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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16 - (아르메니아) 게그하르드 동굴 수도원과 라바쉬 만들기여행 이야기(해외) 2019. 7. 21. 22:59
게그하르드 동굴 수도원은
바실리카 양식의 대표 수도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오른쪽 바위 중앙에
멀리서도 보이게 큰 십자가를 붙여 두었다.
게그하르드 수도원을 향해 달려가는 중간에
잠시 아라랏산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서 버스를 세운다.
그토록 많은 비가 오고, 날씨가 좋지 않더니
오늘은 날이 살살 개이기 시작하고,
멀리 구름아래로, 공중에 뜬 것처럼 아라랏산이 보인다.
아라랏은 노아의 방주가 떠내려오다 걸려있다고 믿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최고 성지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터키의 땅이 되어버렸고,
아르메니아인들은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며
오매불망 그들의 성지를 그리워하며,
다시 찾아올 날을 기다린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가에
아르메니아 특유의 문양을 넣은
식탁보랑 앞치마, 모자, 장신구, 두둑...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나중에 내려오는 길에 나는 앞치마를 몇 개 샀다~~ㅎㅎ
길거리 악사의 연주도 있었던 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아랫쪽은
그저 끝없는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아르메니아인들의 성산, 아라랏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문득 이상화의 싯구가 떠오르면서,
주변 강대국에 치이고
자연적인 재앙까지도 유난히 심했던 이 작은 나라가,
이렇게라도 아름다운 국토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게그하르드 수도원도 그 유명세 탓에
올라가는 입구부터 엄청 북적거린다.
비치파라솔 아래에는 온통 장사꾼들 세상이다.
장신구에서부터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수도원의 원뿔형 지붕들을 보며 올라간다.
이렇게 낡은 자동차가 굴러가는 모습이 신기해서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어 한 장 건졌다~~ㅎㅎㅎ
정교하게 만들어진 하치가르(돌십자가)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것 역시 돌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것이다.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곳에
암벽을 이용해 만든 수도원이라니...
관광지화가 되기 전에는
세상과 단절되어, 고요히 공부하기엔 안성마춤이었으리라~!
수도원을 포함한 이 일대의 계곡을 아자트(자유) 계곡이라 부른다.
이 분들 곁을 지나오는데,
갑자기 내 곁에서 악기를 연주해 깜짝 놀랐다.
주머니 뒤져서 동전 200드람을 건넸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연주를 한다~~ㅎㅎㅎ
아치형의 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입구에도
각기 모양이 다른 세 개의 하치가르가 나란히...
아치형 안으로 보이는 수도원은
단단한 아름다움이 엿보인다.
걸어들어오며 찬찬히 보노라니,
바깥에 덧대어 지은 건물 자체도 돌이지만,
원뿔 모양의 지붕조차도 모두 돌로 보인다.
무거운 돌을 저 높은 꼭대기 위로
저리 정교하게 만들어 올린 기술이라니...
하기사 우리나라 경주 석굴암도
겨우 8세기에 그토록 정교하게 만들었으니
이 나라도 그런 기술이 없으란 법도 없다.
교회 벽면에 새긴 문양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밝혔으니 생략하고,
창문의 오른쪽에 있는 원형의 돌은
'해시계'라고 해서 자세히 보니, 눈금이 보인다~~ㅎㅎ
바실리카 양식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부분인데,
바실리카 양식은
절반은 동굴을 이용하고,
절반은 동굴 바깥에 덧붙여 건물을 지은 양식을 말한다.
동굴 안쪽의 수도원이 만들어진 것은 4세기 경이고
후에 앞에 건물을 덧대어 증축한 시기는 10세기부터였고
13세기까지 계속 부속 건물들을 증축했다고 한다.
'게그하르드'는 '창'이란 뜻이다.
예수님을 찔렀다는 로마 병사 룽기누스의 창을
곳곳에 놓아둔 벤치에 새겨 두었다.
계단으로 연결된 동굴의 작은 방들은
수도사들이 각각 공부를 하거나,
성경 필사를 하며 지낸 곳이라고 한다.
작은 동굴 방을 살짝 엿보고 지나갔다.
기도문 같은 것을 벽면에 새겨두기도 했다.
기도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역시 간결해서 아름답다.
여기서도 초를 하나 밝히고
아르메니아의 평화와 웅비를 위하여...
기도실 바깥의 '가비트'양식은 어디나 동일하다.
천정 가운데 창을 만들어 빛이 들어오게하고,
동굴 안에서 암반수가 흘러나오면
가비트의 창과 마주보는 바닥에 물이 고이게 만들어
햇빛에 반사된 물빛으로 가비트 전체를 밝히는 방식이
아주 과학적으로 느껴져 감탄을 했다.
물병으로 받아 마셔본 암반수의 맛은
시원하고 깔끔했다.
4세기에 처음 동굴 수도원을 만들 때,
윗쪽에서 파 내려오며 만들었는지
아랫쪽에서 파 올라가며 만들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었다는데...
기둥의 아랫쪽을 보면 결론이 나온다고 했다.
아랫쪽부터 만들기 시작했으면,
기둥의 기단에 문양을 만들고, 섬세한 조각을 넣으며
완벽한 모습으로 시작했을 것인데
지금의 모습은 너무 허술하게 그냥 방치한 느낌~! ㅎㅎㅎ
동굴 안쪽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구멍 사이로 아랫쪽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다 둘러보고 나오려는 순간에,
한 무리의 중창단원들이 동굴의 가운데로 들어선다.
자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동굴 안으로 소리의 울림이 대단하다.
한참을 둘러서서 감상을 했다.
바깥으로 나와 흩어져 있는 작은 동굴들을 둘러보려고 나오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진한 라일락 향기~!
동굴 안에서 수도사들이 필사를 했다는
작은 동굴 안을 들여다 보았다.
깔끔하게 치워진 동굴 안에는, 성화 몇 장이 보였고
촛불의 그을음이 심하게 남은 천정은 아주 낮았으며
소박하고 단순함 자체였다.
한국의 스님들이 토굴에서 생식을 하며
공부하는 모습과 겹쳐지면서,
수행자의 삶은 그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검소하고 소박, 단순한 환경에서
처절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깊어지고, 한없이 자유로워지지 않았을까...
새벽까지만 해도, 먹장 구름 두터웠던 날씨가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날씨로 바뀌어있다.
문득 고개 들어 쳐다본 하늘이랑, 암벽, 그리고
유채가 만발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이번 여행은 날씨가 정말 우리를 도운다는 느낌이다.
꼭 맑아야 할 필요가 없는 날에는
비가 퍼붓고 기온도 떨어지고, 한바탕 난리를 떨다가도
중요한 것을 보아야하는 때에는
거짓말처럼 좋은 날씨를 보내주고는 한다.~~ㅎㅎㅎ
그저 모든 것들이 감사했다.
점심을 예약해둔 식당 앞에서
역시 산골마을까지 튼튼하게 연결되어있는
도시가스 관을 발견하고는 또 한 장 사진을 남겼다.
오늘의 점심이 예약된 호텔 겸 레스토랑이다.
소박한 시골 민박집 분위기가 난다.
마당 한쪽에선 기념품도 팔고~~
'꾸시'라 부르는 아르메니아 전통의
요쿠르트 발효 항아리를 인테리어용으로 걸어두기도 하고~~
화장실 표시도 이렇게 고운 인형으로...ㅎㅎ
여기서 우리는 아르메니아의 전통빵
'라바쉬' 만드는 과정을 체험했다.
종잇장처럼 굽는 라바쉬~!
화덕에서 금방 떼어낸 뜨거운 빵을
찢어 한 조각씩 맛을 보며,
앗~~ 뜨거워~! ~ 하하~~호호~~
안쪽 화덕에서는 꼬치구이 고기가
맛있는 향기를 마구 품어내며 익어가고~~
방금 구워낸 라바쉬와 함께 차려지는 점심.
화덕에서 기름을 쭉 뺀 담백한 고기와 감자구이~!
고기도 맛있었지만,
감자가 어찌나 맛나던지~~
후식으로 나온 달짝한 케잌,
그리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겼던 점심 식사~!
여기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입고 있는 앞치마가
아르메니아 사람들 누구나 입는 전통 앞치마인데
한 장에 우리 돈으로 약 5,000원 정도에 판매하기에
선물용으로 몇 장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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