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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카사스 여행기 3 - (조지아) 아할치케의 <라바트 캐슬>
    여행 이야기(해외) 2019. 6. 5. 11:12


    아할치케의 '라바트 캐슬'은

    13세기에 이 지역을 터키에 빼앗기는 바람에

    기독교 국가인 조지아의 성이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 특이한 건물이다.



    조지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나라 재정이 시원찮아 도로를 얇게 만들다보니

    곳곳에 패이고, 갈라져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자동차나 버스들도 대체로 오래된 것이라

    시원하게 달리질 못하다보니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도 시간이 제법 걸린다.


    바르지아 동굴 요새에서 아할치케로 가는 길 중간

    정원이 예쁜 레스토랑에 점심이 예약되어 들어왔다.



    잘 꾸며진 정원과 널찍한 식당 안의 좌석들도

    거의 우리 일행들 말고는 사람이 없어

    이유를 물었더니, 꽤나 비싼 곳이라

    특별한 예약 손님 말고는 오질 않아 그렇다고 한다.



    오늘 맛본 특별 요리는

    위의 호떡 같이 생긴 치즈빵(하차푸리)과

    국수 같은 치즈~!



    그리고 소스를 얹어 나온 송어구이에~



    고치에 끼워, 화덕 위에서 노릇하니 잘 구운 돼지 바비큐~!

    약간 짭짤해도 음식이 수준이 있고 맛있었다.



    부엌 위에 줄줄이 걸어둔 채반들이

     하도 우리나라 것이랑 비슷해 무얼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용도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채소와 과일을 널어 말리거나,

    요리 재료들을 삶아 건지는 용도로 쓴단다~~ㅎㅎ



    여기 이 부엌에서 우리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오늘 먹었던 특별하게 쫄깃하고 맛있었던 빵

    치즈빵 - 하차푸리

    돼지고기를 넣은 만두 - 낀깔리

    를 함께 만들어보는 체험이었다.





    딱 알맞은 반죽을 긴 홍두깨로 밀어

    하차푸리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해본다~~ㅎㅎ


    칼국수 미는 것과 비숫했지만,

    전체로 아주 얇게 밀어

    대각선으로 접어올리면서 치즈를 넣어

    하차푸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반죽에는 오직 밀가루, 물, 소금, 약간의 이스트만 들어간다고 한다.


    촉감까지 만족시키는 '오감만족의 여행'을 준비했다고 하던,

    우리의 가이드 데이비드박(줄여서 앞으로 '데박'이라고 함)의

    여행 지침서를 몸으로 확인한 날이었다.


    그리고 저는 '공주과'가 아니라 약선요리사랍니다~~ㅎㅎ

    그래서 체험에 도전해 고군분투했지만,

    전문분야가 아니라 좀 많이 서툴렀다는...



    낀깔리 만드는 것까지 함께 한

    요리사 선생님들과 인증 샷~!


    낀깔리 쪄서 맛을 보고 가야하는데

    시간 관계상 만든 것은 모두 직원들 시식용으로 남기고

    우리는 다시 울퉁불퉁한 도로를 따라 떠난다.



    레스토랑에서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아할치케의 라바트 캐슬, 외성으로 들어왔다.



    외성으로 들어오니,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온다.

    국지성 소나기를 예보했던 일기에 대비,

    양우산을 준비하긴 했지만

    산악지대인 이곳의 날씨는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카페와 기념품 가게와 숙소랑 영화관 같은 것이

    양옆으로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지만,

    날씨 탓인지,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일행말고는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는...ㅋㅋ



    외성을 통과해, 내성으로 들어서면~



    방금 지나온 외성의 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이슬람식의 길다란 회랑과~~



    프랑스풍을 띤, 이슬람 정원이 아주 깔끔하게 자리한다.



    정원은 나름 어떤 원칙을 가지고 식재가 되었고,

    중앙에는 꼭 물을 받아두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 용도가 이슬람식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라도 메카를 향해 몸을 씻고 기도할 수 있도록...



    저기 중앙의 연못도 보이는가?



    중간중간 보수를 많이 했겠지만,

    13세기에 지어진 성치고는

    거의 제 모습을 지킨 형태로 남았다.



    정원의 한 귀퉁이에는

    우리의 정자 비슷한 것이 자리한다.

    여기에 앉아 차도 마시고 한담도 나누며

    정원을 감상하는 것도 나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



    금빛의 돔지붕을 가진 저 곳이 바로

    이슬람식 기도실이고,

    여기를 지나면, 본성으로 들어간다.



    기도실 앞에는 큼지막한 연못이 자리한다.

    우리가 보기엔 연못인데,

    이 곳 사람들의 표현으로는 '욕조'라고 한다~~ㅎㅎ



    내성 안에는 방마다 이런 욕조를 만들어 두었다.

    간단하게 온몸을 씻거나

    손,발을 씻고 기도하는 준비를 위한 장치다.



    조지아엔 떠돌이 개들이 너무 많다.

    나름 관리를 잘 하는 성곽 안에도

    이런 개가 버젓하게 활보하며 다니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빵이나 고기를 얻어먹으려고

    아주 열심히 따라 다닌다.


    우리가 설명을 열심히 듣는 동안

    차분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이 녀석도

    일행들이 아침에 가방에 넣어온 빵이나 치즈, 소시지 등을

    아주 배부르게 얻어 먹었다.


    조지아의 호텔 조식 뷔페는

    나라의 살림에 비해서는 아주 잘 차려주는 편이었고

    빵이나 삶은 계란, 소시지 등을 몇 개씩 가방에 넣어가는 일에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았고,

    오히려 먹고 남는 것들은

    길거리 짐승들과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점이

    여유있어 보여 좋았다.



    금빛의 돔지붕 내부로 들어오면

    이렇게 넓은 기도실이 있고

    울림이 아주 좋아, 소리가 멀리까지 잘 울린다.


    그들의 기도소리가 멀리

    이슬람의 메카까지 울려퍼지길 바라며...


    우리는 이제 본성으로 들어간다.

    전면에 조지아 국기가 휘날리는 곳이

    본성 꼭대기 전망대~!



    본성의 성벽 위에 올라 앉아보니,

    성안팎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이왕 들어왔으니

    가장 꼭대기 전망대까지는 올라가야지~~ㅎ



    전망대 올라서니,

    아할치케 시가지도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외성과 내성, 본성까지의 모든 구조가 조감도보듯,

    성곽 안의 건물들 배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된다.



    돌아내려오는 길에 다시 만난

    프랑스풍의 정자~!



    외성 쪽으로 나오다보면,

    이슬람에 의해 파괴된, 옛 성곽의 구조물 조각들

    가지런히 모아둔 것을 볼 수 있다.



    제자리를 잃어버린 것들은

    잔뜩 내려앉은 하늘만큼이나 을씨년스럽게

    침묵의 언어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위로는 러시아, 아래로는 투르크와 페르시아에 싸여

    끝없는 전쟁과 약탈과 파괴에 시달렸을 이 작은 나라~!

    얼룩진 역사의 흔적 위로

    무심한 시간의 흐름만이 남아 있었다.




    보르조미의 호텔로 돌아오니

    불편했던 도로 사정으로 멀미가 느껴져,

    화려하게 차려진 식사도 생략하고

    누룽지를 끓여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들을 둘러 보았다.


    호텔 수영장의 맑은 물~!

    보르조미의 물은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으면

    매끄러우면서도 아주 부드럽다~~ㅎㅎ


    사우나는 한국식의 온탕이 있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만,

    거의 북유럽식의 건식 사우나 시설들이라

    객실로 올라와 샤워를 하고, 

    다시 호텔 주변으로 산책을 즐겼다.



    한국의 장구채 같은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었고,



    하얀 라일락이 피어, 진한 향기를 흩날리고 있었다.

    한 바퀴 돌고, 탄산수를 한 잔 마시니

    물맛은 영 밍밍하니 더 이상한 맛이라...ㅎㅎㅎ



    아침에 일어나면, 산안개를 띠를 이루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현골 우리집에서 만나는 풍경과 유사해

    문득 두고온 집생각을 잠시 했다~~ㅎㅎ



    보르조미 Likani Spa & Resort Hotel의

    조식 뷔페는 생각 이상으로 화려했다.



    조지아에서는 귀한

    때깔 좋은 과일들까지 풍성하게 나왔기에

    신선한 과일도 많이 먹고~~



    여러가지 빵들도 조금씩 맛을 보다가

    별 맛이 없는 것들은 따로 싸서

    나중에 길에서 만나는 떠돌이 개를 위한 식량으로 비축했다.



    햄이나 베이컨 종류도 다양하게 나왔지만,

    거의 맛이 짜기에

    짜지 않은 종류로 한 두개 가져다 먹었다.



    빵을 장기간 먹질 못하는 내 식성은

    밥이 없는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누룽지에 밑반찬을 진공포장해서 가져간다.


    누룽지는 커피포트에 끓이고

     밑반찬은 한번에 다 먹을 만큼씩만 작은 포장을 하고,

    그것들을 모두 하나의 진공포장으로 만들어 갔다.

    무말랭이, 더덕장아찌, 오가피장아찌, 머위장아찌

    저것들을 먹어가며 겨우 버틴 긴 여행의 시간들~!ㅋㅋㅋ



    유럽쪽에서는 김치를 절대 못가져오게 난리를 떨어

    이번에도 김치는 빼고, 장아찌 종류로 준비했는데

    코카사스로 올 때는 김치를 가져와도 좋을 뻔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함께 간 친구는 김이랑 깻잎 통조림을 가져와

    한번씩 번갈아가며 나눠 먹고는 했다.


    긴 여행에서는,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에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름 내 먹거리를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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