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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11 - (조지아) 카즈베기 가는 길~!여행 이야기(해외) 2019. 7. 7. 17:37
덥고, 매연도 심하고, 복잡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떠나
우리는 이제 빙하와 만년설이 있는 대코카사스로 간다.
인간 세상에 불을 훔쳐다 준 죄로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던 신화의 근원지
해발 5,047m로 우뚝 솟은 카즈베기를 만나러 간다.
한 무리의 양떼들이 도로를 점령하며 지나가는 바람에
달리던 버스는, 한참을 정체되어 겨우 지나갔지만,
누구도 화를 내거나, 질타하는 일 없이
느긋하게 기다려주던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1시간 30분을 달려간 뒤에
'아나우리 성모성천 교회'를 잠시 들렀다 간다.
버스를 세워 두고,
이런 길을 따라 주변 풍경도 구경하며 걸어가다 보니,
이전에 양치기들이 입었던 옷을 걸어두고
사진 찍고가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한번 입고 사진 찍는 비용이 2라리(900원 정도)라고 써두었다.
근데 날이 더워서 저 두꺼운 양털옷을 입는 것 자체를 모두 거부한다~~ㅎㅎㅎ
여기서도 다시 보는 국민간식 츄르츄클레라와
양털로 만든 모자, 도자기류... 등등을 팔고 있었는데,
나중에 돌아나오는 길에 더워서
석류 쥬스 한 잔을 사 먹었다.
쥬스라기 보다는 '즙'
아나우리 성모성천 교회는
13세기에 건립된 아나우리 성곽 안에 위치한다.
마을도 없는 외딴 곳에 남은 교회는
수도사들이 조용하게 공부하기엔 딱 좋은 곳이란 느낌이다.
늘 열심히 기독교에 대한 깊이있는 설명을 들려주는
우리의 데박님이지만,
종교가 다른 나는, 기본적인 이야기만 듣고 이해할 뿐이다.
십자가 좌,우에 있는 표범문양은
자카리안 가문의 문양이고,
포도나무는 다산의 상징이며,
꼬여서 끝없이 이어지는 고리 모양은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태양신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교회도 처음엔 태양신의 신전이었다가
후대에 카톨릭을 받아들이면서 교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마치 한국 불교가 토속신앙과 결합되며 정착되었던 과정처럼...
지금은 모두 회칠이 되어 있지만,
원래는 프레스코화가 아주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로마노프 황제가 지나간다는 보고에 따라
모두 회칠을 해서, 성화를 덮어버렸는데
황제는 일정이 바뀌어 오지 않았다.
그 뒤로 조금씩 회칠 벗겨내는 작업이 진행중이라
기둥 쪽에는 어느 정도 성화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렇게 화려한 성화들이
천정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상상을 하니
종교의 이름으로 타 종교에게 행하는 폭력을
나는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
곳곳에 무너진 채로 남아있는
건물의 잔해 사이로
유채가 무리지어 피어나는 모습은
묘한 애잔함을 마음 속에 불러일으킨다.
벽면을 따라돌며 열심히 설명을 듣는 모습들~!
대코카사스의 주봉인 카즈베기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스테판츠민타'를 향해 달려간다.
끝없이 이어지는 구절양장의 위험한 산길과
빙하 녹은 물이 세차게 흘러가던 계곡을 따라...
오늘도 날씨는 더없이 좋다.
해발 2,000m 고지에 버스를 세우고~~
'마르코폴로'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그 지역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식당과
메뉴가 준비되어 있어
늘 기대를 가지고 들어가던 식사 시간~!
오늘의 점심은 피자와 구운 채소와 버섯,
그리고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인데
뒤에 나오는 음식은 먹느라 찍지를 못했다~~ㅎㅎ
식사 후에 둘러보는 주변 풍광은
여기가 해발이 높은 지역임을 실감하게 한다.
건너편 산능선이 거의 눈높이로 보이는 위치~!
내려다보이는 아랫 마을은
유럽의 어느 산골 마을처럼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다시 우리는 달려간다.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귀도 먹먹해지고
기온도 더 차갑게 느껴질 무렵 도착한
조지아와 러시아의 친선 200주년 기념
거대하고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화~!
모자이크화 오른쪽은 러시아의 중요 인물이나 사건을 형상화했고
왼쪽은 조지아의 특산품이나 곡류 등을 형상화했다.
설산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맛은 어떨까?
페러글라이딩 하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정말 새처럼 하늘을 날아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ㅎㅎ
촬영비까지 해서 페러글라이딩 가격이 180라리(80,000원) 정도인데
데박님은 바람이 불면 위험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단다.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바라보는 모든 풍경들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모자이크화 아래 틈새로
두 마리 도마뱀이 나란히 기어가는 모습이 예쁘다.
버스가 있는 곳까지, 걸어 내려오는 오후의 시간이
자꾸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하늘과 산과 사람들을 차례로 쳐다보며 왔다.
다시 한 시간쯤을 달렸을까?
황토빛의 파묵깔레를 만났다~~ㅎㅎ
철분이 많은 물은, 주면의 돌들을 모두 붉게 색칠했고
물맛은 쇳물 냄새가 나서 먹기는 조금 불편했다~~ㅎㅎ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황토의 파묵깔레 같은 곳.
사실은 황토가 아니라 철분 때문에
돌이 붉게 변해서 황토로 보일 뿐이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젊은이들과 뭉쳐서
같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카즈베기로 가는 길은 시시각각 다른 풍광들이 펼쳐지고,
늘 경이롭고 설레는 기대를 품게 해 주었다.
드디어 카즈베기가 보이는 '스테판츠민타'에 도착했다.
성스러운 스테판의 마을이란 뜻이다.
카즈베기가 정면으로 마주 보이는 자리에,
그 유명한 룸스호텔이 있다.
전 세계인들이 카즈베기에 오면
꼭 쉬어가고 싶어하는 최고의 뷰를 가진 호텔~!
우리는 여기에서 2박을 하는 행운을 누린다.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풍경~!
식당과 라운지를 겸하는 넓은 공간에
도서관 시설을 만들어 편하게 쉴 수 있게 해두었던 것도 특이하고,
호텔의 방 키는 또 얼마나 특이하던지...ㅋㅋ
아주 일찍 예약을 한 탓에
우리는 모두 전면의 방들을 배치받아~~
호텔 침대에 누워 카즈베기를 바라보는 행운을 누렸다.
이틀을 묵어가는 호텔에서는
항상 급한 빨래를 할 수 있어 좋았다.
해발이 높은 곳은 태양이 원시적이라
빨래는 또 얼마나 잘 마르는지...
짐을 풀고, 급한 빨래를 해서 널고,
사진도 찍으면서 잠시 여유를 누리다가,
수영장에 내려가보니,
수영장에서도 카즈베기는 한눈에 보인다~~ㅋㅋ
해 질 무렵에, 우리 일행은 다시 로비 바깥에서 모였다.
이틀 저녁을 호텔에서 먹을 수는 없으니
오늘은 바깥에서 특식을 먹기로 예약되어 있다.
10분쯤 마을 길을 따라 걸어내려오면,
아주 오래된 카즈베기 전통양식의 레스토랑이 있다.
작은 마당을 가로질러 개울물도 흘러가는 곳에서
우리는 송어구이와 양고기 구이를 메인으로
거창한 디너를 나눈다.
식당 벽의 한 면을 가득 채우던 전 세계의 화폐들~!
한국의 사임당이 눈에 띤다~~ㅎㅎㅎ
감자와 버섯 볶음도 맛있었고
양고기도 냄새나지 않고 좋았고,
송어구이는 짜지 않아 좋았고
나름 메뉴는 다 깔끔하고 맛있었다.
이 날 저녁의 특별한 행사~!
일행 중의 한 부부가
5.18 슬픈 기념일에 결혼 39주년을 맞이했다.
카즈베기 깊은 산골에서 함께 나눈 이 케잌의 기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의 데박님은 이 귀한 것을 미리 준비했다는...ㅋㅋ
그리고 곁들였던 와인은
기념일을 맞은 부부가 맘껏 마시라며 돌렸다.
저기 왼쪽에 서 계신 분이 남편이고
옆에 앉은 분이 아내인데
이들 부부가 들려준 가슴 찡한 감동 이야기 한 편이 있었다.
종교가 카톨릭이라 아마도 성지순례차 함께 오신 모양인데
자신들이 다니는 작은 성당에
파이프 오르간을 기증하기로 한 어느 할머니가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돌아가시자
아들들이 반대해서 결국 기증은 무효가 되었다는데
그 가격이 30억이었단다.
고민 끝에 남편 분이 기증의사를 밝혔고
아내는 기꺼이 따랐다고 한다.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 이 분들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시 감동의 물결이 일어 모두들 숙연했고
어떤 분들은 눈물 흘리며 울었다.
창가에 있었던 러시아에서 온 분들에게
케잌을 나눠 드렸더니, 축하해주러 오셨다~~ㅎㅎㅎ
감동과 행복함으로 마음이 훈훈했던 밤,
우리는 어두워오는 길을 걸어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마을은 이미 어둠에 싸여 불빛이 별빛처럼 흐르는 시간에
카즈베기는 홀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일은 카즈베기 트레킹을 떠난다.
설레는 마음과 아직 남은 감동의 여진으로
여인들끼리 어둠 속에서 사진 한 장 남기며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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