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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12 - (조지아) 카즈베기 트레킹여행 이야기(해외) 2019. 7. 11. 16:09
카즈베기에서 맞은 아침~!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난 카즈베기를 배경으로
일출을 맞은 아침은 정말 보기 드문 행운이었다.
침대에 누워 카즈베기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을
나는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하고 간직하지 싶다.
호텔 앞의 마을들도 느리게 깨어나던 아침~!
고산지대라 아침 기온도 서늘하고
코끝에 닿는 공기는 너무도 신선하고 상쾌했다.
룸스호텔의 조식은 맛있기로 유명해서
숙박비가 비싸거나, 예약이 끝나서 방을 잡지 못한 여행자들이
근처의 다른 숙소에서 자고
조식은 룸스호텔로 먹으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여러 가지의 페스츄리빵이 룸스호텔의 특색을 나타낸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룸스호텔의 페스츄리는 골고루 먹어볼 정도로 맛이 좋았다.
빵 굽는 쉐프가 따로 있는 듯한 이 호텔엔
아침마다 따뜻하게 새로 구운 빵들이 올라와
먹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갖가지의 요구르트와 치즈와 소시지들까지
다양하게 맛보는 호사를, 이 산골에서 누리다니...ㅎㅎ
한쪽에선 잘 숙성된 하몽을 종잇장처럼 썰어주는 기계도 있어
한 조각 집어와서 맛을 보았더니
짭짤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주었다.
쥬스도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었고,
각종 견과류에 잼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오늘은 카즈베기 트레킹을 나선다.
얼마나 마음이 설레던지...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카즈베기를 바라보는 행운을 누렸는데,
이때부터 카즈베기 꼭대기로 살살 내려오던 구름을 목격했다.
호텔 앞 잔디밭으로, 하루 몇 차례씩 헬기가 뜨고 내렸는데,
헬기 투어를 진행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산악용 사륜구동을 타고
약 30분쯤 산길을 올라가서
게르게티 성당 앞에서 모두 내렸다.
여기서 이제 트레킹을 떠날 사람과
트레킹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성당 미사에 참석할 사람들로 나눠
각자 행동하기로 한다.
설산을 배경으로, 산꼭대기에 자리하는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성당~!
이 한 장의 사진이 바로 조지아의 랜드마크다.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이 한 장의 사진에 반해서 모두들 조지아를 꿈꾼다.
5,000m가 넘은 설산을 배경으로
우뚝 홀로 서 있는 저 성당이 너무도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나도 그랬다~~ㅎㅎㅎ
게르게티 성당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한 장을 찍고, 우리는 이제 각자 헤어진다.
초지에 가득 흔들리던 들꽃을 보며,
우리는 카즈베기 쪽을 향해 성당을 등에 지고, 걸어올라간다.
땅에 붙어 흔들리던 너무도 작은 야생화들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생기있게 피어
걷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던지...
선명한 푸른 색으로 피던 이 꽃은
로벨리아를 닮았지만, 끝내 그 이름을 알 수 없었다.
카즈베기를 향해 올라가면서
자꾸만 멀어지는 게르게티 성당을
수도 없이 뒤돌아보며 올라갔다.
보고 또 보아도 한 폭의 그림인 풍경~!!!
앵초를 닮은 이 꽃도 무수히 피어 있었지만,
여기에서의 이름은 알 수가 없었고~~
1시간 이상을 올라온 후에 마셨던
커피 한 잔의 맛은 정말 두고두고 잊을 수가 없다.
올라갈수록 카즈베기는 점점 구름에 모습을 가리기 시작했고,
반대편의 풍경만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설산의 능선이 눈높이와 비슷해지도록 올라오니
기온이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라,
앉아 쉴 때는 바람막이를 입었다가, 걸을 때는 또 벗었다가를 반복하며...
사람을 넣어도 좋고,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 되던 풍경들~!
곰배령의 정상에서 만났던
요강꽃 비슷한 이 꽃도 이름은 모르는 채로 사진만 찍었고,
카즈베기는 이제 꼭대기가 구름에 완전히 덮혔다.
'벨기에'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사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진 한 장 남겼다.
페북은 하지 않는다며 웃었지만,
나는 이 사진을 페북에 올렸다~~ㅎㅎㅎ
설산이 점점 가까워진다.
올라가다 눈을 들어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과 산의 모습들은
자꾸자꾸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들이다.
와~~아~~
햐~~아~~
너무너무 아름답고도 매혹적이었다.
내가 조지아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이
바로 카즈베기를 향해 걸어보는 일이었다.
걷다가 돌아보는 풍경도 그림이고,
걸어가는 눈앞의 풍경들도
그저 감탄을 연발하게 만들던 풍경들~!
눈이 있는 곳까지는 걸어갔다가
되돌아가기로 동행들과 약속을 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트레킹을 하는 이 날의 날씨는
참으로 하늘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고서야 알게 되었다.
계속되는 행운이 따랐던 이번 여행~!!!
모두모두 감사할 뿐이다.
생전에 눈구경도 못한 아이들처럼
눈 쌓인 곳을 가로질러 올라가다가
미끄러워 넘어질 뻔 했던 순간을 찰칵~!
이 사진 이후로 우리는 더 이상 카즈베기의 꼭대기를 보지 못했다.
고산의 기후변화는 예측불허의 부분이라
우리에게 완벽한 카즈베기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틀간의 행운을
그저 고마워할 뿐이었다.
내려갈 때는 길을 버리고,
오랜 시간, 눈 밑에서 자라난 이끼들이 만든
아주 푹신한 풀밭을 가로질러 내려오기로 했다.
풀밭 쪽으로 훨씬 더 많은 들꽃들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꽃은 동의나물 비슷했지만,
잎이 아닌 이 꽃의 이름도 모른 채 내려온다.
이름을 모르면 어떠랴~!
그 작은 꽃들이 주는 행복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그 초록의 길~!!!
빌로드 자락을 틀어올린 것 같은 이 묘한 꽃도 참 특이했다~~ㅎㅎ
할 수만 있다면
이 초록의 풀밭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야영을 하고 싶었다.
아니, 이 비현실적인 풍경이 지겨워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까지 눌러있고 싶었다.
이 높은 산은, 5월의 중순을 넘어서야
비로소 봄을 알리는 야생화들이 일제히 피고 있었고
걸어갔던 그 길가에 수도 없이 만났던
색색의 고운 작은 꽃들이 건네던 인사를
나는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소박한 울타리 너머로 아주 작은 교회가 숨어있는 것처럼,
너무 간소하고 조촐해서 오히려 아름답던 종루조차도
내 마음의 그림으로 남아있을 풍경이 된다.
이 순간을 좀 더 오래도록 누리고 싶어
풀밭 위에 잠시 앉았다.
끝도 없이 피어 흔들리던 작디작은 들꽃들,
맑은 하늘,
좋은 공기,
청량하고 서늘한 기온,
멀리 배경으로 둘러진 설산,
그리고 눈 녹은 물이 골짜기를 따라 세차게 흘러가던
그 모든 풍경들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슴이 저릿하도록 그리울 것 같다.~^^
오늘 이 길은 걷는 시간동안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아마도 아주 많이 배출되었을 것 같다~~ㅎㅎ
뒤돌아본 카즈베기가, 구름을 살푼 걷어내며
잠시 꼭대기를 보여주는가 싶은 순간에~~
우리는 게르게티 성당 아래까지 내려왔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 특별한 도시락~!
트빌리시에서 공수해왔다는,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밥과
딱 알맞게 익은 김치와 쇠고기 장조림과
명이장아찌에 호박나물, 그리고 계란말이까지...
다들 간도 딱 맞고, 고슬한 밥은 또 얼마나 맛이 좋던지,
진짜 눈물이 핑 돌았다~~ㅋㅋㅋ
카즈베기 이 높은 산에서 먹는 한식 도시락이라니...
곁들여진 미소된장국과 컵과일까지
오늘따라 데박님이 더욱더 고맙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이 가득했던 점심을 먹고
우리는 기운을 차려, 이제 게르게티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해발 2,170m에 자리하는 게르게티 성당은
만들어지고 여태까지 하루도 기도가 끊어진 날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교통이라도 편리하지만,
올라오기도 힘들었던 그 옛날조차도...
오랜 연륜을 말해주는 성당의 외벽은
계속된 보수로 돌색갈이 아주 다양하다.
이 성당도 역시 트빌리시에서 만났던 성당처럼
'게르게티 츠민다사메바(성삼위일체)'라 불린다.
전세계에서 조지아의 이 풍경을 만나기 위해 온 많은 사람들이
카즈베기를 배경으로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즐긴다.
성당 안에는 결혼성혼식으로 보이는 행사가 진행중이라,
나는 여기서도 조지아의 평화를 위한
촛불 하나 밝히고 조용히 돌아나왔다.
게르게티 성당은 종루 자체도 한 폭의 그림이다.
성당이 얼마나 까마득한 절벽 위에 위치하는지
종루 옆의 담벼락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이 말해준다.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멀리 손톱같은 마을의 집들이 보인다.
마을이 있는 곳까지 산길 거의 5km의 거리란다.
성당 앞에서 만난 완벽한 모습의 양치기 캉갈개~!
꼬리와 귀를 자른 모습이 선명한데
늑대나 다른 짐승들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싸울 때,
귀나 꼬리를 물려 죽지 않기 위해
어릴 적에 미리 저렇게 잘라 버린단다.
주인의 허락을 얻어 찍었는데
아주 잘 생긴 녀석이다~~ㅎㅎㅎ
한창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시간이라
내려올 때는 걸어오기가 싫어
택시용으로 운행하는 차를 불러타고 내려왔다.
이른 시간에 호텔에 도착해
땀에 젖은 옷을 빨아 널어두고
한가로운 오후의 시간을 잠시 누리며
오래도록 그리워할 풍경들을
눈으로, 가슴으로 듬뿍듬뿍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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