았어요.
선암사도 태고종 종찰이니
역대의 이름높은 선사들이 많았겠지요.
부도밭은 보며 지나갑니다.
<선암사仙巖寺>란 절 이름의 유래를 들어보면
절 서쪽에 높이가 10여 장(丈)되는 면이 평평한 큰 돌이 있는데
사람들은 옛 선인(仙人)이 바둑을 두던 곳이라고 하며,
이런 연유로 선암이라는 절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대충 지도 한번 보고 갑니다.
우측 현위치에서 좌측 송광사까지
산길 6.7Km를 오늘 하루 걸을 일정으로 잡으니
시간도 넉넉하고, 모처럼 여유있는 트레킹을 합니다.
출발점에서 다섯 여인 단체 촬영~!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단체 촬영만 하면 딱 순서대로 섭니다.
키가 젤 작은 제가 항상 앞으로 밀려 나오지요~~ㅋㅋㅋ
선암사의 계곡물도 많이 말랐습니다.
여기도 가뭄이 심해서 올라가다 보니, 정말
단풍이 너무도 안 들어 실망 가득했습니다.
1713년 조선 숙종조에 만든 홍예교(무지개다리)를
2003년 11월에 해체 수리하면서
균열이 되어 못 쓰게 된 석재들을 여기에 전시해 두었어요.
완전 해체하여 다시 튼튼하게 만든 홍예교입니다.
해체 보수하긴 했지만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관계로 보물 400호로 남았습니다.
계곡 아래쪽으로 이제 조금씩 단풍이 들려고 했습니다.(10월 31일)
입구쪽에도 거의 단풍이 없었어요~~
선암사 현판 아래로 들어섭니다.
신라 헌강왕 때 창건하여(875년)
정유재란 때 거의 대부분 건물이 소실되었다가
1660년 현종 때 재건을 시도하여 침굉(枕肱),상월(霜月) 등의
선사들이 보수와 중창을 계속하여 왔지만
1823년 다시 불이 난 후에 재건된 현판이 지금 저것이지 싶습니다.
돌확에 고인 물로 우선 입을 축이고 손을 씻고~~
대웅전 참배를 하려 했지만,
다시 보수중이라 출입금지네요~~
옆에 있는 지장전에 들어가 참배를 하고 나옵니다.
선암사의 유명한 장소 <해우소>도 보수 공사중입니다.
무거워보이는 기와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도 기둥이지만,
활의 몸체같이 휘어진 받침대의 절묘함이 기가 막힙니다.
우중충한 색이긴 해도, 그나마
젤 단풍이 잘 든 것이 담쟁이 잎들입니다.
해우소 우측의 곁길로 나와
우리는 이제 조계산을 넘어갑니다.
고즈넉한 산길로 접어들면서
단풍이 들지는 않아도 낙엽이 소보록하니 깔린 길을 걸으며
가을의 제대로 된 정취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작은 부도밭을 지나면서~~
송광사 쪽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이 길이 일명 <천년 불심의 길>이라고 하네요~~아마도 옛날부터 스님들이
선암사에서 송광사쪽으로
혹은 송광사에서 선암사쪽으로
이 산을 넘어서 그렇게 다녔던 길이지 싶습니다.
산을 타고 넘어가는 지름길이지요.
돌길 사이로 낙엽들이 끝없이 져내리고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조성된 편백나무 숲길 입구입니다.
사람 만나기도 어려웠던 그 길에서
그날 왁자지껄하니 한 무리의 여인들이 지나갔는데
바로 저기 깃발을 앞세우고 가는 분이 인솔자였던 모양입니다.
<MBC 여성트레킹>이라고 쓴 깃발을 보고 알았지요.
여인들이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바쁠 것 없는 우리는 저기 원두막에 앉아
과일이랑 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제작년에 왔을 때, 원두막 주변 단풍이 완숙했답니다.
사진 하나 잠깐 가져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요?ㅎㅎㅎ
제작년 보다 작년이 더 못했고
올해는 아주 단풍은 꽝이었어요~~
바쁘지 않은 우리 일행은 편백나무 숲길을 빙 둘러서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면서
여유있게 지나갔습니다.
이러는 동안, 한 무리의 여인들이 모두들 지나가고
다시 숲길은 텅 비어 조용해졌습니다.
편백나무 숲길에서 빠져나와
다시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갑니다.
작년까지 없던 다리가 개울가에 만들어져 있네요~~
제작년에 개울 중간에서 아래쪽을 보고 찍었던 사진입니다.
징검다리로 그냥 건너갔던 곳에,
올해는 나무 다리가 놓여져서 조금 운치는 덜합니다.
(제작년은 11월 6일 사진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지요?)
가다보니, 이렇게 속이 다 뚫인 나무가~~
위쪽은 무성한 잎사귀를 펼치며 살아 있었습니다.
늘상 느끼는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
잘려져 나간 나무들이,
살아있는 나무들을 너무 힘겹게 만드는 광경을 보면서
어떻게 해 줄 수가 없어 그냥 지나갑니다.
이제부터 끝없는 돌계단의 시작입니다.
깔딱고개 올라서다가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고~~
드디어 깔딱고개 넘어서며,
송광사쪽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수월한 걸음이지요.
저기 나무다리 지나면 이제, 보리밥집이 금방 나옵니다.
정말 단풍은 구경하기가 어려웠어요.
가뭄이 심해 개울물도 거의 흐르지 않고 있는 상태였고요.
드디어 보리밥집이 보입니다.
평일이라 역시 한산하네요~~
(오후 1시경입니다)
주말에는 길게 줄을 서 있는 주방으로 성큼 들어갑니다.
2시간 걸어올라 가야하는 산에서 파는 음식 치고는
가격이 모두 착한 편입니다.
원래 약초꾼이었다는 이 집 주인 내외는
등산온 사람들이 하도 밥 좀 해달라고 졸라서
조금씩 팔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아주
전국적인 명물집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보리밥 3인분, 채소전 하나, 도도리묵무침 하나,
동동주 하나 해서 모두 36,000원입니다.
채소는 거의 텃밭에서 가꾼 것들이라
청정 무공해로 그냥 씻어서 먹어도 부드럽고 맛이 좋았어요.
밥도 그득하니 많이 주어서
일어서지 못하도록 다들 잔뜩 먹었답니다.
20년간 이집 밥 한 번 먹으려고 벼루었다는
일행 한 사람의 소원을 풀고 일어섭니다.
이 집 유명세의 핵심이자 인심과 인간성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저기 왼쪽의 마당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누룽지입니다.
밥이나 술을 사 먹든 아니든 간에
누구라도 지나가는 사람들 마음대로 떠 먹고 가라고
불 때서 끓여놓는 누룽지 맛은
세상에서 젤 구수하고 따뜻한 맛이었답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다시 떠납니다.
(1시 40분경입니다)
대피소 있는 이 자리가 딱 양쪽으로 절반되는 거리입니다.
3.3Km씩 남아 있습니다.
예전에 조계산에 아주 많았던 숯굴터를 지나갑니다.
걸어가면서 자세히 보면, 이 산에는
유독 참나무 종류들이 많습니다.
부산 근교에서는 구석구석 다 주워가서 흔적도 없는 도토리들이
올라오고 내려가는 길목 곳곳에 흔하게 떨어져 있었거던요.
지금은 숯을 많이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예전에는 산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돈벌이의 한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송광사 쪽으로 점점 가까이 갑니다.
아무리 유명한 산이라도
평일에 가면, 이렇게 한가로운 맛이 좋습니다.
같이 걷다가도, 이렇게 호젓한 길이 나오면
저절로 한 사람씩 걸으며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해 걸어가는 시간이 됩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자기 정화의 시간~!
이런 시간을 통해서 사람은 깊어지고 성숙해지지 싶습니다.
까마득하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이제 목적지에 가까이 온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다리 건너면서 내려다보니
단풍이 들지도 않은 나뭇잎들이 떨어져
물위로 떠 가다가, 길이 막히면
한없이 떨며 흔들리다가
마침내 물속으로 갈앉아 세월을 보내겠지요.
나뭇잎 하나에도 인생의 깊이가 담겨있는 모습을 보며 지나갑니다.
송광사쪽 산길에는 그래도 조금씩 단풍이 비치는 느낌이 납니다.
가끔 우중충하긴 해도, 이런 단풍도 보이네요~~
송광사 스님들이 잘 가꾸어 놓으신 무밭을 지나갑니다.
수행하시는 분들은, 밭고랑 하나도
마음밭 갈듯이 줄이 쪽 곧게 반듯하게 가꾸는 모습들이
보기에도 단정하고 엄숙합니다.
대밭을 지나서~~
제작년이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했던 단풍들이
올해는 이 쪽에도 여전히 흐릿한 모습입니다.
제작년 단풍은 이랬답니다~~
사진으로도 눈이 부시지요?ㅎㅎ
부러진 기와를 중간중간 재활용해서 넣은 흙담도
나름 운치도 있고 묵은 맛이 나서 좋습니다.
송광사 가을 풍경의 핵심은 바로 여기입니다.
'계곡을 안고 있는 누각'이란 뜻의
포계루(抱溪樓)곁을 흘러가는 시내와
주변 풍광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누리장나무의 열매랑 꽃받침입니다.
까맣게 익은 것이 열매고(꽃은 하얗게 핍니다)
빨간 꽃잎 같은 것이 꽃받침으로 남아
가을에는 마치 꽃처럼 보입니다.
물에 반영된 모습도 아름답고
건축물의 장중함과 절제미도 돋보입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채 못되었습니다.
얼른 불일암에 올라가도 해지기 전에 내려오겠다 싶었습니다.
선암사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갈 팀과
불일암에 올라갔다 올 팀으로 나누어 헤어졌습니다.
뚝 떨어져 홀로 선 해우소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절에 오면, 화장실도 아름다워 보이는
이런 아이러니한 정감을 가끔 느낍니다.
불일암을 향해 올라가다 보니,
도로를 넓히느라고 불도저로 양옆의 나무숲을 다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조금 힘들고, 찾아가는 수고로움이 있더라도
불일암은 차가 올라가서 바로 일주문 앞에 서는
그런 암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었는데...
그래도 공사중인 틈을 비집고 올라갔었는데
도중에, 지금 불일암을 지키고 계시는 덕조스님을 만났습니다.
4시가 되면 불일암은 외부대중들을 들이지 않는다 하십니다.
부산서 왔다고 해도 막무가내
'미국에서 왔다고 해도 안 됩니다'라고 하시네요.
여러가지 아쉬운 마음 안고 내려왔습니다.
활짝 핀 차꽃을 보며 아쉬운 마음 달랬습니다.
올해 조계산 자락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단풍나무 한 그루를
보물처럼 끌어안고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삶도, 사랑도, 공부도, 거문고 줄 다루듯이 해야한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팽팽하고 늦음이 알맞아야 한다는 얘기지요.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쉬 놓아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기 쉬우니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가야하고, 해야 합니다.
거문도 대신 가야금 줄을 고르면서
늘 알맞게 사는 화두를 팽팽하게 세우고는 합니다.
선암사로 떠난 일행들보다 먼저 내려온 탓에
정말 모처럼 여유있게 대웅전으로 내려와
잠시 저녁 참선을 하였습니다.
향 하나를 피워놓고 묵은 마루바닥에 좌복을 깔고 앉아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정갈한 햇살처럼, 투명한 시냇물처럼 맑았습니다.
이제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송광사를 떠나옵니다.
입구의 묵은 느티나무가 나름
이쁜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모습이 조화롭습니다.
순천시내에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사우나를 찾아
마침 개업 2주년 행사로 반값 할인까지 하는 행운을 얻어
6천 원의 가격을 3천 원에 하고 나오니
큰 횡재를 한 느낌입니다.
(참~~ 여자들은 사소한 일에 감동을 잘 한답니다.ㅎㅎ)
말끔하게 땀기운 씻어내고
이제 미리 예약해둔 순천의 제대로 된 한정식을 찾아갑니다.
집은 이렇게 허름한 옛날 집인데
방도 딱 6개 밖에 없어, 여섯팀만 미리 예약을 받는 까닭에
일찍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습니다.
30년이 넘은 전통을 자랑한다는 집으로 갑니다.
25첩 반상입니다.
두 사람이 힘들게 상을 들고 들어오는데
나중에 금방 만들어온 잡채랑 돼지불고기가 추가로 들어왔습니다.
반찬 하나하나가 다 정성이 들어가고 간도 딱 맞았습니다.
반찬 가지수만 여러 가지 널어놓은 것이 아니라
모처럼 좋은 재료에 정성을 담아 만든 남도 한정식을 먹었습니다.
이 집의 주문은 무조건 한 상입니다.(4인분 기준 - 십만 원)
두 사람이 와도 한 상값을 내야 합니다.
점심에는 한 상에 8만 원, 저녁에는 10만 원인데
저희는 다섯 명이라 추가 한 명해서 모두 125,000원 지불했지만,
아주 만족한 저녁이었습니다.
밤이 늦어서 도착한 한옥팬션 <한국풍경>
뜨끈하게 돌려주는 보일러 기운으로 모두 푹 잘 잤답니다.
트레킹 2번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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