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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여행기 2 - 카자흐스탄 '차른계곡'여행 이야기(해외) 2024. 6. 22. 18:29
이식 박물관에서 차른계곡까지는
약 220km 먼 길이었고, 3시간 정도를 달려갔다.
처음엔 멀리 천산을 끼고
푸른 하늘과 초록의 초지가 펼쳐져
눈과 마음이 시원하게 달려갔지만,
1시간쯤 지나면 초지가 점점 없어지고,
바깥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카자흐스탄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공동묘지
마을마다 마을 곁에 공동묘지를 가지고 있는데
지나가면서 보아도 상당히 화려하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기념일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서
생일이면 일년간 모은 돈을 모두 먹고 마시는 것으로 쓰고
결혼식은 더 화려하게 모은 돈을 모두 쓰며 치른다고 하는데
장례식도 대체로 분에 넘치게 치르는 편이라고 했다.
목적지가 다가갈수록 척박한 황무지가 나타났다.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27배에 달하는
엄청난 영토를 가졌지만, 국토의 50% 정도는
이렇게 쓸모없는 황무지로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토질에 염분이 많고
흙이 포슬하지 않고, 점토질 성분이라
작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마침내 3시간 만에 차른계곡 입구에 도착
통행허가를 받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지루한 시간 끝에 다다른 차른계곡
거대한 황무지의 땅 아랫쪽에 놀라운 풍경들이 숨겨져 있다.
하늘은 점점 먹구름이 가득하고
금세 소나기를 퍼부을 기세였다.
이정표를 확인하고 내려간다.
계곡을 따라 2.5km를 걸어가면
끝지점에서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차른강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우린 되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우~~ 와~~
카자흐스탄의 그랜드캐년이란 말이 실감난다.
끝이 보이지 않던 황무지 안쪽으로
저런 놀라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니...
뒤돌아보면, 유일한 레스토랑과 숙소가
컨테이너 박스들처럼 만들어져 있다.
여기 오는 모든 이들이 저곳에서 점심을 먹어야는데
우린 순서가 밀려 아마도 맨 마지막인 것 같아
일단 계곡 끝까지 트레킹을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지금 시간이 딱 1시 - 점심시간인데 말이다~~ㅠ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우리의 인솔 가이드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18명이나 되는
대규모 여행객의 가이드로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키르기스에만 살아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벸 쪽은
대부분 처음 오는 코스여서, 모든 과정이 서툴기 짝이 없었다.
그러니 이 서툰 가이드와 우리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ㅎㅎㅎ
계곡 아랫쪽으로 내려가 걷기 시작했다.
사막 기후처럼 무더운 날씨는 그나마
먹구름이 가득이라 뙤약볕보다는 한결 나았다.
왼쪽엔 악어머리 같은 바위가 튀어 나왔고,
오른쪽 꼭대기엔 용대가리 같은 형상이 앞을 보고 있어
기기묘묘한 바위마다 이름 붙여주며 걷는 재미도 괜찮았다.
자세히 보면, 층층의 바위가 색도 달라서
형성과정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았지만
전문가가 없어 물어볼 수는 없었다.
터키의 카파토키아가 떠올랐는데
거긴 화산 폭발로 생긴 지형이고
여긴 대륙의 판과 판이 충돌하면서
바다가 융기해 생긴 지형이라 형성과정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손가락 끝으로 긁어 보았더니
포슬포슬 떨어져 나오는 것은
카파토키아의 토질들과 비슷했다.
저기 보이는 바위는 사자의 머리 같다.
중간에 동굴 같은 것이 보여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혼자 일행들과 너무 떨어질 것 같아 참았다.
이번 여행에 동행하게된
친구 부부랑 사진 한 장~!
내려갈수록 바람도 세차고
금방이라도 비가 퍼부을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비를 만나지는 않아 다행이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바람과 비와 햇살 등등
자연이 빚어낸 작품들은
자꾸만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 조각가의 칼로 저토록 절묘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돌들이 부숴지면 자갈이 되었다가
나중엔 모래가 되고, 바닥에 깔린 흙처럼 될 것이다.
그런 사막 같은 곳에 양쪽으로 식물들이 자라고
그 사이에서 앙증스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툭 튀어나온 갓바위 같다.
내려갈수록 바위층들은 어깨를 곁고
스크럼을 짜고 데모하는 군중들 같기도 하다.
중간중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토굴을 만들어 두었고
앉을 수 있는 의자도 있었는데
내 눈엔 의자가 꼭 고급스런 관처럼 보였다~~ㅎㅎ
미어켓 같은 바위도 절묘하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맥같은 양쪽의 풍경은
목이 아파도 쳐다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배고픈 것도 잊어버릴 무렵엔
하늘이 살살 다시 푸른 빛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악어들의 무리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던 바위들,
버섯처럼 보이는 바위,
동굴 같은 곳을 지나면,
전혀 다른 색의 바위들이 마술처럼 펼쳐졌다.
잠깐 사이에 다른 행성으로 날아온 것처럼...
이건 또 얼마나 재미있던지
아랫쪽은 철색의 바위에, 윗쪽엔 황토색 바위가 함께 공생한다.
황토 바위는 마치 아기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다가
금방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형상이다.
엄마 오리는 뒤에서 걱정스레 쳐다본다~~ㅋㅋ
물 한 방울 흔적이 없던 곳에서
이런 꽃들이 피고 있었다
얼핏 보면 샤프란 같기도 하고, 채송화도 닮았지만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척박한 토지 위에 이런 눈부신 노란 꽃도 피고,
별꽃 모양의 고운 꽃이 가시 속에서 피고 있었다
눈물겨운 사막의 꽃들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드디어 계곡이 끝나는 곳에 왔다.
화장실은 여기에 딱 하나 있으니
혹시라도 뒤에 오시는 분들은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차른강이 계곡 끝에 숨어 있었다.
흘러내려오는 쪽의 물줄기와,
흘러내려 가는 쪽의 물줄기를 쳐다보니
물가엔 나무들이 무성하다
모든 생명들은 물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것이란
단순한 진리가 가슴으로 와 닿는다.
참으로 절묘한 아름다움이자
'신의 한 수'란 표현은 이런 풍경에 어울리지 싶다.
손을 넣어보니,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이라 정말 차다
척박한 계곡의 끝에서 만난 차가운 강물은
우리 삶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었다.
잠시 쉬었다가,
'푸르공'이라 부르는 이 트럭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줄만 서면 타는 줄 알고 서 있었던 우리는
가이드가 미처 승차권을 끊지 않아
또 다시 한참을 순서에 밀려 기다려야 했다.
한번에 13명을 태울 수 있는
구소련의 군용트럭을 개조한 이 트럭은
1인 500텡게(약 1,500원)을 받는다
끝없이 줄을 서서 사람들이 기다리니
13명씩을 꽉 꽉 채워 출발한다.
한번 올라오면 2만원
10번 올라오면 20만원
20번 올라오면 40만원
때돈 버는 사나이들이다~~ㅋㅋㅋ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식당에 도착
겨우 우리 차례가 왔다.
메뉴도 당연히 다양하지 못하다
이 멀고 척박한 땅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치킨 덮밥 같은 것을 시켰는데
비쥬얼도 괜찮지만, 맛도 괜찮은 편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였는지는 모르겠다~~ㅎㅎ
다신 오지 못할 풍경~!
돌아보면 그리워할 풍경들을 뒤로 하고
우린 다시 3시간을 넘게 달려 알마티로 돌아갔다.
카자흐스탄에서 우리 일행들을 태워 다닌 대형 버스~!
현지 여행사에서 16명 이상이면
대형 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1인 1좌석으로 아주 편하게 다녔다.
3시간 뒤, 알마티에 도착해서
다시 바로 저녁 먹으러 간 한식당~!
정겨운 한글 이름들,
점심과 간격이 별로 없어
별로 감흥없이 먹었던 한정식이지만
현지 가격은 엄청나게 비쌌다
오삼낙지 한 접시가 한화로 약 45,000원 정도라니
담부터는 한식 먹지말자고 다들 이야기했다.
한식이 현지식으로 살짝 변해서
한국에서 먹던 그런 맛이 아니었는데
가격은 정말 사악했고, 맛은 별로였다는~~
나라가 넓으면, 이동 거리가 너무도 멀어서
이동 시간으로 다들 진이 빠졌고,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 뻗어버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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