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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사스 여행기 2 - (조지아) 바르지아 동굴 요새여행 이야기(해외) 2019. 6. 2. 18:01
두번째 여정은 바르지아의 동굴 요새다~!
어제 저녁, 보르조미로 들어왔다.
보르조미 국립공원 안에 위치하는 호텔에 체크 인~!
숲속의 새들이 아침을 깨워주는 호텔은
특별히 청량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가득했다.
아침에 눈을 떠, 베란다로 나서니
유럽에서 가장 광대한 원시림을 가진
보르조미 국립공원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출발이 9시라 일찍 일어나면
늘 여유있게 아침 시간을 누릴 수가 있다.
호텔 주변 산책을 나섰다.
마로니에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이다.
하늘을 향해 피는 포도송이 같은 꽃들이
제법 진한 향기까지 머금고 있었다.
한적하게 펼쳐진 숲길은 양쪽으로
무수한 야생화들을 피우고 있어
꽃들이 나눠주는 향기랑 인사하며 걷는 길~!
마로니에꽃
흰장구채
컴프리꽃
흰라일락
광대수염...
마을에서 내려온 말 한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고,
엄청나게 커다란 달팽이들이 느릿느릿 기어다니던 숲길~!
트빌리시로 흘러가는 무트커버리 강물은
무서운 속도로 흐르고 있어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보르조미 국립공원은 자체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예약해서 신청을 하면
말 타고 들어가는 트레킹도 있고
캠핑을 할 수도 있지만,
이번 일정에는 그런 정도의 여유는 없어
단지 아침의 산책만 하기엔 아쉬운, 정말 멋진 숲길이었다.
보르조미에 있는 로마노프 황가의 여름별장이다.
보르조미는 러시아의 부호들이 별장을 짓고 싶어하는
조지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130년 된 보르조미 최초의 탄산수 병이다.
설명을 듣지 않으면, 와인병으로 착각하기에 딱 좋은 모델~~ㅎㅎ
보르조미는 노천온천도 있고
위장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천연 탄산수가 샘 솟는 곳도 있다.
지금은 수도꼭지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탄산수는
예카테리나 여제가 휴양차 와서 마시고
위장병을 치료했다는 그 물이다.
톡 쏘는 맛보단 단맛이 살짝 나는 느낌~!
그런데 이 탄산수는 마시는 시간대에 따라 물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새벽에 와서 마시면 톡 쏘는 맛이 제일 강하고
햇살이 강한 한낮에는 밍밍한 단맛을 준다고 한다~~ㅎㅎ
호텔에서 2시간을 남쪽으로 이동해 '바르지아'로 왔다
터키의 카파토키아 동굴 수도원의 모습이 겹쳐지는 곳인데
여긴 수도원이 아니라, 천연의 절벽을 파서 만든 동굴 요새다.
터키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투르크족이 침입하면 모두들 동굴 요새로 피신해
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동굴 요새로 피신해 생활했을 사람들의 삶은
척박하고 힘이 들었겠지만,
유채꽃이 만발한 동굴 아래의 풍경은
그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동굴 요새를 만든 절벽의 모양은
그야말로 깎아지른 수직의 벼랑이다.
12세기에 만들었다는 동굴 요새는
높이가 300m, 넓이는 500(제곱)m, 총 13층으로 구성되었고
동굴이 2,500개, 방이 6,500개가 있으며
한때는 5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많이 허물어지고 원래 모습의 1/3 정도만 남았다.
동굴에서 내려다본 마을의 풍경은 평화로워 보인다.
아래와 윗쪽의 암반층의 다른 색감이 선명하다.
윗쪽의 검은 돌은 현무암이고
아랫쪽의 흰색 돌들은 사암인데,
현무암 부분이 지금도 계속 무너져내리는 상황이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지는 날은 출입을 금하기도 한단다.
전체를 다 살필 수는 없고
올라가며 중요한 곳만 살펴본다.
일단 투르크족이 쳐들어오면, 모두들 여기로 피신해
아래로 굴려내릴 돌들을 준비했다고 한다.
절벽 아래로 돌을 굴리면
내려가며 가속이 붙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며
다른 돌들을 쳐서 함께 굴러내리는 공격성은
기마부대까지도 순식간에 제압하는 무서운 힘이 있었단다.
거의 천 년 전인 그 시대에
이런 황토의 관을 제작 연결해
모든 동굴 요새로 냉온수를 공급했다고 하니 놀랄 일이었다.
지금 쓰레기통이 놓여 있는 저 자리가
예전엔 빨래터로 추정된다.
문은 단단한 나무에 철제로 갑옷처럼 감싸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 달았고,
방은 자그만하게 들였으며,
지금도 고여 있는 천연암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는데,
컵으로 떠 맛을 보니
물맛이 시원하고 깔끔하니 아주 좋았다~~ㅎㅎ
지하와는 달리 통로들이 바깥에서 빛이 들어와 갑갑하지 않았고,
멀리 종이 셋 달린 종루와 그 주변은
원래 교회였고, 앞쪽에 부수적인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허물어져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종루 안쪽의 천정에 남은 프레스코화~!
앞쪽이 허물어져 빛이 들어오면서
색이 점차 바래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에는 아직도 남아있는 교회의 흔적들도 있었고,
모든 동굴들은 통로를 통해 서로 연결되게 만들었다.
오늘 날씨는 더없이 청명하고
햇살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이번 여행은 날씨운이 따라주는 것 같다.
엄청난 비가 퍼붓다가도, 아침이 되면 거짓말처럼 개이고
버스를 타고 달릴 때는 비가 오다가
도착지에 내리면 또 말짱하게 개인다~~ㅎㅎㅎ
이 척박한 암벽 사이에 동굴을 파고
삶을 의탁했을 사람들의 절박함을 상상하면서도
나는 이상한 즐거움 속으로 자꾸 빠져 들어간다.
좁은 통로로 다니다가 머리를 부딪친다고
모자를 쓰지말라는 가이드의 조언으로
모자도 버리고 왔더니, 햇살이 어찌나 강렬한지...
이슬람 여인들처럼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다~~ㅋㅋ
와인 항아리들을 저장했던 흔적들~!
약을 보관했던 약장도 보이고~~
한때는 포도주를 담아 발효했을 항아리도 하나 남았다.
동굴을 따라 계속 진행방향으로 가기엔
길이 너무 가파르고 위험해
우린 온 길을 되돌아 나왔다.
들어갈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지나쳤던 곳~!
예전 수도사들이 사용했던 식당자리다.
사람들이 앉아 있는 앞쪽 줄은 식탁이고,
뒤쪽의 줄이 사람이 앉는 자리였고,
가운데 파인 구덩이가 화덕의 자리였다고 한다.
세월은 무심히도 흘러가고
세월의 흐름따라 현무암들도 자꾸만 떨어져내리고,
얼만큼의 시간이 더 흐르면
이 동굴 요새가 지상에서 흔적을 감추는 날도 오리라...
조지아에 오고 싶었던 이유를, 다니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더 없이 청량한 대기와
다양한 기후대에
초원 위에 자생하는 셀 수도 없는 야생화들
그리고 청정 재료로 만드는 특유의 요리들이
희안하게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일~!
모든 요리에 빠짐없이 넣어주는 고수만 좀 뺀다면 말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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