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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일, 정월 약초장을 담갔습니다~^^
    약선요리방 2020. 2. 21. 16:42


    보현골의 가얏고입니다~!


    보현댁의 한 해 가장 큰일이

    메주 만들어 장을 담그는 일련의 과정이랍니다.

    오늘이 정월의 마지막 말날(午日)이라

    좀 이른 감이 있긴 해도

    이월 장은 담그지 않는다는 어른들 말씀을 따라

    장 담그는 일련의 행사를 마쳤답니다~^^



    메주 만들어 지하 발효실에서 1차 발효를 마치고

    별관의 햇살이 잘 드는 창앞으로 옮겨

    65일째 2차 발효를 시키고 있었답니다.


    해마다 콩 5말을 메주 만들어

    장 담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과

    노동력이 들어간답니다.



    올해도 약초물을 끓여

    약초장을 담기 위해 약초들 챙겼습니다.


    벌나무나 황칠나무처럼

    보현골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미리 구입해서 준비했답니다.

    오배자는 쪄서 말려둔 것이예요~~ㅎ



    구증구포해서 말려둔 겨우살이랑

    상황버섯과 몇 가지 버섯들까지

    총 17가지를 준비했어요~~



    약초물은 이틀에 걸쳐 가마솥에 끓였습니다.

    초탕으로 하루를 끓이고,




    재탕으로 하루를 더 끓여,




    조금 식힌 다음, 소금물을 만들었습니다.



    소금은 신안의 신의도에서 공수한

    토판염을 풀었답니다~^^

    소금이 좋으면 장에서 단맛이 나거던요~~ㅎㅎ



    소금 완전히 풀어 하룻밤 갈앉혔습니다.




    그동안 장독대에서 울집의 보물항아리를 살살 굴려

    종일 햇볕 잘 드는 남쪽의 별관 창 앞으로 가져옵니다.


    15말들이 이 항아리가 있어

    메주 5말을 한 항아리에서 숙성이 가능하지요~~ㅎ

    깨끗이 씻어준 다음, 햇볕 소독중입니다.




    엊저녁엔 메주들 모두 데려다가

    겉의 먼지만 살짝 씻어 건져 두었어요~~




    오늘 아침엔 밤새 갈앉혀둔 소금물의 거품을 걷어내고

    염도를 측정하면서 장담기를 시작했어요~~


    염도 18.2도~!

    조금 높긴 해도 괜찮습니다.

    보통 17~18도 사이가 적당하니 그냥 쓰기로 합니다.




    늦가을에 절에서 산신제 지내고 얻어온

    황태 한 마리 아껴두었다가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작두에 잘랐어요~~




    면보주머니에 황태랑 고추씨랑 넣어서 준비해두고,



    볏짚에 불을 붙여 항아리 소독을 했어요.

    연기가 항아리를 빙~~ 돌아

     빠져 나가는 시간이 거의 20분이 걸립니다.



    볏짚향이 배인 항아리를

    삶아둔 행주로 다시 닦아내고,

    항아리 밑바닥에 황태랑 고추씨를 넣은

    면보주머니를 넣어주고~~



    그 위로 차곡차곡, 메주를 올립니다.




    메주 5말을 다 넣어주면, 항아리에 절반 넘게 올라와요~~




    이틀을 끓여 소금을 풀어둔

    약초소금물을 옆지기가 들통에 들어다주면,

    저는 다시 면보에 걸러가며 항아리에 붓습니다.


    보통 메주 5말에 소금물 10말을 붓지만,

    저는 소금물 8말(160L)을 만들어

    찌꺼기 앉은 10L는 버리고

    7.5말(150L)만 부어줍니다.


    메주가 절반을 먹어버리고

    여름을 지나면서 1말씩 증발하고

    두 해 여름을 지나고나면

    겨우 2말의 간장을 건지게 되지만

    그대신 맛이 깊고 진한 간장을 얻습니다.




    마지막에 씨간장 한 바가지 부어

    장이 잘 발효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대추와 건고추를 준비합니다.


    대추는 올해 수확한 것 중, 제일 크고 잘 생긴 것으로 골라 두었고,

    고추는 우리 밭에서 수확한 것, 말려서 갈러 가기 전에

    제일 예쁘고 반짝이는 것들을 갈무리했답니다.




    대추랑 고추를 넣어주고,




    참숯도 깨끗이 씻어 말려두었다가

    불을 붙여 마지막 소독용으로 올립니다.




    김을 올리며 치~지~직 거리던 숯이 진정되길 기다렸다가,




    소금물에 헹군 다시마 이불을 덮어줍니다.


    햇볕에 빨리 증발되는 것도 막아주고,

    메주가 소금물 바깥으로 나가 마르는 것도 막아주고,

    무엇보다도 다시마의 깊은 맛이 우러나

    간장이 맛있습니다.




    면보를 덮고~~




    뚜껑 덮고,

    옆지기 엉성하게 꼬아주는 새끼줄에

    고추와 숯을 매달아

    금줄을 치는 것으로

    65일에 걸친 대장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ㅎㅎㅎ


    소금이 좋으면 장에서 단맛이 나고

    햇살이 좋으면 장에서 향기가 난다고 하니,

    아마도 달고 향기로운 장이 되지 싶습니다~^^~




    요즘 보현골에는 밭미나리가 한창입니다.

    마을에 내려가 미나리 한 단 사다가,




    옆지기랑 둘이 미나리 삼겹살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서로 수고했다고 다독이면서...




    그저께 새벽에 약초물 끓이려고 나서다가

    정월 스물엿새 그믐달이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애처롭게 떠 있는 것을 보고는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쳐다 보았답니다.


    오른쪽 하늘 중간에

    깨알 같은 그믐달 보이시나요?




    남녘에는 매화가 피었다고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보현골의 물빛에서나, 산빛에서

    어디쯤 봄이 오고 있는 느낌이 감겨오네요.


    영천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겨

    모든 복지회관이나 목욕탕까지 폐쇄되었답니다.

    다들 잘 챙겨 드시고, 면역력 키워

    이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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