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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카사스 여행기 14 - (아르메니아) '하가르치니'수도원을 거쳐 딜리잔까지
    여행 이야기(해외) 2019. 7. 19. 15:19


    안개에 쌓인 '하가르치니' 수도원



    밤새 비가 엄청 쏟아진 아침~!

    후덥지근했던 트빌리시의 기온도 제법 서늘했다.


    엄청 불어난 무트커버리강이 무섭게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제 조지아를 떠나 아르메니아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 도시 '사다클로'를 향해 달려간다.



    사다클로를 향해 달려가는 내내, 계속 비는 퍼붓듯이 쏟아지고

    비를 맞은 초지들은 생기를 띠고 살아나는 듯, 한층 푸르다.


    길가에 핀 노오란 꽃들은 개나리과에 속한다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ㅎㅎ



    약 2시간쯤 달려갔을까~!

    이 주유소를 기점으로

    왼쪽으로 빠지면 '아르제바이잔'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빠지면 '아르메니아'로 가는 길이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서로 육로로는 갈 수 없는 나라다.

    반드시 조지아를 통과해서 들어가야만 입국이 가능한

    부분적 분쟁 국가라, 일부 여행 위험 구간이 있어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을 생략하기로 했다.



    조지아 국경을 통과해서

    아르메니아로 입국 수속을 하는 동안,

    우리가 타고온 버스는 차량 통과 절차를 거친다.



    아르메니아로 입국수속을 마치기까지 약 30분의 시간이 걸리고,



    국경을 통과하면 나오는 첫번째 환전소에서

    바로 우리는 아르메니아 화폐로 환전을 했다.


    아르메니아 화폐 : 드람

    100드람은 한화 약 250원

    1$는 약 480드람

    일단 100$를 드람으로 환전했다.



    아르메니아 현지 가이드

    미모의 아가씨 '다이에나'는 한국 유학파 인재다

    그것도 2,000명 중에 6명만 선발하는

    국비 유학생 중, 1등으로 선발되었다는 대단한 실력파로

    한국어 실력이 유창하다.


    갑자기 버스 안의 남자 일행들이 생기를 띠며

    다이에나에게 질문공세를 퍼붓는다~~ㅎㅎㅎ


    아침에 호텔 앞에서 우리 일행은

    아르메니아에서 온, 이 버스로 바꿔탔다. 

    조지아의 버스를 계속 이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리에 어두운 면이 있어

    헤매고 다니는 시간이 많았기에

    나라가 바뀌면, 그 나라 버스를 대기시키는 것이

    또 우리 데박님의 재빠른 센스이시다.



    아르메니아의 국경도시 '바그라티센'을 통과해

    '하가르치니' 수도원을 향해 달려가는 내내

    비는 엄청나게 쏟아진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비가 그치고, 끝없이 펼쳐지는 야생화 꽃밭에서

    또 잠시 버스를 세우고

    물방울 가득한 꽃밭으로 꽃구경을 간다~~



    아르메니아는 우리나라 경상남북도를 합한 것 정도의

    아주 작은 영토인데도

    그냥 초지로 방치한 땅이 너무도 넓게 펼쳐져 있다.


    인구는 약 293만 명 정도인데

    역사적인 아픔으로 800만 명의 교민이

    해외에 디아스포라로 흩어져 살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아르메니아인 98% 정도의 단일민족이며

    종교는 94%가 아르메니아 정교를 믿는다.

    2015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은 120억 달러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547달러 정도의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18세기까지 주변 여러 국가의 지배를 받아오다가

    1936년 구소련 연방공화국의 하나가 되었고

    구소련의 해체로 1991년 독립하였다.


    아르메니아는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는 점과

    터키로부터의 탄압과 학살의 역사를 가졌다는 것이

    한국의 근현대사와 닮은 점이 많다.



    색색이 고운 야생화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피어 있었지만,



    속심지에 십자가 무늬를 가진 양귀비꽃이 특이했다.

    코카사스 지방에서만 이렇게 핀다기에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그렇다~~ㅎㅎ

    한국의 꽃양귀비는 속에 십자가 무늬가 없었다.



    오늘의 점심은 <이제반>이란 곳에서

    아르메니아 가정식으로 준비되었다.


    버스가 올라갈 수 없는 좁은 산길을 올라가야해서

    큰 도로에 버스를 세워두고

    이렇게 작은 미니 버스를 이용해 10분 정도 언덕을 올라왔다.


    아주 작은 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아기자기 꾸며진 소박한 정원이 있고~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간 베란다 같은 공간에

    오늘의 멋진 점심이 마련되어 있다.


    아르메니아 가정식은 어쩜 그리 내 입맛에 딱 맞는지

    감탄을 하며 모처럼 아주 맛있게 배부른 식사를 했다.


    채소들은 하나같이 짜지 않아 좋았고,

    스페인의 리조또 비슷한 곡식죽도 구수하니 맛나고,

    무엇보다 렌틸콩 스프가 꼭 녹두죽처럼 입맛에 맞아

    너무도 맛난 점심에 행복했다.


    일행들은 고기가 없다고 불평했지만...ㅋㅋ


    만찬에 음악이 빠지면 안 되는 법~!

    미모의 여인이 전통악기를 가지고 경쾌한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우리나라 가야금 비슷하게 생겼는데,

    현이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이름은 카눈(kanun)이라고 했다.



    그녀의 8살짜리 잘 생긴 아들은 피리 연주가 또 일품이었다.



    두 모자의 연주로 식사는 더욱 즐거웠고

    꼬마에게 팁이 쏟아지자 연주는 그칠 줄 몰랐다.


    아르메니아의 슬픈 가락이 나오는

    '두둑'이란 전통악기는 아니고

    꼬마가 부는 피리는 아주 경쾌한 소리를 냈다.



    옆지기 공연히 꼬마에게 피리를 빼앗아

    삑~~삑~~ 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일행들을 한참이나 웃게 만들었고~~ㅋㅋㅋ



    느긋하고 풍족하고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안개 자욱한 산길에서 내려

    '하가르치니' 수도원을 향해 300m 정도를 걸었다.



    걸어가는 양쪽 길아래의 숲이랑 계곡이

    꼭 우리나라 강원도 어느 골짜기 같았다.



    '하가르치니'수도원은 10~13세기 동안 지었다는데,

    지진으로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있다

    최근에 발굴된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다.


    아르메니아의 교회들은

    동방정교회도 서방카톨릭교회도 아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가 대부분이다.

    아르메니아는 9세기경을 넘어서면서

    왕국이 없어지고, 그 뒤로는 사실상

    교회가 왕국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사도교회는 성서와 전례를

    개종한 민족의 모국어로 번역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수재 아가씨

    현지 가이드 '다이에나'와 함께 사진 한 장 남기고~~



    안개에 쌓인 하가르치니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수도사들의 식당이고,

    가운데 현주교님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아주 잘 생긴 훈남이시다.



    아르메니아의 사도교회들은

    예배실이나 가비트의 천정에 이렇게 창을 만들어

    내부로 빛이 들어오게 하는 건축기법을 거의 모두 고수하고 있었는데

    맑은 날에는 수직으로 내려오는 햇살 덕분에

    상당히 밝은 내부를 유지할 수 있었지 싶다.


    창이 하나인 기도실이나,



    창이 둘 있는 기도실이나 모두

    아주 소박해서 정감이 갔다.


    화려하고 보석 장식이 넘쳐나던

    조지아 정교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이 곳이

    내게는 훨씬 엄숙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기도실 앞에 붙어 있던 '가비트'란 공간인데

    지진으로 천정이 모두 무너지고 기둥만 남았다.


    '가비트'는 수도원을 지을 당시에

    헌금을 많이 한 신도들의 가족무덤이기도 하다.

    죽은 이의 무덤을, 많은 이들이 밟아주는 일도

    이들은 축복이라고 여긴단다.



    거의 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인데도

    디자인이나 문양이 참 아름답고 섬세하다.



    화강암 같기도 하고, 대리석 같기도 한데,

    지진으로 무너져 흙더미 속에서 파내다보니

    겉모습이 매끈하지는 못하게 남았다.



    사도교회는 예수님의 12제자들 중의 한 사람을 대표로 세우는데

    이 분이 누군지는 나는 잘 모른다.


    예를 들면 성 베드로 교회

    성 야고보 교회... 이런 식이다.



    뒷뜰에 벼락 맞은 나무도 괴기스럽게 서 있었는데

    안개 자욱한 날의 분위기와 어울려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ㅎㅎㅎ


    예수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오른손을 치켜들고 있는 뒷모습 같기도 하고...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어여쁜 아가 사진 한 장~!

    인종과 나라를 초월해 아가들은 모두 이쁘다~ㅎㅎ


    아르메니아에서는 이렇게 생긴 돌십자가를

    하치카르(khatchkars)라고 부르는데

    모두 수공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까닭에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돌아나오는 길 한쪽 구석에

    어느 수도사의 무덤으로 보이는

    돌구조물과 하치카르들이 보았는데,

    뒤쪽에 꽃이 놓여있는 걸로 보아, 무덤이 맞는 듯했다.

    소박해서 아름다운 무덤인데

    어쩐지 우리나라 고승들의 부도탑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하가르치니 수도원이 있는 이 일대의 숲을 포함해

    모두 '딜리잔 국립공원'이라고 부른다.

    <아르메니아의 스위스>라는 애칭에 손색이 없게 아름다운 곳이다.


    일종의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인데

    우리가 버스를 타려고 걸어나오니

    어디선가 젊은 여인이 급하게 관광객용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다.

    버스를 타고 떠나는 뒤로 펼쳐놓고 있기에

    우리는 구경도 못하고 돌아나왔다.



    '딜리잔'으로 들어왔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


    장인들이 손수 만든 온갖 수공예품들을 파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알려진 곳이라

    선물용품을 사기에 좋다고 잠깐 들렀다.


    '딜리잔'이란

    '실크로드를 오갔던 대상들이 쉬어갔던 곳'이란 뜻이란다.


    작은 박물관 같은 건물도 보였고~



    정교하게 새겨진 '하치가르'인데

    돌이 아니고, 나무 같다.


    아르메니아인들의 성품이나 솜씨를 짐작하게 하는 구조물인데,

    이 아랫쪽으로 수공예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기원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마을은

    어딘가 로마 양식이 엿보인다.


    바닥은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돌로 깔린 것까지...



    손으로 깎은 주방도구들로부터~~



    정교한 목조각을 새기고 있던 장인의 손길도 구경하고~~



    친절한 아주머니의 수공예 가게에서

    나는 식탁보를 하나 구입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기에

    '한국'이라고 했더니,

    '꼬레아'를 나타내는 알파벳형 수공예 종을 들어주신다~~ㅎㅎ



    가로, 세로가 1.5 * 1.5m인 커다란 수제 식탁보 가격은

    한화로 겨우 5만원에 샀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아직도 깔지 못하고 아껴두고 있다~~ㅋㅋㅋ


    물론 말이 안 통해도 깎았다.

    25,000드람 달라는 것을

    20,000드람에 샀다.



    라일락 향기가 가득하던

    작고 아름다운 마을 딜리잔에

    그리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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