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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15 - (아르메니아) 세반 호수여행 이야기(해외) 2019. 7. 20. 16:16
내륙국가라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에서,
세반 호수는 해발 2,000m 고산에 위치하는
거대한 바다 같은 호수로 아르메니아의 젓줄이라 할 수 있다.
날씨는 잔뜩 흐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나름 분위기 있는 세반 호수를 만났다.
호수를 만나기 위해 올라가다보면,
곳곳에 이런 돌맹이를 팔고 있는데
호수 바닥에서 건져 올렸다는 원석들이다.
검은 색은 흑요석
에머랄드 색은 문스톤
원석을 그대로 팔기도 하고,
세공해 장신구들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저녁 식사를 하게 될 식당에 양해를 구해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올라가는데~~
가게에서 파는 비옷에 한글이 보인다~!
햐~~아~~ 감개무량이다.
거주 한국인은 20명 남짓한 선교사들이 전부라는
아르메니아에서 만난 한글이라니...ㅎㅎㅎ
아마도 한국 관광객들이 최근에 부쩍 많이 오는 모양이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세반 반크 교회로 올라간다.
남은 시설들은 지진으로 거의 무너지고
기도실 두 채만 남은 교회 안에는
특별한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교회 앞에서 내려다보는 세반 호수는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품고 있는 풍경들이
이 곳 해발이 제법 높다는 것을 알게해준다.
무너진 돌더미들 속에서
돌십자가로 보이는 것들을 모두 모아
벽면을 따라 세워 두었다.
기도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변발 머리를 하고 있는 특이한 예수님~!
길게 땋아내린 예수님의 머리카락이 보이는가?
몽골군들이 침략해와도
파괴하지 못하도록 이렇게 만들었다니,
놀라운 지혜라고 해야할 지,
침략과 약탈과 파괴에 시달린 사람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해야할 지...
마음 한 켠이 아릿했다~~ㅠㅠ
윗쪽에 걸린 성화 가운데에도
변발을 한 예수님이 계신다.
간결해서 더욱 엄숙하게 느껴지던 교회 입구에는
초를 파는 가게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랫쪽 상가에서 사 와야 했었는데,
그런 치밀함은 없었기에
그냥 여기서는 아르메니아의 평화를 위해
잠시 기도를 하고 돌아나왔다.
무너져버린 건물들의 잔해를 보노라니,
어둡게 내려앉은 날씨와 어우러져
묘한 감상적인 분위기를 유발한다.
유럽과 러시아, 터키와 페르시아 등의 주변 강국들이
코카사스를 차지하기 위한 끝없는 침략을 감행했고,
유럽과 아시아의 대륙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아르메니아는
유난히 지진의 발생빈도가 높은 지정학적 열세의 나라였다.
빗방울이 하나둘씩 듣던
잔뜩 흐린 날을 배경으로 앉은 수도원은
그대로 하나의 고풍스런 풍경이 된다.
세반 교회를 뒤로 하고,
조금 더 언덕 위로 올라가면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산책로가 있다.
식당에서 늘 채소류와 함께 올려주던
아스파라거스 비슷한 식물이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데,
아마도 예전 수도사들이 가꾸어 먹었던 것들이
이제 저절로 번식을 거듭하여
이리 무성한 군락을 이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며~~
무심히 핀 들꽃들과,
해발이 높아, 이제사 피는 사과꽃도 만나며~
사람 하나 넣어도
함께 고즈넉한 풍경이 되던 호수의 조화로움~!
온 길을 돌아보며, 광각으로 사진을 찍어보면
이전에 이 곳이 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다도 아닌데,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날다가
한 마리가 고고하게 앉아 모델을 자청한다~~ㅎㅎ
저녁 식사는 늘 먹던 채소랑,
빵과 치즈, 그리고 장아찌 같은 김치,
세반 호수에서 난다는 민물가재를 특식으로 먹었다.
메기 비슷하게 생긴 민물생선과 감자 튀김~!
이것도 짜지 않아 맛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과일까지 잘 나눠 먹고~~
세반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에 체크 인~!
(Harsnaqar Hotel)
룸에서 내려다본 마을 풍경~!
양말을 빨아 난방기 위에 올려두고
산안개가 오르내리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다가~~
먹구름이 너무도 두터워 일몰이 이렇게 끝나는 것을 보고
호숫가로 일몰을 만나러 내려가진 않았다~~ㅠ
따뜻하게 잘 자고, 새벽녘에 일어나
옆지기랑 일출 만나러 나섰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여전히 먹구름이 두터운 하늘과 잔뜩 흐린 날씨.
호텔 앞 국기 게양대에 있던 아르메니아 국기~!
아르메니아 국기는 적, 청, 살구색의 삼색기다
적색은 석류와 조상들의 피를 상징하고
청색은 하늘과 포도를 상징하며
살구색은 밀밭과 풍요를 상징한다.
유럽쪽의 국기들은 삼색기가 너무도 많아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고 개성이 없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태극기는 얼마나 아름다우며
깊은 의미와 개성이 있는가~!!!
나는 우리 태극기를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ㅋㅋ
언덕 위에 홀로 앉은 호텔을 등지고 내려가면,
호텔 아랫쪽 마을에 있는 작은 숙소들의 풍경이 들어온다.
여름이면 즐길 수 있는 커다란 야외용 풀장도 보이고,
장작 피워 고기를 구울 수 있게 만들어둔
그런 시설들을 둘러보며 호숫가로 내려갔다.
조지아의 우레키에서 만났던 것과 똑같은 흑사장이다.
까만 모래밭을 보노라니, 여기도 역시 오래 전에
화산폭발이 있었고, 그 결과로 세반 호수가 생겼을 것이라고
혼자서 확신을 했다~~ㅎㅎㅎ
그리고 어제 호수 바닥에서 건져올려 팔던 돌들까지...
그냥 호수 바닥에서는 그런 돌들이 올라올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날아 올랐고,
물빛은 맑고, 빙하수처럼 차지는 않았다.
일출 역시 먹구름에 가려
이런 정도로 만났을 뿐이지만,
아침 호숫가의 산책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일출인지, 일몰인지가 구분이 안 되던 해돋이~!ㅋㅋㅋ
해발이 높아 호수의 물안개를 내심 기대했었지만,
기온차가 별로 없는 지
몽환적인 풍경은 만나지 못했다.
물빛은 투명하다 못해 거울처럼 맑았다.
5월 하순의 새벽 기온이 제법 차서
나는 겹겹이 두꺼운 옷을 껴입고도
조지아에서 사 왔던 털모자를 쓰고 내려왔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만큼 기온이 낮았다.
애써 가꾸지 않아도 어디에나 피는 들꽃들은
세상의 모든 풍경들과 어우러진다.
유채꽃으로 보이긴 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는 꽃들.
새벽의 호수 주변은 사람 하나 만나기 어려웠고,
고요한 아름다움만 가득했다.
방죽처럼 뻗어있었던 까만 돌무더기들~!
이걸 가만 보노라니
역시 화산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 까만 돌들이
세월의 무게로 부스러지면
바로 까만 모래들이 되지 않을까...ㅎㅎ
똑 같은 색의 지붕을 이은 새 건물들을 보며 호텔로 돌아와,
간소한 아침을 먹었다.
라바쉬란 얇은 빵에 채소를 말아 먹는 것~!
일종의 아르메니아식 월남쌈 같은 것인데,
나는 이것이 내 입맛에 엄청 잘 맞아서
세 개 말아먹고나니, 배도 부르고 아침 식사로 만족이었다.
세반 호수의 깊고 고요하고 푸른 물빛은
누군가는 지구의 눈동자 같다고 했다.
일 년 뒤에 도착하는 엽서를 쓸 수 있었으면
여기 앉아 내게 한 장의 엽서를 보냈으련만...
랄~~라~~라~~
기분좋게 세반 호수와 작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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