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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기 15 -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2>여행 이야기(해외) 2024. 7. 19. 20:08
점심 후 오후 일정이 시작되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중 하나인 사마르칸트~!
고대 그리스 시대엔 '마라칸타'로 알려졌고,
중국에서는 남북조시대부터 수,당 시대에 걸쳐 강국으로 불렸다.
1220년 징기스칸에 의해 패망하기까지
실크로드의 교역 중심지로 번창하였고
14세기 티무르 왕조의 수도가 되었다.
우즈베크인들의 도시가 되었다가,
1868년 러시아령이 되었다가
1925년부터 소련 공화국으로 편성되었고
1990년 마침내 우즈베키스탄 공화국의 도시로 독립한 사마르칸트는
오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파란만장한 이력을 가진 도시다
최근 징기스칸의 군대에 의해 폐허가 된 구시가의 발굴이 이루어지면서
아랍 침공(8세기) 이전의 궁전터와 화려한 벽화 등이 출토되었고
2001년 세계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한 역사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 대단한 도시를 하루만 보고 지나간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6월의 한낮은 너무도 더웠고,
이번 여행의 핵심국가는 키르기스스탄이었기에
스쳐만 지나가는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땡볕에 땀을 흘리며 한참을 걸어오르면,
천문대로 올라가는 한 켠에
천문학자 '울르그 벡'의 동상이 근엄하게 앉아 있다.
울르그 벡은 천문학자, 수학자, 역사학자로는 천재성을 보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유능하지 못했기에
티무르 제국의 3대 왕으로, 2년 6개월의 짧은 재임 끝에,
아들의 반란으로 퇴출당하고,
메카로 가는 길에서 자객에게 참수를 당한 비운의 왕이었다.
천문대가 있던 자리에 윗부분만 보완해서 유적으로 보존 중이다.
울르그 벡의 사망 후에, 내란으로 천문대는 파괴되었고
현재 남아있는 부분은, 1908년 소련의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된
천체관측기를 지탱했던 지하부분과 천문대의 기초 뿐이다.
울르그 벡이 세운 천문대는
지름 48m, 3층 높이의 원형 천문대로
육분의, 상한의, 해시계, 등이 갖춰진
당시로서는 최고의 천문대로 추측할 수 있지만,
지금은 견고하게 만들어진 지하 부분만 남았다.
울르그 벡이 이곳에서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1,018개 별의 위치를 밝힌 '지디이 술타니'라는
당대 최고의 천문도를 발간했고, 프톨레마이오스 이래
12세기 동안 바뀌지 않았던 천문상식을 수정했다.
1년이 365일 6시간 10분 8초라고 계산해냈는데
오늘날의 관측 결과와 1분이 채 안 되는 오차를 보이는
높은 과학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시계 모형~!
건너편에 있는 천문대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여기서도 무하마드는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하지만
우리에게 그리 요긴한 것들이 아니었다.
술렁술렁 박물관을 둘러보고,
울르그 벡 시대의 천구의 같은 도구도 보면서
박물관을 돌아 나왔다.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아프로시압' 박물관
기원 전 4세기, 옛 사마르칸트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아프로시압 주거지는, 13세기 징기스칸에 의해 파괴되었다.
1965년 사마르칸트의 한 언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유물을 시작으로, 많은 유물이 출토되자
이 곳이 바로 옛 사마르칸트의 중심지였던 아프로시압인 것을 알게 되었다.
고대 도시 아프로시압의 언덕에
아르메니아 건축가가 설계해서 세운 것이 바로 이 박물관이다.
우리가 타고온 초고속 열차 '아프로시압'도
여기서 이름을 가져온 것이다.
지하 전시실로 내려가면
과거 궁전의 벽을 장식했던 벽화를 발굴하여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여 두었다.
각국의 사신들이 바르후만 왕을 알현하는 그림 속에
고구려에서 온 사신 두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모자꼭지에 새깃털이 장식되어 있는 두 사람은
복식과 생김새가 틀림없는 고구려 사람이라고 한다.
조우관을 쓴 고구려의 사신~!
가슴이 저릿했다
그 옛날 고구려 시대, 5,000km나 떨어진
이 머나먼 사마르칸트까지 사신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시아의 동쪽 끝에 매달린 너무도 작은 나라가
살아가고, 뻗어가고 싶어 내달렸던, 삶의 궤적을 짚어보다
나는 그만 울컥했다
고구려 시대, 평강공주와 결혼했던 '바보온달' 장군이 실은
'중앙아시아 온다르 지방에서 온 장수' 라는 설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그 설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기골이 장대하고, 전투에 능한 장수였으나
이민족이라 고구려 말에 서툴고, 관습이나 생활방식이 달라
서투르게 살아가는 모습이 바보처럼 보였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르후만 왕의 사신 영접도'
원래 그림을 제대로 그려놓은 모형인데
맨 오른쪽 아랫쪽에 조우관을 쓴 두 사람이 선명하게 보인다.
출토된 도자기 그릇들,
고대 냉장고 대용의 항아리라는데
우리나라 김치독 생각이 문득 났다~~ㅎㅎ
조로아스터교의 기도 자리
가운데 불을 피워두고 기도하는 곳~!
두개골 윗꼭지가 튀어나온 것은
왕족과 귀족들의 것이라고 한다.
아기때부터 머리를 강하게 묶어
두개골이 위로 튀어나오게 키운다고 해서
중국 여인들의 전족을 생각나게 했다.
전시실 옆에 동영상을 보여주는 방이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제공하는 사마르칸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한국어 버전으로 볼 수가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다음 여정으로 가기 위해
땡볕에 한참 걸어갔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줄줄 흘렀다.
비비하눔 모스크~!
티무르 왕의 왕비였던 비비하눔을 위해 지은 모스크인데
티무르 왕이 인도 원정동안 수집해온 호화로운 원석을 사용했다고 하나,
1897년 지진으로 무너져내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전면에도 타일이 떨어져나가고
색감이 퇴색되어 보였다.
그래도 들어서면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고,
맞은편에는 비비하눔이 잠들어 있다는
푸른 돔의 아름다운 모스크가 있다.
정원의 중앙에는 돌로 만든 거대한
코란 받침대가 만들어져 있고,
금으로 만든 코란이 펼쳐져있다.
비비하눔 모스크로 들어가면,
내부는 무너지다 남은 모양 그대로 방치되었고,
새로운 보수 작업은 언제 시작할지 모른다고 했다.
천정 돔 부분의 문양은 그래도
아주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뒷쪽 무너져 터만 남은 기도실을 보며
걸어나오면,
모스크 뒷쪽에 바로 '시욥 바자르'가 연결된다.
600년 전부터 모스크 주변엔 상인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시장을 만들었다는데,
사마르칸트에서는 제일 큰 재래시장이다.
이쁜 접시들이 많았지만,
나는 더 이상 접시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기로 했다.
엄청나게 커다란 견과류 코너,
옷가게들이 늘어선 쪽으로 일행들이 들어갔고
재빠른 내 친구는 시장안에서
멋진 치마바지를 하나 구입해입고는 팔랑거리며 나왔다.
15불 주었다는 치마바지는 색도 모양도 고왔다
나도 하나 사고 싶었지만
스몰사이즈가 없는 관계로~~ㅋㅋ
여기서도 유난히 고운 색감으로 피는
무궁화 나무들을 많이 만났다.
오늘 저녁 식사는 한식으로~~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엔 우리 일행들 밖엔 아무도 없었다
기본 찬들 나왔는데
모두 깔끔하니 맛이 괜찮았다.
4인용 테이블마다 김치찌개 하나
된장찌개 하나,
그리고 냉면이 두 그릇 나와서
골고루 잘 먹었는데
중앙아시아의 국수나 면 종류는 한결같이
면이 쫄깃하지 않고, 푸석한 맛이라 아쉬웠다.
저녁 먹고 레기스탄 광장까지 걸어가면서
산책 겸 운동을 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분수대엔 물이 흘러나와 좀 시원한 느낌을 주었고,
사마르칸트의 유명한 악사들 같았는데
구글 번역기 돌렸더니 '민속 시인'이란다
일종의 음유시인들이다.
잘 정돈된 공원을 지나서 조금만 걸어가면,
레기스탄 광장이 나온다.
저녁 8시부터 '레이저쇼'를 한다기에
앉아서 기다렸더니, 8시가 넘어도 하지 않는다.
매일이 아니라 정해진 요일이 있는데
오늘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는 밤에 다시 초고속열차를 타고
'부하라'까지 가야하기에 그만 일어섰다.
사마르칸트 기차역에서,
다시 '아프로시압'을 타고 1시간 40분을 달려가,
'부하라'에서 내려,
거의 12시가 다 되어 호텔 체크인하고는
침대에 쓰러졌다
너무도 힘들고 고단했던 하루를 마감하며~~
인~ 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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